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리스트 게임즈는 더 팜 51(The Farm 51)이 개발한 FPS '월드 워 3 (World War 3, 이하 WW3)'을 12월 10일 정식 출시하고 첫 시즌인 '오퍼레이션: 레드 라인'을 업데이트했다.
'오퍼레이션: 레드라인'은 한국과 중국을 배경으로 한 배틀패스다. 대한민국 국군 707 특임대와 중국 인민해방군 등 새로운 커스터마이징 옵션과 한국제 K2C1과 중국제 QBZ-95 등 새로운 무장이 포함되어 있으며, 배틀패스 업데이트와 함께 한반도의 DMZ와 중국 고비 사원 등 새로운 맵이 추가됐다.
'월드 워 3'에서, 유저는 NATO와 러시아 간 전면전이 펼쳐지는 전쟁 한가운데에서 자신만의 무장을 갖추고 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싱글 플레이는 없으며, 멀티플레이 중심으로 진행된다.
최초 공개 시에는 유저가 특정 팩션을 선택하는 방식이었으며, 한 팩션의 승리가 일정 횟수까지 누적되면 해당 팩션이 최종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할 방침이었다. 현재는 팩션 개념이 없으며 게임 참여시 무작위 팀에 참여하는 식이다.
팩션 개념이 없다는 점은 이전이었다면 단점이었을지 몰라도 오늘날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요소기도 하다. 최근 현실에서 러시아가 전면전으로 NATO와 겨룰 수 없다는 사실을 러시아가 직접 증명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러시아를 군사 강국으로 묘사한 작품들이 유머 소재가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게임 모드는 대규모 교전인 전술 작전(Tactical Ops)과 소규모 교전인 팀 데스매치(Team Deathmatch)로 나뉜다. 출시 전에는 분대 단위로 전장에 투입돼 배틀로얄 규칙하에 목표를 확보해야 하는 게임 모드인 리콘(Recon)모드가 예고되었으나, 현 버전에서는 도입되지 않았다.
또한 일반적인 FPS 작품들이 선택 옵션으로 제공하는 아군 오사 기능이 'WW3'에서는 모든 게임 모드에서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다. 모든 게임 모드가 하드코어 모드를 겸하는 셈이다.
전술 작전은 보병전 위주로 진행됐다. 분대 개념을 채택해 네 유저가 한 분대를 이뤄 함께 행동했다. '전술 작전'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넓은 전장을 채택했으나 탈 것 없이 맵을 횡단하는 게 힘들 정도로 넓지는 않았으며, 산발적인 교전이 자주 발생했다.
점령전 방식을 택했지만, 점령한 거점 하나당 점수를 얻는 게 아니라 A1과 A2, B1과 B2 등 서로 연결된 거점 두 개를 모두 점령해야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연결된 거점을 모두 점령하기 위해 중간 지점에서 전선이 형성되는 경우가 잦았고, 인원이 여러 거점을 동시에 점령하기 위해 분산되며 특정 거점에 과도하게 많은 인원이 몰려 절대 뚫을 수 없는 무적의 거점이 탄생하는 일이 없었다.
타격 장비는 일종의 킬 스트릭 역할을 했다. 정찰 장비와 타격 장비, 탑승 장비 세 가지를 설정하고 점수를 소비해 발동하는 방식으로, 점령 점수를 후하게 줘 적을 다수 사살하지 못해도 점령에만 열심히 참여한다면 타격 장비 사용이 가능했다.
가장 큰 점수를 요구하는 탑승 장비는 대규모 전투를 배경으로 한 FPS에서 종종 그렇듯 전선을 밀어내는 막강한 병기보다는 필살기 같은 느낌이 강했다. 화력이 뛰어나고 장갑이 두터워 거점 하나를 점령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그렇다고 사냥할 수 없는 괴물도 아니라 대전차병 다수에게 협공당하면 빠르게 퇴장하곤 했다.
보병도 충분히 전차를 상대로 싸울 수 있다는 점, 전차를 중심으로 전선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은 보병 위주 전투를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는 강점으로 여겨질 만한 부분이다.
분대 간 협동이 요구되는 게임이기도 했다. 점령은 최소한 두 명 이상의 유저가 있어야 가능했으며, 점수를 통해 각종 전술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만큼 분대 플레이를 통한 점수 확보가 매우 중요했다.
게임 내에서 한글이 제공되기는 하지만, 다국적 유저들과 게임을 진행하는 만큼 결국 의사소통에는 영어가 필요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유저들이 많은 만큼 의사소통에 활용하는 단어가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다.
게임 자체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분대원이 영어를 쓸 생각이 없는 상황에선 게임 플레이가 다소 난해해지기도 했다. 반드시 소통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모국어 사용을 고집하는 유저를 종종 만날 수 있었는데, 긍정적인 게임 플레이 경험은 아니었다.
만약 이 리뷰를 읽는 유저가 그런 상황을 마주한다면, 중국어 채팅이나 음성 채팅이 가능하기를 바란다. 모국어 사용을 고집하는 분대원 중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한편 팀 데스매치는 FPS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적 처치 횟수 적립식 경쟁이다. 점령 경험치를 얻을 수 없고 적 사살시 경험치도 전술 작전보다 적어 계정 레벨이나 무장 레벨 상승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게임 시간이 훨씬 짧다 보니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맵이 좁고 주 교전 지역이 실내나 좁은 실외인 만큼 아군 오사가 더 자주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타격 장비 활용은 불가능했다.
