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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퀘이크
작성자 : 등록일 : 2014-03-31 오후 1:52:07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래픽? 연출력? 스토리? 상품성? 모델?

물론 지금에 와서는 ‘게임에서는 ○○○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개념은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초창기, 즉 ‘블록버스터 MMORPG의 시대’에는 ‘게임에 있어서 그래픽은 절대로 좋아야 한다’라는 개념이 국내 게임 시장을 관통했던 시대가 있었으니까.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엄청난 그래픽으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게임들만 인기를 얻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이제는 ‘그 어떤 것도 빼놓을 수 없는’시대가 되었다. 혹은, 내실을 다진 게임이 더 게임으로써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 될 수 있다고나 할까.

외형이 화려한 게임들이 절대 진리라는 ‘어린 생각’이 지나고 내실이 있는 게임이 정말로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는 것, 즉 게임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대중의 시각이 어느 정도 올라 와 성숙한 시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보다 더 앞선, 유수의 역사를 자랑하는 해외 선전 게임 시장에서는 이런 과정은 없었을까. 물론 당연히 있었다(우리의 ‘과정’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바로 게임은 기술력이 가장 중요하며 스토리와 연출 등 감성적인 터치는 사실상 필요 없다는 주장에 대한 대립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런 주장을 했던 이는 둠 시리즈를 비롯해 세계적인 FPS게임들을 만들어 낸 세계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프로그래머인 존 카맥(John D. Carmack)이었고, 그에 반대하는 이는 ID소프트웨어웨어의 공동 창업자이자 ‘두 명의 천재 존’중 한 명인 존 로메로(John Romero)였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현재의 FPS게임 역사를 만들어 낸 역작들이자 명작들이었다. 현재의 ‘게임 기술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게임엔진의 근간을 만들어 낸 역사적인 탄생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직은 ‘젊은 장르’에 속하는 FPS의 명작 반열에 오른 게임 중 하나인 ID소프트웨어웨어의 전설, 퀘이크(Quake, 1996)는 그런 대립 중 탄생한 게임이었다.




ID소프트웨어는 94년 10월에 둠의 두 번째 에피소드까지의 발매 작업을 모두 마친 뒤 둠 제네레이션이 열광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둠은 지금으로썬 상상할 수 없는. 대단한 컴퓨터 게임 역사에 업적을 남겼다.

둠은 시리얼 케이블이나 모뎀을 이용한 4인 제한 네트워크 서바이벌 대전을 벌이는 데스 매치를 가능하게 만들어서 훗날의 네트워크 온라인 플레이의 초석을 다졌으며, 세계 게임계의 흐름을 2D에서 3D로 바꾸게 한 결정적인 가교 역할을 했다.

또한 둠은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 역사상 대단한 업적을 남겼는데, 둠은 사상 최초로 대부분의 게임 소스를 Watcom C++로 코딩했다. 기존의 게임들은 어샘블러 중심으로 프로그램의 구조가 어려웠기 때문에 이식이 상당히 까다로운 단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둠의 이러한 구조는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다.

둠의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존 카맥의 사상(?)이 담겨져 있는 결과물이기도 했는데, 존 카맥은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오픈 소스의 신봉자이다. 때문에 둠의 엔진과 소스 데이터는 따로 구분되어져 있어서 별도의 툴로 소스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추가하는 간단한 작업으로 게임을 마음껏 튜닝할 수 있었다. 이런 존 카맥의 열린 구조는 아마추어 개발자들은 물론 일반 게임 유저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으며, 단순하고 무식한, 매력이 넘치는 스테이지 미션에서부터 상품으로 내놓아도 될 만큼 훌륭한 디자인과 밸런스를 갖추고 있는 스테이지까지 전 세계 유저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둠의 오픈 소스가 히트를 하자 이후 북미 게임에서는 일부러 소스를 수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방식이 북미 게임업계에서 대 유행을 했다.

이 밖에도 둠은 게임으로써 최초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은 게임으로 기억되고 있다. 전례가 없었던 잔인성과 폭력성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던 둠은, 1999년 둠을 광적으로 즐기던 두 명의 고등학생이 미국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 사건으로 미국 전역을 들끓게 만든 게임이기도 했다.

