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마벨러스가 개발한 '도라에몽 진구의 목장 이야기 대자연의 왕국과 모두의 집(이하 도라에몽 목장 이야기 2)'을 11월 2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2019년 7월 25일 국내 출시된 '도라에몽 진구의 목장 이야기' 후속작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목장 이야기' 시리즈와 일본 인기 만화 '도라에몽' 컬레버레이션 작품이기도 하다. 컬레버레이션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후속작이 출시된 사례다.
'도라에몽 목장 이야기 2'에서, 유저는 '도라에몽' 주인공인 노진구가 되어 외계행성에 차려진 목장을 가꾸고 각종 생산활동을 하며 지역 사회 주민들과 친밀도를 쌓아가야 한다.
협업 작품이라고 해도 기본은 '목장 이야기' 시리즈인 만큼 주된 게임성은 '목장 이야기'와 큰 차이가 없다. 스토리가 게임 진행에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작 캐릭터들이 꾸려나가는 밀도 높은 이야기 전개보다는 원작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감성 힐링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실제 게임 진행 역시 '도라에몽' 관련 요소는 대부분 게임 진행에 흥미를 더해주는 감초 역활에 머물며, 핵심은 농작물 및 과일나무 재배와 목축업, 낚시, 채굴 등 기존 '목장 이야기' 콘텐츠다.
그런 만큼 진입 장벽은 게임 경험을 어느 정도 쌓은 유저라면 튜토리얼을 모두 스킵해도 곧장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편이다. '목장 이야기' 시리즈는 농장 경영 류 게임 토대를 닦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며, 따라서 '스타듀밸리' 등 유사 장르 작품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더더욱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게임은 각자 다른 이유로 부모님에게 혼난 진구와 친구들이 도라에몽의 비밀 도구를 사용해 외계 행성으로 가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낯선 행성에 도착해 방치되어있던 목장을 가꾸며 행성 원주민인 왕국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스토리다.
일자에 의한 강제 스토리 진행 요소가 조금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스토리 진행은 매우 느긋하다. 또한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도라에몽' 작품 특성상 각종 상황 연출이 매우 진지하거나 어둡지도 않다.
아쉬운 점은 목장을 가꾸기 시작한 첫날부터 진구와 도라에몽을 제외한 주인공 일행 전원이 마을에 있는 가게에서 일을 돕게 됐다며 가버린다는 점이다. 우당탕탕 목장 대소동 같은 느낌을 기대했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목장 경영 측면에서 다른 등장인물과 상호작용할 일은 거의 없다.
또한 '도라에몽'이 소년만화인 만큼 전작과 마찬가지로 '목장 이야기' 시리즈 특징 중 하나인 연애나 결혼 요소는 제외되어 있다. 게임 재미 요소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인 진구와 친구들이 대부분 초등학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목장 경영 류 게임이 으레 그렇듯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는 상당히 느긋하다. 농장 경영 초반에는 해야 할 일에 비해 체력이 적은 데다가 각종 행동이 실시간으로 진행돼 바쁠 것 같지만, 일단 적응하고 나면 대부분 정적이고 반복적인 일 뿐이다. 농사짓고, 동물 기르고, 부산물을 가공하고, 낚시하고, 곤충을 채집하고, 땅을 파고, 농장을 성장시키면 된다.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는 전작보다 훨씬 '힐링' 요소에 치중한 모습을 보인다. 각종 이벤트나 농업·목축업 보상이 늘었고, 집이나 도구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재화는 줄었다. 효율을 위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가며 진행해야 했던 전작과 비교해 훨씬 느긋한 플레이가 가능해졌으며, 매번 메뉴 화면에 들어가 확인해야 했던 체력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변하는 등 편의성 측면에서도 일부 개선이 이뤄졌다.
그러나 전작에서 지적된 일부 단점을 계승했다는 점은 아쉽다. 조금 확장되긴 했어도 인벤토리는 여전히 부족하고, 맵 디자인이 직관적이지 않고 복잡하다는 점도 그대로다. 최신 게임 치고는 로딩이 상당히 긴 편인 점도 문제다.
체력 시스템은 게임을 강제로 느긋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전투 요소가 없는 대신 각종 노동을 할 때마다 체력이 소비되는데, 체력을 모두 소비하거나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쓰러져 병원에서 깨어나게 된다.
