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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아틀러스가 쌓아 올린 금자탑, 메타포: 리판타지오

작성자 :	등록일 : 2024-10-17 오후 11:56:42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는 산하 아틀러스가 개발한 신작 '메타포: 리판타지오'를 10월 11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4,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 윈도우 PC(스팀)이다. 정식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15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메타포: 리판타지오(이하 메타포)'는 아틀러스 산하 스튜디오 제로에서 개발한 완전 신작이다. '페르소나' 시리즈를 주로 개발하는 P-스튜디오 대표였던 히시노 카츠라, 아틀러스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메구로 쇼지, '여신전생 페르소나3'부터 '페르소나' 시리즈 원화가를 담당했던 소에지마 시게노리 등이 참여하며 출시 전부터 아틀러스 팬들에게 주목받던 작품이었다.

게임성을 짧게 요약하자면 '아틀러스의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아틀러스 게임 장점들을 조금씩 가져와 하나로 합친 뒤 '메타포'만의 재미 요소를 더했다. 기본적인 틀은 '여신전생'시리즈를 따라가며, 스토리 진행은 '페르소나' 시리즈에서 차용했다.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 시스템을 일부 차용해 RPG적 면모를 강화했고, 일부 장면에서는 '디지털 데빌 사가 아바탈 튜너'를 떠올리게 하는 연출이 등장하기도 한다.

'메타포'에서, 유저는 왕국의 정당한 후계자이자 현재는 암살당했다고 알려진 왕자를 지지하는 파벌에 속한 요원이 되어 왕자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 하게 된다. 그 와중에 국왕이 암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국왕이 생전 준비했던 '선거 마법'을 이 발동돼 다음 왕을 선발하는 국민 투표가 시작된다. 주인공과 일행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왕위 쟁탈 선거전에 참여하기로 결의한다.

아무래도 사회 비판·풍자 요소를 담은 시점에서 '페르소나' 시리즈와 스토리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페르소나' 시리즈와 비교하면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쥬브나일(청소년) PRG를 표방하는 기존 '페르소나' 시리즈(주로 3편부터 5편까지)는 스토리가 가볍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곤 했는데, '메타포'는 청소년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며 유혈 묘사나 상황 묘사 측면에서 비교적 더 어둡고 음습한 스토리를 풀어놓는다.

스토리 진행은 '페르소나' 시리즈와 유사하게 캘린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정 일자에 핵심 이벤트가 발생하고 그사이에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이벤트를 준비하는 방식이다.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행동이 정해져 있고,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2~3일 간 제대로 행동할 수 없게 되는 점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정을 조율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심볼 인카운터 방식이며, 실시간 액션인 '패스트 전투'와 턴제 전투인 '스쿼드 전투'로 나뉜다. 이 중 패스트 전투는 아틀러스 게임 중 '메타포'를 통해 새로 시도되는 전투 방식이다. '스쿼드 전투'는 전통적인 '진 여신전생' 시리즈 전투와 유사하다.

패스트 전투 중에는 '페르소나' 시리즈와 비슷하게 주인공이 필드 위를 이동하며 무기를 휘두를 수 있다. 이 상태로 적 심볼을 공격하면 해당 심볼에 있는 적에게 피해를 주고 강인도를 깎을 수 있다. 적 심볼의 강인도를 모두 깎으면 적을 기절시킬 수 있으며, 해당 심볼을 계속 패스트 전투 상태로 공격하거나 스쿼드 상태로 돌입할 수 있다. 적을 기절시킨 뒤 스쿼드 전투에 진입하면 적 전체에 큰 피해를 입히고 '기절' 상태 이상이 적용된 상태로 전투를 시작할 수 있다.

모든 적은 주인공과 레벨 차이를 통해 '수준'이 결정된다. 네비게이션 시스템인 요정의 눈을 통해 색상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주인공보다 약한 적은 녹색으로, 대등한 적은 노란색으로, 강한 적은 붉은색으로 표시된다. 녹색 적은 패스트 전투만으로도 제거할 수 있다. 노란색이나 붉은색 적에게 공격을 당하면 적에게 전투 우선권이 있는 상태로 스쿼드 전투가 시작된다. 낮은 난도에서는 버텨볼 만 하지만, 높은 난도였다면 순식간에 파티원들 체력이 절반 이상 사라지거나 아예 파티원 한두 명이 죽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스쿼드 전투는 '여신전생' 시리즈, 특히 '진 여신전생 3'을 통해 정립된 프레스 턴 시스템을 채택했다. 파티원 수에 맞는 프레스 아이콘이 부여되며, 행동 할 때마다 프레스 아이콘 하나를 소비하는 방식이다. 적 약점을 찌르거나 크리티컬이 발동하면 프레스 아이콘이 반만 소비되며, 반대로 공격이 빗나가거나 무효·흡수 당할 경우 두 칸이 한 번에 소비된다.

