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에이스톰(A.STORM)이 개발한 액션 RPG '나이트 워커(Night Walker) 국내 서비스를 1월 26일 정식 시작했다. 2021년 9월부터 넷이즈를 통해 '나이트메어 브레이커(NightMare Breaker, 超激斗梦境)' 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서비스된 바 있는 작품이나, 국내 시장에 맞게 시스템 및 BM 측면에서 대대적인 수정을 거친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됐다.
에이스톰 대표작인 '최강의 군단'과 세계관을 일부 공유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넥슨이 공개한 디렉터 발언에 따르면 '나이트 워커' 세계관은 '최강의 군단'과 비슷하면서 다른 평행세계이며, 기본 골자는 유사해도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나이트 워커'에서, 유저는 꿈세계를 탐험하는 용병인 워커가 되어 세계 멸망의 위기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 베이스캠프는 이미 한 차례 멸망을 겪은 현실인 '원세계'이며, 초능력자 마야가 만들어낸 꿈세계를 헤매며 다시 한번 멸망이 올 위기를 막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다소 복잡하기는 해도 꿈이라는 설정은 '나이트 워커'라는 게임에 다양성을 불어넣는다. 다양한 설정과 고유한 분위기를 가진 여러 세계가 한 게임 속에서 공존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자칫 잘못하면 넣고 싶은 요소를 모두 넣기 위한 편의주의적 설정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에이스톰은 '최강의 군단'에서부터 쌓아온 서사를 통해 복잡한 설정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버무려냈다.
전작과 설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작을 해본 유저라면 쉽게 스토리에 적응할 수 있다. '나이트 워커'를 통해 처음 입문한 유저라면 특유의 스토리 전개 방식으로 인해 게임 진행 중 다소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다행히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간략한 설정 소개를 해주는데, 게임 설치 중 읽을 수 있도록 안내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나이트 워커'는 아카이브라는 시스템을 통해 유저가 생성한 캐릭터들을 한 집단으로 묶는다. 서로 다른 캐릭터끼리 컬렉션 수집을 통한 일부 능력치 강화 요소를 공유하며, 아카이브 단위로 진행하는 퀘스트도 제공된다. 타 RPG에서도 영지나 모험단, 가문 같은 이름으로 제공되는 시스템이지만, '나이트 워커'식 아카이브가 지니는 차별점은 장비 강화를 아카이브 단위로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이트 워커'는 장비가 아닌 장비 슬롯을 강화하며, 한번 강화한 장비 슬롯은 같은 아카이브 내에 있는 캐릭터끼리 공유된다. 장비를 교체할 때마다 강화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새로 육성하기 시작하는 캐릭터를 훨씬 원활하게 육성할 수 있다.
여기에 이미 다른 캐릭터로 튜토리얼을 마친 유저는 튜토리얼 보상을 일시불로 받고 튜토리얼을 건너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일단 캐릭터를 한번 육성해 두면 두 번째 캐릭터부터는 육성이 한층 쉬워져 여러 캐릭터 동시 육성을 지원하기도 한다.
아카이브 시스템이 반가운 이유는 플레이어 캐릭터마다 개성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저마다 독특한 컨셉을 지닌 캐릭터 6종을 제공하며, 전직을 통해 캐릭터가 지닌 강점 중 하나를 특화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약 12종에 달하는 캐릭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격투가 캐릭터인 마리는 타격 기술을 강화하는 아이언 피스트와 잡기 기술을 강화하는 아발란체 중 하나를 골라 전직하는 식이다. 전직에 따라 운용법이나 파티 내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캐릭터를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전직에 따라서는 특정 상황에 극도로 취약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적면귀(B) 같이 방어를 도외시한 근접 캐릭터라면 전면에서 싸우다 한순간의 컨트롤 실수로 사망에 이르는 피해를 입기도 하는데, 거의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파랑매(아라) 같은 캐릭터를 먼저 육성해 아카이브를 미리 성장시켜 두면 육성이 한층 수월해졌다.
게임 발전 방향성을 고려하면 이 시스템이 한층 더 중요하다. 추후 신규 캐릭터 출시가 예고되어 있는데, 게임이 발전하며 육성해야 할 캐릭터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많은 캐릭터를 키울수록 다음 캐릭터 육성이 편해지는 시스템은 고마운 요소다.
물론 캐릭터마다 컨셉이 다르다고 해서 꼭 모든 캐릭터를 육성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나이트 워커'에서 제공하는 완성도 높은 전투 경험이 다른 캐릭터를 육성하도록 떠민다. 한 가지 요리를 잘 하는 음식점이 있다면 그 가게에서 판매하는 다른 음식도 먹어보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잘 짜인 모션이나 뛰어난 타격감 등 '나이트 워커'에서 제공하는 전투가 재미있는 이유는 여럿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탄탄한 스킬 연계를 꼽을 수 있다. 단순히 스킬을 연속해서 발동하는 게 아니라 어떤 스킬을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연출된다.
