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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다르면서 익숙한 맛, 쓰론 앤 리버티

작성자 :	등록일 : 2023-05-31 오후 1:48:57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개발 중 신작 MMORPG '쓰론 앤 리버티' 베타 테스트(이하 테스트)를 5월 24일부터 30일까지 진행했다. 테스트 권한은 사전 선정된 유저 5,000명에게 부여됐으며, 각 테스터에게 타 유저 1명을 테스트에 초대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고 테스트 참여가 가능한 거점 PC방 11개소를 마련해 도합 1만명 이상 테스터가 참여했다.

'쓰론 앤 리버티'는 2017년 11월 7일 '더 리니지'라는 뜻인 '프로젝트 TL'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오픈월드 MMORPG다. 개발 과정에서 기존 '리니지' 시리즈 세계관에서 독립하고 독자적인 게임성과 BM을 목표로 개발되며 '쓰론 앤 리버티'라는 이름이 확정되고 기존 엔씨 지식재산권(IP)에 속하지 않은 완전 신작이 됐다. PC·콘솔 플랫폼과 모바일 스트리밍을 지원한다.

'쓰론 앤 리버티'에서, 유저는 특별한 마법 능력을 품은 존재인 '별을 품은 아이'가 되어 스토리를 진행하게 된다. 익숙한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막강한 힘을 품었으나 이를 제대로 다룰 수 없는 주인공이 모험을 떠난다는 스토리다.

설정만 놓고 보자면 조금 식상할 수도 있었지만, 그동안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를 주로 써왔던 엔씨 센스가 스토리 곳곳에서 돋보였다. 스토리 중간중간에 어둡고 우울한 장면이 등장하곤 했는데,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불쾌하고 짜증 나기만 할 수도 있었을 소재를 몰입감 있게 잘 묘사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은 편이었다. 정확히는 보편적으로 미형으로 여겨지는 캐릭터를 디자인하기에는 자유도가 높으나 고의로 추하게 생긴 캐릭터를 디자인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롭지는 않았다. 외모 수치를 대충 조절해도 멋있고 예쁜 캐릭터가 나오는 만큼 캐릭터 상세 커스터마이징을 해본 적 없는 유저도 쉽게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듯했다.

유저가 등록한 사진 파일을 기반으로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 하는 기능도 돋보였다. '쓰론 앤 리버티'가 게임업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기능은 아니지만, 같은 기능을 도입한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면 이미지 인식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특정 직업을 선택하던 기존 엔씨 MMORPG와 달리 착용하는 무기에 따라 기술이 달라지는 식으로 역할군을 분류했다. 메인 무기인 대검, 장검, 장궁, 지팡이 4종과 보조 무기인 방패와 마법책 2종, 메인 무기와 보조 무기 둘 다로 활용할 수 있는 석궁과 단검 2종 등 총 8종이 제공된다. 유저는 두 종류 장비 세팅을 지정해 놓고 상황에 따라 전환해 가며 활용할 수 있다.

장비에 따라 영향을 받는 능력치가 다르다. 완력, 기량, 지식, 통찰 등 4개 기본 능력치가 존재하며, 능력치를 올리면 각 능력치가 관여하는 요소에 더해 해당 능력치와 연관 있는 무기 피해량이 오른다. 예컨대 기량에 투자하면 석궁 등 기량 관련 무기 피해량과 함께 회피율과 치명타율이 상승하는 식이다.

다만 다른 무기를 장착한다고 해서 능력치가 바뀌지는 않는 만큼, 게임 후반으로 갈수록 특정 역할군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완력 위주로 투자한 대검전사나 방패 전사가 갑작스레 지식 기반 장비를 착용하고 마법을 사용한다 해도 제대로 된 능력을 선보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테스트에서는 능력치 초기화 티켓이 제공돼 육성 중 능력치를 재분배하고 다른 장비를 사용할 기회가 있어 이런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정식 출시 후 능력치 초기화 기능이 어떤 식으로 제공되느냐에 따라 해당 시스템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장비는 퀘스트 보상이나 사냥에서 획득하기보다는 제작을 통해 얻는 방식이었다. 테스트 기준으로 제작 장비는 상점에서 구매하거나 배틀패스, 일일 임무 보상 등 각종 콘텐츠 진행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테스트 기간이 허용하는 플레이에서는 본격적으로 재화를 모아 아이템을 제작하기 어려웠다. 적지 않은 유저들이 높은 등급 장비를 확보하기보다는 고급 등급 장비를 강화해 착용하곤 했고, 채팅창 등에서도 그러기를 권장하는 내용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었다.

