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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미래로 가는 이정표, 니드 포 스피드: 언바운드

작성자 :	등록일 : 2022-12-15 오전 9:07:51

게임피아는 크라이테리온 게임즈가 개발하고 일렉트로닉 아츠가 유통하는 레이싱 게임 '니드 포 스피드: 언바운드(Need For Speed: Unbound, 이하 언바운드)' 플레이스테이션 5 버전을 12월 2일 국내 정식 발매했다.

'니드 포 스피드(이하 NFS)' 시리즈 25번째 작품이자 차세대 콘솔로 출시되는 첫 작품으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와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 윈도 PC 사이에 크로스플랫폼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

'언바운드'에서 유저는 가상의 도시 레이크쇼어 시티에 거주하는 신인 공도 레이서, 다른 말로는 신인 폭주족인 주인공이 되어 최강의 공도(公道, 공공도로) 레이서가 되는 여정에 몸을 맡기게 된다.

전작들과 비교하면 주인공 캐릭터성이 확고한 편이다. 대사도 많고, 유머 감각도 뛰어나 스토리 내내 많은 대사를 선보인다. 당장 직전 작품인 '니드 포 스피드: 히트(이하 히트)' 주인공이 홀연히 팜 시티에 입성해 폭풍처럼 부패 경찰들을 무너뜨리고 공도 레이스를 지켜냈음을 생각해보면, 배경도 목적성도 꽤 뚜렷한 인물이다.

주인공이 캐릭터성이라는 것을 얻게 되며 스토리도 꽤 흥미진진해졌다. 공도 레이서 간 우정과 배신, 복수가 그리 전형적이지 않은 전개로 펼쳐지는데, 공도 레이스를 주 소재로 삼은 영화 '분노의 질주' 초기 시리즈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언바운드'의 스토리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반대급부로 주인공이 지닌 캐릭터성이 뚜렷해진 만큼 주인공에 몰입하기는 다소 어려워졌다. 과묵하고 몰입하기 좋은 주인공을 선호하는 유저들이라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싱글 플레이 난도는 꽤 높은 편이다. 당장 튜토리얼 격인 첫 번째 레이스에서부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야 1등이 가능한 난도가 책정되어 있으며, 레이스 대부분이 상대를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레이스 내내 역주행을 유지다시피 하며 NOS를 충전해야 하는 구조다.

난도를 불문하고 적용된 10회의 재시도 제한 횟수도 체감 난도를 크게 높이는데 한몫 했다. 공도 레이싱 특성상 일단 주행로를 어느 정도 익혀야 적절한 조작이 가능한데, 반복 플레이 횟수가 제한되어 있어 노력해서 1위를 하기 보다는 2~3위에서 그쳐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낮은 난도에서부터 천천히 실력을 올리기 어려운 만큼, '언바운드'로 레이싱 게임에 입문하는 건 그리 현명한 판단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넣어 실력을 끌어올리기를 즐기는 유저가 아니라면 추천하기 어렵다.

멀티플레이는 싱글 플레이와 별도로 구성된다. 그러니까, 싱글 플레이에서 차량을 개조하고 돈을 모으고 차량을 구매해도 멀티 플레이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쌓아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손에 익은 애마를 떠나보내고 다시 시작하는 일은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멀티 플레이로 게임에 입문하기도 어렵다. '언바운드'는 굳건한 팬층을 지닌 시리즈의 최신작인데다가, 레이싱 게임 커뮤니티는 특정 시리즈만 즐기기보다는 신작 레이싱 게임이 출시되면 가리지 않고 전부 플레이 하는 성향이 강한 이들이다.

다시 말해 이미 'NFS' 시리즈는 물론 여러 레이싱 게임을 섭렵한 고수들이 멀티 플레이 환경에 즐비하다는 뜻이다. 전장에 나서기 위해 특공대원이 될 필요까지는 없지만, 최소한 훈련소는 수료할 필요가 있다.

비록 패배하더라도 멀티 플레이 환경에서 다른 유저들과 겨루는 일은, 상대방이 AI가 아닌 사람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차량 커스터마이징은 전반적으로 '히트'를 계승했으며, 여기에 범퍼 등 일부 부품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히트'에서 선보인 차량 커스터마이징 완성도가 시리즈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히트'를 계승했다는 사실이 이상하지는 않다.

싱글 플레이를 비롯해 게임 경험이 전반적으로 차량에 애착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또 스토리에서도 이 요소가 적극적으로 활용돼 차량 커스터마이징에 더 공을 들이게 된다.

자신만의 차량을 만들어 나가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지금까지 'NFS'가 대체로 그렇기는 했지만, 필요에 따라 레이스마다 차량을 계속 바꾸는 게 아니라 여러 차량 중 마음에 드는 차량을 꾸준히 가꿔가면서 플레이하는 경험은 상당한 만족감을 안겨줬다.

