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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앞서 해보기' 시도한 국산 게임, 그 성과는?
작성자 : 등록일 : 2023-08-01 오후 5:20:42



밸브가 운영하는 글로벌 PC 게이밍 플랫폼 스팀(Steam)이 2013년 3월 앞서 해보기 기능을 도입한 이후 10년 이상이 지났다. 앞서 해보기란 개발 중인 게임을 선행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유저들은 기대작을 남들보다 먼저 플레이할 수 있고, 개발자들은 게임 출시 전에 수익을 확보하고 유저 피드백을 대량 확보해 개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수익 모델로 여겨졌다.

그러나 앞서 해보기 기능은 일부 게임사에 악용당하며 종종 비판 대상이 됐다. 게임 업데이트 지연이나 버그 방치 등으로 인해 유저 불만이 발생했을 때 '앞서 해보기(얼리 액세스) 상태라 미흡할 수 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를 일컫는 '얼액 방패'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때로는 앞서 해보기로 게임을 판매한 뒤 개발사가 잠적해 게임이 정식 출시 되지 않는 사건도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으로 여겨졌다. 도입 초기 앞서 해보기 시스템을 주로 활용하는 게임은 대부분 패키지 게임이었고, 온라인 게임 위주로 발달한 대한민국 게임계에서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 위주로 즐기던 유저들이 '앞서 해보기'라는 용어를 들어보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러나 국내 기성 게임사에서 개발한 작품들이 해외 진출 창구로 스팀을 선택하며 앞서 해보기 기능을 활용하기 시작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앞서 해보기 기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상황이다.



넥슨은 2022년 10월 27일 앞서 해보기로 출시된 '데이브 더 다이버'를 2023년 6월 28일 정식 출시로 전환했다. 앞서 해보기 당시에도 스팀 유저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기록하는 등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정식 출시 후 최대 동시접속자 수 98,480명을 기록하고 스팀 매출 순위에서 싱글 플레이 게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식 출시 전·후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모범적 예시로 볼 수 있지만, 정식 출시 후에 매출과 최대 동시 접속자 수가 모두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앞서 해보기 당시 게임을 구매하지 않다가 정식 출시 후 구매한 유저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해보기를 통해 미완성 게임을 먼저 플레이하기보단 조금 기다리더라도 정식 출시된 게임을 즐기기를 선호하는 유저도 적지 않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카카오게임즈가 유통하고 님블뉴런이 개발한 배틀로얄 '이터널 리턴'은 2020년 10월 14일 앞서 해보기로 처음 출시한 뒤 2023년 7월 20일 정식 출시로 전환했다. 플랫폼은 윈도우 PC(다음 게임, 스팀)다.

스팀 지표에 따르면 앞서 해보기 기간 중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점차 감소했다. 앞서 해보기 서비스가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은 2020년 12월 평균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약 40,850명이었으나, 정식 출시 직전인 2023년 6월 평균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약 5,078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정식 출시 당일인 7월 20일 최고 동시접속자 수 20,474명을 달성하며 4배 이상 증가했고, 정식 출시 11일 차인 7월 30일에도 최대 동시접속자 수 18,049명, 11일간 평균 최대 동시접속자 수 17,480명을 유지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유저 수 회복은 정식 출시 과정에서 이뤄진 대규모 패치 덕분일 가능성이 있다. '이터널 리턴'은 정식 출시 과정에서 맵 구조 변화를 통한 동선 최적화, 솔로·듀오 모드 삭제를 통한 캐릭터 간 밸런스 조율 등 과감하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패치 노트만 공개됐을 때는 일부 유저들이 너무 지나친 변화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님블뉴런은 공지를 통해 유저들에게 변화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하고 패치를 단행했다. 과감한 결단을 통해 게임을 흥행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생생한 유저 피드백과 방대한 라이브 서비스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앞서 해보기 장점을 잘 살렸다고 볼 수 있다.



2021년 12월 2일 앞서 해보기로 출시된 액션 스퀘어 '앤빌'도 7월 26일 정식 출시로 전환됐다. 앞서 해보기 취지에 걸맞게 정식 출시 전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매달 업데이트와 통계 자료, 개발자 노트 등을 공지하며 꾸준히 게임 개발 과정을 공개한 게임이다. 그러나 정식 출시 후 스팀 유저 평가는 '복합적'에서 '대체로 부정적'으로 하락했다.

'앤빌'은 정식 출시 직후인 2021년 12월 5일 최대 동시접속자 수 3,078명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그러나 이후 유저 수가 꾸준히 감소해 2022년 4월에 들어서 최대 동시접속자 수 100~200여 명을 유지하는 게임이 됐다.

