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Clouded Leopard Entertainment Korea, CLEK)는 SHADE가 개발한 액션 게임 '사무라이 메이든 - SAMURAI MAIDEN -(이하 사무라이 메이든)'을 12월 1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일부 서브컬쳐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뷸렛 걸즈' 시리즈 최신작인 '뷸렛 걸즈 판타지아'를 통해 알려진 개발사로,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 중 특히 캐릭터성에 치중한 작품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사무라이 메이든'에서, 유저는 판타지가 가미된 일본 전국시대로 가게 된 여고생 타마오리 츠무기가 되어 마왕 부활을 저지하는 여정을 떠나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출생의 비밀이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동료들의 이야기는 덤이다.
스토리가 강조되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큰 스토리 갈래가 중요하지는 않다. 정말로 중요한 건 메인 스토리 진행 중 펼쳐지는 소소한 사이드 스토리다. 특히 미소녀 캐릭터끼리 서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장면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연출이나 스토리 완성도 역시 스토리가 전개되는 부분보다는 캐릭터 간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훨씬 높다.
스토리 풀 더빙과 지나간 캐릭터 음성을 다시 들을 수 있는 대화 로그 시스템도 이런 점을 강조한다. 관점을 조금 바꿔보자면, '사무라이 메이든'의 메인 스토리는 캐릭터 간 인연 스토리를 감상하기 위한 밑 준비에 가까운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초반 전투는 매우 답답했다. 동료 캐릭터와 인연을 쌓아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는데, 다른 게임이라면 기본으로 제공했을 기술마저도 인연으로 익혀야만 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카게(동료 캐릭터)인 코미미가 제공하는 기술이 중요했다. 다운 시 빠르게 기상할 수 있는 기술이나 공중에 떴을 때 낙법으로 빠르게 착지하는 기술 등을 제공하는데, 이 기술들 없이는 적 사이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려웠다.
전반적인 액션 파트는 빠르고 화려하게 몰아치는 전투보다는 치고 빠지기를 주로 활용하는 식이었다. 기본 공격 후 경직을 회피로 캔슬할 수 없는 데다가 보스가 아닌 일반 몬스터들은 공격 전 경고가 없어 적에게 한번 둘러싸였다가 공격당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경직 당하다가 게임 오버를 겪곤 했다.
커맨드에 방향키가 들어가는 점도 액션으로 적을 압도하기 어렵게 했다. 예컨대 최초로 얻는 추가 기술 커맨드는 강 공격 3회 연속 사용인데 방향키를 누르고 있으면 기술이 발동되지 않는다. 기술 사용을 위해서 반드시 이동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적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액션 게임에서 보기 드문 시스템인 만큼 플레이 전략을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스테이지 진행에 따른 난도 상승이 상당히 가팔라 반복 플레이 없이는 무난히 플레이 하기 매우 어려웠다. 타케다 신겐을 처음 만날 때 특히 체감되는 부분이었는데, 반복 플레이를 하지 않을 경우 조준 고정을 걸어도 시야에서 벗어날 정도로 빠른 이동속도를 가진 보스에게 3~4대 피격당하면 게임 오버되는 불합리함을 맛볼 수 있었다.
대신 반복 플레이가 용이한 게임 이기도 했다. 어느 정도 거의 모든 보스가 주기적으로 부하를 소환하는 패턴을 사용했는데, 소환된 일반 몬스터들 역시 인화를 드롭했다. 시간을 조금 들인다면 무제한으로 인화 수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모든 스테이지를 고랭크로 클리어하고 싶은 상황에서는 부하 몬스터 사냥이 필수 테크닉이 됐다. 맵에 등장하는 모든 적을 사살하고 클리어해도 결산 화면에서 처치 수가 무조건 최하 등급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적을 얼마나 처치해야 어떤 등급을 받을 수 있을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한없이 적을 사냥해야 했다.
추가 기술 습득을 제외하면 캐릭터 성능에 관여하는 요소는 무기뿐이었다. 적을 처치해 얻는 재화인 '인화'를 소비해 강화할 수 있으며, 무기 강화에 따라 공격력과 체력이 모두 올라가는 만큼 얼마나 반복 플레이를 해서 무기를 강화하느냐가 게임 플레이 난도를 결정지었다. 게임에서 신경 쓸만한 부분을 최대한 제외하고 캐릭터성에 집중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요소다.
문제는 새로운 무기를 얻었을 때다. 나중에 얻는 무기라고 해서 강화가 더 되어있거나 시작 능력치가 높은 게 아니기 때문에, 새 무기를 사용하고 싶다면 긴 시간 반복 플레이를 통해 무기를 다시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전투에서 핵심이 되는 요소는 '고카게'라고 불리는 동료들이다. 전방을 향해 불타는 수리검을 던지는 이요, 전방으로 사슬팔을 뻗어 지속적인 번개 피해를 주는 하가네, 망치를 내리쳐 광역 얼음 피해를 주는 코미미 등 세 고카게를 만날 수 있다.
고카게가 지닌 전투 능력은 츠무기가 적을 공격할 때마다 채워지는 인법 게이지를 소비해 발동할 수 있다. 현재 출전 중인 고카게의 게이지가 가장 빨리 채워지지만, 출전하지 않은 고카게도 빠르게 충전되기 때문에 상당히 자주 발동할 수 있었다.
세 고카게는 전투 외에도 퍼즐 관련 능력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 이요는 아이템 배치, 하가네는 사슬팔을 통한 갈고리 액션, 코미미는 지형에 배치된 폭탄 등을 집어서 던지는 능력이다.
