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MOBA는 신작이 파고들 틈이 적은 장르다. 장르 파이를 기성 게임들이 이미 나눠 가지고 있어 신작이 나오더라도 유저들이 옮겨가지 않는다. 레드오션도 이런 레드오션이 없다.
넷마블이 1월 20일부터 베타 테스트에 돌입한 '오버프라임'은 이 붉다 못해 검은 바다에 출사표를 던진 작품이다. 한동안 모바일 시장에 집중하던 넷마블이 간만에 PC 시장을 향해 뽑아 든 칼이기도 하다.
20일부터 진행된 선행 테스트는 파트너로 선정된 인터넷 개인방송인을 통해 베타 코드를 배포하는 방식이었으며, 이후 22일부터 PC 게이밍 플랫폼 '스팀'에서 베타 권한을 신청하면 무제한으로 참여 가능한 공개 테스트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오버프라임'은 TPS와 MOBA를 결합한 게임이다. 온라인 게임을 즐겨 하는 유저라면 한때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됐던 '히어로즈 오브 뉴 어스'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두 장르는 하나로 합쳐질 때 기존 MOBA 게임들에 비해 스타일리쉬하고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게이밍 경험을 제공한다. '오버프라임'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완성도 높은 그래픽 에셋이 화려함을 더한다.
새로운 게임이지만 낯설지는 않다. 에픽게임즈가 무료로 제공하는 '파라곤' 에셋을 활용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파라곤의 유산이라 불리던 '파라곤' 에셋 활용 프로젝트 중 가장 유명한 국내 프로젝트였던 'Overthrow Paragon' 개발자인 Rocketmania와 그가 꾸린 개발팀인 'Prime-X'를 고스란히 인수해 개발됐다.
게임 진행 양상은 MOBA 장르 하면 떠오르는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세 개의 공격로가 있고, 공격로 사이 사이에 중립 몬스터가 있어 처치 시 이로운 효과를 제공한다. '미니언', '억제기' 등 익숙한 단어도 다수 차용해 기존에 다른 MOBA 게임을 즐겨본 유저라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MOBA에 으레 존재하는 핵심 중립 몬스터인 '프라임 수호자'는 타 게임과 달리 사냥만으로 이로운 효과를 제공하지 않는다. 사냥 후 등장하는 아이템을 제단까지 옮겨야 하는데, 적이 사냥 중인 중립 몬스터를 빼앗아 전세를 역전시키는 플레이가 어려워진다. 유저 성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다.
미니맵을 통해 중립 몬스터 생존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중립 몬스터를 노리는 정글 사냥꾼들은 대개 혼자 다니는데, 중립 몬스터 생존 여부로 사냥 경로를 파악하고 기습을 가할 수 있다.
또한 스킬 발동 시 마나 소비가 격렬하다. 본진으로 귀환하는 빈도가 타 MOBA 게임들보다 잦고, 교전 후 일제히 귀환한 뒤 다시 격돌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교전 한 번에서 이득을 보더라도 거기서 추가적인 이득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잦다.
이런 요소들이 더해져 한번 전세가 기울어지면 뒤집기 어려운 게임이 되었고, 교전이 반복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니 한번 매칭이 이뤄질 때마다 장기전이 강요된다. 한판 가볍게 즐길만한 게임은 아닌 셈이다.
한편 캐릭터가 지닌 점프 능력은 대개 이동보다는 원거리 공격을 피할때 활용된다. TPS 시점을 채택한 만큼 맵 곳곳에 낙차가 있는 곳이 있으나 대부분 내려갈 수는 있어도 점프로는 올라갈 수 없어 일방통행로로 기능한다. 보통은 기습 공격에 활용된다.
전반적인 플레이 자체는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 시점 문제가 컸다. 전장을 조감하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상적인 MOBA와 달리 '오버프라임'은 TPS 시점 특성상 상황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기 쉽지 않다.
TPS 시점을 채택한 MOBA 작품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오버프라임'은 이에 대한 배려가 적은 편이며, 미니맵에 계속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만큼 전투에 온전히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 문제는 각 캐릭터가 지닌 화력이 점차 막강해지는 후반에 들어서서 도드라졌다. 특히 자체적인 전투력이 높지 않은 마법사나 서포터 유형 캐릭터들을 조종할 때는 기습 한 번에 맥없이 사망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만큼 피로도를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 플레이 환경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쾌적하다'라고 보기 어려웠다. 테스트에 참여한 유저 풀이 적었고, 매칭이 성사되더라도 누군가가 게임을 수락하지 않아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외에도 UI나 직관성, 튜토리얼 등 플레이 안내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캐릭터 밸런스도 잘 맞지 않았다. 특히 베아트리체 등 암살자형 캐릭터가 지닌 화력이 지나치게 막강해 상성을 무시하고 상대를 도륙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재료로 마법 피해 경감 아이템을 요구하면서 정작 최종 아이템에는 마법 피해 경감 옵션이 없는 등 아이템 시스템에서도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다. 상위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순간 능력치 배분이 달라져 당황하는 순간이 발생했다.
베타 테스트 시점에서 '오버프라임'은 덜 다듬어진 원석 같은 느낌이다. 분명히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지만,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에는 너무나 거칠게 깎여있다. 유사 장르 게임 중 '오버프라임'을 선택할 이유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정식 출시가 아닌 만큼 기대를 걸어볼 만한 가치도 충분히 있다. 여러 문제가 산재해 있긴 하지만, 베타 테스트란 원래 문제를 찾아내고 고치기 위해 있는 기간이다. 테스트 단계에서 발견돼 수정될 여지가 생겼다고 보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건 이번뿐이다.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저 수많은 MOBA 신작 실패 사례 중 하나로 남을 수밖에 없다. 훗날 진행될 추가 테스트 혹은 정식 출시 때에는 한층 더 다듬어진 '오버프라임'을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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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오버프라임, 테스트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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