세상에서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쁜 것에 관련된 일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질리지 않는 것’에서 나쁜 것들을 빼고 나면 이상하리만치 그 범주가 줄어든다. 그렇다면, ‘로봇’과 관련된 것은 어떤가. 미래의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야기나 로봇에 관련된 만화들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반복되어도 아무리 질리지 않는 것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그 중에서도, 건담은 7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여 지금까지 그 꾸준한 인기를 이어 온, ‘질리지 않는 것’중 하나의 범주에 들어가는 소재이다.
△ 정통 우주세기 최고의 라이벌, 아무로와 샤아
일본의 토미노 요시우키 감독이 선라이즈에서 만들어 낸 ‘기동전사 건담’시리즈는 이후 Z, ZZ, 역습의 샤아로 이어지는 정통 우주세기 오리지널 작품들에 0080~ 주머니속의 전쟁,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08소대 등 수 많은 외전격 작품들도 인기를 누린 메카닉 애니메이션이다. 이후 X건담, W건담, 턴A건담에 최근의 건담 SEED까지 수년간, 수많은 작품들을 내면서도 그 인기도가 전혀 꺾이지 않으며 애니메이션 캐릭터 왕국 일본의 중심축에 서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예전 건담을 직접 TV로 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금 세대까지도 좋아하고 있는 건담은 ‘당연하게도’그를 이용한 수많은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액션게임부터 시작해서 기렌의 야망과 같은 엄청난 난이도와 몰입도를 자랑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RPG까지 안 다뤄진 장르가 없을 정도다. 얼마 전에는 코에이의 진 삼국무쌍과 같이 1000 : 1의 전투를 그리고 있는 게임 스타일로 건담무쌍의 개발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렇게 일본이나 많은 나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건담이라는 소재는 역시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온라인 게임으로써 건담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생겼다. 바로 건담과 떼래야 뗄 수 없는 회사인 반다이코리아와 국내 굴지의 패키지 게임 개발업체인 소프트맥스와 손을 잡고 SD건담 캐릭터를 이용하여 ‘SD건담 캡슐 파이터’를 만들어 낸 것이다.
넷마블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한 온라인 건담 게임은 어떤 매력들을 숨기고 있을까.
게임을 맨 처음 접속하게 되면 바로 튜토리얼 모드로 들어가 MS(모빌슈츠)를 조작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된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동시에 사용하는 조작방법은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에 적응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 스트라이크 건담을 이용한 튜토리얼 모드. 오퍼레이터, 맘에 들어~~
건담 게임을 만들어 온 반다이의 경우 건담을 이용해 만드는 게임의 스타일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다. 하나는 캐릭터 뒤쪽 카메라 앵글을 사용하여 1인칭 시점에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무기들을 사용하여 적들을 상대하는 액션 게임 스타일이고, 하나는 기렌의 야망이나 ‘코로니가 지구에 떨어진 날’, SD건담 G제네레이션 시리즈와 같이 전략 시뮬레이션 형태의 게임으로 나눌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시리즈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기 때문에 하나의 형태로 굳어져 있지 않은 반면, 전자의 경우는 게임 쪽에서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라고 불리고 있다. 이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에 해당되는 게임들은 전부 액션으로, 주로 콘솔이나 아케이드로 발매되어 왔으며 PS1판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PS2판 ‘기동전사 건담’, ‘지오닉프론트’ ‘기동전사 건담~ 해후의 우주’, ‘기동전사 건담 연방 vs 지온``등 다양한 게임 시리즈들을 만들어 오고 있다.
당연히, 캡슐 파이터는 전자에 속한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것은 기종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며, 이런 시리즈들에서 등장하는 기체들이 리얼사이즈에서 SD로 바뀌었다는 것에 차이를 둘 수 있겠다. 온라인 클라이언트로 리얼사이즈의 건담을 안정된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에는 아직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전체적인 게임 감각은 나쁘지 않다. 기본적으로 콘솔이나 패키지 게임처럼 스토리 모드가 강화되지 않는 한 다른 플레이어와의 대전이 주를 이루는 게임이 될 것이기 때문에 조작감 자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별히 나쁠 것 없는 느낌이다.
건담은 메카닉이자 하나의 캐릭터로 굳어진 지 오래다. 몇 십여 년간 청장년층은 물론 어린이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어 오고 있는 건담은 그 인기도가 끊어질 일이 없다. 역습의 샤아 이후로 정통 우주세기 시리즈(UC)가 끝나고 난 뒤에 다시 시작한 시리즈들에서도 사람들에게서 얻는 인기는 끊이지 않았다. 물론, 올드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는 여전하다.
△ 건담이 등장하는 게임은, 언제나 ‘캐릭터’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건담이라는 캐릭터를 앞세워,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만화에서 등장하는 파일럿들을 앞세워 만든 게임은 당연하게도 캐릭터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전략시뮬레이션 기렌의 야망 같은 경우 다른 캐릭터를 사용해도 될 만큼 뛰어난 밸런스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게임’으로 불렸다.
그렇다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숙명과 같은 건담게임=캐릭터게임 이라는 공식은 단점일까, 장점일까. 당연하게도 캐릭터 게임이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 캐릭터들을 얼마나 잘 살리고 있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해당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캐릭터의 힘으로 게임의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담 시리즈는 다르다. 게임성과 원작에 충실하게 재현해 내며 수많은 건담 게임들의 식상함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 원작에 충실? 특유의 분위기에는 충실!
