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온라인 게임 산업은 강대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물가가 상당히 비싼 일본에서 초고속 인터넷과 고사양 PC의 배급율 때문에 PC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보다는 명작들이 쏟아져 나오는 콘솔 게임 왕국의 이미지를 뛰어넘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최근 세계 게임계의 추세인 ‘온라인’에 일본도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일본에 온라인 게임 열풍을 주도한 것은 한국 게임인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라는 것은 왠만한 삼척동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라비티는 일본에서 얻은 선풍적인 인기를 토대로 동아시아 온라인 게임 시장에 진출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글로벌 게임으로 성장했다.
△ 수려한 이미지로 유저들에게 어필 중인 에코 온라인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어디서 많이 볼 법한 게임이 일본에서 등장했다. 최근 일본에서 국내로 수출된 온라인 게임인 에밀크로니클 온라인(이하 에코 온라인)이 바로 그것이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 그에 알맞은 분위기 등은 어딘가 라그나로크와 닮은 게임이었다. 에코 온라인은 ‘태생적 한계를 지닌 라그나로크의 아류작인가, 아니면 게임왕국 일본의 오리지널인가’라는 논란과 함께 지난 4월 27일 국내에서 오픈베타 서비스를 실시했다.
에코 온라인은 엄밀히 말하면 해외 게임이다. 최근 계속해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노리고 들어오는 해외 게임들이 참패를 맛보고 있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에코 온라인이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게임의 재미나 질적인 면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국내에서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회사가 얼마나 현지 개발진들과의 협력이 잘 되어서 현지화에 성공을 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에코 온라인에 대한 기대는 해 볼만 하다. 일차적으로 개발사인 헤드락과 브로콜리, 겅호엔터테인먼트가 모두 퍼블리셔인 그라비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통인 그라비티의 존재는 퍼블리싱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국내에서의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에코 온라인. 국내에서 그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까.
에코 온라인의 그림이나 프로모션 동영상 등을 보면 드는 한 가지 생각이 있다. ‘귀엽다’, ‘깜찍하다’, ‘편안하다’라는 것. 이런 느낌과 귀결시킬 수 있는 하나의 단어는 바로 캐주얼이라는 단어다. 어른들만 접할 수 있을 법한 게임들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소화할 수 있는 것, 귀여움과 깜찍함과 캐주얼은 최근 게임에서는 동음이의어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모에(もえ)라는 뜻이다. 모에란 일본의 신조어로, 일본의 통신을 통해서 퍼져 나간 단어다. 모에는 미소녀 게임이나 미소녀 애니메이션 팬들이 쓰기 시작한 말인데, 어떠한 대상이나 사물에 열중하게 될 때 나오는 감탄사로 시작된 말이었지만, 지금은 귀여운 것이나 예쁜 것을 추구하는 그 자체를 표방하는 신조어로 변했다.
△ 이것을 보고 ‘모에다~~!!’를 외치는 그대! 에코를 플레이하라
왜 이 단어에 주목해야 하는가? 그라비티와 겅호는 에코 온라인을 소개하기 전부터 이 ‘모에’를 표방한다고 밝혔다. 즉 귀여움과 예쁜 것을 가득한 것을 사람들에게 선보여 주겠다는 것이며, 그것이 게임의 이미지라는 것을 천명을 한 셈이다. 에코 온라인은 유저들에게 자신들이 말한 모에의 이미지를 물씬 풍기고 있다.
에코 온라인의 이미지는 유저들을 ‘혹’하게 만들 요소가 충분하다. 문화적인 공감대가 비슷한 일본과 한국이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이런 성향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유저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래픽적인 퀄리티도 상당히 무난한 수준. 캐릭터나 배경의 이미지 등이 게임 내에서 상당히 잘 어울리고 또 잘 녹아들어가 있어서 게임의 매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하지만 에코 온라인은 단순히 캐주얼과 모에로 점철된 게임은 아니다. 게임 외적인 면, 즉 그래픽이나 비주얼적인 측면은 맞는다고 볼 수 있지만, 안으로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이런 이미지는 단순히 외형적인 측면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MMORPG들이 가지고 있는 게임의 장점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사냥이다. 하지만 반대로 반복된 사냥이 유저들에게 식상함과 지루함을 안겨 주기도 했다. 에코 온라인은 이런 괴리감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할 거리’들을 갖추고 있다. 단적으로 필드에 배치되어 있는 사물들을 때려서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개발사에서 유저들이 느끼는 단순함을 없애주기 위해 소소하게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에코에서는 사냥만이 능사가 아니다
또한 필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상자는 게임의 작은 재미를 선사한다. 에코 온라인에서 필드는 다수의 상자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상자들을 개봉하면 아이템들을 획득할 수 있다. 물론 아이템들의 다수는 당연히 하급 아이템들이 나온다. 하지만 간간히 좋은 아이템들이 나오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던전에서 보물상자들을 검색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에코 온라인의 특징적인 것을 말한다면, 빙의 시스템과 마리오네트 시스템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빙의 시스템은 본인의 장비나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장비에 본인의 영혼이 빙의되어 해당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빙의를 사용하면 빙의를 시도한 플레이어는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빙의가 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기생이라고 봐야 무방할 것이다.
