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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무기미도라는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작성자 : 등록일 : 2022-10-31 오후 4:22:02


아이스노 게임즈(AISNO Games)는 자사가 개발한 디펜스 RPG '무기미도(無期迷途, Path to Nowhere)'를 10월 27일 글로벌 정식 출시했다. 출시 전 부터 독특한 그림체와 분위기로 유저들에게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포인트를 모아 포탑이나 캐릭터를 배치하는 일반적인 디펜스 게임과 달리 미리 캐릭터를 배치하고 필요에 따라 이동하며 적을 막아내는 방식을 채택한 점이 특징이다.




'무기미도'에서, 유저는 미노스 위기 관리국(Minos Bureau of Crisis Control, MBCC) 국장이 되어 폭동과 테러로 혼란해진 관리국을 수습하기 위해 퇴폐와 쇠락의 도시 디스 시티를 헤매야 한다.

스토리 배경인 디스 시티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 무법 도시이며, 덕분에 스토리가 상당히 어두운 편이다. 상세한 일러스트가 곁들여졌다면 필시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았을 법한 잔혹한 묘사도 등장한다. 유저가 스토리에서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적인 요소가 '그래도 주인공이니까 죽지는 않겠지'일 정도다.

특유의 반 실사체 화풍과 상술한 어두운 분위기가 합쳐져 서브컬쳐 게임에서 흔히 보기 힘든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며, 이 분위기가 바로 '무기미도'가 지닌 매력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배경 설정과 스토리가 메인 요리라면 캐릭터성은 거기에 뿌려지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씩 비정상적인 면을 가지고 있고, 각자 개성이 매우 뚜렷하다. 이런 면들이 변수가 되어 스토리라는 트럭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끌고 간다.

주인공인 국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현실에서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게 '무기미도' 세계관에서 정상이라면 국장 역시 결코 정상인은 아니다. 현실 기준에서 보기에도 과하게 이타적이라고나 할까, 남들이 외눈박이라면 주인공은 세눈박이 쯤 된다. 미쳐있는 방향성은 틀려도 미쳐있는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

이런 성격인데다가 캐릭터에 몰입하기 쉬운 소위 '말 없는 주인공' 유형도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유저가 외눈박이 캐릭터들과 세눈박이 주인공을 구경하며 때로는 경악하고 때로는 감탄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




주인공과 타 캐릭터 간 관계가 교정 시설 국장과 수감자라는 설정도 독특하다. 스토리 상 테러를 틈타 탈출한 수감자를 다시 체포해 강제로 동원한다는 설정이며, 그런 덕분에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수감자, 캐릭터 획득을 위한 무작위 뽑기는 '체포'라고 부른다.

이런 설정이 캐릭터 육성에서도 드러난다. 타 게임에서 호감도 역할을 하는 복종도를 올려 캐릭터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데, 선물 같은 개념 없이 무조건 전투로만 호감도를 올릴 수 있다. 호감도가 아닌 복종도인 만큼 모두 올려도 특별한 기능, 예컨대 결혼이나 서약 같은 시스템은 없다.

캐릭터 수집 요소가 가미된 게임에서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이한 일인데, 게임 컨셉을 생각해보면 납득할 수 있는 설계다. 컨셉에 진심인 게임이라고 해야 할까.