ID소프트웨어 최고의 걸작인 둠을 만들어 낸 1994년은 영광의 한해였다. 세계 게임 시장의 중심에 우뚝 선 ID소프트웨어와 존 카맥과 로메로는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



94년과 95년, 헤레틱과 헥센같은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 낸 ID소프트웨어의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심한다. 95년은 ID소프트웨어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해인지, 아니면 현재에 안주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한 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95년 헥센을 발표하면서 꾸준한 개발력을 보여 줬지만 존 카맥과 로메로는 계속해서 둠의 그늘 아래에 있었고,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외에는 세월이 지난 후에도 계속해서 둠의 폭력성과 잔인함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카맥은 한 인터뷰에서 둠의 폭력성을 묻는 기자에게 “나는 폭력적인 장면이 담긴 게임을 보고 폭력을 휘두르는 불량배가 되기보다는 액션 게임을 제작하는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라는 말로 게임이 그들의 인생과 행동에 전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ID소프트웨어는 말 그대로 전환점에 있었기 때문에 존 로메로와 카맥은 어느 정도 '스탭 업(Step UP)'을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는 게임 분야인 FPS에서 둠과 같이 한 획을 긋는 게임을 만들 계획을 짠다.

카맥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부터, ID소프트웨어라는 이름을 다시 한 번 세계 게임업계의 이름에 올려 둘 게임을 만들자는 대형 프로젝트가 결정되기 전부터 차기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을 해 두었다. 그것은 바로 3D엔진을 이용하여 2D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닌, 3D엔진으로 진짜 3D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단순히 기술의 ‘개념’만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실체를 확실히 게이머가 보고 눈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그래픽 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엔진을 고안해 냈던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이 바로 랜더링에 있어서 어떤 엔진보다 뒤지지 않는다는, 세계 최초의 3D엔진으로 인정받는 퀘이크 엔진이다. 세계 FPS역사에서 언리얼 엔진과 리스텍 엔진과 함께 3대 3D엔진으로 불리는 퀘이크 엔진 역시 존 카맥의 두문불출 이후에 탄생했다.



당시에는 3D카드라는 하드웨어가 없었다. 때문에 카맥이 개발한 이 엔진 덕분에 그래픽 카드를 개발하는 회사들에서는 3D엔진을 무리 없이 돌릴 수 있는 그래픽 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카맥은 3D그래픽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3DFx등의 3D가속기 카드를 보고 엔진을 만들었다. 즉, 그는 엄청난 기술의 진보를 게임업계에 선사한 것이었다.

퀘이크 엔진은 고도로 발전된 랜더링을 게임에 선사했다. 기존의 bsp분할 엔진을 기초로 두었기 때문에 다른 기술들은 그렇다 치고(다른 기술들에 있어서 획기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래픽 랜더링 기술로 볼 때 퀘이크는 가히 혁명적인, 그리고 디테일한 처리 기술을 보여줬다. 때문에 실시간으로 빛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라디오 시티 라이트 맵을 탑재했으며, 컬러 라이트 맵을 사용하여 환경 매핑 등을 훌륭한 배경을 만들어 냈다. 이런 게임 화면들을 유저들의 임의대로 전방위에서 볼 수 있는 3D엔진의 힘은 대단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사용될 엔진을 개발한 ID소프트웨어는 구체적인 게임 제작에 들어갔다. 물론, 총 프로듀서는 존 로메로가 맡았으며, 세부적인 스토리 라인과 게임의 구성 등에 대해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퀘이크 엔진을 본 사람들은 모두 둠을 뛰어넘는 게임을 원하고 있었고, 엔진을 만든 카맥이나 게임을 기획하기 위해 자리를 잡은 로메로 역시 그런 게임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또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염원이 지나쳤을까, 로메로에게서 기획서를 받아 든 카맥은 완강한 부정을 했다. ID소프트웨어를 지탱해 온 두 거목인 존 로메로와 존 카맥의 불협화음을 겪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시 로메로가 구상한 것은 둠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전투 시에는 커다란 해머를 주무기로 사용하고 1 : 1격투액션과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게임이었다. 무기의 다양성 등이 추가되었지만 카맥과 동료들은 찬성하지 않았다. 당시 ID소프트웨어는 둠을 개발할 당시 탐 홀과 카맥의 대립에서 승리한 카맥은 둠을 만들어 냈고, 사람들은 그 결과를 신뢰했기 때문에 카맥을 따르는 개발자들이 다수 있었다. 게다가 대단한 엔진을 만들어 온, ‘뼛속까지 기술자’인 카맥에 많은 사람들이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로메로의 생각은 카맥과 달랐다. 단순히 둠과 같은 게임을 만든다고 해서 한 단계 거듭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FPS의 재미는 지금까지 충분히 재현했으며 헤레틱과 헥센을 선보였지만 둠을 이을 만한 타이틀이 되지는 못했기 때문에 ID소프트웨어는 ‘새로움’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카맥은 기술자였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사랑했고 그 기술이 무조건적으로 게임의 재미를 결정할 수 있다고 믿었다. 때문에 게임 디자인이라는 것을 거의 헌신짝같이 취급하는 대표적인 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로메로가 말하는,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그것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아이디어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는 말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의 기술로 만든 결과물을 가지고 ‘이렇게 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라고 지시받는 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결국 다수의 의견에 밀려 로메로가 추진했던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순수한 FPS로써 게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인더스트리얼 원맨밴드 나인 인치 내일스(Nine Inch Nails)의 참가는 퀘이크1의 화룡점정이었다. 업비트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는 게임에서 특유의 색을 살린 그들의 음악은 게임을 더욱 ‘퀘이크스럽게’만들었다.

