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빅3의 몰락은 2006년이 반 이상을 넘긴 가운데 많은 게이머들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지겹도록 회자되고 있다. 물론 현재도 3개의 게임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 만한 게임들에 많은 사람들이 여지없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빅3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져갈 즈음, 블록버스터 MMORPG를 기다리고 있는 유저들은 한 게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릴 온라인을 만들었던 레인보우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NHN이 퍼블리싱을 하기로 결정한 R2(Reign of Revolution)가 바로 그것이다.
NHN이 ‘아크로드 이후 차기 대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그렇게 공개하기를 꺼려했던 R2는 올해 초 빅3의 기대감이 서서히 줄어들 즈음 언론이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엄청난 금액이 들어간 블록버스터 MMORPG라는 것은 물론 여느 게임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그래픽으로 ‘이젠 희망이 없나’라고 이야기되던 MMORPG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R2는 그 날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006년 8월. 2번의 클로즈베타와 1번의 프리오픈 베타를 실시한 R2가 드디어 오픈베타로 유저들에게 베일에 가려진 그 모습을 공개했다. 넘쳐나는 캐주얼 게임의 홍수 속에서 많은 유저들의 지지를 받고 등장한 R2. 빅3의 유지를 이어 받을 수 있을까?
2006년,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R2에 대해 알아보자.
- 그래픽 퀄리티와 사운드는 기대 이상 NHN이 처음 만들어 낸 아크로드 역시 100억 이상이 들어간 대작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물론 그 이후는 운영 미숙 등으로 처음으로 보드게임이 아닌 대작 MMORPG를 운영하는 회사로써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아쉬운 부분을 다수 남겨 놓은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분명 그래픽과 영상 스케일 등은 유저들을 압도한 기억 역시 남아 있다.
R2역시(제작사는 다르지만) NHN에서 나온 게임답게, 그리고 상당한 자금력이 들어간 게임답게 상당한 그래픽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다. R2는 배경과 함께 캐릭터 그래픽, 그리고 게임 배경 등 비주얼적인 면에 있어서 많은 부분이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저 발광 효과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게임의 첫 번째 이미지는 그래픽과 영상 등 비주얼적인 면이 다수 좌우하기 마련이다. R2역시 그런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본인이 NHN의 R2발표 기자회견장에서 R2의 게임 화면을 맨 처음 봤을 때 첫 번째 생각했던 것은 ‘그래픽이 상당히 맑고 깔끔하다’라는 것이었다.
물론 최근의 빅3를 비롯해 수많은 게임들이 등장하는 국내에서 이미 그래픽을 가지고 게임을 평가한다는 것은 조금 억지스러운 일이 되 버렸다. 3D MMORPG들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워낙 훌륭한 그래픽을 지닌 게임들이 다수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래픽에 이끌러 게임을 시작했지만 막상 게임성 자체에 많은 실망을 한 사례도 많았기 때문에 그래픽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것은 이제 무리가 있다.
그러나 R2의 그래픽은 다시 한 번 볼 필요가 있다. 8등신 캐릭터로써의 매력과 부드럽게 움직이는 캐릭터, 그리고 국내 MMORPG에서 보기 드문 점프 동작은 유저들의 눈을 이끌기에 충분하며, 특히 햇빛을 통한 발광 효과는 상당히 훌륭한 편이다. 개울가에 반사되는 빛과 갑옷에 비쳐 번쩍거리는 햇빛, 그리고 던전 내에서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횃불은 3D애니메이션으로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수준이다. 주변 배경과 함께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그래픽은 오랜만에 그래픽을 보고 게임에 호감을 느낄 정도의 감흥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성을 배경으로 멋진 갑옷을 입은(R2의 캐릭터와 장비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의 디자인을 자랑하고 있다) 8등신 캐릭터가 서 있는 모습은 압권.
