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게임업계의 태동기에 리니지 이후로 신화를 만들어 냈던 웹젠의 뮤. 이후 게임업계에 3D 붐을 만들며 거대 게임업체로 성장한 웹젠이었지만, 이후 별다른 후속작을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약 3년이 흐른 2006년. 웹젠은 뮤의 ‘동생’이라고 지칭한 썬(SUN, Soul of the Ultimate Nation)의 공개 서비스를 실시하며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웹젠의 차기작 썬. 캐릭터 인상 한번 사납다
사실 웹젠의 선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개발이 알려진 것은 몇 년 정도 지났지만, 구체적인 윤곽은 작년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훨씬 이전부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웹젠은 쉽사리 썬을 공개하지 않았고, 결국 2006년에 와서야 ``2006 MMORPG 빅3‘로 분류되며 넥슨의 제라, 김학규 사단의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함께 올 한해를 뒤흔들 최고의 게임이 될 것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06년 초에 시작하기로 했던 오픈베타가 취소되고 프리오픈 베타로 둔갑했으며 5월 2일 시작하기로 했던 오픈베타는 5월 말로 밀려 유저들의 반감을 샀다. 썬이 많은 유저들의 주목을 받다 보니 더욱 많은 잡음이 나온 것도 있겠지만, 실제로 처음부터 매끄럽지 못한 일들로 인해 유저들에게 좋지 않은 면을 보여 준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주목과 함께 많은 말을 나오게 했던 썬이 드디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5월 24일 오픈베타를 시작으로 유저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된 썬. 마지막 2006 MMORPG 빅3인 썬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맵핑으로 대변되는 썬의 그래픽
사실 필자가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제라를 리뷰 하면서,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NHN게임즈의 R2를 보면서 ‘더 이상 그래픽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물론 진화가 계속 되기에 ‘완벽’은 없을 것이다). 그 만큼 최근 발표되는 게임들의 비주얼적인 부분들이 굉장히 발전되었고 지금 현재의 기술력으로 봤을 때는 최고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 그래픽 표현 기술은 상당하다
하지만 어찌 리뷰어가 디지털 영상물인 3D게임을 리뷰하면서 그래픽을 평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썬의 그래픽은 3D그래픽에서 적은 수의 폴리곤으로 디테일한 맵핑을 할 수 있는 기법이다. 이렇게 주로 사용된 그래픽 기법은 노멀 맵핑, 혹은 범프 맵핑(Bump Mapping)이라고 하는데, 썬은 이로 인해 색채와 명암과 질감을 효과적으로 구사하여 배경을 만들어 냈다.
물론 이런 그래픽 시스템은 캐릭터 표현에도 상당한 효과를 만들어 내지만, 효과적인 맵핑에도 상당히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썬의 배경 맵핑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가? 그것은 게임 시스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후 시스템 란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썬은 맵이 상당히 중요한 게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배경 그래픽과 맵에 대한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이런 배경 그래픽과 함께 캐릭터의 힘줄과 주름, 모발 등을 상당히 세세하게 표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상당히 높은 사양의 그래픽 카드가 셋팅된 PC로 게임을 구동시켜 보면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확실히 이런 수준의 그래픽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픽에 대한 언급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북미의 한 개발자는 썬을 보고 향후 64비트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같은 영화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을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 하워드 쇼의 음향, 썬의 사운드
△ 썬에는 하워드 쇼의 선율이 살아있다
썬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업체 관계자들은 사운드에 주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출중한 그래픽에 눈길을 보냈지만, 어떻게 보면 웹젠이 만들어 낸 차기작이라는 것 때문에 그래픽은 ‘당연히 좋은’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유는 완성형 3D그래픽으로 MMORPG를 만든 것은 뮤가 최초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 썬의 사운드에 사람들이 주목을 했을까? 그 이유는 블록버스터 MMORPG인 썬의 OST를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 작곡가인 하워드 쇼가 맡았기 때문이었다. 하워드 쇼는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양들의 침묵 등 총 25개 이상의 할리우드 영화음악을 제작했으며 아카데미상을 3회나 수상한 거장이다.