스토리에 힘을 준 게임답게 심문, 관리 감독, 정서 검사 등 캐릭터성을 부각하고 스토리에 몰입하게 해주는 요소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단순한 글자의 나열이 아니라 간단하긴 해도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데, 선택지에 반응하는 수감자 반응을 보고 캐릭터성을 파악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중 가장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는 심문이다. 증거를 수집해 수감자를 심문하고 수감자의 과거와 세계관을 파악하는 콘텐츠인데, 캐릭터마다 입체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완성도 높은 한국어 더빙 역시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감정 연기가 뛰어난 편이고, 캐릭터에 맞는 성우를 배정해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캐릭터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예컨대 미국식 마피아 컨셉 캐릭터인 랭글리의 대사를 영어 더빙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유저에 따라서는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수감자는 방어형 전사인 엔듀라, 공격형 전사인 퓨리, 근접해서 막강한 물리 피해를 투사하는 움브라, 원거리 물리 공격수인 레티클, 원거리 마법 공격수인 아케인, 치유와 버프·디버프를 담당하는 카타리시스로 나뉜다. 사실 귀에 쏙 들어오는 명칭은 아니지만, 그래도 로고가 직관적이라서 역할군 구분에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특출나게 강력한 능력을 지닌 수감자는 있어도 특출나게 약한 수감자는 없다는 점이 '무기미도'가 지닌 강점이다. 도저히 활용처를 찾지 못해 버려지는 캐릭터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수십회 이상 뽑기를 진행한 후에도 B등급 레티클 EMP나 B등급 움브라 레버린스 등이 공략에서 핵심 캐릭터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둘 다 스토리 진행 중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캐릭터들로, 만약 그럴 마음이 든다면 배포 캐릭터만으로도 현존하는 거의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특징은 과금을 꺼리는 유저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강점이지만, 좋아하는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은 유저들에게 더 와닿는 요소이기도 하다. 전술 요소를 강조하는 게임을 즐기다 보면 눈물을 머금고 선호 캐릭터를 파티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기미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스토리 상 현장에서 국장이 직접 수감자를 지휘하는 만큼 게임 목표는 국장을 지키며 모든 적을 해치우는 것이다. 맵에 따라 국장 위치는 고정되어 있으며, 맵 구조와 국장 위치에 따라 게임 시작 전 미리 수감자를 늘어놓고 전투에 돌입한다. 미리 편성해둔 캐릭터를 소환 비용에 맞춰 배치하는 일반적인 타워 디펜스 게임과는 다른 방식이다.

플레이 도중 예비 편성 캐릭터를 꺼낼 수 없어 임기응변이 쉽지 않다. 대신 제한된 횟수만큼 캐릭터를 맵 안 임의 위치로 이동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캐릭터를 빠르게 재배치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일부 적은 코어를 지니고 있으며, 코어가 활성화 되어 있을 때만 발동하는 특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코어 데미지를 주는 수감자 기술을 활용해 코어를 파괴하면 큰 피해를 주고 특수 능력을 비활성화할 수 있으며, 액티브 스킬을 사용하는 적이라면 코어 파괴 시 순간적으로 기절한다는 점을 활용해 스킬 시전을 방해할 수 있다.

수감자 이동과 코어 개념이 더해지며 '무기미도'는 유저에게 기민한 상황판단과 정확한 컨트롤을 요구한다. 어떤 캐릭터를 어느 순간에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 어떤 적의 코어를 먼저 파괴할지 빠르게 판단하고 실행해야 한다.

유저 성향에 따라 정확한 컨트롤이 조금 힘겨울 수 있지만, 컨트롤을 통해 불리한 전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수단이 일반적인 디펜스 게임보다 풍부하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다.



반대로 적재적소에 캐릭터를 배치하는 전략성은 다소 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일단 맵 규모 자체가 그리 넓은 편이 아니고, 맵 구조상 거의 모든 적이 우측에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간혹 좌측에서 적이 다가오는 맵도 있었는데, 이 경우에도 국장보다 한두 칸쯤 좌측인 수준이기 때문에 대응이 어렵지는 않았다.

여기에 더해 수감자 방향을 지정할 수 없다는 점이 답답함을 줬다. 모든 수감자는 무조건 좌측에서 우측을 바라보게 배치해야 하는데, 최소한 캐릭터 방향 전환 기능이라도 있었다면 더 다채로운 전략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변칙적인 맵 구조를 통해 이를 타파하려는 시도가 엿보이기는 했다. 대표 사례로 3-2 '도로 포위망 뚫기 작전' 맵은 달려가는 트럭 위에 수감자를 배치해 적을 상대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식으로 독특한 맵 배치가 제공되는 보스 전투나 일부 특수 기믹이 가미된 맵은 꽤 참신하면서 도전하는 재미를 줬다.




모든 기믹이 긍정적이진 않았다. 스토리상 맵에 특정 캐릭터가 이미 배치된 상황도 종종 등장하는데, 해당 캐릭터를 지켜야 할뿐더러 배치할 수 있는 캐릭터 제한 수 중 하나를 차지한 덕에 평소보다 불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치러야 해 짜증을 유발했다.



