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인기 없는 게임 장르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떤 장르를 택하겠는가. 물론 수많은 게임 장르들이 국내 온라인 게임 업계에서 모두 선보여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게 단언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PC, 그리고 가정용 패키지 게임 시장이 발달되지 않은 국내 게임 시장의 성향 상 유독 사랑을 받지 못한 게임 장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레이싱 게임이다.
언뜻 레이싱 게임은 인기가 많아 보이기도 한다. 바로 몇 년 째 끊이지 않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캐주얼 레이싱 게임인 카트라이더의 존재 때문이다. 그러나 ‘카트라이더를 제외하면’이라는 전재를 달면 국내에서 유저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레이싱 게임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캐주얼이 아니라 정통 레이싱 스타일을 고수한 게임들은 ‘고요하게’사라진 경우가 많다.
△ H&R은 노홍철씨를 모델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봐도 온라인 게임과 레이싱 게임의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레이싱의 요소를 담은 다른 캐주얼 스포츠 게임들, 스노보드 게임이나 인라인 스케이팅 게임 등은 계절이나 유행을 타고 잠시 유저들의 시선을 모았지만 별다른 방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사그라져 갔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 한 게임이 ‘정말로 시끄러운 사람’을 모델로 앞세워 한국 온라인 게이 시장의 레이싱 게임 장르에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바이크 레이싱 게임인 HIT&RUN(이하 H&R)이다.
H&R은 바이크 레이싱 게임, 즉 자동차가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고 레이스를 즐기는 레이싱 게임이다. 얼마 전 5월 24일부터 5월 26일까지 2차 클로즈베타 서비스를 단행하며 6월 달 오픈베타를 실시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그 동안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 받아 왔던 레이싱 게임 시장. 그리고 그 시장에 오토바이를 내세워 야심차게 도전을 시도한 H&R이 보여 준 2번째 클로즈베타를 살펴보자.
다양한 창구를 통해 H&R에 대한 게임 소식을 접했던 유저들이나 혹은 클로즈베타에 참여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을 해 봤던 유저들이라면, H&R이 캐주얼을 강조한 레이싱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 H&R은 전형적인 캐주얼 레이싱 게임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게임에 접속한 뒤 로비로 들어가 채널을 선택하고 방을 개설하여 그 방에 접속하는 유저들과 함께 선택하는 맵 안에서 레이싱을 즐기는 것이다. 지금의 레이싱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틀을 갖추고 있다.
△ H&R이 처음으로 공개했던 프로모션 동영상의 모습
최근의 레이싱 게임들이 기존 레이싱 게임들이 갖추고 있었던 틀을 부수고 새로운 자극을 주려고 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최근의 레이싱 게임들이 MMORPG의 요소들을 도입하는 등의 변화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H&R은 유저들이 조금 더 익숙하고 손쉽게 손이 갈 수 있는 캐주얼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 시스템의 중심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캐릭터와 바이크를 조작하여 상대방과의 레이싱을 즐기고, 또 그 안에서 얻은 경험치를 바탕으로 성장을 해 나가는 스타일이다. 물론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다.
