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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수식어 필요 없는, 그저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작성자 : 등록일 : 2022-11-04 오후 1:27:46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SIE)는 '갓 오브 워' 시리즈 신작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God of War Ragnarök, 이하 라그나로크)'를 11월 9일 국내 정식 출시한다.

'갓 오브 워' 시리즈 아홉 번째 작품이자 정식 넘버링 타이틀로는 다섯 번째 작품으로,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한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전작 '갓 오브 워 에서 시간이 지나 라그나로크를 목전에 둔 시점을 다룬다.

게임 첫인상과 대략적인 소감은 게임 초반부 체험기를 통해 밝힌 만큼, 이번 리뷰에서는 그때 못다 한 내용을 다뤄보고자 한다.




'라그나로크'에서, 유저는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 부자(父子)와 함께 다시 한번 아홉 영역을 탐험하고, 아트레우스의 혈통과 거인족의 예언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야 하며, 오딘이 꾸미고 있는 계략을 저지해야 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서사가 충실한 편이다. 전작이 부자간 관계에 치중해 있었다면 '라그나로크'는 가족 이야기에 더해 두 부자 각각의 내면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함께 다룬다. 그렇다고 얕고 넓은 이야기가 되었다는 건 아니다. 깊이는 그대로인 채 소재가 더 풍부해진 셈이다.

그렇기에 전작과 마찬가지로 게임에 대해 아무 지식도 없는 상태로 게임을 즐기는 게 가장 좋다. 직전작인 '갓 오브 워' 뿐만 아니라 시리즈 첫 작품인 '갓 오브 워: 영혼의 반역자'부터 크레토스의 여정을 따라온 팬이라면 감명받을 장면이 있으며, 당연하게도 이런 장면들은 미리 알면 재미가 없다.





게임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주된 요인은 전작보다 많아진 주연 등장인물들이다. 사전 체험 기사에서 언급했듯 미묘한 감정 묘사가 상당히 섬세한 작품인데, 이 스토리가 전작에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인물의 속사정이나 과거를 조명하며 모든 인물이 한층 더 입체적으로 변했고,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게임 플레이에 잘 녹여냈다.

스토리 진행 중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나 억지 전개가 일어나지도 않는다. 예컨대 갑자기 토르를 조종해 크레토스를 묠니르로 내리치라는 식의 전개는 없다는 식이다. 전작에서 그랬듯 아트레우스의 행동이 유저를 열받게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아트레우스가 그렇게 행동할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다.

게임이 유저를 굳이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는 점도 좋다. '라그나로크' 스토리는 생각해볼 만한 점은 많지만, 어떤 생각을 가지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저 게임 전개를 유저가 보고, 스스로 생각에 잠기게 할 뿐이다. 메세지 전달에 중점을 둔 작품들이 으레 서사가 단순해지곤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요소다.




전작에 이어 원전이 되는 북유럽 신화를 어떤 식으로 재해석했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예컨대 원전에서 스바르트알파헤임은 지하도시로 묘사되곤 하는데, '라그나로크'에서는 유황온천과 간헐천이 즐비한 노천광산처럼 디자인됐다.

이외에도 전작에서도 여러 번 언급된 북유럽 전쟁의 신 티르에 대한 해석이나 거인족에 대한 설정 등, 원전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유저라면 처음 보는 인물이 누군지 드러날 때마다 '아 이 사람이 그 인물이었어?' 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픽도 개선됐다. 물론 전작도 PS5 상향 패치가 추가된 뒤로 그래픽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라그나로크'에서는 흩날리는 입자나 광원, 오브젝트 완성도 등이 발전했다.

획기적으로 발전했다는 느낌은 없지만, 전작이 출시 당시에도 PS4 게임 중 그래픽 완성도 면에서 정점을 달리던 작품임은 고려해야 한다. 그래도 각종 오브젝트의 세부적인 묘사같이 섬세한 부분에서 발전이 있었으며, 이렇게 개선된 여러 그래픽 요소가 어우리는 순간에는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기기 성능 발달에 따라 한 화면에 동시에 등장하는 적 수도 늘어났고, 전작보다 더 화려한 이펙트가 자주 나오는데도 프레임 드롭이 거의 없었다. 전작에 이어 시야각 조정이 여전히 없는 점은 아쉬운데, 게임 퍼포먼스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지금 같은 그래픽 완성도에 시야각까지 넓어지면 PS5 성능으로도 부족할테니까.




섬세한 변화 중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광원 효과였다. 핌블의 겨울 때문에 항시 눈보라에 덮여있는 미드가르드에서는 모닥불이나 횃불을 제외하면 광원 효과랄게 없지만, 일단 다른 영역을 드나들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광원들을 마주할 기회가 많아진다.

예컨대 스바르트알파헤임 초입부에서 배를 타고 동굴을 지날 때 확인할 수 있는 섬세한 빛줄기 묘사나 알프하임에서 볼 수 있는 강렬한 광원 효과, 미드가르드의 모닥불 등에서 보이는 일렁거리는 빛 등,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된 광원 효과가 게임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일부 세계만 방문할 수 있었던 전작과 달리 '라그나로크'에서는 아홉 세계를 모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전작에서 갈 수 없던 장소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방문했던 장소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는 것도 즐겁다.

