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영화나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 등 원작(原作)을 둔 게임들은 만들기가 쉽다. 이미 세계관의 설정이라든가 캐릭터, 작품의 성격 등 대부분 크리에이터들이 고민하고 창조해 내야 할 것들의 중요 설정들이 이미 뚜렷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른 작업 진척이 가능하고, 집중해야 할 부분이 확실히 나와 있다. 게임 개발의 진행 방향을 처음부터 확실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 속도나 진척도 등은 일반적인 게임들과 비교하지 못하는 수준임에 틀림이 없다.
유명한 영화나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 등 원작(原作)을 둔 게임들은 만들기가 어렵다. 그 명성이나 인기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 인기작들이기 때문에 게임을 만들 때 많은 주목을 받지만 인기 캐릭터들을 게임 상에서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할 경우 그 기대의 몇 배가 비난으로 돌아온다. 그것은 비단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관, 인물들 간의 갈등 구조 등 큰 그림에서부터 섬세한 구조까지 원작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팬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 줘야 한다는 부담은 크다.
△ 최근 반지의 제왕은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원작을 소재로 한 게임은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원작의 느낌을 게임으로 살려 낸다면 원작을 재미있게 본 유저들은 영화에서 느꼈던 그 감정보다 더한 짜릿함을 게임에서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이 자신이 되는 듯한 느낌은 유저들로 하여금 원작의 게임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원작을 소재로 한 게임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 아무리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고 있어도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만든 게임들에 비해서는 어린애 장난 수준이 될 뿐이다. 원작의 소재와 인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어디까지나 ‘캐릭터 게임’으로 치부될 뿐이다. 캐릭터 게임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이상, 그 게임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게임으로써의 재미는 ‘제2의 옵션’이 될 뿐이다.
자, 그리고 여기 공전의 히트작인 ‘반지의 제왕’이라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소재로 한 온라인 게임이 국내에 들어왔다. 과연 이 게임은 앞서 언급했던, 원작을 소재로 만들어 진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어떻게 표현해 내고 있을까.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어떤 것들이 연상되는가. 광활한 평야에서 영웅들이 석양의 햇살을 받으며 달려가는 모습과 어두운 밤에 오크들의 습격을 받은 영웅들이 칼과 활로 용맹하게 싸우는 모습, 그리고 엄청난 숫자를 자랑하며 공격해 오는 악마의 대군을 상대로 맞서 싸우는 인간들의 군대의 웅장한 혈투 등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그 장면들을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이 벌어지게 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거나, 혹은 웅장함을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압도적인 검은 세력을 보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고조시키게 만드는 것 등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발휘하고 있는 비주얼의 힘이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 이 게임 역시 그 웅장한 비주얼을 유저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 풀 옵션이 아님에도 배경 그래픽이 수려함을 자랑한다
사실 북미 게임들이 추구하고 있는 3D게임 캐릭터들의 생김새(물론 국내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3D게임 캐릭터들도 그리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지만)는 분명 필자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 동양적인 미와 서양인들이 추구하고 있는 미적 관점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게임이 국내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들의 얼굴 생김새를 구현해 냈는지에 대한 확신을 세울 수가 없다. 많은 북미산 온라인 게임들이나 PC게임을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니 만큼 그런 것들이 유저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반면 도저히 정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유저들이 있을 것이다(필자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러므로 캐릭터들이 생긴 취향에 대해서는 리뷰하지 않도록 하겠다(바꿔 말하자면, 지극히 북미 게임에 나올 법한 캐릭터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맡길 법한 면을 배제하고 나면,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그래픽과 특유의 웅장함은 게임 속에서 그대로 살아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배경 그래픽은 물론 캐릭터들의 전체적인 디자인 등 반지의 제왕이라는 타이틀에 적절하게 어울리고 있는 모습이다. 게임 세계를 이루고 있는 전체적인 그림이 상당히 장쾌하고, 드넓은 세계를 표현해 낸 표현력 또한 멋지기 때문에 상당히 만족스럽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카메라 앵글에서 보이는 배경 그래픽들이 상당히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언덕에서 바라보는 바깥 배경의 수려함에 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반지의 제왕은 월드가 상당히 넓은 편이기 때문에 산 속에서 촘촘히 들어서 있는 왕국을 바라보는 듯한 구도가 자주 형성된다. 멀리서 판타지 월드에 펼쳐져 있는 대 도시를 보는 느낌을 물씬 받을 수 있다고나 할까. 저 멀리 표현되어 있는 배경이나 마을 건물들의 훌륭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게임의 만족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전체적인 배경 그래픽은 물론 세세한 그래픽의 효과(광원효과, 물 표현 효과 등), 공격이나 마법 임팩트 처리 등도 다른 여타 온라인 게임들과 비교해 볼 때 톱클래스에 속해있다고 할 정도로 훌륭하다. 전체적인 비주얼은 ‘나무랄 데 없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물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북미 취향의 캐릭터는 도저히 납득 불가라는 유저들이라면 또 다르겠지만).