캡슐 파이터의 경우 원작에 충실한 면에서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 건담 최고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파일럿들, 아무로나 샤아, 카미유 등은 게임에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고 구현되어 있는 맵 등은 원작과 비슷은 하지만 원작을 충실히 재현했다고 평가할 만큼 대단하지는 않다.
그러나 충분히 그 분위기는 확실하게 내고 있다. 많은 건담 팬들이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인 오리지널 미녀 오퍼레이터들도 충실히 구현되어 있고(여전히 훌륭하다) 전체적인 게임 디자인이나 인터페이스의 느낌 등은 훌륭하게 ‘건담’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환경에서 수많은 MS들을 가지고 액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 미녀 오퍼레이터 시리즈도 충실!
튜토리얼 모드를 마치게 되면, 플레이어는 하나의 캡슐을 뽑게 된다. 바로 기본적으로 처음 사용할 기체를 선택하는 과정인데, 캡슐 파이터에서는 그 이름답게 포인트를 지불해서 캡슐을 뽑고, 그 안에서 랜덤하게 등장하는 기체를 자신의 소유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자신의 기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대전모드에서. 대전모드는 방을 개설해서 다른 유저들과 함께 주어진 시간 안에 정해진 맵 안에서 전투를 벌여서 누가 더 많은 격추를 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전형적인 FPS형 승패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캡슐 파이터에는 대전모드 이외에도 미션모드가 있다. 미션모드에서는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 해 나가면서 계속해서 더 어려운 레벨의 미션에 계속해서 도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 캡슐을 뽑아서 기체를 선택하는 설정
게임의 중점적인 부분은 단연 대전과 미션모드를 클리어 해 나가면서 얻는 포인트를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MS를 뽑는 것이다. 그렇게 얻은 MS를 업그레이드도 시키고, 여러 조합을 해 나가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갖춰 나가는 것은 건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게임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런 게임 구성이 몇 가지 안타까운 부분이 몇 가지 있다. 게임에 바라고 싶은 가장 큰 포인트는 바로 캡슐 파이터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하다는 면이다.
먼저 게임의 구성. 미션모드나 대전모드나 주어진 맵 안에서 적들을 맞이해 싸운다는 게임의 구성은 동일하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맵이다.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의 경우 맵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어떤 변수들이 맵에 있느냐에 따라 플레이어들의 승패와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이건 A.T필드가 아니라 맵 밖으로 못 나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캡슐 파이터에서의 맵은 상당히 실망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너무 좁다. 아무리 온라인이라고는 하지만 대시나 부스터 조금 쓰면 금방 제한선에 다다르게 된다. 너무 넓어도 문제지만, 대전모드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금방 코너에 몰려 연타를 당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맵의 비좁음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특히 중앙에 큰 건조물이라도 하나 있으면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진다.
두 번째는 미션 모드에 대한 아쉬움이다. 건담을 소재로 한 게임은 스토리 배경이 언제나 언급된다. 그 배경이 몰입도를 계속해서 증가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캡슐 파이터에서는 스토리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미션 모드는 단순히 ‘어디어디서 적들이 몰려오니까 이렇게 저렇게 해서 적들을 막아라’라는 단편적인 조건만 부합시켜 준 채 끝난다.
그런데 만약, 배경 스토리와 함께 이 미션 모드를 좀 더 강화시켰으면 게임의 재미가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스토리 모드라는 것을 만들었다면 자신이 만들어 낸 MS들을 이용해서 오리지널 스토리를 클리어 해 나가는 재미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미션모드도 주어진 상황을 클리어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큰 스토리 줄기 아래서 미션을 클리어 해 나가는 방식은 충분히 이 게임에 더 어울릴 것 같다. 최소한, 지금 하나의 미션을 주고 해당 미션의 레벨을 계속해서 높게 클리어 해 나가는 ‘무미건조한’재미보다는 말이다.
△ 미션모드의 아쉬움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크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캡슐 파이터는 단순히 모아진 포인트를 이용해서 캡슐을 뽑아 자신의 기체를 가진다는 점과 다른 사람들의 기체와 혼합을 통해서 새로운 스타일의 기체를 만들 수 있다는 점 이외의 새로움은 없다. 바꿔 말하면, 이런 재미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기존의 건담 소재 게임들보다 더 재미있는 요소는 발견할 수 없다는 말과 똑같다.
사실 건담을 매우 좋아하는 한 명의 유저로써 처음 국내에서 시작되는 건담 소재 온라인 게임에 대해 굉장히 많은 기대를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리얼사이즈를 보다 더 좋아하지는 하지만 게임 구현도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미완성인 부분이 눈에 띄는 것 같다. 가장 중점적인 부분 중 하나인 MS의 숫자나 덜 구현되어 있는 모드들, 업그레이드 파츠 등은 아직 이 게임이 100%는 아니라고 단언할 만한 요소들일 것이다.
그러나 게임 근본적인 부분에서 어느 정도 실망은 든다. 특히 맵의 협소함은 MS가 작은 SD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좁은 느낌이 들고, 최대 8명까지 지원되는 대전모드에서 맵이 좁다는 것은 전투의 다이나믹한 재미를 줄이는 큰 요소가 될 것이다.
아직 100%의 구현도를 갖추지 않은 캡슐 파이터. 이후 게임이 완전히 갖춰진 뒤의 재미는 지금보다 더 충실하기를 기대해 본다.
게임소개
단풍과 초신성
헤비
베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