확률형 아이템, 뽑기형 상품을 통한 장비 획득 시스템은 없었다. 테스트에서 선보인 BM이 정식 출시 후에도 유지된다면 장비 아이템 확보 자체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제작 재화를 얻는 과정 자체는 고될지 몰라도 확률에 기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픽은 뛰어난 편이었다. 특히 높은 장소에서 필드를 내려다볼 때 높은 그래픽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튜토리얼이 끝날 때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쓰론 앤 리버티' 세계관 곳곳을 보여주는 연출이 나오는데, 그래픽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연출이다.

높은 그래픽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최적화는 뛰어난 편이었다. 특히 오브젝트 관련 부분 최적화가 특출났다. 그래픽 품질 설정에 따라서는 최적화가 아쉬운 구간이 있었으나, 고사양 그래픽 환경에서 화면에 유저나 몬스터 등 개별 오브젝트 수백 개가 출력되는 상황에서도 프레임레이트에 큰 변화가 없었다.

'쓰론 앤 리버티'가 출시 전부터 대규모 PvP를 홍보하곤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브젝트 관련 최적화는 본격적인 대규모 콘텐츠가 진행될 때 빛을 발할 수 있는 요소다.

테스트에서는 길드 관련 콘텐츠 등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아 제대로 체험해 볼 수 없었으나, 정식 출시 후 본격적으로 길드 간 전쟁이 진행될 때도 PC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유저 수백 명이 격돌하는 전장을 고스란히 화면에 담을 수 있다면 PvP 유저들에게 상당한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게임 패드를 사용하면 UI가 바뀌었다. 마우스 커서를 대신하는 링이 나타나고 아날로그 스틱으로 이를 조종해 메뉴와 아이템 등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스킬은 트리거와 버튼 조합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이동과 카메라 전환은 기존 콘솔 게임과 다르지 않게 좌·우 아날로그 스틱을 활용한 방식이었다. 색다르지 않은 조작과 진동 등을 통해 기존 콘솔 게임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했다.

게임 초반에는 각종 연출과 모험 퀘스트를 쫓아가며 꽤 흥미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쓰론 앤 리버티'지만, 10레벨 대 후반쯤에 의뢰 시스템이 개방되며 기존 엔씨 스타일에 가까운 게임으로 변모했다. 다음 모험 퀘스트가 개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레벨업을 위해 각종 의뢰를 수행해야 했는데, 대부분 필드 내 몬스터를 적게는 수십 마리, 많게는 수백 마리까지 반복 사냥하는 임무가 등장했다.

원활한 테스트를 위해 200%에 달하는 성장 보너스가 적용된 상황에서도 성장은 그리 쉽지 않았다. 전투로 인한 피로감은 자동 사냥 기능인 스텔라포스를 활용해 해결한다 해도, 수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몬스터를 사냥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반복 사냥을 통한 성장을 선호하는 유저라면 비로소 원하던 게임성을 누릴 수 있게 되는 순간이겠지만, 장시간에 걸친 반복 사냥을 기피하는 유저라면 반대로 게임을 즐기기 어려워지는 순간인 셈이다.

게임 사양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최적화와 별개 문제로 게임 자체 사양이 낮지 않은데, 자동 사냥을 제공하는 만큼 다른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쓰론 앤 리버티'와 함께 실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픽 최고 옵션을 적용한 상태에서 다른 프로그램을 구동할 경우 프레임레이트 저하 등 문제가 발생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활한 멀티태스킹을 위해선 게임을 직접 조작할 때와 방치할 때 다른 그래픽 옵션을 적용해야 했다. 수동 조작시 적용할 고사양 그래픽 설정과 자동 사냥시 적용할 저사양 그래픽 설정을 오갈 수 있는 설정 프리셋 기능 등이 필요해 보였다.

'쓰론 앤 리버티'는 튜토리얼 과정에서 내러티브와 기믹 파훼에 중점을 둔 콘텐츠를 제공해 게임성을 살렸고, 테스트 시점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대신 배틀 패스와 꾸미기 아이템 등을 활용한 BM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래픽 수준이나 최적화 등 전반적인 게임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반복사냥이 필요하고 PvP 콘텐츠가 부각되는 등 기존 엔씨 게임과 유사한 게임성이 드러났다. 이미 엔씨 게임을 즐겨본 유저라면, 혹은 오래 전부터 MMORPG 장르를 즐겨온 유저라면 쉽게 적응하고 익숙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기존 엔씨 MMORPG를 즐겨본 적 없거나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유저라면 플레이 과정에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 보였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