인게임 그래픽이 그렇게 유려한 편은 아니다. 특히 공격이나 기술 이펙트가 화려하지 않아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가 상당히 밋밋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픽 담당자의 능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게임 특성상 의도적으로 화려함을 줄였다는 느낌이다. 적절한 순간에 기술을 사용하거나 정확하게 수감자를 터치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만큼 플레이 화면이 너무 과하게 화려하면 방해가 될 수도 있음을 감안한 셈이다.

전략성만 따지면 옳은 판단이겠지만, 유저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기도 하다. 스킬 이펙트 효과 ON/OFF기능 등을 마련해 유저에게 선택지를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편의성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실수할 경우 맵을 나갈 필요 없이 자동 재시작할 수 있고, 일단 한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라면 추가 재화 소비 없이 순식간에 재화만 얻을 수 있는 소탕 시스템도 제공된다. 소탕 중 필요한 재화가 모였을 때 자동으로 소탕을 멈추는 기능도 있다.

그러나 부족한 UI 디자인이 이런 강점을 깎아 먹는다. 어떤 메뉴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렵고, 직관성도 떨어진다.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유저에게는 생각보다 큰 벽이다.

잘못된 UI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설정 메뉴다. 일반적으로 설정 메뉴 아이콘으로 채택하는 톱니바퀴나 스패너가 아니라 독자적인 아이콘을 채택해 알아보기 어렵다. 메인화면이 아니라 유저 프로필 창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가 아이콘에 설명도 붙어있지 않아 설정을 변경하기 위해 한참 헤매야 했다.

길드 메뉴도 마찬가지다. 기부를 통해 길드 자금을 쌓을 수 있다는 건 이해해도 그 자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는 알 수 없다. 충분한 자금이 모여 강조 표시가 뜨기 전 까지는 버튼이 있는 줄도 몰랐던 곳을 눌러야 길드 운영 창을 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건 길드 창설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최근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 중국 게임사에 대한 여론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일부 퍼블리셔가 재화 가격 인상이나 서비스 일정 변경, 소통 부재,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등을 자행하며 유저를 소비자로 대우하지 않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게임사가 한국 서비스를 진지하게 여긴다면 이내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반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 게임 중 적극적인 국내 서비스를 통해 국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게임이 여럿 있다.

그런 점에서 '무기미도'는 꽤 긍정적이다. 한국어 더빙이나 게임 소개 콘텐츠인 '데드 러버 라디오', '데드 러버 매거진' 등의 한글화 완성도가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비스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두고 봐야 할테지만, 게임사가 '무기미도'를 단순히 한탕 벌고 도망칠 게임으로 여긴다면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지는 않았을성 싶다.




유저 성향에 따라 BM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 캐릭터 획득에만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월간 정액제 '블랙 키의 VIP'나 배틀패스 '감찰밀명'은 과금 효율이 뛰어난 편이지만, 유료 재화인 '빛나는 큐브'를 구매하는 상품은 효율이 그리 높지 않았다.

효율이 좋지만 꾸준히 플레이해야 모든 재화를 얻을 수 있는 상품과 효율이 낮지만 단번에 재화를 얻을 수 있는 상품을 모두 마련하는 BM은 여러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무기미도'는 그 격차가 꽤 크다.

상술했듯 무과금으로도 충분히 게임을 꾸려나갈 수 있지만, 꾸준히 플레이 한다면 적은 금액으로도 더 풍족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게임 플레이 중 과금을 최소화하는 유저라면 좋은 평가를 내릴만한 BM이다.

게임 초반부터 높은 과금액을 통해 다른 유저들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풀어나가기를 선호하는 유저라면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PvP 콘텐츠가 없는 만큼 그런 유저가 그리 많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픈 초기 시점에서 '무기미도'는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게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훌륭한 현지화와 다수 유저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BM을 갖췄고, 어두운 분위기와 독특한 세계관, 캐릭터성으로 무장했다.

또한 기성 디펜스 장르 공식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플레이 방식을 채택해 전략 게임은 좋아해도 수동적인 플레이는 싫어하는 유저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만한 기반을 마련했다.

플레이 방식과 작품 분위기 때문에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수는 있지만, 그런 요소를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게임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만약 당신이 그런 유저라면, '무기미도'는 심연처럼 당신을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 게임이 될 수 있다. 심연을 들여다 볼 때는 항상 조심하라고 하지만, 어떻게 하랴. 디스 시티의 검붉은 심연을 들여다 보는 일은 이렇게나 즐거운데.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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