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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크래프톤 문브레이커, 디지털로 빚어낸 아날로그적 예술품
작성자 : 등록일 : 2022-10-20 오후 4:03:57


크래프톤은 산하 개발 스튜디오인 언노운 월즈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문브레이커(Moonbreaker)'를 9월 29일 스팀 앞서 해보기 기능을 통해 출시했다. 언노운 월즈는 '서브노티카' 시리즈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유명 개발 스튜디오다.

'문브레이커'는 온라인 테이블 탑 미니어처 워 게임(이하 미니어처 게임) 장르를 온라인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독특한 그래픽과 감성으로 무장해 게임스컴 2022에서 최초 공개했을 때부터 미니어처 게임 마니아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경기는 양측 플레이어 모두 지휘관 유닛만을 보유한 채 시작한다. 지휘관 유닛은 일반 유닛과 비교해 더 강한 능력과 체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보유한 병력과 무관하게 지휘관이 파괴되면 게임에서 패배하는 식이다.

부대 전체를 필드에 늘어놓고 시작하는 일반적인 미니어처 게임과 달리 게임 시작 시 부대에 포함된 유닛 중 무작위 세 개가 증원되며, 증원된 유닛 중 원하는 유닛을 골라서 전장에 투하할 수 있다. '워해머 40,000'을 해본 유저라면 개정 이전 카오스 데몬처럼 모든 유닛이 딥 스트라이크로 등장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병력 관리에는 신더라는 자원이 소비된다. 병력 증원에는 3 신더가, 증원된 병력 투하에는 유닛 성능에 비례한 신더가 필요하다. 여기에 유닛마다 보유한 특수 기술을 사용하는 데에도 신더를 사용해야 한다. 신더 최대치는 매 턴 늘어나며, 사용하지 않은 신더는 최대 3개까지 다음 턴으로 넘어간다.

일반적인 미니어처 게임들이 포인트 개념을 도입해 동일 포인트 내에서 저가 유닛 다수를 활용할지 고가 유닛 소수를 활용할지 정한다면, '문브레이커'는 신더를 통해 부대 간 밸런스를 맞추는 셈이다.

결국 유닛 기술에 신더를 투자해 적을 몰아칠지, 아니면 추가 유닛을 소환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 경기 흐름상 신더 분배를 잘하는 유저가 승기를 잡게 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무작위로 제공되는 지원 기술은 게임을 한층 더 다채롭게 만든다. 매 턴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기술부터 잘 사용한다면 전장 판도를 순식간에 바꿀 수 있는 막강한 기술도 있다.

게임 시작 시 무작위 두 기술이 묶인 지원 기술 세트 3개가 제공되며, 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재사용 대기시간 외에 요구하는 자원이 없는 만큼 보통은 대기시간이 끝날 때마다 사용하는 게 이득이지만, 대기 시간이 긴 기술이라면 아껴놨다가 적절한 순간에 발동하는 것도 중요했다.

상대가 어떤 지원 기술을 가지고 있는 지는 그 기술이 사용되기 전 까지 알 수 없다. 게임 긴장감을 한층 늘리는 요소인데, 자칫 잘못하다간 방심하는 순간 궤도 폭격이 쏟아지며 핵심 유닛이 사망하는 일을 겪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PvP가 핵심인 게임이지만, PvE 콘텐츠인 카고 런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재미를 제공한다. 카고 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보스와 콘텐츠, 강화 요소가 제공돼 PvP에서 맛볼 수 없는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카고 런 진척도를 통한 보상은 덤이었다.

유저가 구성한 부대가 아닌 미리 구성된 부대가 제공되는 만큼, 카고 런 콘텐츠 핵심 주어진 병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와 카고, 즉 화물 수집이었다. 맵 곳곳에 무작위로 떨어지는 화물에 유닛을 접근시켜 획득할 수 있는데, 일시적인 보너스부터 모든 유닛 강화, 무료 유닛까지 다양한 보상을 제공한다.

화물 보상은 사소해 보이지만 게임성 측면에서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 예컨대 모든 원거리 공격에 넉백 효과를 부여하는 유물은 유닛 배치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흥미로운 부분은 배경 등 각종 오브젝트를 구현할 때 고의로 사실적인 묘사를 피하고 미니어처 게임을 즐기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유닛에 관절이 있는 경우에도 관절을 움직이지 않고 마치 미니어처를 움직이듯 통짜로 움직인다.

지형지물 역시 이런 감성을 자극한다. 엄폐물 등 각종 오브젝트는 플라스틱이나 레진으로 만든 미니어처 소품 같은 느낌을 준다. 예컨대 물은 전혀 흐르지 않고 에폭시 수지를 사용해 만든 모형 같은 느낌을 주는데, 증기 그래픽이 사실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흐르는 물을 만들 수 있는데도 일부러 고체 느낌이 나게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압권은 모래 표현이다. 놀이터나 해변가 모래사장에 코를 박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이는 작은 모래알 하나하나의 거친 느낌을 구현했다. 디오라마를 제작할 때 진짜 모래를 사용하면 볼 수 있는 질감을 인게임에 구현한 셈이다.



