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Bandai Namco Entertainment Korea, BNEK)는 이루카(ILCA)가 개발한 RPG '원피스 오디세이'를 1월 12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10일 공개된 데모 버전을 플레이 한 유저는 세이브를 연동시킬 수 있다.
'원피스 오디세이'는 일본 인기 만화 '원피스'를 원작으로 한 외전 작품으로, 출시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 윈도 PC다.
게임 첫인상과 대략적인 소감은 데모 버전 체험기를 통해 밝힌 만큼, 이번 리뷰에서는 그때 못다 한 내용을 다뤄보고자 한다.
'원피스 오디세이' 핵심 플레이 요소는 '과거'다. 알라바스타, 워터세븐, 마린포드 등 과거 '원피스' 원작에서 핵심 스토리가 펼쳐졌던 장소를 기억 속에서 다시 찾고, 원작과 다른 전개를 즐길 수 있다.
특히 가장 오래된 스토리인 알라바스타 스토리에서 이 요소가 잘 느껴진다. 알라바스타 당시 해적단에 합류하지 않았던 쵸파와 로빈, 프랑키, 브룩이 사건에 끼어들며 이야기가 더 다채롭고 재밌어진다. '원피스' 극장판을 즐겨 본 팬이라면 비슷한 맥락으로 제작된 '에피소드 오브 쵸파'를 떠올려도 좋다.
여러 차례 시련을 겪으며 성장한 주인공들이 과거 사건을 되새기며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리고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알아가는 건 재밌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흐뭇한 감정을 들게 했다.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스토리에 녹아드는 수준도 나쁘지 않다. 팬 게임에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할 경우 종종 스토리에서 겉돌거나 개발진이 과하게 밀어줘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아디오와 리무는 기존 일행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스토리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인다.
번역 완성도도 뛰어난 편이다. 원작 만화나 애니메이션과 번역이 어긋나는 경우가 없고, 고유명사 음차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러 매체로 전개되는 IP에서는 매체마다 같은 단어를 다르게 번역하거나 고유명사를 다르게 음차하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 그런 문제가 없다는 건 유통 과정에서 게임에 더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피스 오디세이'가 지닌 강점 중 하나는 이 게임이 단순한 팬 게임에서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브퀘스트는 양 늘리기에만 급급한 게 아니라 내실이 알차게 채워져 있으며, 다양한 수집물을 통해 게임을 파고드는 재미도 제공한다. 게임 그래픽 역시 캐릭터에만 신경 쓴 게 아니라 배경까지 제대로 신경 써 원작을 모르는 유저에게도 정석적인 RPG를 플레이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원작 팬들을 위한 서비스는 빼놓지 않아 팬 게임으로의 면모도 갖췄다. 다양한 대사와 원작 느낌을 살린 유머들, 화려한 기술 모션 등 원작 팬이라면 즐길 요소가 많다.
원작 이름값만 빌리고 게임 완성도는 처참한 팬 게임이 자주 등장하는 오늘날, 원작 IP가 빠졌더라도 나쁘지 않은 RPG로 알려졌을 게임에 팬 서비스까지 넉넉하게 들어간 작품이 등장했다는 점은 매우 칭찬할만하다.
한편 전투 난도는 상당히 쉬운 편인데, 원작에서도 밀짚모자 일행이 고전한 건 대부분 적 간부나 보스와의 전투에서였지 잡졸과의 전투는 빠르고 호쾌하게 끝냈음을 고려하면 원작 재현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다만 RPG 측면으로만 보자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보였다.
탐험은 즐겁지만, 게임 전반적으로 가야 하는 곳과 가면 안 되는 곳을 매우 엄격히 구분한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스토리 진행에 따라서 가지 말아야 할 곳에 발을 들이면 즉시 화면을 암전시키며 경고하는데, 다시 플레이로 몇 초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맥이 끊기게 된다.
특히 길 안내를 받는 등 정확한 위치로 가야 하는 일부 퀘스트에서 이 문제가 심해졌다. 길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살짝이라도 길에서 어긋나면 곧장 틀린 길이라며 경고하는데, 심할 경우 채 다섯 걸음을 떼기 전에 다시 경고문이 나올 때도 있었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이동속도가 느리다는 점이었다. 게임 메인 콘텐츠를 플레이할 때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서브 퀘스트를 즐기거나 모든 수집품을 모으기 위해 본격적으로 맵을 뛰어다니기 시작한 뒤엔 꽤 답답하게 느껴졌다.
'원피스 오디세이'의 강점 중 하나는 풍부한 콘텐츠만큼이나 맵이 상당히 넓다는 점인데, 탐험할 곳은 많은데 이동 속도는 느리다는 점이 반대로 발목을 잡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느긋하게 진행하는 힐링 게임이었다면 감수할 만 한 이동속도지만, '원피스 오디세이'는 액션 연출이 두드러지는 RPG다. 답답함이 느껴지기 쉬운 환경인 만큼 추후 패치를 통한 개선을 기대해 본다.
'원피스'는 오래된 시리즈다. 연재 시작 후 25년이 지났고, 발매된 만화책은 일본 기준 104권(국내 정식 발매 기준 103권)에 이른다. 그 사이에 진행된 스토리는 방대하며 관련된 극장판 등 외전 미디어도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렇게 오래 된 작품에는 항상 계기가 필요하다. 고속도로로 치면 나들목 같은 곳 말이다. 오랜 팬들에게는 스토리를 되돌아볼 계기가, 시리즈 초심자에게는 작품에 입문할 기회가 꾸준히 제공되어야 한다.
다행히 '원피스 오디세이'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지나간 원작 내용을 리메이크해 팬들이 같은 내용을 두 번 본다는 거부감 없이도 과거 내용을 다시 회상할 수 있고, 동시에 게임 완성도를 높여 '원피스'를 모르는 유저라도 게임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원피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그리운 시절의 되새김이자 인상적인 첫 대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만약 '원피스' 팬이면서 턴제 RPG에 거부감이 없는 유저라면 '원피스 오디세이'는 주저 없이 즐겨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원피스'를 모르더라도 일본식 RPG를 즐겨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만 한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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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새김이자 첫 대면, 원피스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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