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퀘어 에닉스(Square Enix)는 산하 개발사인 루미너스 프로덕션(Luminous Productions)이 개발한 액션 RPG '포스포큰(Forspoken)'을 1월 24일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포스포큰'은 2020년 6월 첫 발표 당시부터 RPG 대작 다수를 선보인바 있는 스퀘어 에닉스의 신작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며,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와 PC다. 특히 콘솔 버전은 1년간 플레이스테이션 5 독점으로 제공된다.
'포스포큰'에서, 유저는 마법 팔찌인 뱀브레이스를 줍고 현실과 다른 세계인 아시아(Athia, 작중 음성으로는 '아씌아'에 가깝게 발음한다)로 전송된 주인공 프레이 홀랜드가 되어 낯선 세계를 탐험하게 된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평범한 삶을 살던 주인공이 다른 세계로 넘어가 새로운 힘을 얻고 성장하며 세계를 구원한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전통적인 영웅담 형식을 채택한 셈인데, 약간의 변주가 들어가기는 했으나 평소 서브컬쳐 작품을 즐기던 유저라면 익숙할 만한 플롯이다.
따라서 서사가 상당히 안정적인 편이다. 공들인 작품인 만큼 도전보다는 안정을 택한 셈인데, 유저에 따라서는 어디서 귀신이 나올지 알고 있는 귀신의 집을 탐험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컷신이 나올 때는 이 안정적 서사가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연출 특성상 컷신 재생 후 몇 걸음 걸은 뒤 다시 컷신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서사가 특출나지 않다 보니 종종 컷신 스토리에 집중하기보단 언제 다시 전투나 탐험을 할 수 있을지 기다리게 되었다.
서사가 무난하게 느껴지는 데에는 세계관 설정도 한몫한다. 아시아는 설정상 인구 대다수가 모종의 재난 탓에 사망한 세계이며, 생존자 중 상당수는 대도시인 시펄(Cipal)에 모여 살아간다.
퀘스트 허브인 시펄을 벗어나면 프레이가 NPC와 대화를 나눌 일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나마 마법 팔찌인 뱀브레이스와 나누는 대화가 빈자리를 메꾸지만, 뱀브레이스에 의해 이세계로 넘어온 프레이와 빈정거리기 좋아하는 뱀브레이스의 대화는 대개 티격태격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깊이 있는 서사가 쌓일 기회가 부족하며, 종종 대화에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대화 다양성 부족은 프레이의 캐릭터성을 다소 밋밋하게 만든다. 시펄에서 나누는 대화를 세세히 보지 않은 유저라면 프레이가 말버릇 없고 예의도 없는 인물이라고 결론 내릴 여지가 있는데, 유저들에게 훨씬 더 입체적인 인물로 받아들여질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느낌이 든다.
담백한 서사와 달리 시각적으로는 강렬한 맛을 챙겼다. '포스포큰'에 쓰인 루미너스 엔진은 이름 그대로 화려한 광원 효과 표현에 중점을 둔 엔진이며, 아시아의 황폐한 폐허에 비치는 다양한 빛과 주인공이 사용하는 마법의 광채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탐험 과정에서는 마법 능력을 활용한 파쿠르 요소가 강조되었는데, 파쿠르를 활용해 오픈 월드를 탐험하며 루미너스 엔진이 지닌 강점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주변 풍경이 빠르게 흘러가다 보니 세세한 완성도보다는 전반적인 광원 효과에 집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프레이가 아크로바틱한 동작으로 벽을 넘거나 장애물을 뛰어넘을 때 발생하는 마법적인 광원 효과 역시 장애물을 돌파하고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닌다는 만족감을 한층 더해줬다. 오픈월드 탐험 자체는 퍼즐 요소가 다채롭지 않아 탐험보다 모험에 가까운 경험이었지만, 빈자리를 시각 효과가 채워주고 있었다.
개발자 발언에 따르면 '포스포큰'이라는 제목은 '마법을 걸다'라는 뜻을 가진 옛 영어 단어 'Forspeak'에서 따왔다. 그리고 이름값에 걸맞게 유저는 게임 진행 중 거의 모든 행동에서 마법을 활용하게 된다. 그런 만큼 마법 발동 시 시각 효과가 매우 중요한데, 탐험을 즐길때와 비슷하게 마법 사용 중 시각 효과에 불만을 가질 일은 없었다.
