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에 따라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그 깊이가 더해지면서 인간의 욕망은 끊이지 않았다. 인간은 아프리카의 초원을 달리는 치타처럼 빠르게 달릴 수 없었고 사자의 발톱과 호랑이의 이빨을 가지지 못했으며, 원숭이의 날렵함과 독수리의 나는 능력, 바다에 사는 생물처럼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신은 인간에게 이 모든 능력을 가질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할 수 있도록 그 어떤 생물체보다 뛰어난 두뇌를 선사했다.
인간은 드넓은 창공을 자유롭게 날고 싶어 했고 미지의 세계인 바다 속을 탐험하고 싶어 했으며, 그 무엇보다 강한 무기를 가지고 싶어 했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쾌감을 즐기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러한 도구들 속에서 인간은 편하게 먼 거리를 이동하고자 하는 생각을 했고, 말과 소를 길들여 타고 다니다 기계의 힘을 빌려 자동차를 마들어 냈다.
자동차는 이제 인간의 생활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도 인간은 도로를 통해 자동차를 타고 활보를 하며, 무거운 물건도 옮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기름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자동차이지만, 이제는 기술이 발전하여 물을 넣어도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그 만큼 자동차라는 존재는 현실과 미래에서 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동차를 단순히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서만 쓰지 않았다. 자동차는 인간이 따라올 수 없는 빠르기를 가지고 있엇고, 인간들은 그 빠르기의 쾌감을 옛날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누가 가장 빠른가’를 겨루는 대회는 일찍이 이런 인간의 묙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현실과 미래,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 그리고 그 자동차를 이용한 스포츠를 게임이 가만히 놔둘 리 만무했다. 직접 그 빠르기의 쾌감을 느낄 수 없었던 사람들은 게임을 통해 카트 레이싱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게임 회사들은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리얼리티와 허구성을 적절히 조합한 명작 게임을 만들어냈다. 리얼리티 레이싱 게임의 치강자인 그란투리스모, 현실과 허구의 가운데에 있는 릿지 레이서와 니드 포 스피드, 레이싱과 파괴의 재미를 살린 번아웃 등이 명작으로써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깊이 남아 있고, 후속작들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국에 온라인 게임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인기 장르 중 하나인 레이싱 게임 역시 국내 개발자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한국의 배경으로, 한국의 이름으로 등장한 최신의 레이싱 게임 중 하나인 레이시티가 등장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레이싱 게임은 일찍이 많았던 만큼, 그 구현도를 얼마나 높였는가에 많은 시선이 쏠렸던 것이 사실. 레이시티는 이런 기대감을 얼마나 충족시켰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레이시티의 그래픽은 상당히 깔끔한 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만큼 비주얼적인 면에서의 레이시티는 좋은 평가를 많이 해 줘도 부족하지 않을 만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한 눈에 들어오는 여러 가지 모습들은 온라인 게임 중에서도 그리 뒤지지 않을 만큼의 그래픽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레이싱 게임이나 플라이트 슈팅 등 광할한 대지나 창공, 혹은 지평선 너머까지 쭉 뻗어 있는 지면을 달리는 종류의 게임들의 딜레마는 바로 배경이었다. 차, 비행기, 배 등 플레어어가 조종하고 있는 그 자체는 구현도가 상당했고 그것부터 먼저 개발진이 신경 쓰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하드웨어의 사양이 계속해서 높아지면서, 그래픽 기술이 계속해서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그 동안 소홀했던 배경에 대해 눈길이 돌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실제로 강남에서 이런짓을 하면 도로교통법상에 의거하여…
따지고 보면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레이싱 게임의 성격상 배경에 대한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 하지만 리얼리티 레이싱 게임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진짜 자동차가 도로면을 활주하는 느낌을 최대한 살려 주어야 하기 때문에 배경이라는 요소는 자동차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것 보다 더욱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배경 그래픽을 충실히 살리지 못한 게임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고 콘솔 게임조차 하지 못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에 있어서 이 부분은 더욱 어려운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레이시티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풀 3D로 구현된 서울 시내의 배경은 정말 똑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수준급이며, 거리에 지나가는 차들도 만족스러울 만하다. 실사풍의 그래픽이라는 점이 레이시티의 비주얼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게임을 시작하면 얼핏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일 수 있는 배경을 유심히 보면 서울 시내에 으레 있을 법한 간판들이 정신 없이 ‘휙’하고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무나 간판 등에서 미루어 볼 때 개발진들이 사소한 부분이라고 해서 소홀히 하지 않앗다는 생각이 충분히 든다. 그 만큼 꼼꼼히 게임을 만들었다는 반증이다.
△ 다만 한 가지, 사양에 따라 퀄리티가 다르며, 사양이 녹록치 않다.
