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Bandai Namco Entertainment Korea, BNEK)는 스퀘어 에닉스가 개발한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신작 '드래곤 퀘스트 트래저즈 푸른 눈동자와 하늘의 나침반(이하 트래저즈)'을 12월 9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액션 RPG에 몬스터 테이밍과 보물찾기 요소를 더한 외전 작품으로, 기존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 등장한 적 없는 새로운 지형인 '끝없는 용의 대지'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다뤘다. 자막 한글화가 적용되었으며. 플랫폼은 닌텐도 스위치 독점이다.
'트레저즈'에서, 유저는 '드래곤 퀘스트 XI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이하 드래곤 퀘스트 XI)' 등장인물인 카뮤와 마야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함께 하게 된다. 카뮤와 마야가 해적선에서 탈출해 보물을 찾아 떠나는 내용으로, 초반 퀘스트를 넘긴 이후 부터는 두 남매 중 한 쪽을 자유롭게 골라 모험을 즐길 수 있다.
메인 시리즈 인물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드래곤 퀘스트' 외전 작품이 으레 그렇듯 스토리가 크게 이어지지 않는다. '트래저즈'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드래곤 퀘스트 XI'를 플레이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다만 전작 인기 캐릭터였던 카뮤와 마야가 등장하는 만큼 '드래곤 퀘스트 XI'를 거쳐 온 팬이라면 반가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어린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만큼 스토리가 진지한 편은 아니다. 심각한 상황이 나오더라도 가볍게 묘사되며, 캐릭터성 역시 가벼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꾸려져 있다. 유저에 따라서는 어린이용 동화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메인 시리즈보다 순화된 묘사도 많다. 카뮤와 마야를 일꾼으로 부려 먹는 바이킹들은 아동용 창작물에 흔히 등장하는 유쾌한 해적과 비슷하게 묘사되며,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서 은근히 암시되곤 하던 성적인 농담도 나오지 않는다.
진지한 탐험을 추구하는 유저라면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트레저즈'가 힐링 게임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트레저즈'는 반복 콘텐츠를 즐기는 게임이며, 가벼운 분위기는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피로도를 크게 낮추는 역할을 한다.
게임 핵심 시스템은 몬스터 육성과 보물찾기다. 주인공들의 목적은 보물찾기이며 메인 스토리 역시 보물찾기와 관련 있지만, 보물찾기를 위해 다양한 몬스터를 영입하고 육성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몬스터 영입은 일단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설정상 주인공 일행과 전투를 펼친 뒤 주인공에게 감명 받은 몬스터를 스카우트 하는 방식으로, 길들이는게 아니라 파티원(작중에서는 크루원이라고 한다)으로 고용하는 방식인 만큼 몬스터가 요구하는 각종 아이템을 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영입한 몬스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육성할 수 있다. 몬스터 하나를 완전히 육성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메인 스토리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자기만족에 가까운 일이 된다.
그래도 육성에 투자한 시간만큼 확연하게 강해지는 모습은 적지 않은 만족감을 줬다. 몬스터 스킬 구성에 따라 전투력에 차이는 있었지만, 어떤 몬스터든 필요 이상으로 막강하게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은 유저에게 몬스터를 성능이 아닌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한다.
일부 육성 게임에서는 게임 진행 중 성능 문제로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파티에서 제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적어도 '트레저즈'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
핵심 콘텐츠인 보물찾기는 일종의 발굴 콘텐츠다. 보물은 필드 곳곳에 숨겨져 있으며, 이전 '드래곤 퀘스트' 메인 시리즈를 모티브로 한 보물도 있어 팬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보물을 발굴하고 회수해 감정 받은 뒤 보물 사냥꾼 계급을 올리는 게 게임 핵심 목표 중 하나다.
물론 아무 힌트도 없이 대뜸 보물을 찾으라고 하지는 않는다. 보물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나침반을 통해 대략적인 보물 위치를 알려주며, 보물 근처에 가면 몬스터의 시야를 공유받아 보물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는 식이다.
