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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49화- 최소한의 정도(正道)를 걸을 수 없다면

작성자 :	등록일 : 2012-12-21 오후 3:37:39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게임 개발이라는 것을 행하고 있는, 특히나 레드오션화와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 있는 국내 시장에서 게임 개발을 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경의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성공에 대한 부담이 다른 게임 시장보다 더 강렬한 곳에서 자유분방함과 재치 발랄함이 최고의 미덕이로 꼽히는 게임이라는 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 와중에서도 현재의 국내 게임 시장을 형성한 데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그들이 없었다면 게임의 볼모지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서 현재와 같은 시장이 있을 수 있었을까-그들의 노력과 꿈에 대한 우직한 전진은 분명 대단한 선택이자 도전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었기 때문에, 자신의 자유의지로 게임 개발을 선택해 성공을 한 것이 어떻게 대단한 노력과 도전이냐는 말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상기해야 할 것은 불과 10년 전에는 국내에서 게임이라는 단어는 사회에서 마치 오물과도 같은 뜻으로 통용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 그 어떤 미래에 대한 담보 없이, 현재와 같은 이렇다 할 투자 없이 각박한 환경과 현실과 맞서 싸우며 뜻을 굽히지 않고 로망을 위해 달렸던 그들의 선택은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분명 축복과도 같은 일임에 틀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대단한 용기’를 냈던 선배들의 땀으로 만들어 진 현재의 게임업계에, 맹목적으로 돈과 인기를 쫓는 게임들이 등장하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오로지 실적과 돈만을 쫓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물들은 성숙기에 접어들어야 하는 국내 게임 시장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잇다.

어떤 콘텐츠를 만드는 개발자가 되느냐에 따라서, 해당 콘텐츠를 만드는 개발자에 대한 평가와 가치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당연히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게임을 개발한 이, 혹은 집단에 대한 평가는 확연하게 달라지고 평가된다. 성공을 위한 보수가 달콤한 과실과도 같은 게임시장에서 마냥 자기 욕심만을 내세운 게임을 만들 수는 없다.

더욱이, 성공을 위해 개발을 하는 게임, 달콤한 과실을 보장한 시장에 뛰어 든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성공을 할 수 있는 요소들을 게임 내에 넣어서 만들고자 하는 의도는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시장 출범 초창기에나 볼 수 있었던 수준의 표절 시비 게임들이 나오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현재의 게임 시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발자들의 인식과 개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등장한 한 표절 의심작을 개발한 개발자가 내보인 반응은 ‘우리들은 게임을 표절하지 않았다’라는 것이었다. 물론 룰모델이 되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와 의식을 하지 않았다고까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들은 룰모델이 되는 게임들의 시스템을 모방했으며, 아이디어를 차용해 새로운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항변했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 시스템을 이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만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최근 표절 의혹을 받았던 모 게임에 개발팀장과 관련 인터뷰를 했던 모 게임미디어 편집장의 말이다. 표절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을 크게 의식하고 있었던 듯 강한 어조로 항변을 했다고. 하지만 그들이 개발한 게임은 시스템적인 측면은 그것대로 표절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비주얼적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게임이었다.

마치 애플의 고 스티브 잡스가 타사의 스마트폰들을 보고 카피캣이라며 표절과 모방에 대한 날선 비난을 했던 것처럼, 시장에서 나오는 표절작들은 동종업계에 있는 이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카피캣이라며 비난의 손가락을 하고 있는 이들 중 상당수는 표절로 의심되는 게임을 개발했던 경력이 있다는 사실이다(게이머들이 인지하고 있지 못할 정도로 ‘대놓고 만들어지는 표절작’들은 굉장히 많다). 손바닥 들여다보듯 은근히 좁고 훤한 게임업계에서 개발자들은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게임 개발에 관여를 하게 되는데, 한 번 쯤은 그런 게임들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표절 의심작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개발자로써의 본분을 아예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자가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소양과 도덕을 망각한 채 현실적인 이유를 대며 공산품과 같은 게임을 만들고 있는 이들은 겉으로는 짐짓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외산 게임에 단숨에 점령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우며, 외부의 유수의 콘텐츠와 맞설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수많은 개발자들에게 정곡을 찌르는 날선 질문을 던졌던 베테랑 게임 전문기자의 한탄은 현재 아무렇지도 않게 너절해져 있는 표절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표절 게임들이 극적으로 시장 화두에 부각되었던 것은 시장의 태동기였다고 할 수 있었다. 현재와 같이 레드오션화 되기 전, ‘온라인 게임 시장’과 IT벤처 산업에 대한 거품이 엄청나게 끼어 있었던 2000년대 초중반의 온라인 게임은 그야말로 엘도라도를 여는 신사업의 키였다. 엔씨소프트와 웹젠의 대박은 ‘게임 하나만 히트하면 천문학적인 성과가 뒤따른다’는 달콤한 유혹을 많은 이들을 열병처럼 매료시켰다.