△ 캐릭터 디자인도, 갑옷 디자인도 꽤나 멋지다
또한 코에이의 유명한 온라인 게임인 ‘노부나가의 야망’에서 BGM을 담당했던 야마시타 코우스에키와 ‘카나카와 필하모니 관현악단’이 만들어 낸 장쾌한 오케스트라 BGM은 상당히 만즉스러운 수준. 공성 때 나오는 BGM은 스케일이 큰 공성전에 어울릴 만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자랑하여 유저들의 게임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으며, 평소의 배경음악 역시 상당히 다양한 종류를 자랑하고 있어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이렇게 훌륭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R2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바로 사양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물론 권장사양은 펜티엄4 2.6 Ghz, 램 512MB, 3D카드로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권장사양으로 게임을 돌리면 R2의 비주얼을 충분히 느낄 수 없다. R2는 이런 편차가 상당히 심한 편이기 때문에 사양을 최대한 높은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주목해 볼 만한 엔진! R2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게임을 구동시키는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그래픽과 멋진 오케스트라 하모니, 디테일한 캐릭터와 디자인 등 많은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엔진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자동차에 엔진과 인간의 심장이 게임 엔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때문에 엔진을 얼마나 훌륭히 만들었느냐에 따라 그 게임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게임 변혁의 역사는 엔진 개발에 따라 달라져 왔으며 훌륭한 엔진으로 인해 게임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 임팩트 순간의 느낌은 상당하다!
그런 의미에서 R2의 엔진은 상당히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최근 MMORPG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모션인 점프가 있다는 것이 그 첫 번째라고 할 수 있다. 3D그래픽이라고는 하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점프를 구현해 내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 R2는 상당히 매끄러운 정도로 점프 모션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타격감이다. 애초부터 R2가 게임을 공개하면서 게임의 강점을 타격감과 공성전 등으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당초 기대보다 상당히 훌륭한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필드에서 사냥을 시작해 보면, 캐릭터가 몬스터를 공격할 때 임팩트 순간의 느낌이 상당히 좋은 편이며, 캐릭터의 스윙 궤적도 이런 좋은 타격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임팩트 순간에 잠시 멈칫하는 그 정도가 보통일 때와 미스가 났을 때, 그리고 크리티컬이 들어갔을 때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상당히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 ‘이것이 R2의 게임성이다!’는 없다 R2가 언론에 처음 공개되었을 때, 많은 언론에서 ‘R2는 자체제작 게임이 아니라 인기 있었던 게임들의 장점만을 따 온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언론 공개 당시 충분히 그런 모습들을 보였기 때문에 그런 기사들이 나타났었지만, 오픈 이후에도 그런 의심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변모는 하지 않고 있다.
일단 MMORPG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템 시스템은 리니지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 있는 편이다. 게임의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은 공성전과 길드 스킬 트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길드 스팟전 시스템인데, 이는 여타 게임들의 공성전과 길드전과 그렇게 많은 차이를 두고 있지는 않다.
굉장히 실망스러운 점은 R2가 공성전과 스팟전을 빼 놓고는 딱히 특징적인 게임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스팟을 차지하면 길드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라는 혜택 같은 것들이 있을 뿐, 너무나 평이한 MMORPG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 공성전이 전부라면, 실망이다
게다가 최근 경제 시스템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저의 콘텐츠 소화력을 생각하지 않은 레벨 밸런싱으로 어느 정도 레벨이 올라갈 때 까지는 저렙 몬스터를 계속해서 사냥해야 하는 고된 일을 유저들이 겪고 있는 것이다. 조합으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등, 모두 다른 게임들에서 겪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공성전과 스팟 시스템을 중점으로 하고 ‘길드를 들지 않으면 스팟을 통한 길드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보다는 유저들에게 족쇄로 다가가고 있다. 길드에 가입하지 않은 유저들의 운신의 폭을 더욱 좁히고 있는 것이다. 공성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에는 사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몬스터가 리젠되는 시간이 매우 길어 공성에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며, 공성을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성이나 스팟 근처에 가면 스파이로 간주되어 해당 지역을 지키고 있는 다른 캐릭터에게 무차별로 PK당하게 되니 이래저래 불친절한 공성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R2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은 ‘이 게임을 해야 하는 이유’로써 작용하고 있지 않다. 퀘스트 역시 그렇게 성실하게 짜여 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 ‘다른 게임들의 짜깁기’라는 오명을 벗을까?
물론 화려한 비주얼과 멋진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R2는 보기 드물게 만들어 진 MMORPG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게임성 자체로는 상당히 아쉽다. 특히 스팟 공성전과 경제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부유한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의 선을 분명하게 긋고 있어서 현금 거래를 조장하고 있다는 눈총까지 받고 있다.
게임은 게임성 자체로 승부룰 봐야 한다. 아무리 화려한 비주얼과 멋진 그래픽으로 어필을 해도 막상 게임 자체가 재미가 없다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NHN은 그 교훈을 아크로드에서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게임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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