전반적인 비주얼은 나쁘지 않았다. 총기 그래픽이나 장전 모션 등을 대충 얼버무리지 않고 적절하게 구현했으며, 사격음도 실감 나는 편이다.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 같은 매체와 비교하면 어쩔 수 없이 차이가 있긴 하지만, 게임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맵 디자인도 투박하지 않게 잘 꾸며져 있다. 세세한 디테일이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가장 최근에 출시된 비무장지대와 고비 사원 맵은 기존 맵과 비교해 확실히 개선이 이뤄진 점을 알 수 있었다. 고비 사원의 큰 종을 사격하면 울리는 종소리라던가 비무장지대 북쪽의 북한 지역에서 흘러나오는 선전 방송 등을 통해 실감 나는 환경을 구현했다.
일부 맵은 환경 변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예컨대 고비 사원 맵은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모래폭풍과 번개가 몰아치는데, 시야가 제한돼 더 전술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지형으로 변하곤 했다.
설정상 진영 간 대립에 의한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상술했듯 팩션 개념이 없어 시인성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같은 편에 속한 유저라도 커스터마이징이 제각각이며, 아군과 적이 같은 복장을 착용한 상황도 흔히 볼 수 있다.
과하게 알록달록하거나 핍진성을 무시하는 커스터마이징은 없어 게임 몰입을 해치지는 않았다. 대부분 현실에 있을법한 장구류거나 실존 장구류에 기반한 디자인을 띄고 있어 '코스프레 마니아가 전장에 있다' 같은 불만이 나올 일은 없다.
사실 커스터마이징으로 인한 시인성 문제는 적 색적보다도 아군 오사에 큰 영향을 줬다. 눈앞에 뛰쳐나온 유저가 적인지 아군인지 빠르게 알아보기 어려우니 일단 총을 쏘고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적이라면 다행이지만 아군이라면 아군 사살로 이어졌다.
타격 장비를 사용했을 때 아군 오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폭격이나 전차 주포에 휘말려 아군이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종종 오토바이에 탑승한 아군과 충돌했다가 오토바이가 폭발하며 아군 사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전차 조종 중에도 처형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기껏 보급받은 전차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만약 아군 오사를 당했다면 자신을 사살한 아군을 즉결 처형하는 기능이 활성화됐다. 다만 해당 기능에 큰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실수로 자신을 공격한 아군을 처형해 봤자 아군 승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고의로 아군을 공격하는 유저는 처형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드코어 게임인 만큼 아군 오사를 당했을 때 크게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타격 장비가 아군에게 파괴되었을 때는 아니었다. 한 팀에 보급받을 수 있는 전차 수에 제한이 있는 탓인지 아군 전차를 파괴하고 자신이 전차를 소환하는 유저가 종종 있었다.
총기 밸런스가 완벽한 편은 아니었다. 이스라엘제 알파(AK-Alfa) 돌격소총이 상당히 강력했고, '오퍼레이션: 레드라인'을 통해 획득할 수 있었던 K2C1은 성능은 무난했으나 무게가 가벼워 다른 장비를 추가로 지닐 수 있었다.
그러나 다수 대 다수 전이라는 게임 특성상 승패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고, 총기 성능보다는 유저가 지닌 실력이 더 큰 영향을 줬다. 또한 총기별 특징이 뚜렷한 편이기에 성능보다는 쏘는 재미를 더 중시하게 되는 편이었다.
건스미스 시스템은 부품별로 특징이 뚜렷하다는 느낌이었다. 제공되는 부품이 많지는 않았으나 부품 하나가 주는 영향이 커서 확실히 총이 개조되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총기를 일부 개량한다는 느낌이지 정말로 자신만의 총기를 꾸민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추후 더 많은 총기와 부품이 추가될 예정인 만큼 업데이트가 더 진행된 뒤에 평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일부 FPS에서 총기 라이선스 문제로 일부 총기가 개명 당하는 점을 불쾌하게 여기는 유저라면 'WW3'가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다. 'WW3'는 적지 않은 총기를 현실과 동일한 명칭으로 게임에 등장시키며,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못한 총기라도 민수용 버전의 이름을 살짝 수정하는 등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감성적인 면 뿐만 아니라 게임에 적응하는 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총기 고증을 무시하는 캐주얼 FPS가 아닌 이상 다른 게임이라도 동일한 현실 총기를 기반으로 한 인게임 총기는 성능이 비슷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동일 장르 타 작품을 통해 얻은 게임 경험을 다른 게임으로 인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만 건스미스와 별개로 건 플레이가 아주 쾌적한 게임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연 시간 문제로, 동아시아 지역에 서버를 두지 않은 탓인지 핑이 매우 높게 잡혔다.
'오퍼레이션: 레드 라인' 패치를 통해 아시아 지역 진출 의지를 드러낸 게임인 만큼 향후 서버를 확충해 지연 시간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은 플레이가 아주 쾌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정 프랜차이즈가 큰 입지를 차지한 장르에서는 신작이 출시되더라도 기존 대형 프랜차이즈 작품의 대체제 정도로 여겨지곤 한다. 이런 현상은 장르를 지배하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신작이 부진할 때 더 잘 드러난다. 동일 장르의 신작을 해당 작품의 대체제로 여기며 플레이 하는 유저가 다수 나타나기 때문이다.
멀티플레이 위주 FPS 시장 역시 마찬가지지만, 다행히 '월드 워 3'는 특정 작품의 대체제가 아닌 '월드 워 3'라고 불릴만한 작품이다. 보병 전투가 핵심이면서도 여전히 전차가 현대전의 주인공일 수 있는 전장을 제공하고, 소규모 교전 환경에서는 숨막히는 난전을 즐길 수 있다.
현대전 배경의 하드코어한 전장을 기다려온, 그리고 최신 FPS 신작들로 만족할 수 없었던 유저라면 '월드 워 3'는 놓치기 어려운 기회다. 다른 FPS에서는 겪을 수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또한 무료로 제공된다.
리뷰/프리뷰
하드코어 전장을 바라는 당신에게, 월드 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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