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 초, 대대적인 무협 온라인 게임들의 등장은 판타지나 현실, 혹은 밀리터리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게임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유저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이 되기에 충분했다. 배경과 분위기 등은 유저들의 눈길을 돌리기에 충분했으며, 판타지 소설이 국내에 정착되기 이전부터 사람들에게 즐겨 읽혔던 무협지의 주인공들은 분명 20대 초반~후반 젊은이들에게 친숙한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MMORPG식으로 등장한 무협 게임 중 소위 ‘대박’을 친 게임은 없었다. 열혈강호의 성공 사례가 있다고는 하지만 성인들이 원하는 무협 게임으로써의 거리는 조금 멀었으며(무협이라고 하기보다는 캐주얼 게임에 어울릴 것이다) 구룡쟁패 등이 ‘중박’을 쳤을 뿐이다. 영웅문 등이 초반 기세를 타지 못하고 대세를 이어나가지 못했으며, 판타지 MMORPG가 인기를 얻지 못하는 시기에 캐주얼 게임 이외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던 유저들은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 특유의 포스터는 당시 많은 유저들을 들뜨게 했다
그런 무협게임 열풍에 편승(편승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하여 등장했던 것이 소노브이가 개발한 용천기다. 올해 초 오픈베타를 시작함과 동시에 퍼블리셔 손오공이 앞장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쳐 주목을 받았던 게임이기도 하며, 무협 게임에 어울리는 이미지의 포스터를 선보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천기는 많은 무협게임이 세월의 풍파에 부딫여 없어질 시기에 한 게임이기도 했다. 오픈베타 초반에는 마케팅 효과와 게임 이미지가 많은 유저들에게 널리 알려져 오픈베타에 많은 유저들이 동참했지만, 올해 4월 경 게임 시스템 문제와 서버 불안정 등으로 많은 지탄을 받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실 용천기가 서비스를 중단했던 것은 비단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용천기 이외에도 많은 게임들이 서비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감마니아코리아는 부진을 이유로 에버퀘스트2의 서비스를 3월 중단했으며, CCR의 뉴 포트리스도 12월 오픈베타 도중 서비스를 중단했다. 용천기는 서비스 중단을 선포하며 한빛소프트의 탄트라나 리자드인터렉티브의 천도 온라인과 같이 대대적인 게임 리뉴얼을 한 뒤에 다시 서비스를 재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06년의 끝자락이 보이는 11월 2일, ‘귀환’을 선언하며 프리오픈베타 서비스에 들어갔다. 11월 5일 끝난 용천기의 ‘돌아온’프리오픈베타. 과연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번 용천기는 4월에 오픈베타를 중단한 이후 다시 재정비를 하여 돌아 온 것으로, 말하자면 용천기 버전2라고 할 수 있다. 무려 6~7개월 이후 등장한 게임, 기본적인 뼈대를 완성시킨 이후 다시 나온 게임이기 때문에 추가된 요소에 대해 주목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용천기를 처음 시작하게 되면 파벌부터 선택을 할 수 있다. 정파와 사파로 나누어진 파벌을 선택할 수 있는데, 말하자면 국적과 비슷한 거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파벌에 따른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치 등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오픈베타 이후에는 생길 것으로 보인다.
△ 파벌선택……에 나오는 이미지, 내 스타일이야~~
파벌은 용천기의 확실한 대립을 하는 설정이다. 물론 파벌 시스템은 다른 무협 게임들에서 이미 도입하여 쓰고 있는 시스템이라서 용천기만의 새로움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 용천기 자체가 콘텐츠의 부족 등으로 기존 유저들에게 외면을 받았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 파벌 시스템의 도입과 기존 용천기의 재미에 결합될 하나의 요인이 된다. 이후 파벌에 따른 기술이나 특색, 그리고 전용성지 등이 업데이트 된다면 파벌의 선택이 게임의 중요한 흐름이 될 것이다.
용천기에서 캐릭터 생성을 해 보면, ‘직업’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용천기는 여타 MMORPG처럼 캐릭터 생성을 한 뒤에는 무기 종류를 선택하는 것뿐이다. 즉 전사, 마법사 등의 클래스를 선정하지 않고 게임을 시작한다는 것. 바꿔 말하면 무기의 쓰임새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상의 직업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검과 봉, 추와 권으로 나누어져 있는 무기의 종류는 직업보다는 조금 다른 의미로 게임에 받아들여 질 것이다.
또한 이번 프리오픈과 함께 업데이트 된 것은 바로 염색 시스템이다. 기존의 용천기에서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유저들로 하여금 많은 불만을 일으키게 했다. 캐릭터 생성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적은 것도 그렇고, 캐릭터의 크나 큰 개성 중 하나인 캐릭터의 옷의 다양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캐릭터의 개성을 위한 염료를 얻기 위해서는 고레벨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기 때문에 저레벨 캐릭터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기도 하다.