음향 커스터마이징 효과도 꽤 인상적이다. 전문적인 음향 믹서가 제공되지는 않지만, 레이스를 즐기던 중 '소리가 조금 더 높았으면 좋겠다'라거나 '조금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이 들었을 때 이를 조절할 수 있다.

현실에서도 강렬한 엔진 배기음을 듣고 F1 레이싱에 빠져든 팬들이 있을 정도로 레이싱에 있어서 소리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이는 게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리고 '언바운드'는 이런 요소를 콕 집어서 충족시켜준다.

힙합풍 OST도 레이싱 중 흥을 돋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레이싱이라는게 원래 빠르고 거친 음악과 잘 어울리는 행위이긴 하지만, 공도 레이스라는 특성상 라이벌 레이서들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며 서로를 테이크다운 하려 애쓸 때 흘러나오는 힙합 음악은 심장을 한층 더 거칠게 뛰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픽 측면에서는 카툰 렌더링과 실사풍 그래픽이 섞여 있는 혼란스러운 느낌이 특징이다. 차세대 기종으로만 출시된 만큼 전반적인 그래픽 완성도가 높고, 최적화도 잘 되어있는 편이다.

대부분 실사풍 그래픽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캐릭터와 일부 효과에 카툰 렌더링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특히 드리프트나 급브레이크 상황에서 나오는 타이어 연기가 과장된 카툰 렌더링으로 연출된다.

단순히 카툰 렌더링만 적용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래피티 적인 감성을 섞어두기도 했다. 거칠고 무질서한 공도 레이스의 특징을 시각화했다는 느낌이 물씬 드는데, 특히 차량 여러 대가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순간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레이싱 중 시인성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레이싱 중 드리프트를 활용하는 건 레이스 경쟁자들이나 경찰 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차량이 상대 차량이고 어떤 차량이 그냥 도로를 돌아다니는 차량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아무래도 역대 시리즈 중 최초로 카툰 렌더링이 도입된 작품인 만큼 호불호가 크게 갈릴만한 요소이긴 한데, 만화적 연출을 싫어하는 유저라면 커스터마이징 옵션에서 끌 수 있다. 차량 커스터마이징이 해금되지 않은 프롤로그 장면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잠깐만 참으면 된다.

만화적 연출을 도입한 영향인지는 몰라도 강렬한 색조 대비를 활용한 연출도 종종 등장한다. 평소에는 격렬한 레이스를 강조하는 연출이지만, 일부 장면, 예컨대 초반부 주인공 모델 선택 화면 같은 상황에서 빠르게 점멸하는 연출이 자주 활용되는 점은 문제가 조금 있다. 눈이 아픈 것을 넘어서서 광과민성 경고가 필요한 수준에 이르는데, 연출을 좀 약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플레이스테이션 5 버전에는 듀얼센스 전용 기능이 제공된다.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R2-L2 트리거에 적응형 트리거가 적용돼 손맛을 느낄 수 있고, 3D 진동도 제공된다.

트리거 압력 변화가 크지는 않다. 플레이 내내 R2 트리거를 누르고 있어야 하는 데다가 코너링이나 드리프트를 위해 브레이크를 자주 제어해야 하는 장르 특성상 트리거 압력이 너무 강하면 금방 피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3D 진동 효과가 상당히 강렬하다. 엔진 배기를 귀뿐만 아니라 손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된 셈인데, 동일하지는 않지만 운전 시 핸들을 통해 전해지는 엔진 진동을 떠올리게 했다.

차량 주행 속도에 따라 트리거 압력이 변하는 만큼 조용한 환경에서 플레이 중이라면 듀얼센스가 트리거 압력을 조절하는 짤깍거리는 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다.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지만, 예민한 유저라면 플레이 전에 미리 관련 옵션을 꺼두는 게 좋다.

'니드 포 스피드: 언바운드'가 레이싱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정도로 혁신적인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 기존 요소를 갈고 닦아 더 뛰어나게 만드는 일도 중요한 법이다. 이번 작품은 오늘날까지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가 쌓아 올려온 요소를 잘 계승했고, 독자적인 색채도 가미했다. 차세대 게이밍 콘솔 작품다운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인 건 덤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 나아가던 중 잠시 멈춰 진행하는 중간 결산, 차기작으로 가는 이정표에 가까운 작품인 셈이다. 지금까지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확인하고, 차세대 콘솔에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이정표 말이다. 게임이 출시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차기작을 기다리게 되는 이유다.

중간 점검이라고 해서 만듦새가 허술했다면 아무 의미 없는 작품이었겠지만, '니드 포 스피드: 언바운드'는 훌륭한 수작으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신작을 애타게 기다려온 레이싱 게임 마니아라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주저하지 말고 지금 당장 레이크쇼어 시티를 향해 액셀을 밟아라.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