약점 공략과 치명타를 통해 프레스 턴 소비를 최소화하는 법을 익힐 필요가 있었다. 적 하나당 한 턴에 한 번씩만 추가 턴을 얻을 수 있는 '페르소나' 시리즈와 달리 '여신전생' 시리즈 처럼 같은 적 약점을 여러 번 공략하는 방식으로도 프레스 턴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적 약점을 공략하며 행동 기회를 주지 않고 큰 피해를 누적시켜야 했다.

같은 개념이 적에게도 적용된다. 즉, 적들이 특정 캐릭터 약점만 연속해서 공략하며 아군을 압박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하드 난도에서는 적에게 프레스 턴 아이콘이 하나 더 주어지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극초반에는 퀘스트 진행 때문에 특정 파티원이 치유사 역할을 맡게 되는데, 적이 치유사 적 약점만 3번 연속으로 찔러서 아군 한 명을 죽인 채로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했다.

후열과 전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에서 도입한 시스템으로, 캐릭터를 후열로 이동시킬 경우 기본 공격이나 물리 공격 피해량이 감소하지만 반대로 적에게 받는 피해도 감소하는 시스템이다.

'여신전생'과 '페르소나'는 모두 턴제 전투가 핵심이었던 만큼, 턴제 전투 방식을 싫어하는 유저들로부터 '전투가 지루하다'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메타포'는 패스트 전투와 스쿼드 전투 비율을 절묘하게 조절해 패스트 전투의 액션성과 스쿼드 전투의 전략성을 모두 적절한 비율로 즐길 수 있게 했다.

전투 재미와 별개로 전투 난도는 높은 편이다. 특히 하드 난도에서는 실수 한 번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때가 적지 않고, 겨우겨우 이기더라도 너무 많은 HP와 MP를 소모해 전투 지속력이 급감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틀러스 게임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전투 진행 상황을 초기화하고 1턴 시작 단계로 되돌리는 기능이 제공되며, 이때 적에게서 알아낸 약점 정보 등은 유지되기 때문에 일부러 다양한 공격을 해 적 약점을 알아내고 전투를 되돌리는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주인공과 동료들은 특수한 능력인 '아키타이프'를 사용해 전투에 나선다. 게임 내에서는 자기 자신을 전설적인 영웅 같은 형식으로 변신시키는 신비한 힘이라고 설명한다. 독일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이 주장한 '원형(Archetype)'에서 따온 개념으로, 심리학에서는 어떠한 개념에 대한 패턴화된 이미지나 상을 뜻한다. '페르소나' 시리즈에서 융 심리학과 관련된 소재를 적극적으로 써먹었던 아틀러스인 만큼 아틀러스 팬들이라면 익숙할 만한 개념이다.

캐릭터 자신이 다른 존재로 변신해 싸운다는 설정은 '디지털 데빌 사가 아바탈 튜너'를 연상시키는 부분이지만, 변신하는 형태를 바꿀 수 없는 '디지털 데빌 사가 아바탈 튜너'와 달리 '여신이문록 페르소나'나 '페르소나 2 죄·벌'처럼 원하는 변신 형태를 선택해 장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극초반을 제외하면 던전이나 보스를 상대하기 전에 약점 속성, 권장 직업군, 유용한 아이템 등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할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게임 진행상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파티 보다는 앞으로 만나게 될 보스나 던전에 최적화된 특화 파티를 구축하는 게 게임 진행에 더 유리했다.

아키타이프는 '여신전생' 시리즈의 악마나 '페르소나' 시리즈의 페르소나 같이 합체를 통해 스킬 구성을 강화하거나 보완할 수 없기 때문에 각 아키타이프마다 특색이 확실하게 갈리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광대 계열 아키이프인 '페이커'는 직접적인 전투 스킬 없이 광역 디버프 기술만 배울 수 있으며, 필연적으로 어떤 기술을 써야 할지 애매한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따라서 타 아키타이프의 스킬을 다른 아키타이프에 이식할 수 있는 스킬 계승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보스 전투를 앞둔 상황이라면 아키타이프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마법 기술을 채택할 수 있으며, 그라인딩 플레이가 필요할 때는 MP를 사용하지 않는 공격 기술인 '딜러' 아키타이프의 '골드 어택'이나 '몽크' 아키타이프의 '정권 지르기'를 사용하는 식이다.

파티 전체 구성을 완전히 갈아엎을 수 있다는 점은 스쿼드 전투의 전략성과 재미를 한층 늘려주는 요소였다. 다만 그렇다고 동료 캐릭터를 교체할 필요가 아예 없다는 건 아닌데, 모든 캐릭터에게 모든 아키타이프를 이수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니 파티원마다 특정 유형의 아키타이프를 주로 이수시킨 뒤 상황에 따라 파티원을 교체하며 플레이하게 됐다. 동료 A는 물리 스킬 위주로, 동료 B는 회복 계열 위주로 육성하는 식이다.

