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슈퍼매시브 게임즈가 개발한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 공포 게임 '더 다크 픽처스 앤솔로지: 더 데빌 인 미(The Dark Pictures Anthology: the Devil in Me, 이하 더 데빌 인 미)'를 11월 18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총 8부작으로 예정된 '더 다크 픽처스 앤솔로지' 시리즈 4부이자 시즌 1 마지막 작품으로, 1부 '맨 오브 메단'이 도시전설에 기반한 스릴러, 2부 '리틀 호프'가 오컬트에 기반한 서스펜스, 3부 '하우스 오브 애쉬'가 잔혹한 표현과 괴물을 통한 긴장감을 주 공포심 부여 수단으로 삼았다면, 4부 '더 데빌 인 미'는 실제 사건에 기반한 스토리라는 점이 주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더 데빌 인 미'에서, 유저들은 실존했던 연쇄 살인마 H.H. 홈즈(H. H. Holmes)를 모방한 범죄에 휘말린 다큐멘터리 제작진의 운명을 결정하고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로 구성된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
H. H. 홈즈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는 유저를 배려하기 위해 게임은 메인화면에 특설 메뉴를 마련하고 에서부터 악명 높은 살인마의 인생을 해설하는 영상을 제공한다. H. H. 홈즈는 건물 전체를 살인 함정으로 꾸민 '살인의 성'을 운영해 최소 50명, 최대 200명가량의 사람을 살해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연쇄 살인마다.
'더 데빌 인 미'가 공포를 주는 방식은 바로 실제 사건에 기반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비록 1880~90년대에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했지만, 오히려 방탈출류 어트랙션을 흔히 만날 수 있게 된 오늘날이기에 '살인의 성'이라는 기괴한 건축물이 주는 섬뜩함은 더 크다. 스토리가 실화에 기반했음을 알게 되는 순간, 자칫 끔찍하게만 보일 수 있는 작중 스토리는 생동감을 얻는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공포라는 감정은 인류의 생존 본능과 직결되는 요소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 오는 공포를 더 큰 공포로 느낀다. 세상에 괴물이 없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 괴물이 나오는 공포 영화에 큰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이유 역시 자신이 영화 속 등장인물과 같은 일을 겪지 않으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공포 게임에서라면 주인공에게 느끼는 몰입감이 이 요소에 영향을 준다. 즉 게임에서 일어나는 일이 객관화되지 않고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될수록 공포는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또한 일본 공포 소설가 미쓰다 신조가 소설 '사관장'과 '백사당: 괴담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했듯, 창작물 속 공포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질 때 극대화한다. 작중 등장인물이 겪고 있는 일이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사건이며, 비현실적으로 보여도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느껴지는 오싹함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말로 풀어 쓰면 굉장히 길지만, '더 데빌 인 미'는 실제 사건에 기반해 제작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런 효과들을 얻어냈다. 다르게 말하면, H. H. 홈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유저라면 '더 데빌 인 미'가 시리즈 이전 작품들보다 덜 무섭다고 여길 수도 있다.
살인 함정으로 가득한 건물이 배경인 만큼 등장인물들이 꽤 다채롭게 죽는다. 개발사 전작인 '언틸 던'부터 시작해 '더 다크 픽쳐스 앤솔로지'가 전부 그랬듯 선택지를 한 번 잘못 고르면 자비 없이 죽어버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뻔하지 않은 죽음은 같은 장면을 반복해가며 플레이하는 재미를 전작과 비교해 더 키워줬다. 단순히 선택지만 눌러가며 모든 분기를 해금하는 방식의 인터랙티브 무비가 아닌, 진행 중 제시된 단서를 분석하고 살인마가 제시하는 두뇌 싸움에서 승리해 모든 캐릭터를 생존으로 이끄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소재가 주는 공포와는 별개로 이야기 짜임새가 빼어난 편은 아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살인마에 대한 묘사인데, 전작들과 달리 초자연적인 현상과 무관한 살인마가 주 악역임에도 주인공 일행 다수가 악역 하나를 상대하지 못해 혼비백산하여 도망가는 장면은 약간 의아하게 느껴진다.