물론 빙의를 시도한 캐릭터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 이 때 버프나 보조 마법 등을 통해서 캐릭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기생을 해도 본 캐릭터가 테러를 당해서 사망을 하면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연계 플레이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 보스몬스터를 잡을 때 빙의를 해 보면 어떨까?
빙의 시스템은 상당히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먼저 빙의를 해도 본인의 캐릭터가 움직일 수 없다는 것 빼고는 다른 문제가 없다. 경험치는 당연히 계속해서 얻게 되고 언제든 빙의 시스템을 해제할 수 있다. 또한 내가 빙의한 장비를 다른 유저가 사용할 경우 경험치를 나눠 가지게 되는 등 파티원들끼리의 유기적인 자동사냥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빙의 시스템은 필자가 언급한 것 이상으로 상당히 많은 효과들을 가지고 있다. 아니, 나열할 수 없을 만큼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상당히 독특한 시스템이다. 만약 빙의를 한 상태에서 게임을 종료할 경우 경험치를 받지는 못하지만 다시 게임을 시작할 경우 빙의를 한 플레이어의 위치로 이동되는 효과도 있다.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최대 3명까지 빙의를 할 수 있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이 빙의 시스템은 잘 사용하면 상당히 효율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파티원들과의 유기적인 거래(?)도 가능하고, 그에 따른 빠른 캐릭터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편리함과 실용도를 갖추고 있는 빙의 시스템의 매력은 유저들에게 충분히 어필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일종의 변신 시스템인 마리오네트 시스템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플레이어는 마리오네트라는 ‘인형’을 한 종류 소유할 수 있다. 이 마리오네트에 빙의를 하게 되면 플레이어는 인형으로 변신하여 플레이를 하게 된다. 이른바 변신을 하는 것이다.
△ 마리오네트로 빙의를 하면 외형상으로도 꽤 멋진 모습으로 변신을 한다
마리오네트가 되면 해당 마리오네트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물론 마리오네트에 빙의를 하기 위해서는 소모성 아이템인 마리오네트 아이템을 퀘스트나 제작을 통해서 획득해야 하기 때문에 무작위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고, 또 지속시간 3분이라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분배가 필요하지만 다른 캐릭터로 변신을 해서 플레이를 한다는 매력은 상당하다.
이 마리오네트와 빙의 시스템은 어떻게 보면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니, 특히 마리오네트 시스템은 빙의가 없다면 발동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이 둘은 묶여있다고 볼 수 있다. 변신과 빙의, 효율과 유기적인, 그리고 매력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시스템적인 강점은 게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에코 온라인은 겉에서 보면 상당히 캐주얼한, 즉 쉽고 접근성이 용이한 게임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러나 초보자들에게 처음부터 너무 어렵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 점이 상당히 아쉽다.
게임을 맨 처음 시작하면 유저는 종족을 선택하게 된다. 에코 온라인에서의 종족은 인간족인 에밀과 흰 날개를 지닌 천사족 타이타니아, 검은 날개를 지닌 악마족 도미니온이 있다. 그 뒤 워프를 통해 각 종족의 스타팅 지점으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튜토리얼이 시작되고 마을을 둘러보는 등 게임의 기본적인 것들을 익히게 된다.
△ 처음 시작하면 멍~~ 하니 있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튜토리얼부터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다. 반대로 말하면 튜토리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게임을 이해하고 시스템을 알아가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된다. 처음 가볍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시작을 했던 유저들에게 있어서 이런 복잡한 게임 요소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것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게임을 초기에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을 하기 위해 적응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오픈베타 게임이 범람하는, 유동적인 게임 인구가 상당히 많은 국내에서는 어떻게 보면 대중성으로는 낙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게임 내적인 요소가 알차게 차 있다고 하더라도, 첫 인상에서 지루함을 준다면 게임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유저들은 국한될 수밖에 없다.
또 시점의 불편함도 계속해서 유저들에게 지적받고 있다. 풀폴리곤 3D게임이기 때문에 시점 전환이라는 면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운 수준이지만 이상하게 고정적이라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타격감의 부재, 마법 스킬에 단조로움 등은 에코 온라인의 단점으로 부각된다.
처음 에코 온라인을 하면서 필자의 머리속에 있었던 생각은 ‘라그나로크의 아류’라는 것이었다. 잡레벨을 올려서 전직을 하는 것 등의 게임 스타일과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부분 등이 일본에서 대 히트를 한 라그나로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 해 나갈수록 에코 온라인만의 매력이 계속해서 부각되는 것을 느끼며 처음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머리속에서 지울 수 있었다. 처음 적응 기간은 어느 정도 있지만, ‘하면 할수록 충실해지는 게임’이라는 것이 에코 온라인의 이미지였다. 다만 적응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진짜 게임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코 온라인은 게임 외적인 부분도 충분히 매력이 있고, 게임의 내용도 오픈베타를 시작한 게임 치고는 상당히 볼륨감이 있는 수준이다. 비록 게임 적응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게임을 하면 그 재미를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하나 만끽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하면 할수록 충실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에코 온라인, 오랜만에 만끽할 만한 MMORPG가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게임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