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는 많은 게임들이 등장했고, 많은 장르의 게임들이 새로운 영역의 시도를 향해 유저들의 심판을 기다렸다. 그 중 ‘온라인 게임으로 레이싱 게임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라는 속설을 깨기 위해 많은 레이싱 게임들이 등장했고, 그리고 세간의 속설을 올해도 깨지 못하고 실패했다. 특히 리니지의 아버지인 송재경씨가 복귀하여 만든 첫 번째 게임이자 야심차게 만든 게임인 XL1은 베타테스트 이후 몇 번 언급되지도 못한 채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갈 만큼 참혹했다.
레이싱 게임은 상당히 다이나믹하고 재미있는 요소를 듬뿍 담고 있는 장르이다. 특유의 스피드감과 카트를 튜닝하는 재미, 어려운 난코스를 특유의 조작감으로 넘나드는 그 재미란 유저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재미들 때문에 릿지레이서, 그란투리스모 등 명작 레이싱 게임들이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 이 멋진 이미지, ‘삘’이 온다!!
사실 이런 재미 때문에 킬링타임용으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특화되고 캐주얼성이 빛나는 카트라이더가 국민게임으로 급부상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레이싱 게임의 매력을 사람들은 카트라이더를 통해 십분 느끼고, 대중화 되었다.
하지만 이후 리얼리티 레이싱 게임은 물론 캐주얼 레이싱 게임까지 카트라이더의 위상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킬링타임용으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재미는 이미 카트라이더에서 모두 느꼈기 때문에 다른 게임들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온라인 레이싱 게임들이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 갔다.
그리하여 개발자들이 고안을 한 것이 바로 RPG와 레이싱 게임의 접목이다. 스토리의 흐름과 개연성, 그리고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한층 끌어당겨 레이싱 게임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 진 게임이 바로 한게임의 스키드러쉬이다. 클로즈베타 때부터 공개된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했던 레이싱 게임이기도 하다. 얼마 전부터 프리오픈베타를 시작한 스키드러쉬. 어떤 재미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스키드러쉬의 중심은 차를 가지고 스토리를 따라 퀘스트를 하고, 그 과정에서 얻는 보상 등으로 캐릭터, 즉 차를 육성시키고 아이템을 얻어 튜닝하는 재미를 즐기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RPG요소와 조작을 통해 레이싱의 재미를 느끼게 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스키드러쉬이다.
게임은 캐릭터 생성과 함께 시작되는데, 스키드러쉬에서 육성해야 할 캐릭터는 바로 플레이어가 가지게 되는 차이다(진짜 캐릭터인 드라이버는 가상으로 존재한다고나 할까). 그렇게 게임을 시작하면 차를 가지고 시내 도로를 질주하면서 퀘스트를 하게 되고, 다른 캐릭터들과의 경주를 하기도 한다. 기본적인 틀은 레이싱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 기본은 레이싱이다. 드래프트 작렬!
그런데 스키드러쉬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게임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콘솔 게임으로 등장하여 그 특유의 익살스러운 분위기와 별난 느낌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게임 시리즈인 크레이지 택시이다. 국내에도 정식 발매가 되기도 했으며, 게임 명가 세가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이다.
크레이지 택시는 플레이어가 택시로 손님을 태우고 여러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의 게임이다. 여기서 붙은 ‘크레이지’는 시간제한 등의 미션수행 조건을 이겨내기 위해 무슨 짓을 불사하더라도 손님을 목적지까지 운송하기 위한 주법이 그야말로 미친 듯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임에서나 있을법한 크레이지 택시의 모습은 유저들에게 재미를 주기 충분했다.
스키드러쉬는 크레이지 택시의 이런 분위기와 상당히 많이 닮아있다 할 수 있다. 스키드러쉬 역시 크레이지 택시처럼 NPC에게 퀘스트를 받고, 그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도심가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는 목적지까지 플레이어는 허락되는 모든 주법을 사용하여 퀘스트를 달성하게 된다. 물론 목적지까지 빨리 가기 위해서는 콤보를 성공시켜서 부스터 게이지를 모아야 한다. 스키드러쉬에서 콤보를 쌓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아슬아슬하게 달려오는 차들을 비켜서 곡예주행을 하는 방법이나, 역주행으로 콤보를 쌓아서 부스터 게이지를 채울 수 있으며 주행 도중의 점프대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물론, 이렇게 쌓인 부스터 게이지는 빠른 이동을 위해 사용되며 접촉사고를 일으키면 당연히 게이지가 감소되는 효과를 맞이(?)할 수 있다.
△ 미션들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기본 틀이다
전체적인 게임 분위기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크레이지 택시를 모티브로 했다고 볼 수 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똑같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스키드러쉬의 재미는 이런 모티브와 함께 스키드러쉬의 특성이 버무려졌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일단 스키드러쉬가 취하고 있는 RPG + 레이싱게임의 조합에서 RPG요소의 재미를 이 게임이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RPG라는 것이 어디 그렇게 간단한 것이던가. 그렇지만 RPG의 요소 중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의 육성, 즉 카트의 튜닝 등은 상당히 멋지게 표현되어 있다. 스토리와 그 흐름에 대한 부드러움은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할 수 있지만, 자유도가 높은 온라인 게임의 특성을 따져본다면 스토리의 완성도는 너무 면밀히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큰 비중을 두기는 힘들다.