전작들에서는 그래도 됐다. 여러 작중 장치를 통해 그런 상황에 당위성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더 데빌 인 미'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미치광이라고 해도 일단은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며, 공포심에 판단 감각이 마비되었다고 이해하려 해도 종종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상술했듯 '더 데빌 인 미'가 제공하는 공포의 원천은 몰입감과 현실성이다. 작중 전개에 의문을 품는 순간 공포감은 사라지고 게임에 대한 흥미도 크게 식을 수 있다.
전작과 비교해 '달리기'를 비롯해 새로운 액션이 다수 추가됐다. 생각보다 이 '달리기' 추가가 주는 긴장감이 꽤 대단했는데, 전작에서는 아무리 긴박한 순간에서도 캐릭터가 걷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좁은 공간에서 진행되는 액션이 많아 전반적인 액션 만족도는 전작과 비교해 다소 떨어졌다. 시원시원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아무래도 공간적 한계로 인해 액션보다는 서스펜스에 중점을 둔 듯 한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더 다크 픽쳐스 앤솔로지' 특징인 군상극 면모가 희석된 점은 아쉽다. 등장인물 간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관계를 정립해가는 장면이 주는 재미 요소가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들과 살인마 간의 갈등에 집중해 그런 면모가 적다.
등장인물 간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은 등장인물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요인이 된다. 게임 분량을 조금만 더 할애했다면 충분히 더 매력적인 인물이 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이 보여 아쉬워진다.
큰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본다면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작에서는 느낄 수 있던 재미 요소가 사라진 점은 역시 안타깝다. 비유하자면 최고급 식재료로 만들어진 평범한 음식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안타까움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더 데빌 인 미'가 지닌 게임 외적인 특징이라면 출시 후 평점이 매우 낮았다는 점이다. 대부분 버그 때문이었는데, 사소한 버그부터 시작해서 모델링 관련 오류나 무한 로딩, 게임 꺼짐 등 다양한 버그가 산재해 있었다.
문제는 '더 데빌 인 미'가 공포 게임, 그것도 몰입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포 게임이라는 점이다. 플레이타임이 그리 길지 않은 인터랙티브 무비인 만큼 중간에 끊지 않고 이야기에 몰입한 채 쭉 플레이 하는 방식이 가장 좋은 플레이 방식인데, 버그로 인해 몰입감이 끊기는 경우가 잦아 매우 낮은 평점을 기록했다.
꾸준히 버그를 수정했고, 실제로 플레이 중 게임 플레이에 큰 문제가 되는 버그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버그로 인해 구매를 망설였던 유저라면 슬슬 구매를 고려해 봐도 좋을 듯하다.
'더 데빌 인 미'는 '더 다크 픽처스 앤솔로지' 시즌 2를 기대할 수 있게 해주는 나쁘지 않은 쉼표라고 할 수 있다.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완성도 높은 게임 플레이를 선보였고, 공포 요소 역시 충실히 제공한다.
장르 특성상 모든 공포 팬들에게 권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시리즈 4편인 본 작품의 구매를 고려할 유저라면 이미 인터랙티브 무비라는 장르를 즐길 줄 아는 유저일 터이니 큰 문제라고 하긴 어렵다.
공포 게임과 함께 하는 오싹한 하룻밤을 즐기고 싶은 유저라면, '더 다크 픽처스 앤솔로지: 더 데빌 인 미'의 초대를 받아들이고 H. H. 홈즈의 성으로 떠나는 여행을 즐겨보자. 아마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리뷰/프리뷰
시즌 2 기대하게 하는 쉼표, 더 다크 픽쳐스 앤솔로지: 더 데빌 인 미
총 1055의
게시물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