최근 게임은 BGM에 대한 관념이 예전보다 더 높아진 느낌이다. 예전 쓰였던 흡사한 분위기의 음악들은 피하는 반면,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오리지널 사운드를 제공하는 것으로 말이다. 확실한 것은 자체적으로 만든 BGM들은 게임을 맨 처음부터 기획하고 설계했던 사람들이 그 게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그 게임에 잘 어울리는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한 점에서 썬의 사운드는 대단히 훌륭하다. 게다가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훌륭한 사운드를 만들어 냈던 거장 하워드 쇼의 음색은 썬의 웅장한 분위기를 대변해 준다. 단순히 거장의 사운드가 대단하다는 것 보다는 영상과 사운드의 기묘한 조화로 인해 상당히 멋진 하모니를 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 디아블로를 기억하는가
PC게임이 대한민국과 용산을 주름잡던 시절, 디아블로라는 게임을 기억하는가? 스타크래프트가 국내에 소개되기 훨씬 전부터 블리자드가 만들었던 이 게임은 1과 2모두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삼국지와 함께 가장 유명한 해외 PC게임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 그 예전 우리를 열광시켰던 디아블로2
그런 디아블로의 게임 방식을 모태로 만들어 진 온라인 게임이 바로 썬 온라인이다. 필드 없는 MMORPG라고 할 수 있는데(디아블로2가 주로 베틀넷에서 이루어 졌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것도 거의 온라인 게임이었지만), 썬은 디아블로처럼 자신이 베틀존 NPC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베틀존으로 입장을 하거나, 혹은 자신이 베틀존을 만들어서 게임을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베틀존 시스템은 단점과 장점이 공유하고 있는데(사실 디아블로2도 완벽한 게임은 아니었다) 일단 짧은 플레이 스타일을 원하는 유저들에게는 상당히 안성맞춤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당히 빠른 사냥이 가능하고, 기본적으로 솔로잉 플레이를 지향하고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파티 플레이를 위해 허비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즉 버프 캐릭터의 강요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또한 베틀존 시스템 자체의 난이도나 보너스 타임 등을 자신이 직접 설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 베틀존 시스템의 단점과 장점이 너무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일단 온라인 게임으로써의 커뮤니티를 즐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이란 많은 사람들이 넷상에서 만나서 협력해 나가며 즐기는 게임이다. 하지만 각 베틀존에서 전투만 몰두하다 보니 오픈필드와 커뮤니티, 그리고 협동성이 중심이 되는 커뮤니티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현재까지 업데이트 된 베틀존의 크기가 유저들의 생각만큼 그리 크지 않다. 때문에 대규모 필드전 등이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는데, 공성전과 길드전에 기대를 해 봐야겠지만 드넓은 필드에서 많은 유저들이 한꺼번에 전투를 하는 규모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개인적으로 뮤처럼 공성전이 엄청나게 늦게 패치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전체적으로 시스템상에는 그리 큰 문제가 보이지는 않지만, 베틀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맵에 대한 다양성과 그 크기가 아직까지는 부족해 보인다.
- 2%아쉬운, 패치를 기대한다 썬의 조작방법은 굉장히 간단하다. 탭키와 마우스, 그리고 물약을 사용하는 숫자 버튼만 계속해서 사용하는 조작 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그래픽 기술과 캐릭터의 타격 표현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기 때문에 초반에는 게임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나중에는 간단한 조작이 도리어 지루함으로 다가오게 된다.
썬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러나 캐릭터의 종류와 좁은 필드, 전투의 간단성 등에서 뮤의 색이 아직 너무 많이 나고 있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게임을 바로 할 수 있고 보너스 경험치와 아이템 등 다양한 옵션의 베틀존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아블로의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 이후 패치가 썬을 더욱 빛내주길……
하지만 아직은 유저들의 깊은 몰입도를 끌어들일 수 있는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너무나 평이하고 게임에 빠져들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임이 빨리 시작되고 언제든지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블록버스터 MMORPG를 한다는 것 보다는 캐주얼 게임을 하는 느낌이랄까. 베틀존 시스템의 단점이 썬의 단점이고, 베틀존 시스템의 장점이 썬의 장점이라는 느낌 또한 이 게임의 깊이를 도려 내는 부분이다.
앞으로 패치를 두고 봐야겠고, 또한 공성전과 길드전 등을 기다려 봐야겠지만 썬 온라인만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뮤 이후로 오랜 기간 공들여 만든 웹젠의 차기작인 썬. 과연 웹젠의 새로운 ‘태양’이 될 수 있을까. 이후의 패치에 주목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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