인법 효과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써야 하긴 했지만, 핵심은 인법 게이지 낭비 없이 충전되는 즉시 발동하기였다. 전투 중 고카게 능력을 얼마나 자주 사용했느냐에 따라 고카게 호감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고카게와 호감도가 올라가면 추가 스토리와 기술 습득이 해금되는데, 둘 다 '사무라이 메이든' 핵심 게임 요소인 만큼 포기하기는 어렵다.
전투보다는 세부 스토리에 힘을 준 작품인 만큼 각 고카게의 매력 역시 전투나 메인 스토리 보다는 서브 스토리에서 잘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을 동경하는 여동생인 이요와 사회생활에 찌든 연장자인 하가네, 어른인 척하지만 사실은 어린 면이 있는 코미미까지. 일본 서브컬쳐 작품을 자주 즐긴 유저라면 익숙할 만한 캐릭터성에 완성도 높은 캐릭터 그래픽과 성우 연기를 얹어 제공된다.
고카게 호감도가 일정 이상 올라갈 때마다 외전 스토리인 포말 밀회가 해금된다. 스토리 모드가 전투 위주로 진행된다면 포말 밀회는 플랫포머 요소가 두드러지는 콘텐츠다. 일종의 꿈속 공간인 포말 공간에서 진행되는 스토리인데, 츠무기가 특정 고카게와 꿈속에서 만난다는 내용인 만큼 1:1로 진행된다.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는 뛰어나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무라이 메이든'은 플랫포머 장르로 개발된 작품이 아니고, 체공 중 조작 등도 액션 편의성을 위해 설정된 요소가 많다 보니 플랫포머 플레이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도 스토리는 좋다. 주인공과 세 고카게가 모두 등장하는 메인 스토리와 달리 특정 고카게와 주인공 간 관계가 집중적으로 조명되기 때문인데, 특히 메인 스토리에서는 볼 수 없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등장하는 만큼 캐릭터성이 확실히 정립된다.
포말 밀회를 진행할수록 해당 고카게의 인법 게이지 최대치가 증가한다. 세 고카게의 인법 게이지가 모두 2칸 이상이 되면 정말 쉴 새 없이 고카게를 전환해가며 인법을 사용해도 모자라져 게임 플레이가 더 어려운 만큼 충분히 연습해둬야 했다.
별개로 플레이 내내 손이 상당히 바쁜 게임이었다. 적 공격을 신경 쓰며 커맨드를 입력해야 했으며, 인법 발동시 고카게가 츠무기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동하는 만큼 꾸준히 록온을 걸었다가 해제하며 기술이 적절한 방향으로 발동될 수 있도록 해줘야 했다.
그 와중에 인법 게이지가 찰 때 마다 빠른 인법 발동 버튼 (듀얼쇼크 기준 [L1]+□,△,○)을 눌러줘야 했는데, 빠른 인법 발동 키가 고카게 교체 키를 겸하기 때문에 연속해서 누를 경우 기술 발동을 준비중이던 고카게가 기술 발동을 취소하고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인법이 발동되는 걸 확인한 뒤 다른 인법을 발동해야 했다. 액션 게임에서 선입력이 안된다는 점은 생각보다 훨씬 더 조작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츠무기가 '입맞춤의 술'을 배워 현재 출전 중인 고카게의 힘을 이어받아 특정 속성을 다룰 수도 있게 되는데, 속성에 따라 다양한 힘을 부여받을 수 있는 만큼 입맞춤의 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고카게를 교체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손이 바빠질 일이 늘어나는 셈이다.
의복 변경 시스템이 있지만, 의복에 따른 능력치 변화는 없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복장은 기본 복장에서 색상을 변경한 버전으로 인화를 소비해 해금할 수 있다.
더 많은 복장을 원하는 유저를 위해 캐릭터별 수영복과 주인공 전용 전국시대 복장, 고카게 전용 커플 교복 DLC가 마련되어 있으니 더 다채로운 복장이 필요한 유저라면 DLC 상점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그래픽 수준은 극과 극을 달린다. 주인공과 고카게들 같은 메인 캐릭터 모델링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지만, 지형지물이나 적 그래픽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 예컨대 주인공과 고카게들은 눈동자 움직임까지 구현되어 있을 정도로 정교하지만, 적들은 대부분 해골로 구성되어 있어 눈은커녕 얼굴마저 없는 경우가 수두룩한 식이다.
메인 캐릭터에 시선이 집중되는 게임인 만큼 평소에는 적이나 지형 그래픽이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프레임 드랍이 일어날 때마다 신경 쓰게 되는 부분이다. 프레임 드랍이 일어날 만한 부분이 캐릭터 출력밖에 없는데도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캐릭터 모델링에 얼마나 많은 폴리곤을 사용했길래 PS5 환경에서 프레임 드랍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사무라이 메이든'은 목적성이 분명한 게임이다. 게임 플레이 내내 고퀄리티 그래픽으로 구성된 미소녀 캐릭터들을 시야에 담고 싶어 하는 유저들에게 최적인 게임이며, 2000~2010년대 서브컬쳐 작품을 즐기는 유저라면 스토리도 즐길 수 있다.
액션성을 중시하거나 여성 캐릭터 간 과도한 커뮤니케이션을 꺼리는 유저라면 다소 불평할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게임 소개 문구에서부터 그런 면을 명확히 드러낸 만큼 취향에 맞지 않는 유저가 구매했다가 낭패를 볼 일도 없다. 여러모로 '후회할 일 없는' 작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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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성 분명한 미소녀 액션, 사무라이 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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