과로 후 병원에서 깨어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체력이 일부만 회복된 상태로 깨어나며, 사실상 하루를 날려버리는 셈이기 때문에 항상 체력에 주의해야 했다. 다행히 무아지경으로 일하더라도 체력이 일정 수치 이하가 될 때마다 경고해주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쓰러질 일은 없었다.
수집 요소도 있다. 잠자리채를 활용해 곤충을 채집하거나 낚시를 즐길 수 있으며, 계절이나 장소, 시간에 따라 다른 곤충·물고기를 획득할 수 있어 꾸준히 신경 써줘야 하는 요소였다.
여기에 더해 음식 레시피를 모두 모으거나 농장 건물을 최대로 증축하고, 채굴장을 끝까지 파고 내려가거나 기르는 가축에게 애정을 줘서 동물 콘테스트에 참여하는 등 목장 노동 외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 사이사이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래픽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가만히 화면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밝고 화사한 파스텔톤이다. 힐링 게임에 어울리는 그래픽을 구현하는 동시에 '도라에몽' 특유의 동화적 감성을 잘 살렸으며, 3D 모델링 완성도도 뛰어나다.
전작에서 크게 개선된 부분은 없지만, 사실적인 그래픽을 추구하는 게 아닌 만큼 크게 지적할만한 요소는 아니다.
쉬운 난도와 가벼운 이야기, 잔잔한 분위기와 건전한 게임성을 모두 갖춘 만큼 온 가족이 즐기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힐링 게임을 찾는 유저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 첫 콘솔 게임을 물색 중인 부모에게도 추천할만하다.
성인이 플레이해도 딱히 어색하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오래 연재된 IP인 만큼 '도라에몽'은 성인과 아동 청소년 모두에게 친숙한 캐릭터이며, 스토리 비중이 적다는 점은 반대로 스토리 측면에서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기 쉽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아동용 작품은 종종 성인이 보기에 다소 낮부끄러울 때가 있는데, 그런 요소가 적다는 뜻이다.
2인 플레이 기능도 '도라에몽 목장 이야기 2'를 온 가족을 위한 게임으로 만들어주는 데 한몫한다. 진구로 도라에몽에게 말을 걸거나 실 전화기를 사용해 2P를 활성화할 수 있는데, 게임 주도권은 1P에게 있지만 각종 행동을 보조할 수 있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게임을 즐기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다만 오브젝트 판정 문제는 추가 패치가 필요해 보였다. 오브젝트 상호작용과 오브젝트 획득이 각각 다른 판정 기준을 가지고 있었는데, 망치로 돌을 부숴도 그 자리에서 바로 채취한 석재를 획득할 수 없어 스틱을 짧게 끊어쳐서 미세 이동을 해줘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오브젝트 인식 범위가 다소 까다로운지 코앞에 아이템이 놓여 있는데도 획득하지 못하는 등 판정이 매우 까다로워 아이템 하나를 획득하기 위해 헛손질을 여러 번 해야 하는 경우도 자주 일어났다.
전작에서 지적됐던 캐릭터성 붕괴 문제는 다소 나아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존재한다. 열심히 일하는 진구 같은 문제는 게임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악동 같은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 퉁퉁이나 딱히 깐족거리지 않는 비실이 같은 캐릭터는 종종 '굳이 도라에몽 IP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도 낮잠을 자서 체력을 회복하는 시스템을 '진구는 어디에서나 잘 수 있기 때문에 맨바닥에서도 낮잠을 잘 수 있다'라고 설명하는 등 게임 시스템을 '도라에몽' IP에 맞춰 해석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도라에몽 진구의 목장 이야기 대자연의 왕국과 모두의 집'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완성도 높은 힐링 게임이다. 긴장감도, 급박함도 없이 느긋하게 작물을 길러 농장을 잘 꾸려나가기만 하면 된다.
완성도와 별개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목장 경영 시스템은 너무 깊이 파고들어 가지 않는 선에서 구현되어 있고, 수집품 역시 수십 시간씩 매달려 모든 요소를 해금해야 하는 정도는 아니다. '도라에몽'을 활용한 스토리도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가볍고 진입장벽도 낮다.
그러나 '도라에몽'을 좋아하거나 힐링 게임을 찾고 있다면, 혹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있다면, '도라에몽 진구의 목장 이야기 대자연의 왕국과 모두의 집'은 가장 먼저 장바구니에 들어갈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리뷰/프리뷰
온 가족이 힐링하는 도라에몽 목장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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