당연히 게임 개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그 거품 속에 묻혀 있는 돈의 유혹에 묻혀버릴 수밖에 없었고, 일본, 북미 등의 선진 게임 시장에서 그대로 따온 디자인의 게임들이 ‘신작’이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했다. 이 중 대다수는 곧이어 이어진 과도한 경쟁과 신기루처럼 사라진 거품으로 인해 시장에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일부는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과정에서 코어 유저들에게 표절 의혹을 받은 다수의 게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서비스를 지속했으며, ‘재미로 인해 유저들만 모을 수 있다면 윤리와 도덕은 필요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게임들은 자신들을 향한 표절 이야기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출 때를 기다렸다.

태동기 이후 과도기를 겪으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표절작들은, 최근 들어 다시금 성행하고 있다. 단연 그 필두에는 ‘저자본, 소규모, 짧은 개발 기간’으로 만들 수 있는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들이 서 있다.

이른바 ‘팡류 게임’들로 대변되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표절 의심작들은 이제는 자신들이 서로 베끼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NHN의 자회사 NHN재팬이 모바일 메신저 라인 전용으로 만든 게임인 라인팝이다. 애니팡을 연상케 하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서 인기를 얻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출시된 지 하루만에 300만 다운로드를 받았다. 모바일 게임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톡 게임에 올라오지 않고 달성한 수치다. 표절 게임이라며 눈총을 받고 있는 게임 치고는 너무나 출중한 실적을 거둔 것이다. ‘비난은 순간, 실적은 영원하다’라는 우스갯소리는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쓴 입맛을 다시게 한다.

팡류 게임들이 등장하고 난 뒤에 표절 논란이 일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현 상황은 공산품과 같은 게임들의 양산과 이로 인한 게임 수명 주기 단축은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여기에 ‘플랫폼이 깡패’라는 말을 들으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카카오톡 게임하기 플랫폼의 존재로 인해 점점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형태는 기 이상학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어디 이 뿐이랴. 모바일 게임 시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 시장 또한 최근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다. 태동기와 과도기를 거쳐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들어야 하는 ‘국가 경쟁력 산업’인 온라인 게임 시장에 아직도 표절을 의심하게 만드는 게임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네티즌들로 하여금 ‘반도블로’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부여받은 데빌리안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디아블로 등, 블리자드 게임이 시장에 가져다주는 재미를 벤치마킹해 재해석했다며 시장 진입을 선언한 데빌리안은 영상 공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바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와 게임 장면과 캐릭터들의 콘셉트가 너무도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맵핑과 배경은 디아블로3를 그대로 베낀 듯한 착각을 들게 할 정도다.

웹게임인 닌자X라는, 엔터메이트라는 게임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은 더 가관이다. 일본 유명 만화인 나루토의 캐릭터 모델링을 그대로 ‘베낀’수준이며 설정과 콘셉트가 판박이다. 과거 국내 순수 애니메이션 창작물이라며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던 ‘와피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유저들은 “게임 캐릭터는 나루토를, 게임 내용은 메이플스토리를 빼다 박았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어쩌면 노이즈마케팅으로는 성공했을지도 모르는 수준이다.

한 해에 등장하는 온라인 게임의 숫자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숫자의 표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 이제는 해외 온라인 게임 시장을 노리고 콘텐츠를 경쟁해야 하는 시기에 이런 케이스들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유수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 개발자들의 인식이 아직까지도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이런 몇 가지 케이스들, 그리고 몇몇 사례들로 인해 전체적인 국내 게임 시장의 수준과 틀이 급전직하 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의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이제는 이런 일들은 없어져야만 하는 수준이 되었다. 규모면에서도 더더욱 그렇다.

“규모가 아무리 확장되고 시장이 거대화 된다고 하더라도, 시장의 근본이자 콘텐츠의 코어라고 할 수 있는 개발자들이 현재와 같은 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해외 게임 콘텐츠를 이길 수 없다. 가뜩이나 판에 박힌 게임들만 만들어 내고 있는 국내 시장이다. 유수의 해외 게임 콘텐츠가 유입됐을 때 경쟁을 할 수 있는 자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실의 벽이라는 보기 좋은 핑계 때문에 이런 무개념 개발작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의 개발자들은 말한다. 자신들의 창의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게임 개발을 하는 것, 사업적인 성공을 위한 게임 개발을 강요받고 있는 자신들의 처지를 토로하고 한탄하고 있다.

물론, 그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늠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10년 전, 아무것도 없이 빈털터리로 게임 개발을 했던 이들은 현재 개발자들이 말하고 있는 ‘각박한 현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환경 수준에서 시장의 문을 열었다. 그들처럼 무작정 꿈과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모 아니면 도’를 선택하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맨손으로 현재의 게임 시장을 만들었던 이들과 자신들이 게임 개발을 하도록 ‘꿈’을 주었던 게임들을 보고 창피하지 않아야 하지 말아야 한다.

자,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각박한 현실에 맞서 싸우고 있는’개발자들이여. 자신들의 심장에 손을 얹고 자신들에게 꿈을 주었던 게임들을 향해 자문을 해 보라. 자신이 과연 ‘정도’를 걷고 있는가를. 떳떳할 수 있는가를. 자신들이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를 애써 외면한 채 거짓과 비겁한 변명으로 포장된 게임을 개발하는 것에 아무런 부끄럼이 없는지를.

생각과 선택은, 본인들의 몫이다.

겜툰 송경민 기자
songkm77@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