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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우당탕탕 세계관 확장, 시간/교차: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

작성자 :	등록일 : 2023-06-13 오전 9:05:28

라이엇 게임즈(라이엇)는 더블 스탤리온 게임즈가 개발하고 산하 퍼블리싱 브랜드 라이엇 포지가 유통한 '시간/교차: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시간/교차)'를 5월 24일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엑스박스 원, 닌텐도 스위치, 윈도우 PC다. 자막 및 음성 한국어화가 제공된다.

'시간/교차'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플랫포머 RPG다. 유통사인 라이엇 포지는 MOBA라는 장르적 한계에서 벗어나 'LoL' 세계관과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조명하기 위해 설립된 브랜드로, '시간/교차'는 'LoL' 인기 챔피언 중 하나인 에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액션 플랫포머 게임이다.

'시간/교차/에서, 유저는 자운 출신 소년 과학자 에코가 되어 친구들과 힘을 합쳐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 자운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 각자 다른 매력을 지닌 여러 등장인물에 더해 원작 챔피언인 카밀, 징크스 같은 익숙한 얼굴들도 보인다.

외부 개발사와 협력해 출시하는 게임인 만큼 세계관 왜곡이 있을 법도 한데, '시간/교차'에서 기존 'LoL' 세계관 설정과 충돌하는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 '마력척결관' 출시 당시 라이엇 포지 로완 파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마력 척결관'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 개발 중에도 각 개발팀이 긴밀히 소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세계관이 엉키지 않도록 노력한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 말을 지킨 셈이다.

세계관 확장이 꽤 매력적이다. 배경 지역인 자운은 이미 'LoL' IP 애니메이션인 '아케인'에서 한 차례 다룬 바 있지만, '아케인'이 어둡고 잔혹한 면모를 주로 강조했다면 '시간/교차'는 유쾌하고 종잡을 수 없는 발명가들의 도시를 강조했다. 원작 챔피언으로 치면 '아케인' 속 자운은 신지드나 우르곳, '시간/교차' 속 자운은 에코나 직스 같은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자운에 사는 모든 거주자가 미치광이 범죄자거나 냉혹한 귀족, 뒤틀린 돌연변이는 아니라는 뜻이다. 자운은 불량배 비율이 조금 높긴 해도 선량한 시민과 친절한 이웃도 살아가는 세상이고, '시간/교차'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들어 에코가 대체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지를 유저들이 체감할 수 있게 했다.

이전에 출시된 바 있는 라이엇 포지 게임인 '몰락한 왕'이나 '마법공학 아수라장', '마력척결관' 처럼 한국어 더빙이 제공된다. 일반적인 대사에 더해 길을 잘못 들거나 왔던 길을 되돌아갈 때 나오는 알림 음성 등 거의 모든 대사에 한국어 더빙이 적용돼 있다.

자막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이 게임이 플랫포머라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플랫포머 장르는 빠르게 이동하는 장애물을 피하거나 정확한 순간에 올바른 발판으로 뛰어올라야 하는 기믹이 많은데, 복잡한 기동을 펼치며 자막을 정확히 읽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시간/교차'는 더빙을 통해 플랫포머 플레이에 집중하면서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

원작에서 에코는 각종 기계장치로 시간 흐름에 간섭해 적을 느리게 만들거나 스스로 가속하는 챔피언이었다. 이런 면모는 주로 플랫포머 콘텐츠에 반영됐다. 이미 내려가 있는 발판의 시간을 되돌려 다시 위로 올리거나 끊어진 다리를 끊어지기 전으로 되돌려 잇는 식이다.

4초 전으로 돌아가는 궁극기 '시공간 붕괴'는 '시간/교차'에서 게임 진행을 뒤로 돌리는 방식으로 반영됐다. 적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당하거나 플랫포머 진행 중 즉사 구간에 추락하면 게이지를 소모해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있다. 긴장감을 없애 플랫포머 콘텐츠 재미를 떨어트릴 수도 있는 기능이지만, 다행히 적절한 레벨 디자인을 통해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적당한 난도를 유지했다.

이외에 발명가라는 설정을 활용해 중력 신발을 신고 벽을 오르거나 맵에서 주운 각종 소재로 급조 장비를 만들어 내는 등 다양한 기믹을 선보이기도 한다. 대체로 원작에서 에코가 보여줬던, 팬들이 에코를 좋아하던 이유를 잘 재해석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맵이 넓어서 탐험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다시 돌아가기 번거롭다는 점은 단점이었다. 초반에 진입할 수 없던 지역을 게임 진행 중 새로운 기술을 배워 진입할 수 있는 메트로바니아 요소가 적용됐는데, 그 장소로 돌아가기 위한 숏컷이나 순간이동 같은 기능이 없어 불편한 순간이 있었다. 보물 상자 같은 각종 수집물을 획득하기 위해 이미 지나온 맵을 되짚어 돌아갈 때도 불편함이 유발되곤 했다.

플랫포머 콘텐츠가 만족감을 준 점과 달리 전투는 조금 단조로운 편이었다. 다양한 기술을 통해 적을 농락하고 화면 전체를 종횡무진 누비는 일은 즐거웠지만, 게임을 진행해도 공격 방식이 거의 비슷한 적들만 나와 전투가 큰 감흥을 주지 못하게 됐다.

다행히 보스 전투가 지루함을 희석해 주는 역할을 했다. 보스마다 독특한 전투 경험을 제공했고, 특히 워윅이나 'LoL'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은 'LoL'에서 사용하던 기술들이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 됐는지 보는 재미도 있었다.

'LoL'과 플랫포머, 둘 다 좋아하는 유저라면 '시간/교차'를 통해 긍정적인 게임 플레이 경험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MOBA와 플랫포머가 플레이 방식에서 차이점이 많은 장르인 만큼, 둘 다 좋아하는 유저 보다는 둘 중 하나만 좋아하는 유저가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아케인'을 재미있게 봤거나 'LoL'에서 에코를 즐겨 다루는 유저라면 '시간/교차'는 한 번 플레이 해볼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함께 'LoL' 세계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LoL' 외에 다른 게임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유저라면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플레이 중 실수를 해도 돌이킬 수 있는 수단이 있어 입문 난도가 높지는 않다.

반대로 'LoL'을 몰라도 플랫포머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도전해 볼만한 게임이다. 플랫포머 완성도가 결코 낮지 않고, 'LoL' 세계관과 관련된 요소들은 대개 맥락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등장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