유저가 자신만의 스킬 연계를 연구할 수 있도록 스킬 효과가 적절히 설계되어 있으며, 스킬 유지 시간이나 재사용 대기 시간도 꼼꼼히 생각해보고 설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예컨대 헤비암즈(오드리)의 레이저 블래스터는 보스를 상대로 막강한 순간 화력을 투사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충전에 긴 시간이 걸려 섣불리 발동하기 너무 위험한 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급속빙결탄 발동 직후 레이저 충전을 시작한다면 급속빙결탄의 군중 제어 효과가 끝나기 직전이나 직후 레이저 충전이 완료되는 식이다.
이외에도 상황에 따라 효과가 바뀌는 스킬 등을 활용해 자신만의 스킬 콤보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액션 게임 플레이 중에 자신이 생각한 대로 착착 컨트롤이 이뤄지는 것 또한 큰 재미 요소라고 볼 수 있는데, '나이트 워커'는 그 재미를 매우 높게 끌어 올렸다.
피로도 시스템도 보조 캐릭터 육성을 유도한다. 매일 충전되는 피로도는 80이며 던전 구성 및 보상에 따라 소모량이 다르다. 스토리를 즐기는 상황을 제외한다면 약 한 시간 이내에 모두 소비할 수 있는 분량이다. RPG에 익숙한 유저라면 약 30분 안에 모든 피로도를 소비할 수도 있다. PC 플랫폼으로 출시된 RPG치고는 플레이타임이 매우 짧은 편이다.
보조 캐릭터를 육성하면 이 문제가 다소 완화된다. 다른 액션을 즐길 수 있을뿐더러, 보조 캐릭터를 육성한다고 해서 메인 캐릭터가 강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보조 캐릭터 육성이 필수는 아니지만, 보조 캐릭터로 획득한 재화를 통해 아카이브를 성장시킨다면 메인 캐릭터도 강해지는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피로도가 없어도 PvP는 즐길 수 있다. 보조 캐릭터를 육성하지 않거나 이미 보조 캐릭터 육성까지 끝낸 유저들이 PvP 콘텐츠인 투기장으로 모이며 PvP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캐릭터마다 특징이 명확한 만큼 PvP 밸런스가 그리 잘 맞지는 않는 편이다. 예컨대 돌진 기술에 슈퍼아머 효과가 있는 바이퍼(맥)나 잡기 기술을 활용해 반격 기회를 주지 않는 아발란체(마리)는 투기장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스킬 발동 중 이동이 제한되고 스킬 동작이 큰 헤비암즈(오드리)는 상대 유저를 실력으로 압도하지 않는 이상 투기장 활용이 극도로 힘들었다.
헤비암즈(오드리)나 파랑매(아라) 등 1:1 PvP에서 불리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유저가 투기장을 본격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 셈이다. 끝없이 패배하더라도 로망을 위해 한 캐릭터를 고수하거나, 투기장에 유리한 다른 캐릭터를 육성하는 식이다.
상황이 다른 만큼 PvE와 PvP에서 주로 활용되는 스킬 구성이 다르다. 예컨대 헤비암즈(오드리) 핵심 패시브 스킬인 클리어 비전은 적과 거리가 떨어져 있을 때 피해가 증가하는 스킬이며, PvE에서는 핵심 스킬로 여겨진다. 그러나 적과 거리를 벌리기 힘든 1:1 PvP에서는 사실상 없는 스킬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
문제는 스킬 프리셋 전환 기능이나 PvP 전용 스킬 설정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PvP와 PvE를 오갈 때마다 스킬을 초기화하고 새로 습득하는 건 매우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에 PvP와 PvE 용도로 동일한 캐릭터 둘을 동시에 육성하는 유저도 있었다.
현재 '나이트 워커'의 가장 큰 문제는 불안정한 클라이언트다. 출시 직후에는 게임 플레이 중 강제 종료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였으며, 이외에 파티원 모집이 끝나고도 던전에 입장할 수 없어 파티를 해체해야 하거나 로딩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등 소소한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게임 이미지에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는 아니다.
출시 후 패치를 통해 강제 종료같이 심각한 오류는 상당수 해결되었지만, 그래도 로딩이나 던전 진입 관련된 버그가 종종 발생하는 상황이다. 그 빈도가 크게 줄긴 했어도 아직 게임 강제 종료 오류가 발생하거나 게임 실행 전 진행되는 무결성 검사가 실패하는 등 여러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고쳐 나가야 할 문제다.
'나이트 워커'에 대한 경험을 요약하자면 액션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언리얼 엔진 3으로 개발된 만큼 화면을 확대했을 때 그래픽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정교하게 짜여진 액션을 즐기다 보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전투에 몰입하게 된다.
또 하나 '나이트 워커'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 있다면 이미 중국 시장에서 게임이 서비스된 전적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아카이브 내 장비 슬롯 강화 수치 공유 개념은 '나이트메어 브레이커'에는 없는 요소다. 해외 시장에서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 맞춰 개선된 운영을 선보이는 셈이다.
라이브 서비스되는 온라인 게임에서 운영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도 운영 측면이 허술하다면 순식간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고 유저에게 버림받을 수 있는데, 이미 개선된 운영을 제공 중인 '나이트 워커'에서는 그럴 위험이 적다.
잘 구축된 서사와 뛰어난 액션, 적절한 운영이라는 세 박자가 모두 갖춰진 RPG를 기다리던 유저라면, '나이트 워커'가 바로 그런 게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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