유저 수는 2022년 6월 22일 시즌 2 패치 후 더 적어졌고, 2022년 7월 3일 이후에는 한 번도 최대 동시접속자 수 두 자리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정식 출시 후인 7월 26일 이후에도 일일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100여 명에 근접한 수치로, 정식 출시 전·후 모두 긍정적이지 못한 성과를 기록하는 중이다.

정식 출시 후 작성된 리뷰 23건 중 부정적인 리뷰가 17건임을 고려하면 앞서 해보기 과정에서 확보한 유저 피드백을 게임에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한 채 정식 출시되며 비판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스팀 전체 평가 2,096건 중 긍정 평가가 1,308건으로 과반인 만큼 늦게라도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게임을 개선하면 각종 지표가 향상될 수도 있으나, 앞서 해보기 단계에서 이뤄졌어야 할 일이 정식 출시 후에야 진행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7월 28일 앞서 해보기를 종료한 데브 시스터즈 '데드 사이드 클럽'은 앞서 해보기 기간 동안 긍정적이지 않은 성과를 기록했다. 운영진은 6월 28일 공지를 통해 "현 상황에서는 유저 실력에 맞춘 공정한 매칭이 어렵고, 단기간 내에 개선할 수 있는 일부 요소로는 온전한 게임 재미를 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며, "7월 28일 부로 앞서 해보기를 종료하고 모든 개발 여력을 제품 및 매칭 개선에 집중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2월 28일 앞서 해보기 서비스를 시작한 '데드 사이드 클럽'은 3월 1일 동시 접속자 수 1,951명, 3월 7일 인터넷 방송 시청자 수 21,321명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3월 31일 이후 최대 동시 접속자 수가 두 자리를 넘지 못할 정도로 유저 수가 감소했다. 앞서 해보기 종료가 발표되기 전 마지막 30일 동안 평균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약 29명이었다.

추후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개선이 이뤄질지는 밝혀진 바 없으나, 앞서 해보기 기간 중 기록된 전체 평가 955건 중 긍정적인 의견이 454건으로 절반에 가까웠던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콘텐츠를 중점으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식 출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재정비 시간을 가지게 됐다는 점은 아쉬우나, 이 또한 앞서 해보기 기능이 지닌 이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중간 평가 없이 게임 개발을 강행했을 경우 정식 출시 후 부정적인 평가를 받더라도 돌이키기가 매우 어렵지만, 앞서 해보기 상태에서는 게임이 아직 제작 중인 만큼 서비스를 중단하고 문제점을 해결할 시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썸에이지가 서비스하고 로얄크로우가 개발한 '크로우즈'는 2022년 3월 29일 앞서 해보기 상태로 출시하고 2022년 6월 28일 정식 출시됐다. 그러나 정식 출시 후 약 1년여를 넘은 시점인 2023년 8월 29일 서비스 종료했다.

'크로우즈'는 서비스 기간 전체를 통틀어 전체 평가 5,092건 중 57%에 달하는 부정 평가를 기록했다. 이중 앞서 해보기 기간 중 등록된 평가는 1,455건 중 58%가, 정식 출시 후 등록된 평가는 439건 중 51%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긍정적인 평가 중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다른 FPS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등 비꼬는 내용이 있음을 고려하면 부정적인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해보기 당시 부정적이었던 유저 평가가 정식 출시 후에도 반전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지표다.

스팀이 제공하는 유저 평가 그래프를 비교하면 이 사실이 명확해진다. 앞서 해보기 첫날 긍정 평가 758건에 1,101건을 기록했고, 4월 12일 긍정 평가 144건에 부정 평가 195건, 5월 10일 긍정 평가 30건에 부정 평가 57건으로 앞서 해보기 기간 동안 비슷한 비율을 유지했다. 이 비율은 긍정 평가 73건에 부정 평가 151건을 기록한 정식 출시 당일까지 유지됐다.

앞서 해보기 기간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 '크로우즈'는 약 3개월에 걸친 앞서 해보기 기간 후에 정식 출시됐다. 앞서 해보기 기간 동안 유저 피드백을 반영한 패치가 이뤄졌음에도 부정·긍정 평가 비율이 비슷했다면 더 긴 시간 동안 게임을 개선하는 게 옳은 선택일 수 있었으나, '크로우즈'는 정식 출시 후 게임을 개선하는 방식을 택했다.



원더피플이 개발하고 유통한 '슈퍼 피플 2'는 2022년 10월 11일 앞서 해보기 상태로 출시됐으나, 정식 출시에 이르지 못하고 8월 21일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처음 출시될 때 명칭은 '슈퍼 피플'이었으나, 2022년 12월 12일 '대격변 업데이트'라고 명명된 대규모 패치를 진행하며 게임 이름을 '슈퍼 피플 2'로 리브랜딩 했다.