미니어처 게임 장르 특색인 미니어처 도색도 충실히 구현했다. 기본적인 페인트부터 워시, 드라이 브러쉬, 에어브러쉬 스티플 등 각종 도색 도구 및 기법을 구현했고, 기본 제공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유저를 위해 조색(調色)용 팔레트까지 준비했다.

진짜 도색이 아닌 만큼 오토 마스킹이나 프라이밍(착색을 위한 밑 도색) 생략같이 편의성이 부각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셰이드나 레이어링, 하이라이팅 등 미니어처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한 과정은 고스란히 거쳐야 한다.

게다가 각종 도구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쓰여야 가장 적절한지 직접 도색을 해가며 익혀야 하는 만큼, 실제로 미니어처 도색에 조예가 있거나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유저가 아니라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런 분야에 흥미가 있는 유저라면 굉장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크래프톤 관계자 발언에 따르면 전체 유저 중 상당수가 게임 플레이 시간 중 절반 이상을 미니어처 도색에 투자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작업이었다.

앞서 해보기 시점에서는 데칼 기능이 사실상 미구현 되어 있었고 세필 붓 개념이 없어 문양이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 예컨대 '삐걱삐걱 고물선'에 상어 모양 노즈 아트를 그려 넣는 일 등은 그리 쉽지 않았다. 향후 관련 기능이 보강되거나 스팀 창작마당 등을 통한 도색 프리셋 공유 기능이 생긴다면 현존 게임은 물론 향후 십수년간 커스텀 도색 분야에서 따라올 자가 없는 게임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상술한 디자인 철학과 도색 콘텐츠 완성도 모두 처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아날로그 미니어처 게임 감성을 준다는 목적을 가지고 개발하지 않았다면 떠올리기 어려운 발상이다. '문브레이커'를 단순한 게임이라기보다는 예술품에 가깝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다.




게임 본편 정가 구매에 더해 확률형 BM이라는 이중 과금 방식을 채택했지만, 실제 플레이에서 확률형 BM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굳이 안 넣어도 되는 요소를 유저에게 부스터 뜯는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추가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수준이다.

우선 게임 본편과 파운더스 패키지 구매 시 지급되는 재화를 더해 게임 시작부터 적지 않은 부스터를 구매할 수 있었다. 부스터에서 원하는 유닛이 직접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나, 중복 유닛을 획득할 때마다 주어지는 메리트를 소비해 보유하지 않은 유닛을 획득하는 시스템이 있어 결국 원하는 캐릭터를 모두 얻을 수 있었다.

유닛을 일반 등급으로 얻는 데에는 50 메리트가 필요했다. 부스터 1팩에서 유닛 3개가 나오고, 일반 등급 중복 유닛이 10 메리트를 주니 최소 부스터 팩 2개당 신규 유닛 하나가 보장되어 있다는 의미다. 고급 유닛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희귀 유닛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만큼 약 1.3 부스터당 신규 유닛 1개가량을 얻는 셈이다.

유닛 등급을 낮추고 추가 메리트를 얻는 기능을 사용한다면 유닛 획득에 들어가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졌다. 유닛 등급은 능력치에는 관여하지 않고 일부 시각 효과 변화만 제공하는데, 효율을 추구하는 유저라면 가차 없이 유닛을 일반 등급으로 낮춰 새로운 유닛을 획득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새 진영과 유닛을 추가한다고 했지만, 부스터팩 구매에 필요한 자원을 게임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만큼 꾸준히 플레이 하는 유저라면 정말로 어렵지 않게 출시되는 모든 유닛을 전부 수집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게임 스토리는 캠페인이 아닌 오디오 드라마 형식으로 제공된다. 앞서 해보기 시점에서는 사령관 유닛인 아스테리어에 대한 배경 이야기 한 편을 감상할 수 있으며, 추가 드라마가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성우 연기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오디오 재생 기능도 생각보다 본격적이다. 아쉬운 점은 영어 사용자가 아닌 유저들에게는 개발자 의도와는 다르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찰리 클리블랜드 CEO는 장시간 도색 작업을 하며 들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지만, 영어 청해가 완벽하지 않은 유저라면 자막을 켜고 봐야 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문브레이커'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둘만한 게임은 아니다. 게임 완성도와는 별개로 국내에서 미니어처 게임은 극히 마이너한 취미에 속하며, 사실 해외에서도 그리 대중적인 취미라고 보기는 어렵다. 괜히 미니어처 게임 IP를 사용한 비디오 게임들이 RTS나 슈터, SRPG 장르로 나오는 게 아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크래프톤이 그런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한다는 계획을 승인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히트작을 출시한 스튜디오를 인수하고도 그 스튜디오가 수익보다는 게임성과 작품성을 우선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는 게임사는 많지 않다.

이런 행보는 크래프톤이 선보일 다른 게임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시킨다. 크래프톤은 2022년 12월 호러 슈터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출시할 예정이며, 2025년 출시를 목표로 '눈물을 마시는 새'를 개발 중이기도 하다. 향후 작품들에도 '문브레이커' 같이 게임성을 우선하는 기조가 유지된다면, 크래프톤 대표작인 'PUBG: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글로벌 게임 시장을 뒤흔들 작품이 다시 한번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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