△ ‘직업’은 곧, 쓰는 무기가 다름을 뜻한다
염색 시스템과 눈길을 끄는 추가 시스템은 아이템 내구도의 등장이다. 다른 여타 MMORPG들에서 볼 수 있는 내구도 시스템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내구도 시스템의 도입은 용천기 아이템의 가치 등에 대한 새로운 판단 기준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청팀과 홍팀으로 나뉘어서 상대와 싸울 수 있는 비무관의 도입과 사제관계를 통한 경험치 증가 등도 시스템에 도입되었다.
올해 오픈베타를 할 때, 유저들이 용천기에 매료되었던 가장 큰 요소는 바로 특유의 전투 시스템과 그가 가져다주는 박력이었다. 부족함이 없는 용천기의 전투 시스템이 여전히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충분히 가져다 줄 요인들로 가득 차 있다.
용천기의 전투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시원함’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릴 것이다. 플레이어는 적들을 1 : 1로 상대하지 않는다. 최근의 제라가 선택한 것처럼 용천기는 한 번에 다수의 적들을 상대하게 되는 일대 다 전투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MMORPG가 지루함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일대 다 전투이지만, 온라인 게임이라는 특성상 그것을 완벽하게 만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제라가 그랬다).
△ 여전히 뛰어난 전투를 보여주는 용천기
그러나 용천기는 일대 다 전투 시스템이 가지고 있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 즉 상당히 좋은 타격감을 갖추고 있었고, 다시 돌아온 용천기 역시 마찬가지다. 용천기는 타 게임들보다 조금 높은 성공률로 아이템이 드롭되는 편인데, 5~6마리의 적들과 싸운 뒤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수확’의 쾌감은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맨 처음 유저들에게 선사했던 재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용천기의 이런 멋진 타격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바로 무공이다. 용천기에서 무공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이다. 무공을 실행하면 캐릭터 주위에서 ‘오오라’라고 불릴만한 것들이 피어오르면서 강력한 공격을 발휘한다. 이 무공을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공격력이 한없이 떨어지는데, 일반 판타지 게임에서의 버프와 같은 것으로 기술에 따라 기력이 소모되는 것도 있지만, 평상시 사용하는 것은 기력을 소모하지 않는다.
이 무공과 함께 주목받는 것이 바로 광폭이다. 싸우다 보면 광폭 수치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광폭 수치가 100%가 되면 발동시킬 수 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짧은 순간에 2배로 뛰는 이 광폭은 위급한 순간과 적들과 정신없는 교전 도중에는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된다.
이 시스템들은 용천기의 타격감과 어우러져 상당히 다이내믹한 전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용천기 특유의 시원한 타격감은 주위에 끊임없이 달려드는 다수의 적들에게 적중하면서 유저들이 재미를 느끼기 충분할 정도의 쾌감을 주고 있고, 무공이 불러 일으켜 주는 특수 효과와 광폭의 기대감 등은 전투 시스템과 맞물려 충분한 재미를 선사해 준다.
△ 다양한 기술이야말로 용천기 전투의 핵심!
이와 함께 주목을 해야 하는 것이 용천기의 성장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전투글 거듭하게 되면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올리게 되는데, 용천기는 외공 레벨과 내공 레벨로 나누어져 있다. 외공 레벨은 일반적인 스테이터스의 상승, 내공 레벨은 무공과 기술, 즉 스킬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외공의 경우는 전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로 상승을 시킬 수 있으나, 내공은 심법수련을 통해 단련을 해야 한다.
심법수련이란 일종의 운기조식과 비슷한 의미로, 심법 수련을 발동하면 체력과 기력도 회복하게 되는데,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내공을 다진다는 지극히 무협 게임에만 있을법한 설정이다. 라그나로크처럼 잡레벨과 베이스 레벨의 경험치를 따로 두는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시스템이다. 성장 시스템이 크게 게임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적지만, 이런 무난함과 전투의 재미는 충분히 용천기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선례가 있다고는 하나, 오픈베타 서비스까지 했다가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이후 서비스 중단까지 했던 게임이 다시 돌아온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유저들에게 지탄을 받앗던 만큼 깨끗하게 서비스를 접고 다른 게임을 만드는 편이 더 좋으리라는 생각이 평균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 용천기에는, 매력적인 미인들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용천기는 이상하다고 해도 이해가 될 정도로 유저들에게서 얻는 반응이 좋다. 아마 용천기 자체가 애초부터 게임성의 크나큰 문제보다는 서버의 불안정함과 인터페이스 문제, 그리고 게임 자체보다는 부수적인 콘텐츠의 부재 등으로 지탄을 받았기 때문이리라. 제작사 측에서 그런 것들을 일신하겠다는 자세로 나온 이번 프리오픈베타에서의 성과는 기대 이상인 듯하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파벌에 따른 차이나 염색 시스템도 존재하지만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수정, 그리고 불편한 인터페이스 수정이나 그래픽의 불균형 등에 대한 수정이 이뤄진다면, 최근에는 다시 보이지 않는 무협 MMORPG에 새로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다시 돌아온 용천기. 그리고 다시 돌아왔기에 더욱 내실을 다진 용천기! 더욱 단단해진 그 재미를 기대해 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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