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Bandai Namco Entertainment Korea, BNEK)는 사이버커넥트2가 개발한 액션 RPG '드래곤볼 Z 카카로트' 차세대 기종 버전을 1월 12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드래곤볼 Z 카카로트'는 2020년 1월 17일 출시한 '드래곤볼' IP 기반 게임으로, 원작자 검수 하에 '드래곤볼 Z' 스토리 전체를 다룬다. 여기에 더해 게임 오리지널 스토리나 '드래곤볼 슈퍼' 스토리 등 새로운 스토리를 더해 무게감을 더했다.
'드래곤볼 Z 카카로트'에서, 유저는 손오공을 위시한 Z 전사들의 시점으로 '드래곤볼 Z' 스토리를 훑어나가게 된다. 부제로 '카카로트'라는 이름이 붙는 만큼 손오공 시점에서 스토리를 감상하는 게임으로 생각하기 쉽고 게임 홍보 역시 그렇게 되어 있으나, 게임 플레이의 최소 1/3가량은 손오공이 아닌 다른 인물로 플레이하게 된다.
원작 스토리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작중 손오공이 자리를 비우고 그 자리를 다른 인물들이 대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조인간 편에서 손오공은 중후반까지 심장병으로 메인 스토리에 끼어들지 못했다.
'그때 손오공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를 손오공 시점에서 보고 싶은 유저도 분명히 있겠지만, 대부분 수련이나 치료로 채워져 있는 만큼 대중성과 게임성 측면에서 좋은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RPG 장르라고는 하지만, 성장 요소는 대부분 스토리에 집약되어 있다. 자유 전투에서도 경험치를 얻고 성장할 수는 있으나 핵심 기술을 습득하거나 큰 폭으로 성장할 기회는 스토리에 몰려있다.
예컨대 사이어인은 죽음의 위기를 거치면 더 강해진다는 설정이 단순히 연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작중에서 해당 연출이 나올 때 실제로 대량의 경험치를 제공하는 식이다. 잠시 스토리에서 벗어나 수행을 통해서만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을 포기한다면 메인 스토리만 즐겨도 게임을 무난히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다.
이외에 성장 요소로는 커뮤니티 보드가 있다. 원작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소울 엠블럼'이라는 이름으로 형상화되며, 커뮤니티 보드에 엠블럼을 배치해 여러 부가 능력을 얻을 수 있다. 등장인물 간 관계를 활용한 세트 효과가 있기 때문에 어떤 인물끼리 보너스를 제공하는지도 소소한 재미를 제공한다.
전투 난도는 쉬운 편이다. '드래곤볼 제노버스' 시리즈에서 정립된 고유의 3차원 전투를 활용하며, 간단한 조작으로 '드래곤볼 Z' 특유의 호쾌하고 화려한 액션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또한 순간이동 같은 변칙적인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컨트롤에 자신 있는 유저라면 연계기를 연구하는 등 액션 요소를 파고들 여지도 있다.
'드래곤볼 제노버스'와 차이가 있다면 사용하는 기술이 훨씬 다양하다는 점이다. 또한 스토리를 진행하며 점차 성장했음을 적 타격 시 나오는 피해량 표시로 알 수 있어 RPG 감성도 살아났다.
기술 연출에 원작 고증이 세세하게 들어가 있는 점도 호평할만한 요소다. 예컨대 '드래곤볼 Z'에서 손오공은 원기옥을 사용할 때 초사이어인 변신을 해제하는 경우가 많았고 '드래곤볼 슈퍼'에서 초사이어인 상태로 원기옥을 모으면 안 된다는 설명이 나왔는데, '드래곤볼 Z 카카로트' 에서도 원기옥을 사용하면 변신을 해제한다.
다만 기술을 맞아줘야 할 적들과의 전투가 대부분 감흥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보스급이 아닌 적과 싸우는 경우가 드문 '드래곤볼' IP 기반 게임에서 자주 지적되는 요소지만, 초반부터 후반까지 나오는 일반 적들이 대부분 그게 그거라서 전투를 즐기기보다는 반복 작업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대체 언제까지 피부색만 바꾼 재배맨과 싸워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게임 몰입을 방해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스토리 사이 사이에는 세미 오픈 월드를 탐험하며 모험을 즐길 수 있다. '드래곤볼' 원작을 구현한 지도를 제대로 구현했으며, 그 속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거나 탐험하고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다.