△ 저 멀리 펼쳐져 있는 판타지 세계는 충분히 반할 만 하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대중성에 대한 문제다.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사양은 엄청나게 높다(당연히 이런 그래픽을 하고 그 드넓은 월드를 갖추고 있는데 사양이 낮으면 사기유닛이다). 최소사양이 펜티엄4 1.8GHz 이상, 1기가 이상의 램, 지포스4 시리즈 이상의 그래픽카드가 있어야 한다. 한편, 권장사양은 펜티엄4 2.8GHz 이상, 1기가 이상의 램, 지포스 FX6800(128M 이상)의 그래픽카드가 있어야 한다. 최소사양이나 기본사양이나 상당히 높은 편. 하지만 유저들을 경악케 하는 것은 따로 있으니, 그것이 바로 설치 용량이다. 클라이언트만 7기가(고사양 전용), 5기가(저사양 전용)가 넘는데, 설치를 하려면 최소사양의 경우 11기가, 권장사양의 경우 15기가가 필요하다. 즉, 고사양 전용으로 권장사양 설치를 하려면 22기가의 하드용량을 소모하는 엄청난 괴물이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최소사양과 권장사양, 그리고 모든 옵션을 최대한으로 해 놓고 게임을 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최소사양과 권장사양 사이의 차이는 ‘눈 뜨고는 못 봐줄’수준이다. 사양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옵션을 내리고 게임을 구동한다면 (당연하게도)앞서 언급했던 훌륭한 그래픽은 구경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대체 이것이 반지의 제왕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상당히 높은 수준의 사양의 벽은 유저들을 반지의 제왕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양의 차이에 따른 게임 환경의 변화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반지의 제왕 온라인은 ‘어둠의 제국 앙그마르’라는 부제를 붙이고 있다. 반지의 제왕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분명히 어둠의 제국 앙그마르라는 곳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 이 부제의 생소함처럼, 반지의 제왕 온라인은 ‘반지의 제왕’이라는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는 있지만 절대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반지 원정대의 여정을 그리고 있지 않다. 말하자면 영화와는 다른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왠지 엘프는 영화배우 ``The Rock``을 닮았다(웬만하면 금발로 하지……)
물론 반지의 제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세계관이 게임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게임에 나온다든가, 혹은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반지 원정대의 활약상을 그린 온라인 게임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 유저가 있다면 충분히 실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은 스토리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플레이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이 게임이 단순히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에 얽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명성에 편승하여 인기를 얻으려 했던 게임이라면 굳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광렙하여 절대반지고 뭐고 사우론 녀석을 처단할것이야!’라고 의지를 활활 불태웠던 유저들에게는 왠지 미안할 법한 시추에이션이지만.
전체적인 게임의 시나리오는 ‘어둠의 제국 앙그마르의 야욕을 부수는 영웅의 여행’을 그리고 있다.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게임 오리지널 시나리오 역시 원작 소설과 영화 못지않게 상당히 방대하고 장쾌하기 때문에 퀘스트형 MMORPG로써의 재미를 십분 느낄 수 있다. 또, 원작 반지의 제왕의 세계관과 등장인물들의 언급도 나오기 때문에 원작과 게임의 스토리가 어떻게 얽혀있는가를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캐릭터를 작성한 뒤 튜토리얼을 시작할 수 있다. 인스턴스 던전 형식으로 진행되는, 작은 시나리오가 있는 튜토리얼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것이 게임의 실질적인 시작인지, 아니면 단순히 튜토리얼인지 헷갈릴 정도로 처음부터 유저에게 긴박감과 이벤트 컷으로 흥미를 선사해 주고 있다.