전체적인 비주얼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운드 역시 레이싱 게임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경쾌한 리듬과 빠른 속도를 자극하는 음악들은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조합이 조금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다양한 BGM들이 추가된다면 단조롭다는 생각은 많이 떨칠 수 있을 것이며, 기본적으로 레이싱 게임에 꼭 필요한 효과음인 자동차의 배기음이나 시동, 엔진 소리 등도 상당히 충실히 구현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레이시티는 개발 전부터 레이싱과 MMORPG의 재미를 융합시키겠다는 공언을 해 왔다. 즉 레이싱의 최대 장점이자 즐길 거리인 스피드의 쾌감과 MMORPG의 역할부담이나 미션수행,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함께 주겠다는 의미였다. 레이시티는 어떤 게임 구조를 지니고 있을까.
△ 역삼역 사거리의 모습. 게임에서도 이런 일이……
일단 전체적으로 레이시티의 조작감은 그리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다. 리얼리티 레이싱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레이시티를 그런 레이싱 게임으로 알고 플레이를 했던 사람이라면 조작을 해 보고 조금은 서운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조작키가 최근 캐주얼 게임에나 볼 수 있을 법한 정도로 단순할뿐더러(하기사 최근 온라인 게임 중 조작이 복잡한 게임이 뭐가 있겠느냐마는) ‘진짜 자동차를 조종하는 듯한 느낌’을 주던 기존의 레이싱 게임들보다는 조작 반응이 상당히 예리하고 빠르다. 코너링, 브레이크 등의 조작키를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자신의 자동차를 가지고 플레이어는 NPC들이 주는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퀘스트는 어떤 물건을 해당 지역까지 시간 내에 호송하는 것이거나 누군가를 태워서 어딘가에 데려다 주는 등의 일이다. 즉 이렇게 퀘스트를 수행하여 얻는 경험치로 레벨을 올려서 자동차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으며, 돈과 획득한 아이템으로 차체를 더욱 좋은 모델로 튜닝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스릴이라는 것과 NPC의 성향에 따라 퀘스트 수행 방법을 달리 해야 하는 것이다. NPC들은 각기 다른 성격들을 가지고 있어서 무조건 빨리 달리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천천히 가는 것을 싫어하는 NPC들도 있다. NPC들의 이러한 만족도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퀘스트 도중 플레이어의 차에서 내려 심한 이야기를 하고 가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만족도를 충족시켜 주면 플레이어는 더욱 많은 보상과 경험치를 획득하게 된다.
△ 아슬아슬 레이싱~!
또한 스릴 콤보라는 요소가 존재하는데, 이 콤보는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다른 차들을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가는 등 위험한 주행을 하게 되면 쌓이게 되는데, 스릴 콤보가 쌓이면 당연하게 퀘스트를 준 NPC들의 만족도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런 스릴 콤보를 노리고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로 아슬아슬한 곡예 주행을 하기 때문에 퀘스트 도중 사고가 나기 일쑤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의 정확한 타이밍 계산과 조작 솜씨 등이 필요한 것이다. 이 스릴 콤보는 성공하면 많은 보상을, 실패하면 그 동안 쌓아온 것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에게는 양날의 검이 되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플레이어의 스릴과 게임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레이시티를 계속해서 즐기다 보면 어느새인가 계속해서 수행하고 있는 퀘스트들의 반복과 그에 따른 지루함에 한숨을 내쉬게 된다. 즉, 이 게임이 분명 미션 수행과 캐릭터(자동차)의 육성 등 RPG의 요소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카트 레이싱 게임과의 접목 때문에 그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 버린다는 단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게임 방식은 NHN의 스키드러시가 먼저 선보인 바 있으며, 콘솔쪽으로도 크레이지 택시와 조금 비슷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새로움이라는 면에서 유저들에게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뿐더러 새로운 스킬의 습득이나 새로운 전투 지역으로의 이동으로 인한 기대감 등이 있는 MMORPG의 일반적인 재미를 레이시티는 확실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전달을 할 수가 없다. MMORPG와 레이싱 게임의 완벽한 크로스 오버는 되지 못했다고 보인다.
물론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 그것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카트 바디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고 한 단계 더 높이 있는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에 흥미를 느낄 수 있으나, 이후에는 똑같은 종류의 퀘스트들의 반복에 지루함이 상당히 빨리 찾아온다. 킬링타임용 게임으로써 국한되어 있다는 온라인 레이싱 게임의 단점을 레이시티 역시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퀘스트의 다양성이나 큰 틀에서의 콘텐츠 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싱하형이 주는 미션도 지겹긴 마찬가지다
사실 비주얼이나 겉으로 보이는 면에서 상당히 훌륭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전 같은 방식의 게임 스타일을 택했던 게임들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게 사실이다.
분명 레이싱 게임이 킬링타임용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란투리스모의 라이센스 모드는 그러한 플레이어들의 아쉬움을 완벽히 긁어냈던 부분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온라인 게임에서도 단순히 다른 게이머들과 레이싱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하나만으로 정상에 서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왜 온라인 게임 강국인 한국에서 카트라이더 이후로 레이싱 게임이 성공하지 못했는가, 그리고 리얼리티를 살려 성공한 레이싱 게임은 왜 더더욱 없는가?’에 대한 대답을 레이시티가 향후 행보로 들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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