결국 퀘이크를 끝으로 로메로는 ID소프트웨어를 떠나 이온스톰이라는 개발사를 차려 독립을 한다. 퀘이크라는 FPS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작을 만들기 위해 존 카맥과 존 로메로라는 파트너는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퀘이크 엔진을 탑재한 퀘이크(Quake)가 95년 등장했을 때 유저들은 또 다시 ID소프트웨어의 발전에 감탄을 했다. 퀘이크는 그래픽의 발전을 ‘당연’하게 이루어 낸 FPS게임이었다. 그래픽의 향상은 부가적인 것일 뿐이었으며, 더 대단한 것들이 숨어 있었다.

그 중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 것은 역시 위, 아래, 옆에서도 카메라 앵글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유저의 의지대로 볼 수 있는 완벽한 3D엔진의 도입은 퀘이크를 최초의 완벽한 3D게임으로 기억하기에 충분했다.

퀘이크의 등장과 흥행은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ID소프트웨어와 존 카맥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로써 ID소프트웨어는 존 카맥의 원톱 체제로 바뀌게 되었으며, FPS의 강자로써 그들은 다시 한 번 굳건히 서게 되었다. 그리고 퀘이크는 본격적인 3D FPS전쟁의 시위를 당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FPS의 역사는 퀘이크의 라이벌의 등장을 기다리게 된다.



한편, 카맥은 퀘이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게임에서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 또한 있으면 좋지만,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이다”라는 말을 하며 게임 디자이너들과 프로듀서들의 반감을 샀다. 존 카맥 자체가 굉장한 기술을 지니고 있는 사람인데다가 자부심에 게임을 만드는 사람의 고집까지 더해져 그러한 발상을 낳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그의 발상과 고집(혹은 아집)은 결국 ‘ID소프트웨어의 발전 없는 모습’을 낳게 만들었고, 현재의 이런 주장은 거의 ‘헛소리’라는 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로메로는 어땠을까. 사실 퀘이크를 개발할 때 천재적인 발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칭송을 들은 로메로는 그러나 많은 여타의 개발진들에게 ‘게으르다’는 평가를 들으며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카맥을 비롯한 다수의 개발진들이 기획에 대한 문의를 하면 A4용지에 대충 끼적거린 기획안을 제출할 뿐이었으니, 그의 말이 신빙성을 얻지 못하고 결국 ID소프트웨어와 결별을 한 원인이 되고 말았다(이렇게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해 댔으니 그럴 수밖에).

그 이후 그는 이온스톰이라는 회사를 차리며 돈을 펑펑 쓰고 자신의 바람과 같이 록스타같은 시간을 보내며 ‘다이카타나’라는 희대의 괴작을 만들어 냈는데, ‘모든 게이머들이 존 로메로의 노예가 될 것이다’라는 광고 문구와는 달리 엄청난 혹평을 받으며 그가 가지고 있던 명성을 한 순간에 깎아내리게 된다.

카맥의 ‘발전되지 않은 ID소프트웨어’나 로메로의 추락은 퀘이크라는 거대한 성공 이후 이어지는 것이었기에, 어쩌면 과거의 명작으로 인해 그 영광에 사로잡히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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