여기에 파쿠르 요소가 더해지며 체감할 수 있는 액션성도 향상됐다. 게임 특성상 파쿠르를 탐험뿐만 아니라 전투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빠르게 적들 사이를 누비며 공격을 피하고 마법 공격을 쏟아부을 때 발생하는 다채로운 광원 효과는 전투 만족도를 최대로 끌어올린다.
처음부터 플레이스테이션 5를 상정하고 개발된 만큼 듀얼센스 활용도도 매우 뛰어난 편이다. 듀얼센스 활용은 '포스포큰' 게임 경험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요소로는 햅틱 피드백이었다. 파쿠르를 활용해 필드 위를 달리거나 벽을 넘을 때 느껴지는 충격은 물론 거대한 적이 일으키는 진동이나 마법에 따라 다른 반동 등이 고스란히 손으로 전해진다.
적응형 트리거는 전투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마법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트리거 반동을 느낄 수 있는데, 햅틱 피드백과 함께 어우러져 마법을 쓸 때마다 확실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뱀브레이스의 대사는 듀얼센스 내장 스피커와 기본 스피커를 통해 동시에 출력된다. 소소해 보이는 요소지만, 같은 음성이 서로 다른 음원에서 출력된다는 점은 목소리가 울리는 느낌을 줘 '말하는 마법 팔찌'라는 설정에 걸맞은 신비함을 더해줬다. 또한 실제로 팔찌를 찰만한 곳에서 대사가 들려 게임에 한층 강하게 몰입할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다만 게임 패드 조작에 능숙하지 않은 유저라면 체감 게임 난도가 높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게임 특성상 적을 정확히 조준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게임 패드로 슈팅 장르를 자주 즐기지 않은 유저라면 그 과정에서 게임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조준 보정과 조준 고정 기능을 제공하지만, 난전 상황에서는 결국 유저의 조작 능력이 중요했다.
적과 거리를 벌리며 화면 전환을 최대한 줄이고 전투를 펼치는 방법도 있겠지만, 적을 어느 정도로 압도했는지와 더불어 얼마나 화려한 전투를 펼치고 실시간으로 평가해 추가 경험치를 제공하는 시스템상 그런 전투를 벌이면 크게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
'포스포큰' OST에는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등 유명 TV 시리즈와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인기 게임 작품 다수에 참여한 베어 맥크레리(Bear McCreary), '바이오쇼크' 시리즈에 참여한 게리 슈먼(Garry Schyman) 등 유명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OST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 오히려 더 힘든 인선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좋은 OST를 작곡하는 일과 그 OST를 활용해 게임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건 별개의 일이다.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을 제공한 게임에 종종 '그래도 OST는 좋았다'는 평가가 붙기도 하는 이유다.
다행히 '포스포큰'은 OST를 낭비하지 않았다. OST만 따로 떼어놓고 들어도 좋은 음악들이었지만, 그 음악들이 게임 속 적재적소에서 흘러나오며 게임 플레이 경험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게임 특성상 '포스포큰'이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스퀘어 에닉스가 그동안 개발해오던 서사를 중시한 작품들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스토리 위주 RPG를 즐기듯 핵심 서사만 즐길 경우 게임 플레이타임이 매우 짧아지고 게임이 보여주고자 하는 요소 중 상당수를 놓칠 수 있다.
그러나 '포스포큰'이 제공하는 전투는 화려하고 강렬하며, 다양한 파쿠르 동작과 함께 낯선 세상을 질주하는 경험은 짜릿하다. 게임 클리어 후 아시아라는 세계를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탐색 관련 콘텐츠가 제공돼 모험에 대한 욕구도 충족시켜준다.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행위 자체를 즐길 수 있거나 강렬한 전투 경험을 갈구하는 유저라면 '포스포큰'을 통해 만족스러운 경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플랫폼마다 마련된 데모 버전을 통해 자신이 '포스포큰'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지 미리 알아볼 수 있다. 데모 버전에는 '포스포큰'이 어떤 게임인지 알아보기에 충분한 분량이 포함되어 있으며, 또한 무료로 제공된다.
리뷰/프리뷰
안정적 서사와 강렬한 자극, 포스포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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