맵이 방대하고 원작 구현이 잘 되어 있다는 점은 흥미롭지만, 정말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한 오픈 월드와는 차이가 있다. 일단 게임 플레이 중심이 되어야 할 도시는 상점 및 퀘스트 허브 역할 이외에 용도가 없으며, 서브퀘스트 완성도가 그리 높은 편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서브퀘스트가 뚜렷한 스토리 없이 단순 심부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내용도 전투나 이동, 배달, 수집 등에 그친다. 원작 요소를 재현하거나 원작에 없던 새로운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으며, 보상이 아주 좋은 편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즐길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차세대 기종 버전이 출시되며 로딩 시간이 줄어든 덕에 서브퀘스트 수행에 걸리는 시간은 크게 줄었지만, 그마저도 서브 퀘스트에 투자하기는 아깝다. 무엇보다 맛깔나는 연출로 무장한 메인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는데 굳이 감흥 없는 서브 퀘스트를 플레이해야 할 의욕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
반면 미니게임 '카드 워리어즈' 완성도는 미니게임으로 치부하기엔 상당히 뛰어났다. 2023년에 온라인 서비스가 종료되며 차세대 기종 버전에서는 NPC 대전만 할 수 있어 차세대기로 입문한 유저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NPC 대전만으로도 미니게임을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모든 아쉬움은 메인 스토리에서 모두 잊게 된다. 잊을 수 밖에 없다. 각종 컷신과 애니메이션, 인게임 연출을 통해 진행되는 메인 스토리는 감동적이고, 원작 BGM과 어우러져 전율을 안겨준다.
원작 연출을 살리되 최신 3D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역동감을 끌어 올린 장면도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스토리 연출에만 상당한 시간을 쏟아부어 게임보다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이 드는 장면도 있다.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팬이 만든 팬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만들기는 어려우니 특정 부분 완성도가 낮아지는 걸 감수하더라도 중요한 장면에 힘을 줬다는 느낌인데, 어디에 힘을 줘야 유저들이 전율할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개발진부터가 원작 팬이 아니라면 어려운 일이다.
게임성에는 부족한 요소가 많고 꼼꼼히 따져보면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메인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전율만큼은 가히 역대 '드래곤볼' IP 게임 중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전율뿐인 게임이지만, '드래곤볼 Z 카카로트'를 플레이해야 할 이유는 그걸로 차고 넘친다.
PS5 버전에서 아쉬운 점은 듀얼센스 활용 부족이다. 일단 듀얼센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능인 적응형 트리거 활용이 아쉬운데, 게임 자체가 듀얼센스 활용을 상정하지 않고 개발되었기에 키 배치도 트리거 버튼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3D 진동이 거의 적용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드래곤볼 Z 카카로트'는 격렬한 액션이 돋보이는 격투 장르이며, 특히 '드래곤볼' IP 특성상 서로에게 기공포를 발사해 겨루거나 근거리에서 힘을 겨루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연출이 뛰어난 작품인 만큼 격렬한 진동을 통해 그 연출을 더 잘 즐길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드래곤볼 Z 카카로트'가 지금껏 '드래곤볼' IP를 활용해 나온 작품 중 가장 뛰어난 게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극단적으로 요약하자면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전투 조작만 유저가 하는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장면 연출은 원작보다 강화해 감동을 더하지만, 일부 장면이 생략되거나 대사가 생략되는 등 원작을 완전히 재현하지는 못했다. '드래곤볼 Z' 이전 스토리를 건너뛰었기에 원작 팬이 아닌 유저가 즐기기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중요한 장면의 연출' 하나만으로도 '드래곤볼 Z 카카로트'에는 가치가 있다. 오랜 시간 '드래곤볼 Z'를 즐겨온 팬일수록 더 그렇게 느낄 것이다. 비록 목욕할 때 초 사이어인처럼 샴푸 거품으로 머리를 세우던 어린이가 지금은 삐친 머리를 억지로 정돈하고 나서는 직장인이 되었지만, 손오공은 아직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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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전율뿐, 드래곤볼 Z 카카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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