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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INSIDE 67화- 리더십의 실종
작성자 : 등록일 : 2015-01-26 오후 12:26:43


2015년 게임 시장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여겨지고 있다. 성장을 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 게임 규제, 외산 게임의 등장으로 인해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았던 근년 들어 시장 분위기가 가장 좋을 것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게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 동안 가팔랐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을 역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과거의 게임산업협회, 즉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의 협회장을 추대하는 것은 올해 게임업계가 선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숙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한편, 대외적인 ‘아이콘’이 되어 업계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수행해 줘야 하는 협회장의 존재는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협회장의 역할을 ‘환영하면서’하는 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산업과 업계의 존재를 누구나 다 역설하고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와 산업 전체를 키우고자 하는 ‘게임업계 치고의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하는 이가 단 하나도 없다.

리더십의 실종. 그것이 현재 업계의 현실이다.



원래 게임업계는 ‘자성의 목소리’는 있지만 그 ‘자성’을 실천하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오래 전부터 업계가 시정해야 하고 고쳐야 하는 부분들이 지적되어 왔지만 오랜 기간 동안 유야무야하다 결국 정부의 규제와 시민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모두가 ‘잘 나가는 산업에 굳이 칼을 대고 싶지 않은’이기주의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생각해 게임업계의 어두운 일면을 걷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협회를 중심으로 하는 자성의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자성의 목소리를 외쳤던 이들이 업계의 외면을 받고 중도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4대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으로 추대되었다가 중도 낙마한 김정호 회장의 사례다. 김 전 회장은 2009년 초 NHN한게임 대표에 취임함과 동시에 아무도 맡지 않으려 했던 회장직에 올라 당시 민감한 업계 사안들에 직면해야만 했다. 당시 업계는 정부를 중심으로 시민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던 고스톱 포커류(이하 고포류) 게임들에 대한 강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한 이들의 사례와 같이 고포류 게임에 빠진 이들의 사연이 방송된 PD수첩이 전파를 타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아이러니하게 NHN한게임이 고포류로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던 시기. 김 전 회장은 민감한 시기에 그 누구도 맡지 않으려 했던 회장직에 올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강한 추진력을 발휘했다. 한게임의 주력 엄청난 매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드게임에 대한 사행성 문제를 인정하고 이를 업계 자체적으로 제재하는 ‘그린게임캠페인’을 강력하게 추진한 것. 자신이 대표로 있는 한게임이 주도적으로 나서 그린게임캠페인을 실시하자, 그 동안 ‘게임산업협회장이 속한 회사에 따라 이해관계의 방향을 설정한다’라는 타 업체들의 불만은 사라지고 국내 메이저 게임포털들이 함께 이 캠페인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장사가 먼저 희생하는 모습에 일부 업체들의 동조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게임문화재단 설립을 위해 김 전 회장은 NHN한게임에서 50억을 먼저 출원했다. 온갖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해야 할 일”이라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 제 4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에 취임한 전 김정호 NHN한게임 대표는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 게임업계의 부당한 문제들에 대해 솔선수범하여 경종을 울렸던 이로 평가받았다. 특히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특유의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며 ‘오피니언 리더’로써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결되지 않는 업계의 불통과 국정감사에서 죄인처럼 자신을 취급하는 의원들의 날선 비판에 고개를 숙이고 낙마를 해야만 했다. 현재 그는 사회적 기업 제이앤조이 공동대표로 사회 공헌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처럼 김 전 회장은 이처럼 신념에 따라 ‘해야 할 말과 해야 하는 일은 꼭 추진하는’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사였다. 거침없고 과감한 그의 추진력과 언사에 협회장 취임 추기에 부하직원들이 걱정을 할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불합리한 정부 규제를 없애는데 앞장 설 것이라고 공언하며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희생과 책임을 지면서도, 특히 정부가 성인이라도 MMORPG 등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등을 한 달에 30만 원 이상 구입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는 4대 회장의 목을 걸고라도 꼭 풀겠다고 강력하게 선언한 것. 실제로 김 전 회장의 퇴임 전 결제한도가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또, 가장 큰 피해를 받을 NHN한게임에 보드게임에 대한 수익과 비중을 줄이면서 대형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사업에 투자, 한편으로 블루오션을 제시해 수익의 공백을 메우고 해외 사업 활성화까지도 꾀할 수 있다고 청사진을 제시하는 역량을 보였다.

김 전 회장은 열정적으로 게임산업협회장직을 수행했다. 그 누구도 맡지 않으려 했던 협회장 자리에 마지막으로 떠밀리듯 추대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게임 대표직보다 더한 열성을 보이며 업계의 현안과 해묵은 과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HN재직 시절 해외 비즈니스 성과를 내면서 강력한 추진력과 ‘뚝심’을 관철시켰던 경력의 그였기에 업계는 모처럼 현안을 외면하지 않는 회장의 의욕적 모습에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그 해 11월, 김 전 회장은 NHN대표직과 협회장 직에서 동시에 물러나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강력한 의욕을 불태우며 업계의 어두운 일면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던 김 전 회장은 업계 회장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에 부딫이게 된다. 바로 ‘모래알과도 같은 업계의 단결력’때문이었다.