레이싱 게임으로써의 느낌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조작감이 리얼리티 레이싱 게임처럼 상당히 묵중한 느낌을 주고 있지도 않고, 캐주얼 게임처럼 조작의 느낌이 그리 쉽지만도 않다. 또한 스피디한 느낌과 충돌에 따른 액션 등도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레이싱 게임 중 일본 겐키사의 수도고배틀 시리즈와 카이도배틀 시리즈가 있다. 이 게임들은 게임 자체의 시스템과 길거리 레이싱 배틀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앞세워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그보다 게임 특유의 색체와 분위기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어두운 도시의 색과 그 어둠을 뚫고 헤드라이트를 밝히며 도심가의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 특유의 분위기를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레이싱 게임을 고안하기에 가장 쉬운 것은 F1등 레이싱 대회를 주 소재로 하여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게임들은 이미 많은 선점작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후 후발주자들은 서킷을 달리는 레이싱 카들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만화인 이니셜D처럼 도심가의 도로를 달리는 레이싱을 소재로 하여 게임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레이싱 게임들은 그야말로 한껏 ‘분위기’를 살려야 많은 유저들의 눈길을 받을 수 있었다.
△ 마치, 이 게임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스키드러쉬 역시 도심가를 달리는 레이싱 게임으로써 그 분위기는 달라야 할 것이다. 단순히 다른 게임들이 냈던 분위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스키드러쉬만의 분위기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 게임을 맨 처음 접했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바로 이 특유의 분위기에 반할만 하다는 점이었다. 다른 게임들에 비해 섬세한 카툰랜더링으로 그려진 게임 그래픽과 현실에 준하는 차량 디자인은 생소하면서도 신선한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지금 우리들의 주위에 있는 차량들은 한층 더 친숙하게, 그리고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캐릭터 디자인 또한 상당히 마음에 든다. 플레이어를 반갑게 맞이하는 여성 오퍼레이터 에리나 뿐만 아니라 남성 캐릭터들 역시 게임의 분위기와 함께 잘 어울리고 있다. 단순히 캐릭터가 좋은 것이 아니라 게임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그 훌륭함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게임의 분위기를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은 바로 로딩화면이라든가, 게임 배경에서 오는 레이싱 게임 특유의 게임 디자인이 있기 때문에 이 게임이 더욱 돋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한 컷, 그리고 한 장면에 지나지 않을 수 있으나, 스키드러쉬라는 게임을 그야말로 한 마디로 대변하는 듯한 느낌을 한 순간에 준다는 것은 그 만큼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으며, 유저들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스키드러쉬 특유의 분위기와 독특한 RPG 레이싱 게임의 재미를 발산하고 있기는 하나, 아쉬움이 있기는 어쩔 수 없다.
먼저 일전 스키드러쉬와 비슷한 형태의 게임인 레이시티에서도 언급했던 문제지만, 바로 콘텐츠의 다양성에 대한 부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튜닝과 채널전이라고 하는 타 유저들과의 레이싱 대전, 그리고 넓은 맵을 다니면서 하는 다양한 퀘스트들을 스토리의 흐름과 함께 즐기는 재미가 있기는 하나, 이것이 계속해서 게임의 재미를 담보하여 주지는 않는다.
스키드러쉬의 게임 콘텐츠의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는 퀘스트의 종류와 게임 모드는 순찰, 수송, 미행, 잠복 등의 임무를 받는 일반 퀘스트와 정해진 코스에 따라 지정된 시간 안에 물건을 배달하는 퀵서비스, 그리고 도시를 어지럽히는 괴차량 HUV를 제압하는 모드인 체이싱과 마지막으로 정해진 코스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배틀 존 모드가 있다.
△ 계속된 반복, 레이싱으로도 떨치기 어려운 지루함이랄까
하지만 이것이 계속된 재미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 게임의 딜레마다. 퀘스트와 임무는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다양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는 방법은 MMORPG의 사냥처럼 그 행위의 반복임에 다름이 없다. 경험치와 돈을 쌓아나가면서 차량을 바꿔 나가는 재미 또한 있으나, ‘전직’의 개념처럼 뭔가 새로운 스킬이나 기술이 생기는 것이 아니니, 이 또한 게임을 오래 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온라인 레이싱 게임이라는 것이 그 게임의 특성상 킬링타임용으로의 역할은 그만한 게 없다. 그러나 스키드러쉬가 바라고 있는 것은 바로 다 같이, 그리고 오래도록, 꾸준히 할 수 있는 게임 집중력과 몰입도를 유저들이 가지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반복됨에 지루함은 이미 여러 온라인 게임에서 느꼈던 것을.
스키드러쉬는 분명히 ‘끌리는’게임임에 틀림이 없다.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레이싱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충분히 내고 있고, 그에 준하는 재미 또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역시 그 끌어 모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데리고 갈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처음 받은 사랑을 반이라도 가지고 갈 수 있다면 온라인 게임은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처음 받은 사랑을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보태는 것이 지금 스키드러쉬에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한 재미를 가지고, 충분히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스키드러쉬가 이후의 행보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더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게임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