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디아블로 이모탈(이하 '이모탈')' CBT가 2021년 11월 25일부터 시작됐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개발되는 첫 '디아블로' IP 작품으로, 2018년 11월 진행된 '블리즈컨 2018'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모탈'은 미운털이 박힌 작품이다. 정식 후속작을 기다리던 팬들 앞에 선보인 외전 작품이었고, 시리즈 최초로 모바일 플랫폼을 택했다. 개발도 기존 개발팀이 아닌 외주 개발사가 맡았다. 우려 섞인 시선을 받지 않기가 오히려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우려와 비난을 뒤로하고, '이모탈'을 만난 첫 감상은 '디아블로' 시리즈 적자(嫡子)가 확실하다는 점이었다. 게임 그래픽이나 UI 등은 '디아블로 3'을 떠오르게 하지만, 어두운 분위기는 '디아블로 2'에 더 가깝다. 특히 게임 초반부터 이교도가 마을 주민들을 납치해 산제물로 바치는 장면은 '디아블로 2' 액트 1에서 '보이지 않는 눈의 자매단'이 겪은 고초를 떠오르게 한다.
한글화와 더빙 완성도는 다른 '디아블로' IP 작품들과 비견될 만 하다. 더빙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암울한 작중 배경을 고려하면 당연히 그런 목소리가 나올법한 상황이다. 다른 작품에서도 등장했던 인물에 대한 캐릭터 해석도 일관성 있게 진행됐다.
유저가 고를 수 있는 직업은 알파 테스트 시점에서 야만용사, 성전사, 마법사, 수도사, 악마사냥꾼, 강령술사다. 이중 강령술사는 최초 공개될 때와 달리 살과 가죽이 붙지 않은 해골을 이끌고 등장하는데, 정식 발매까지 이어진다면 최소한 유저들이 전 세계 동일빌드를 위한 불필요한 검열을 겪을 필요는 없어진 셈이다.
전투는 오롯이 수동 조작으로 이뤄진다. 플랫폼 한계상 PC나 콘솔처럼 매끄럽고 화려한 스킬 연계는 어렵지만, 스킬마다 특색이 뚜렷하고 효과가 다양해 전투가 단조롭지는 않다. 적이 사용하는 광역 기술을 피하는 컨트롤이 필수적이며, 스킬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자리 선정도 중요한 요소다.
그런 만큼 스킬 조합에도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대표적으로 강령술사는 해골 지배와 골렘 지배, 해골 마법학자 등 소환류 스킬을 사용해 생존력을 늘리고 안정적인 화력 투사를 꾀하거나, 사신의 낫과 시체 폭발, 뼈 쐐기로 폭발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스킬 사용에 별도 자원(마나나 비전 에너지 등)이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은 무한한 전투를 가능하게 한다. 언뜻 보면 막강한 스킬을 난사해 게임 난이도가 너무 쉬워질 성싶지만, 밸런스 조절이 적절히 되어있어 그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플레이 중 자원 부족으로 맥이 끊기는 일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궁극기 시스템은 시리즈 중 '이모탈'에만 있는 특징이다. 기본 공격으로 적을 공격할 때마다 궁극기 게이지가 충전되며, 충전이 완료되면 막강한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다. 기본 공격을 대폭 강화하는 형식인데,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거나 우두머리 전투에서 강력한 피해를 줘야 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엔드 콘텐츠인 불멸단-그림자단 간 RvR '투쟁의 굴레'는 게임 이름에서부터 강조되는 핵심 콘텐츠다. 첫 최종레벨 달성자가 48시간 만에 등장할 정도로 유저들이 빠르게 성장한 한국 베타 테스트에서는 금세 '투쟁의 굴레'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CBT가 종반으로 가고 있는 12월 중순에도 '투쟁의 굴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유저가 적지 않으며, 평가도 나쁘지 않다. 테스트 종료 후 초기화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참여하는 유저가 있다는 건 그만큼 흥미로운 콘텐츠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투쟁의 굴레'에 대한 평가를 CBT 단계에서 내리기는 어렵다. 전적으로 유저 참여로 이뤄지는 콘텐츠인 만큼 정식 발매 후 '이모탈'이 얼마나 흥행할지에 따라, 즉 유저 수가 얼마나 확보되느냐에 따라 '투쟁의 굴레'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타 테스트 시점에서는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모탈'은 CBT임에도 이례적으로 유료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정식 오픈 후 유료 재화로 다시 돌려받을 수 있어 미리 BM을 체험해볼 수 있다. 정식 출시 전까지 BM을 꽁꽁 감춰두는 게임도 있는 상황에 '이모탈'은 얼마나 유저 친화적인지 직접 확인해보라는 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 상품 중 홍보 팝업까지 출력되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핵심 상품은 바로 '배틀 패스'다.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배틀 패스류 상품들과 유사하며, 플레이에 따라 '배틀 포인트'를 누적해 보상이 주어지는 형태다.
'배틀 패스'는 기본적으로 무료로 제공되며, 과금을 통해 유료 보상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다. 유료 보상은 대부분 전설 보석이나 제작 소재 등 일반 플레이로도 얻을 수 있는 재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플레이로 얻을 수 없는 요소도 채팅 이모티콘 등으로 꾸려져 게임 플레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거의 모든 유료 상품들은 유저 성장을 가속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돈으로 시간을 사는 셈이다. 장비는 유료로 구매할 수 없어 유료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장비 파밍 과정을 거쳐야 하며, 랜덤 박스형 상품도 없어 같은 상품을 여러 번 구매할 필요가 적은 편이다.
P2W 게임에서 으레 그렇듯 비 과금 유저가 과금 유저를 시간을 써서 쫓아가는 식이 아니라, 게임에 투자할 시간이 적은 유저들이 과금을 통해 시간을 벌충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외형 꾸미기와 관련된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개발진 발언에 따르면 '디아블로 3'에 있던 형상변환과 같은 시스템이 없는 대신 장비 각성 시스템을 통해 외형이 변하게 되는데, 장비 각성을 유도하는 만큼 섣불리 외형 변경 상품을 판매하지는 않는 셈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그동안 유저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게임이었다. 그렇기에 안 좋은 첫인상이 심어진 채로 CBT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했다.
그러나 평소보다 더욱더 깐깐한 눈으로 평가하던 CBT 유저들에게 합격점을 받았고, CBT에 참여하지 못한 유저들에게도 각종 플레이 영상과 입소문을 통해 '하고 싶은 게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과연 2022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디아블로 이모탈'이 시리즈 팬들은 물론 장르 마니아들 주머니 속에 '휴대용 성역'으로써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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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디아블로 이모탈, CBT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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