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툰-카툰으로 보는 재미있는 게임이야기

PWD

	최신 게임뉴스

	오픈/클로즈 베타뉴스

	게임업계 핫이슈

	겜툰 FOCUS

	게임 특집

	인터뷰/업체탐방

	게임 만평

	게임 포토뉴스

인터뷰/업체탐방

HOME > 게임뉴스> 인터뷰/업체탐방

제 목 : [NDC2018] 넥슨 전형규 엔지니어링 책임자, "이름 짓기는 어렵지만 중요"

작성자 :	등록일 : 2018-04-25 오후 8:42:42

넥슨 전형규 데브캣스튜디오 프로젝트DH팀 엔지니어링 책임자가 '좋은 이름 짓기'에 대해 설명했다.

넥슨은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성남 판교 넥슨 사옥 및 인근 강연장에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exon Developers Conference, 이하 NDC)'를 진행한다. 25일 판교 GBI 타워 지하 1층 발표장에서는 넥슨 전형규 데브캣스튜디오 프로젝트DH팀 엔지니어링 책임자가 '좋은 이름, 나쁜 이름, 이상한 이름'을 주제로 '이름 짓기'에 대해 강연했다.

이름 짓기란 어떤 개념, 기능, 객체 등의 대상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다. 분야에 상관없이 누구나 매일 하는 것으로, 대상을 이해해야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잘못된 이름을 붙이기 쉽다고 강조했다.

전형규 엔지니어링 책임자는 "이름 짓기는 문제 풀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름 짓기는 주어진 대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를 찾는 문제다. 갖고 싶은 아이템이 유독 나오지 않는 현상을 '물욕센서'라고 부르는 것을 예시로 들며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대상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무엇인가로 바꾸는 '문제 정의'라는 것이다.

좋은 이름은 가독성을 높인다. 코드를 이해하기 쉽고, 무슨 파일인지, 어디에 쓰이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해하기 쉽고 전달하기 쉬운 단어를 사용하면 불필요한 대화 비용을 줄이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대화의 맥락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름은 문제 영역을 대표한다. 대표적인 예로, IT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크런치 모드'는 IT에서 야근을 많이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구와 규칙 이름에서 만든 이의 철학을 짐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형규 엔지니어링 책임자는 좋은 이름에 명확성, 유일성, 일관성, 영속성 4가지의 특징이 있다고 꼽았다. 이름은 명확하게 가리키는 대상이 뚜렷하고, 이름 자체로 설명이 충분해야 한다. 또, 대상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하며 유일한 단어로 독창적이며 기억에 오래 남는다. 제한된 시간 내 상대방을 더 많이 죽이면 승리하는 경기 방식 '데쓰매치'가 대표적인 예시다.

또한, 개별 이름보다는 이름이 속한 시스템의 특징인 일관성은 비슷한 것에 비슷한 이름이 붙는 것이다. 시스템이 커질수록 일관성이 중요해진다. 좋은 이름은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도 그 뜻은 변하지 않는다. '게임 엔진'은 게임을 개발하는 도구라는 의미로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나쁜 이름은 난해함, 의존성, 비상식적, 비윤리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뚜렷한 규칙이 없고 직관적이지 않은 나쁜 이름의 대표적인 예는 우리나라의 '처제', '처남' 등의 '호칭'이다. 순환 논리에 빠진 이름도 좋지 않다. 이름을 이해하려면 대상 밖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마세라티 문제'는 '마세라티'를 살 정도로 성공한 이후 생각해볼 문제라는 뜻인데 '마세라티'를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다. 비상식적인 이름은 특정 문맥에 맞춰 의미를 재정의한다. '사막의 마녀'는 'Snad Witch'인데, 붙여 읽으면 '샌드위치(sandwich)'가 된다.

이상한 이름은 복합적이다. 좋은 이름과 나쁜 이름의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젤다의 전설'의 주인공은 '링크'다. 또한, 전형규 엔지니어링 책임자가 속한 프로젝트DH에서는 용이 발사하는 파이어볼을 '불가래'라고 부르고 있다며 중독적이라고 설명했다.

전형규 엔지니어링 책임자는 "좋은 이름이 없다면 대상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대상을 나누어서 단순화하는 것이 먼저이며,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면 이름을 발굴해야 한다. 또한, 이름의 용도를 고려해야 한다. 같은 이름이 분야마다,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재미있고 기억하기 쉬운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름 짓기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고 되도록 빨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형규 엔지니어링 책임자는 "컨셉 증명 단계에서는 이름을 대충 붙여도 괜찮다"며 "고민 끝에 지은 이름은 결국 생각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나쁜 이름을 방치할수록 프로젝트 관리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변경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코드의 이름을 지을 때는 불필요하게 약자를 사용하지 말고 문법을 지켜서 이름을 지어야 한다. 맞춤법이 틀리면 가독성이 떨어지고 코드 검색을 어렵게 한다. 이 밖에 주석보다 이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름을 설명하기 위해 주석을 붙여야 한다면 다시 이름을 붙이는 것이 좋다. 특히, 번역하기 힘들거나 잘 쓰이지 않는 영문 단어보다 한글을 쓰는 것이 좋다.

전형규 엔지니어링 책임자는 볼록렌즈와 오목렌즈가 들어가는 게임을 만들 때 convex, concave를 썼더니 많은 사람들이 헷갈렸다면서 bolok, omok으로 이름을 바꾸고 불편이 해소됐다는 예를 들었다. 또한, 이름으로 불변성(Immutable)을 강조해야 한다. 불변 객체는 언제나 예측할 수 있고 최적화하기 쉽다. '실행'을 의미하는 동사는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하고, 상태 변경을 의미하는 동사를 구별해서 써야 한다.

전형규 엔지니어링 책임자는 "이름은 디자이너가 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는 제작 중인 게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여러 파트가 협업하는 작업은 대부분 디자이너의 발주로 시작된다. 설명이 어려운 대상에 코드네임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데스티니'에서는 에러 코드를 '0x3949' 같은 단어 대신 'beetle'을 사용해 기억하기 쉽게 만들었다. 커뮤니티 용어는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름에는 직교성도 중요하다. 직교성은 한 가지 구성 요소를 변경해도 다른 구성 요소에 변화가 없는 성질을 의미한다. 직교적인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이름을 쉽게 지을 수 있게 한다. 전형규 엔지니어링 책임자는 예시로 '하단 펀치를 서서 막을 수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막을 수 있다. 복잡하게 느껴지는 원인 중 하나는 판정의 이름 때문이다. 상단, 중단, 하단, 특수 상단, 특수 하단 같은 개념은 직관적이지 않다. 모션을 보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전형규 엔지니어링 책임자 어셋은 이름 변경이 어렵기 때문에 "어셋에 임시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엔진 및 플랫폼 특성을 고려해서 이름을 붙여야 하며, '공백 문자'를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전 순서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스크립트를 이용해 검사를 자동화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