△ 튜토리얼부터 왠지 다른 느낌을 주는 반지의 제왕
게임의 이런 흐름은 본 플레이에 들어가서도 계속된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만듦과 동시에 자신이 처음 시작할 수 있는 마을을 선택할 수 있는데, 튜토리얼이 끝나면 자신이 처음 시작하는 마을이 튜토리얼의 이벤트로 인해 변화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RPG의 이벤트로 인해 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이 계속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일련의 행동과 그에 휘말린 사건 때문에 게임의 환경이 바뀐다는 느낌을 유저들에게 선사하게 된다. 마치 패키지 게임의 싱글플레이 RPG를 하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시작된 플레이어의 여행과 게임은 MMORPG들의 성향과도 같은 무한반복 사냥을 지향하고 있지는 않다. 게임의 세계관과 월드를 대변하는 듯한 상당히 넓고 다양한 종류의 퀘스트들이 플레이어의 플레이를 인도하게 된다. 전반적인 게임의 스토리를 플레이어에게 알기 쉽게 전달해 주고 있는 게임의 퀘스트들은 만족스럽게 유저들이 스토리를 즐기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 상당히 스토리와의 연관을 훌륭히 잘 지어 놨기 때문에 굳이 NPC들을 찾아다니면서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유저들은 스토리를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글화. 에버퀘스트 시리즈나 D&D시리즈 등 방대한 세계관과 재미있는 퀘스트 등 WOW나 반지의 제왕 못지않은 훌륭한 퀘스트를 지닌 게임들이 국내에서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엉성한 한글화로 퀘스트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는 점과 어설픈 운영의 탓이었다. 특히 한글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경우 퀘스트 중심의 게임들은 반드시 현지에서 실패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반지의 제왕의 경우 그 많은 텍스트 양을 확실히 국내 유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훌륭하게 한글화를 해 두었기 때문에 국내 유저들이 걱정 없이 게임과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 드넓은 세계를 여행하는 재미는 상당하다!
한 가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콘텐츠가 시기적절하게 유저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다. 국내에 진출했던 해외 게임들의 경우 현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실패한 경우도 많지만, 국내 온라인 게임 유저들의 엄청난 콘텐츠 소화량을 따라가지 못해서 유저들의 이탈을 막지 못한 경우도 많다. 북미에서 개발된 온라인 게임들의 대부분이 이런 현상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서 유저들의 답답함을 불러일으키는 일들이 상당히 많다.
물론 반지의 제왕의 경우 콘텐츠의 양이 장난이 아니다. 월드도 상당히 넓고 즐길 거리도 많다. 하지만 ‘절대 이 기간에 유저들이 콘텐츠를 소화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국내 유저들은 뚝딱 소화를 시켜 버렸다. 최근 몬스터 플레이 레벨제한을 없애는 ‘북14: 에레기온의 반지 대장간’을 오는 30일 업데이트한다는 공지를 발표했지만 유저들의 왕성한 콘텐츠 식욕은 이 콘텐츠를 모두 소화하고 또 다른 것을 찾을지 모르는 일이다.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유저들의 불만을 잠재워 주기를 기대해 본다.
외산 블록버스터 MMORPG들이 국내에서 연이은 패배를 하는 이유는 상당히 많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어설픈 현지화에 국내 유저들이 등을 돌린 경우도 있고, 게임 자체가 재미가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이유가 어찌 되었든, 외산 블록버스터 MMORPG중 성공한 것은 WOW하나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WOW는 초보자들도 하기 쉽게, 그리고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블리자드사의 인기 게임 브랜드인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에 유저들의 접근성이 높았다. 그러나 다른 게임들은 그렇지 못했다. 상당히 높은 사양은 차처한다손 치더라도, 일단 너무 어려운 점이 많았다. 코어유저들 뿐만 아니라 라이트 유저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가 못 되었던 것이다.
반지의 제왕 역시 초보자들이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의 게임은 아니다. 게임 구조 자체가 어느 정도는 복잡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들도 많다. 퀘스트 자체가 어려워서 공략을 참조하지 않으면 퀘스트르 완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 라이트 유저들이 이 게임에 거부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유저들 사이에서 이 게임이 WOW를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또 그것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세계 MMORPG의 추세가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흐름이 비슷할 뿐, 반지의 제왕과 WOW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표절시비로 몰고 가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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