김 전 회장은 한게임 내부적인 반발과 다른 관계 업체들의 불만을 사면서도 추진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소신을 보여 왔다. 그러나 “그린게임캠페인 밀어붙이다가 협회 회원사들에게 탄핵당할 것 같다.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라고 밝혔을 정도로 그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실로 감당해 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 동안 게임협회 회장들이 줄줄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던 이유, 바로 ‘협회의 중론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에 김 전 회장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린게임캠페인을 통해 고포류 게임 비중을 줄이자는 업계의 중론을 모으는 것도 힘들었지만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을 NHN한게임은 물론 NHN본사의 날선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주주들에게 “미친 것 아니냐”며 컨퍼런스 콜에서 모욕에 가까운 비난을 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강력하게 추진했던 그린게임캠페인 실시 이후 고포류에 대한 사행성 문제 때문에 국정감사에까지 불려가 ‘탄핵’수준의 날선 질문들을 맞이하게 되자 그의 의욕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 협회의 한 관계자는 “게임업계의 숙원이라고 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의 해결을 추진했지만 업체들은 물론 한게임 내 투자자들 등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왔다”라며 “전 협회장이 자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나섰지만 업계의 단결력이 보이지 않아 적잖은 심신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결국 협회장의 자리뿐만 아니라 한게임 대표직에서까지 물러나며 산업 일선에서 물러난 전임 회장들의 전철을 밟게 되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김정호 전 회장이 민감한 현안을 처리할 때 마다 이해당사자들만 분주하게 움직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강력하게 추진되었던 그린게임 캠페인, 게임문화재단 활성화 등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것도 게임업계의 모래알과도 같은 단결력 때문이었다”라고 밝혔다. 저마다의 복잡한 이해, 실리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업종의 외연이 그리 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도 업계의 중론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동안 규제의 칼날이 업계의 목을 죄어 왔지만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것은, 업계의 중론이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이 가장 컸다. 아직도 업계에서는 “당시 김 전 회장의 뒤를 업계가 조금 더 단결해서 받쳐 주었더라면”이라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있다.

특히 일부 메이저 게임사들은 “업계 규제가 시행 되도 우리는 충분히 버텨낼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눈에 거슬리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라거나 “우리의 주요 수익원에 피해가 가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라는 자세로 업계의 위기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당연히 단결이 될 수가 없다.

“이런 모래알 같은 단결력을 모으기 위한 묘수가 있다. 바로 ‘업계의 아이콘’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대표가 손을 잡고 앞으로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한 업계 전문가의 말은 왜 지금까지 업계에서 부조리한 규제에 ‘공동대응’이 없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15년 정부 진흥책을 발표하며 게임 산업에 대한 진흥안을 발표했다. 매해 규제에 대한 이슈만이 나오고 있던 근년과는 분명 다른 것이 사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발표에도 업계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의견을 모아야 하는 존재인 협회장이 공석이기 때문이다.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오는 2월 이사회와 총회를 열고 차기 협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협회 이사회가 차기 협회장 선출을 놓고 지난 연말부터 장고에 들어갔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유가 있다. 추천을 받고 있는 게임인들이 모두 고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협회장인 남경필 협회장은 지스타 2014이후 사실상 임기를 마감했다. 임기가 끝났기 때문이다. 정관상 차기 협회장이 정해져야 현 협회장이 권한을 넘기도록 되어 있지만, 남경필 전 협회장이 경기도지사로 당선되면서 임기를 마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회에서 겸직 및 영리 업무를 하고 있는 국회의원 43명에 업무 금지 통보를 내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로 인해 비슷한 처지인 e스포츠협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던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사퇴를 한 만큼 임기를 마친 남 전 회장도 자연스레 업무를 마무리하는 것이 되었다.

△ 최초의 외부 협회장이었던 남경필 전 회장. 각종 게임규제가 빗발치는 가운데 같은 새누리당 의원의 발의에 게임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등, 최소한 ‘대외적인 입장’을 밝히는 역할은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부 인사이자 정치인 협회장 시대가 막을 내린 가운데, 협회는 현재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외부 인사와 추천된 게임사 대표들을 대상으로 협회장 인선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난항을 겪고 있다. 게임인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고, 외부 인사들 또한 탐탁지 않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명 게임사 대표들은 경영 집중을 이유로 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전체를 생각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앞세워 게임업계의 리더십을 누구도 일으켜 세우려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웹보드, 청소년이용불가게임 등 업계 이해관계가 워낙 다양해 같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협회장직을 꺼리는 근본적 이유”라고 말했다. 그렇다. 결국 ‘나’만을 생각하는 폐쇄적인 게임업계의 성향은 결국 게임업계의 리더십 실종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집단이자 단체인 게임산업협회의 수장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중도 하차를 해 왔다. 1기 협회장 김범수 회장은 1년 만에 중도 퇴진했고, 4기 회장 김정호 전 회장도 중도 하차했다. 현재는 6기 최관호 회장 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규제의 칼날 아래에서 협회는 여전히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중도 퇴진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 업계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것은 이번 사안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의 아이콘들도, 그리고 외부의 누군가도 ‘메시아’를 외치며 나서지 않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2월 중 이사회와 총회를 연다는 것만 정해졌다”며 “게임사 대표들을 중심으로(차기 협회장을 누구에게 맡길지) 심사숙고 중”이라고 말하고만 있다. 현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하기 힘들다. 게임업계의 리더십 실종. ‘산업’의 존재만을 역설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극한 이기주의가 낳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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