'슈퍼 피플 2'는 앞서 해보기 기간 중 월 1회 이상 꾸준한 패치를 제공했다. 그러나 개발진이 서비스 종료 공지를 통해 밝혔듯 "꾸준히 밸런스 패치와 변화를 위한 내부 노력이 있었음에도 유저 수가 꾸준히 감소"했고, "얼리 액세스를 지속할 수 없는 유저의 숫자가 되었다고 판단"해 서비스 종료가 결정됐다.

1년여간 꾸준히 패치를 진행하고 중간에 일부 게임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는 대규모 패치까지 이뤄졌음에도 유저 이탈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패치 내용이 유저 요구 사안과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개발진이 유저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고, 이 부분이 결국 '슈퍼 피플 2'가 정식 출시에 실패한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고 리얼리티매직이 개발하는 '디스테라'는 안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지표를 기록하는 중이다. 앞서 해보기 첫날인 2022년 11월 24일 최대 동시 접속자 수 562명을 기록했고, 19일 뒤인 2022년 12월 12일 동시 접속자 수가 두 자리 대로 감소했다. 이후 무료 플레이 이벤트를 진행했던 2023년 2월 초를 제외하면 다시 세 자리 대로 올라가지 못했다.

대규모 멀티플레이와 장시간 접속이 핵심 요소인 생존 게임인 만큼 유저 수 부족은 게임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디스테라'는 시스템상 PvE보다 PvP를 권장하는 게임이며, 싱글 플레이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에 한계가 있는 만큼 동시 접속자 수가 감소할수록 게임 재미가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디스테라'는 시즌 4가 시작된 2023년 7월 27일 기준 최대 동시 접속자 수 49명을 기록했다. 서버당 최대 정원인 100명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인원이며, PvE 유저와 PvP 유저가 서로 다른 서버를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이 의도한 유저 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 이창열 사업실장은 지스타 2022 인터뷰에서 "스팀 전체 랭킹에서 10위권을 오가는 인기 생존 게임들과 경쟁하고 싶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2023년 8월 1일 00시 기준 '디스테라' 동시접속자 수는 28명으로, 스팀 순위 약 4,000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서 해보기 기간 동안 유저 수를 늘릴 방안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넷마블이 서비스하고 넷마블 F&C가 개발하는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은 2022년 12월 8일 앞서 해보기 출시 후 꾸준한 유저 수 감소를 겪고 있다. 앞서 해보기 첫날 32,524명으로 시작한 스팀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1달 뒤인 2023년 1월 8일 3,810명으로 감소했으며, 2월 2일 2,184명, 3월 2일 1,413명을 기록한 뒤 안정화 추세에 들어섰다.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유저 수 감소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상술했듯 정식 출시하지 않은 게임을 플레이하기를 꺼려하는 유저 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팀과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동시에 서비스되는 게임인 만큼 실질 유저 수가 더 많기도 하다.

이를 고려하면 아직은 시행착오를 거쳐도 괜찮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은 매달 신규 캐릭터 업데이트부터 e스포츠 대회, 악성 유저 제재 명단 발표, 개발자 Q&A, 설문 조사 등을 주기적으로 진행 중이다. 여러 시도 중 하나라도 유저들이 요구하는 방향성과 일치할 경우, 이를 기반으로 뒤로 다시 유저 수 확보에 나서고 정식 출시까지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넥슨이 서비스하고 넥슨 게임즈가 개발한 온라인 FPS '베일드 엑스퍼트' 역시 시행착오를 겪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최고 동시접속자 수는 앞서 해보기 첫날인 2023년 5월 19일 9,296명에서 한 달 차인 6월 19일 1,567명, 두 달 차인 7월 19일 606명으로 감소했다.

최고 동시접속자 수가 감소하는 중인 반면 앞서 해보기 74일 차인 8월 1일 기준 유저 평가는 전체 평가 4,368건 중 긍정 평가 2,908건, 부정 평가 1,460건으로 긍정 평가가 2배 가까이 높은 상황이다. 평가 비율은 앞서 해보기 첫날부터 여러 차례 패치가 진행된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유저 수 감소와 별개로 월 1회 이상 패치를 제공하며 유저 평가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앞서 해보기 기간을 보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시행착오와는 별개로 추가적인 유저 이탈을 막을 고민을 시작해야 할 순간일 수 있다. '베일드 엑스퍼트'는 라운드당 제한 시간이 150초에 불과해 각 경기가 비교적 빠르게 끝나며, 게임 모드가 분산돼 있기 때문에 같은 게임 모드를 연속 플레이할 경우 같은 상대가 매칭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유저 흥미가 빠르게 떨어져 추가적인 유저 이탈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유저 수를 유지하고 꾸준히 피드백을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엿보인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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