보물 중에는 사람의 힘으로 닿을 수 없는 위치에 놓인 것도 있어 모든 보물을 바로 획득할 수는 없었다. 몬스터가 지닌 능력을 통해 돌파해야 했는데, 예컨대 파티에 슬라임류 몬스터가 있다면 탄성을 활용해 높이 점프해 올라가는 식이다.
따라서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몬스터를 영입하고 파티 다양성을 늘려야 했다. 코앞에 보물이 있는데도 파티 구성 문제로 획득하지 못했을 때는 상당히 괴로웠다.
몬스터 시야를 공유받더라도 보물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는 건 아니다. 보물이 묻힌 위치를 스크린샷 찍듯 제공해 주기 때문에 지형지물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시야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는 만큼 몬스터에 따라 시야가 왜곡된 경우도 있다. 유령 몬스터는 세상을 흑백으로 보고, 땅을 파고 다니는 몬스터의 시야에는 흙이 묻는다. 투구를 쓴 몬스터의 시야에 투구 틈만 비치기도 한다.
단순히 유머 요소로만 적용된 시스템은 아닌 듯하다. 높은 점프를 제공하는 몬스터는 깨끗한 시야를 제공하고 비행 능력을 제공하는 몬스터는 좀 더 덜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는 등, 탐험 편의성과 시야 능력이 반비례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소소한 밸런스 요소인 셈이다.
전투는 실시간 액션 방식을 채택했으나 컨트롤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주인공은 검이나 새총을 이용해 근·원거리 공격이 모두 가능하며, 파티에 포함된 몬스터들은 자동으로 적을 공격한다. 몬스터 AI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적도 마찬가지라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근접 공격은 복잡한 커맨드 없이 버튼만 연타하면 되며, 회피 성능이 뛰어난 편이기 때문에 적 공격도 쉽게 피할 수 있다. 대신 화력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주로 피해를 입하는 건 몬스터들에게 맡기게 된다.
조작이 쉬운 대신 유저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원거리 공격과 몬스터 스킬이다. 새총을 통한 원거리 공격도 자체 화력은 약하지만, 다양한 탄환을 사용해 전투를 지원할 수 있다. 아군 몬스터를 치유하는 탄환부터 적 영입 확률을 올리는 탄환 등 다양한 탄환을 게임 중 획득할 수 있다.
몬스터 스킬은 전투 중 게이지를 충전해 발동할 수 있다. 단순히 강한 피해를 주는 기술부터 다양한 효과를 가진 기술까지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유저는 직접 전투에 가담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스킬을 발동하고 어떤 탄환을 활용할지 판단하는 지원가 역할에 치중하게 된다.
몬스터 육성과 보물찾기가 게임 핵심 시스템이지만, 사실 게임 클리어만 목표로 한다면 그리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된다. 필수 퀘스트 진행 중 전투만으로도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몬스터 육성은 가능하며 보물찾기 역시 메인 스토리에서 요구하는 핵심 보물만 찾으면 된다.
그렇기에 '트레저즈'는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에 깊이 파고드는 방식을 즐기지 않는 유저라면 게임 재미 요소 중 상당수를 무시하게 되고, 당연히 게임이 재미없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게임 클리어에 지장이 없는데도 게임 내 모든 요소를 파고드는 유저라면 매우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드래곤 퀘스트 트래저즈 푸른 눈동자와 하늘의 나침반'을 요약하자면 '모두를 위한 '드래곤 퀘스트''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와 분위기는 자극적이지 않고 느긋하며, 게임 방식은 간단하지만 파고들어 가며 즐길 요소가 많다. '드래곤 퀘스트'시리즈에 대한 추억을 지닌 부모 세대 유저들이 자녀들과 함께 '드래곤 퀘스트'에 대한 추억을 새로 쌓아갈 수 있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드래곤 퀘스트'의 감성이 가미된 잔잔한 힐링 게임을 하고 싶은 유저에게 안성 맞춤인 작품이며, '드래곤 퀘스트'에는 관심이 없으나 파고들 만한 요소가 많은 작품을 찾는 유저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리뷰/프리뷰
힐링 속에서 찾은 재미라는 보물, 드래곤 퀘스트 트래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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