물론 작금의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색다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많은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고인 물은 썩게 되어 있는 바, 똑같은 게임들만 양산된다면 유저들은 게임 자체에 지루함을 느끼고 흥미를 잃어가게 될 것이다. 2000년대 초반 그토록 열광적이었던 MMORPG시장이 현재 수익을 내지 못하고 급속도로 거품이 빠져버린 현상은 변화와 개성이 없다면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급작스럽고 무리한 변화는 화를 불러오기 마련이고, 그 안에 재미를 적절하게 녹여내지 않는다면 변화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H&R은 안정 속에서의 변화, 그리고 한 명의 유저라도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게임의 길을 택한 듯 보인다. 또한 아직 클로즈베타이기 때문에 이후 H&R이 가지고 있는 개성적인 재미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바이크 마니아들의 호응은 충분할 듯
필자가 H&R을 살펴보면서 의외로 놀랐던 것은, 최근 캐주얼 게임의 ‘전형’으로까지 굳혀져 있던 카툰랜더링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렇다. H&R은 실사풍의 배경에 3D캐릭터와 바이크의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캐주얼 게임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레이싱 게임 치고 배경 그래픽이 상당히 섬세한 수준이다. 그것도 실사 그래픽 스타일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섬세함까지 살렸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 각 나라별로 준비되어 있는 맵들
H&R의 이번 클로즈베타에서 공개된 맵들은 세계 각 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인으로 제작이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카트라이더나 다른 캐주얼 레이싱 게임들보다 현실적인 면이 더욱 강조된다고 볼 수 있는데, 각 건물들을 배치해서 얼핏 보면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는 디자인이지만 꼼꼼한 텍스처는 물론 해상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 실제적인 배경 그래픽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맵에 따라 나라의 세분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간판 등 도심가 여기저기에서 어떤 나라에서 레이싱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확연하게 알려주고 있다. 아무리 도로를 달리는 레이싱 카가 화려한 그래픽으로 포장되어 있더라도 배경 그래픽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기존의 패키지 레이싱 게임들이 다수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배경 그래픽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더욱 의외인 것은 캐릭터가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주는 3D로 된 3등신 캐릭터라는 것이다. 귀여움을 강조한 캐릭터는 만화에서 나올법한 디자인에 큰 눈, 그리고 SD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는 큰 머리를 가지고 있는데, 배경이 실사풍이기 때문에 만화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와 어느 정도의 이질감은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의 몰입도를 방해하거나 큰 문제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H&R이 그래픽적인 면에서 가장 먼저 수정을 가해야 할 부분은 캐릭터와 배경의 이질감을 없애는 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바이크의 디테일이다. H&R이라는 게임의 가장 큰 강점은 레이싱을 위해 타는 기계가 바로 네발달린 자동차가 아니라 두발 달린 오토바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 다른 레이싱 게임들과의 차이를 달리하고 있는데, 바이크의 그래픽적인 구현도는 어느 정도 작음에도 불구하고(머리가 큰 캐릭터가 비교적 크게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바이크 마니아들의 감정이입을 위해 상당히 많은 종류의 바이크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게임의 강점이자 무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바이크가 전면적으로 돋보이는 것은 유저들에게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캐릭터는 만화의 느낌을 살리고 있는 SD다
레이싱 게임의 재미는 속도감이나 최고 속도에서 유저들이 느낄 수 있는 몰입도, 그리고 코너웍 등 조작감이 어떤가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H&R은 극한의 스피드를 유저들에게 선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게임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속도감은 선사해 주고 있지만 그것이 극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레이싱 카들보다 작은 크기의 바이크를 움직이기 때문에 가속이나 속도감은 썩 나쁘지 않은 편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H&R의 레이싱은 어느 정도 정형화 되어 있는 조작감을 갖추고 무난한 수준의 코너웍이나 속도감을 선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성 역시 캐주얼 게임으로써의 특징을 더욱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후 적용될 바이크의 성능 차이가 있겠지만, 유저가 얼마만큼 게임에 적응하여 실력발휘를 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성패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 주행 중의 느낌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이크가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에 오토바이가 가벼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게임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지만, 맵상에 존재하고 있는 다른 차량이나 물체 등에 부딫였을 때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는 등의 액션이 너무 자주 나온다는 것은 게임의 몰입도를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H&R의 클로즈베타에서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은 레이싱 게임으로써의 기본을 철저히 갖추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난한 캐주얼 게임으로써의 기능 역시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면에서 흠잡을 곳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클로즈베타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여러 면에서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도 보이고, 재미도 어느 정도 담보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맹점은 역시 ‘오리지널리티’다. 클로즈베타 기간 동안 H&R만의 특징을 얼마나 잘 살리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바이크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레이싱 게임이라는 특징을 이미 갖추고 있지만, 그 이외에 게임 시스템적인 H&R만의 개성이 있어야 기존에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시장에서 유저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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