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기술위원회83(TC83)에 ‘e스포츠 표준화 제안서’를 제출했다. TC83 소속 35개국이 투표를 거쳐 ISO에서 제안서를 채택했고 제안서에 내용을 덧붙여 최종 표준안을 작성하는 실무그룹 WG12(Working Group12)가 만들어졌다. WG12는 중구이 의장을 맡았다.
2024년 1월 중국은 ISO TC83에 ‘e스포츠 표준화 제안서’를 제출했다. 5월 6일에는 TC83 소속 35개국 투표를 통해 ISO가 제안서를 채택했고 표준안 작성 실무그룹 WG12가 설립돼 중국이 의장을 맡게 됐다. 표준안 작성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국가기술표준원(KATS)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대응협의체를 만들었다. 그런데 지난 4월 KATS에 스스로를 추천해 국내 전문가로 등록한 A씨가 중국 e스포츠 기업 한국 지사장으로 밝혀졌다. 관련 내용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유정 이원(더불어민주당) 발표를 통해 드러났다.
문체부 종합감사에서 강유정 의원은 “표준화가 중요한 이유는 경기 룰, e스포츠 대회 운영, 경기장 설계, 선수 관리 등 모든 사항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월드컵(EWC) 같은 국제 대회에서도 표준안을 따르므로, 중국 기준이 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ISO는 여러 나라에 있는 표준 제정 단체로 구성된 표준화 기구다. 국제적인 표준을 만들고 보급한다. 강제력은 없으나 국제적인 영향력이 작지 않아 ISO에서 발의된 표준 권고는 대부분 제도화된다. TC83은 스포츠·e스포츠 관련 용어·치수·허용 오차·기능·운영·유지보수·교육·성능 및 안전 요구사항 표준화와 관련 점검 표준화를 담당하고 있다.
TC83 참여 국가는 35개국이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e스포츠 표준화 제안서’를 제출했을 때 우리나라도 대응할 수 있었다. 실제로 2021년 4월에도 중국은 e스포츠 표준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두 번째 시도인 올해 5월에는 성공하고 말았다.
강유정 의원실에 따르면 문체부는 6월까지 중국발 e스포츠 국제 표준화 시도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 용역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KATS에서는 “문체부와 논의해 연구 용역을 진행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밝혔으나 문체부에서는 예산을 거론하면서 연구 용역을 어려워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에서 관련 내용을 지적하자 문체부 유인촌 장관은 “(중국이 ISO에 제출한 e스포츠 표준화 제안서 통과 내용을) 모른다”라며 “지적을 정말 잘 해 주셨고 이 부분은 확실히 정리해서 보고 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답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는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해왔으나 후발 주자인 중국이 ISO에 ‘e스포츠 표준화 제안서’를 제출하고 최종 표준안까지 작성하게 되면서 ‘종주국’ 자리를 내 줄 상황에 처했다”라며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ISO 표준안을 제출해야 중국 제안서와 병합 심사라도 받을 수 있는 만큼, 서두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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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만평] 앞으로 e스포츠 ‘표준’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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