'페르소나' 시리즈의 커뮤니티 시스템은 '후원자' 개념으로 도입됐다. 게임 진행 중 다양한 인물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처음에는 거래 관계로 시작해 점차 유대를 쌓아가는 점에서 '페르소나 3' 및 '페르소나 4'의 커뮤니티, '페르소나 5'의 코옵을 적절히 섞어두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원자가 유대(본드)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다른 행동을 제쳐두고 유대 레벨을 높여야 했다. 대표적으로 아키타이프 해금이 유대 레벨을 통해 이뤄지며, 후원자에 따라 상점 가격이 저렴해지거나 퀘스트 보상이 강화되는 효과를 제공하는 후원자도 있다.

한편 '페르소나' 시리즈의 인간 파라미터 시스템도 '왕의 자질'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 담력·견식·포용력·설득력·상상력 다섯 가지 능력치가 있으며, 거의 모든 후원자가 유대 레벨 상승에 특정 능력치를 일정 수치 이상 요구하기 때문에 빈 시간 중 대부분을 왕의 자질 향상과 후원자와 만남에 쓰게 됐다.

매력적인 캐릭터성이 돋보이는 게임이기도 하다. 유저 성향에 따라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는 있겠으나 일단 동료 캐릭터 중 유저에게 비호감으로 비칠만한 인물이 없었으며, 특히 가장 먼저 만나는 동료인 스트롤은 '이 인물이 주인공이었어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감적인 캐릭터였다. 후원자로 등장하는 캐릭터 들은 동료 캐릭터들과 비교하면 다소 호불호가 들 수 있는 일면을 갖추고 있었으나, 대부분 호감형으로 설계돼 있었다. '페르소나 3'에 등장하는 스에미츠 노조미(A.K.A. 구르메 킹) 같은 비호감형 캐릭터는 없다.

여담이지만 플레이 내내 게임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는 세 인물이 각자 '페르소나' 시리즈 주인공들을 변주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은 다소 수동적인 성격이었던 '페르소나 3' 주인공을, 스트롤은 당당하고 때로는 뻔뻔하게 나선다는 점에서 '페르소나 4' 주인공을, 휠켄베르크는 진지해 보이지만 종종 의외의 면모를 보인다는 점에서 '페르소나 5'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이미지 컬러부터 청색 - 백색 - 적색이기도 하고 말이다.

비주얼 측면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테이스트를 갖추고 있다. 기존 게임에 비교해 말하기보다는 "이것이 '메타포: 리판타지오'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하며, 이러한 면모는 각종 캐릭터나 오브젝트 외에 중세 종교화에서 따온 몬스터 디자인에서도 잘 드러난다.

P-스튜디오 출신 개발진 답게 UI 역시 독특하고 세련되게 디자인돼 있다. '이런 식으로도 UI를 디자인 할 수 있구나'라는 충격을 안겨주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아틀러스 게임답게 OST가 매력적인 게임이기도 하다. 종교가 중요한 지위를 가진 중세 판타지 풍 배경에 맞게 금관악기가 강조된 오케스트라 곡이 많으며, 기독교적인 음악 속으로 불교 경전을 읊는듯한 랩을 섞어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일본 이사카와현 하쿠이시에 있는 대형 사찰인 묘조지 절 주지에게 랩을 부탁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그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었다.

아틀러스는 1986년 설립된 이후 꾸준히 '아틀러스 다운' 게임을 개발해 왔고, 점차 자신만의 색을 강화해 왔다. 오늘날에는 일단 아틀러스가 개발한 게임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플레이하는 유저들마저 생겨났을 정도다. 게임 이러한 개발 성향은 2013년 세가 홀딩스에 인수된 뒤에도 이어져 왔다.

그런 만큼 아틀러스를 대표하는 작품이 뭐냐는 질문에는 항상 갑론을박이 일었다. 이른바 근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여신전생' 시리즈, 그중에도 '진 여신전생' 시리즈를 꼽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대중성을 살려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했던 '페르소나' 시리즈를 꼽는 유저들도 있다. 유저에 따라서는 던전 크롤러 RPG인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메타포: 리판타지오'가 출시되며 모든 논란이 끝나게 됐다. '메타포: 리판타지오'는 그동안 아틀러스가 쌓아온 모든 역량이 총집합된 게임이며, 아틀러스 게임에 입문하고자 하는 유저에게 이 게임 하나만 추천하며 '일단 이 게임이 입맛에 맞으면 다른 아틀러스 게임도 해봐라' 라고 제시할 수 있는 작품이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