전작에서 보기 힘들었던 '현지인'이 등장한다는 점도 게임을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준다. 전작 무대는 대부분 처음부터 황폐해있거나 전쟁으로 황폐해진 곳들이었고, 적이나 핵심 등장인물이 아니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라그나로크'에서는 게임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현지인들 충실하게 묘사되어 있다. 스바르트알파헤임의 드워프나 바나헤임 반군, 미드가르드 피난민 등이다. 그 덕에 더 다양한 풍경이나 오브젝트가 등장하게 되며, 이런 요소 하나 하나가 게임 플레이를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




리바이어선 도끼와 혼돈의 블레이드를 사용한 핵심 액션은 전작을 계승했지만, 액션이 펼쳐지는 환경이나 함께 전투를 펼치는 동료 등에 변화가 생겼다.

우선 전투 환경이 전작에 비해 넓어졌다. 한 번에 더 많은 적과 더 넓은 공간에서 싸우는 만큼 전장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늘었으며, 등장하는 적 종류도 많아져 다채로운 전투가 가능해졌다. 전투 공간 내에 낙차가 있어 고지대에서 적을 강습하는 게 가능해지기도 했다.

이에 맞춰 무기 스킬도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맨손 전투에 속하던 기술들이 같은 역할을 하는 다른 기술로 변해 혼돈의 블레이드와 리바이어선 도끼 스킬 트리에 포함되었다는 점이며, 이외에 블레이드로 적을 끌고 오거나 적에게 돌진하는 등 추가적인 액션이 생겼다.

혼돈의 블레이드가 군중제어 측면과 범위 공격에서, 리바이어던 도끼가 긴 투척 거리와 강력한 한방이라는 면에서 각각 이점을 가지며 전투 중 유기적으로 무기를 교체해가며 사용할 필요가 늘어나 전투가 더 흥미로워지기도 했다.




전작에서 혹평받았던 부분인 단조로운 적 구성도 어느 정도 개선됐다. 전작에 나오는 적들에 더해 에인헤랴르 등 다양한 적이 추가됐으며, 상황에 따라 여러 유형의 적들이 섞여 나오기도 했다. 또 종종 그렇게 함께 나온 적이 서로 싸우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전반적인 전투 환경이 꽤 다채로워진 셈이다.




전투를 돕는 동료 캐릭터도 늘어났다. 전작에서 아트레우스가 동료 포지션을 전담했다면, '라그나로크'에서는 상당히 다양한 동료가 다채로운 방식으로 전투를 돕는다.

조력자에 따라 전투 방식이 달라지는 점도 특징이다. 예컨대 아트레우스가 궁술과 적을 붙드는 방식으로 전투를 지원한다면, 아트레우스가 자리를 비웠을 때 합류하는 동료는 궁술도 사용하지만 적을 직접 공격하는 호전적인 방식을 선보인다. 같은 전투라고 해도 동료에 따라 양상이 바뀌는 만큼 전투를 계속 반복한다 해도 게임이 단조로워지지 않았다.




일부 장면에서는 크레토스와 떨어져 아트레우스를 직접 조작할 수 있었다. 무제한 발사할 수 있는 일반 화살과 재충전이 필요한 마법 화살을 다룰 수 있으며, 근접 전투는 활을 휘두르는 식이다.

원거리 공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만큼 크레토스와 비교해 조작 난도는 훨씬 높았다. 가장 큰 문제는 활이라는 무기 특성상 도끼나 블레이드 투척보다 조준이 훨씬 어려웠다는 점이다. 자동 조준이 있었지만, 난전 상황에서는 적을 빗맞히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크레토스와 비교해 날렵하고 속도감 있는 액션을 선보이는 만큼 또 다른 액션을 즐길 기회가 되었다.



탐험과 퍼즐 요소도 전작보다 발전했다. 지역별로 다른 퍼즐 요소가 도입되어 있는데, 예컨대 스바르트알파헤임은 기관을 순서대로 작동하는 퍼즐, 알프하임은 적절한 각도로 도끼를 던져 튕겨내야 하는 퍼즐, 바나헤임은 전작에서도 자주 등장한 도끼 투척을 통한 오브젝트 회전 등이 주류를 이루는 셈이다.

탐험 중 작성되는 일지도 게임 설정이나 특정 요소에 대한 등장인물의 생각을 알 수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며, 등장하는 동료가 많은 만큼 보트나 썰매를 타고 이동하는 중 대화문도 다채로워졌다.

다만 지도가 다소 불친절하다는 점은 아쉽다. 전작에서는 지형이 다소 단순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라그나로크'는 맵이 좀 더 복잡해지며 탐험 중 길을 잃기 쉬워졌다. 차기작에서는 전통적인 나침반 시스템 대신 슬슬 미니맵 개념을 도입해도 괜찮지 않을까?






유저마다 게임 취향이 제각각인 만큼 특정 게임을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전작을 재미있게 즐긴 유저라면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는 완벽에 가까운 게이밍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전작을 뛰어넘는 후속작은 찾기 드물다. 잘 만들었지만 전작보단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 많고, 때로는 팬들에게 없는 게임 취급당하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전작이 명작으로 대우받았을수록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진다.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는 그 어려운 일을 두 번이나 해냈다. 전작 '갓 오브 워'는 핵 앤 슬래시 장르에 가까웠던 기존 시리즈와 비교해서 한 단계 진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는 전작의 좋은 면은 계승하며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전작을 해보지 않았더라도 일단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를 구동할 수 있는 콘솔, 특히 PS5를 보유한 유저라면 꼭 한번 구매해서 플레이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는 현존 PS5 게임 중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갖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으며, PS5를 보유했음에도 이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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