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Bandai Namco Entertainment Korea, BNEK)는 이루카(ILCA)가 개발한 RPG '원피스 오디세이'를 1월 12일 국내 정식 출시한다.
'원피스 오디세이'는 일본 인기 만화 '원피스'를 원작으로 한 외전 작품으로, '원피스' 기반 게임 중에는 드문 턴제 RPG다. 출시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 윈도 PC다.
정식 출시 전 게임 내용 중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사전 체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1월 10일부터 배포되는 데모 버전과 동일한 버전으로, 데모 버전에는 정식 버전 구매 시 세이브 데이터 연동 기능이 제공돼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원피스 오디세이'는 수수께끼의 유적이 있는 섬 와플루드에 조난한 밀짚모자 일당의 모험을 다룬다. 징베가 합류하지 않은 상태임을 고려하면 원작 62권~88권 사이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외전작 특성상 정확히 어떤 시점에 발생한 사건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원작 팬들을 위한 게임이다 보니 이미 유저들이 원작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스토리가 진행된다. 예컨대 와플루드에 처음 조난한 뒤 와플루드 유적과 스카이피아(하늘섬) 유적 간 유사성을 지적하는 대사가 나오는데, 원작을 모르는 유저라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원피스 오디세이'에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원작을 모를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큰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스토리 측면만 놓고 보자면 게임을 통해 원작에 입문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필드 탐험은 '원피스'치고 정적인 편이다. 높은 곳을 오르거나 아이템을 줍는 등 동작 대부분이 버튼 하나로 해결되며, 달리기 속도도 빠른 편이 아니기 때문에 약간 답답하기도 하다.
탐험에 캐릭터별 특성을 활용하는 연출이 있긴 하다. 예컨대 루피의 늘어나는 팔로 절벽을 뛰어넘거나 조로의 검술로 닫힌 문을 베어버리는 식이다. 그러나 연출 대부분이 화면 암전 후 반짝이는 이펙트 후 사건이 해결되어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큰 감흥이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필드 곳곳에 있는 조사 포인트가 지루함을 많이 덜어준다. 대부분 게임 진행에 큰 의미 없는 잡담인데, 원작이 '원피스'인 만큼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이 탄탄하기 때문에 단순한 잡담도 상당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전투는 심볼 인카운터 방식이며, 턴제 방식에 더해 '스크램블 배틀 에이리어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도입했다. 큰 전장 안에 여러 에이리어가 있어 각 캐릭터가 다른 에이리어에 배치되는 시스템이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캐릭터가 아니라면 자신이 있는 에이리어에 배정된 적을 모두 쓰러트리기 전까지 다른 에이리어에 합류할 수 없다.
캐릭터마다 속성이 있어 이를 통해 '가위 바위 보'식 상성 관계가 형성된다. 덕분에 게임에 전략성이 더해지기도 했다. 만약 역상성 관계인 적과 같은 에이리어에 배정된 아군이 있다면 해당 캐릭터는 방어를 굳히고 상성상 우위에 있는 캐릭터가 다소 무리하더라도 자기 에이리어를 빠르게 정리한 뒤 합류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었다.
스크램블 배틀 에이리어 시스템을 통해 '원피스' 원작과 유사한 전투 감성이 재현되기도 했다. 원작에서 밀짚모자 일당의 전투는 강대한 적을 상대로 협공을 펼치기보다는 단독이나 콤비 단위로 떨어져서 진행되곤 했기 때문이다.
'원피스 해적무쌍' 등 액션 작품에서는 조작 캐릭터가 제한되는 만큼 자연스럽게 이런 상황을 연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원피스 오디세이'는 밀짚모자 일당이 한데 뭉쳐 행동하는 만큼 자칫 잘못하면 여러 캐릭터가 적 소수를 협공하는 장면이 반복해서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전투가 일반적인 턴제 RPG처럼 진행됐다면 팬들에게 '밀짚모자 일당이 무뢰배처럼 약한 적을 둘러싸고 폭행하는' 심각한 원작 훼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요소지만, 스크램블 배틀 에이리어 시스템을 통해 그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스킬 연출이 꽤 다채로운 편이다. 액션 RPG에서는 게임 편의성과 장르 한계상 일부 기술을 구현하기 어렵거나 구현하더라도 기술 연출을 간소화 하는 경향이 있는데, '원피스 오디세이'는 턴제 RPG인 만큼 원작에 기반한 과장되고 화려한 연출을 제공한다.
다만 스킬 연출을 건너뛸 수 없어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자동 전투와 배속 기능이 있어 전투 시간을 단축시킬 수는 있어도 연출을 아예 끌 수는 없었는데, 데모 버전이라 스킵 기능이 없는지 본편에도 없는지는 알 수 없었다.
원작 기반 팬 게임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는 원작에서 충분히 성장한 캐릭터를 처음부터 다시 성장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RPG적 재미와 원작 재현이라는 요소를 동시에 잡으려다가 생기는 모순인데, '원피스 오디세이'는 작중 스토리와 설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초반에는 캐릭터 레벨도 높으며 막강한 기술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스토리 초반부에 모종의 이유로 모든 힘을 빼앗기는 연출이 등장한다. 힘을 빼앗긴 이후부터는 섬을 탐험하며 섬 전체로 흩어진 힘의 결정을 되찾는 모험이 펼쳐진다.
스토리 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거나 불합리하지 않으며, 일회성 설정이 아니라 이후 스토리 전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만큼 영리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원피스' 원작에도 능력을 약화시키는 형태의 능력이 여러 번 등장했던 만큼 무리하게 집어넣은 설정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한편 공식 정보에 따르면 힘을 되찾는 과정에서 밀짚모자 일당이 과거 펼쳤던 모험을 재현하는 스토리가 제공되지만, 데모 버전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픽이 아주 빼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카툰 렌더링을 활용해 원작 디자인을 훌륭히 구현했다. 사실적인 3D 그래픽은 아니나 원작 그림체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다만 필드 탐색 중 각종 동작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드는 등 모션 측면에서는 약간 아쉬움이 남았다.
게임에 대한 자세한 평가는 결국 정식 출시 후에나 내릴 수 있을 전망이지만, 일단 데모 버전을 통해 '원피스 오디세이'가 잘 만들어진 '원피스' 팬 게임이라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스토리나 캐릭터성이라는 측면에서, 만약 '원피스' 원작 팬이 '원피스 오디세이'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 본다면 본편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오리지널 캐릭터들은 팬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좋게 설정되어 있고, 원작 캐릭터들의 캐릭터성 역시 훼손되지 않았다.
리뷰/프리뷰
원피스 오디세이, 데모 버전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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