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시장을 주도하며 한 해 내내 언급되었던 FPS열풍은 캐주얼게임 열풍이 그랬던 것처럼, 엄청나게 높은 열기로 끓어올랐다가 한 순간 싸늘하게 식은 전형을 보여주는 길로 가고 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몇 개의 신작 FPS게임들이 발표되거나, 서비스가 시작되는 등 게임이 ‘쏟아’졌지만,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우후죽순 똑같은 게임들이 양산되며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한 채 하나 둘 유저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갔다. 잘 된다는 이야기에 벌떼같이 달려들어 너도나도 아무런 비전 없이 비슷한 게임만을 내세운 것이 패인이었다.
카트라이더 이후, 그리고 프리스타일 이후 캐주얼 게임이나 캐주얼 스포츠 게임이 엄청나게 많이 등장했지만 그 안에서 두드러진 게임들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하나의 장르에 전체적인 산업의 흐름이 치우치는 것은 국내 게임업계의 오래 된 고질적인 병폐이자 답습되는 계속되는 실패 사례였지만, FPS에 쏠린 ‘건성적인’관심은 그런 우려들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 전투 아드레날린, 블랙샷!
게임 산업이 국내보다 훨씬 발달되고 또 역사가 깊은 일본이나 북미, 유럽 시장에서 등장하는 게임들의 경우 장르에 대한 편중 현상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장르에 대한 신경보다는 어떤 게임을 만드는가에 대한 인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양한 게임사들의 새로운 장르에 대한 개척이나 다양한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유저들이 원하는 바에 대한 접합점과 개발자들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어우러져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게임성을 지닌 훌륭한 게임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국내의 게임사들이 답답하리만치 답습하고 있는 ‘되는 장르에 벌떼같이 매달려서 결국 모두 피만 보는’행동에서는 나쁜 점이 더욱 많다고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안에서 유저들의 눈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게임도 나올 수 있다. 경쟁력의 심화와 단순히 되는 장르를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던 작품들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07년, 지겨울 정도로 등장한 FPS의 물결 속에서 독보적이진 않더라도(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 독보적인 작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분히 유저들이 즐길 만한 게임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블랙샷이 모래알 속에 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07년에 등장한 FPS, 아니 어쩌면 지금 등장한 모든 온라인 FPS중 가장 그래픽이 좋은 것은 단연 A.V.A라고 할 수 있었다(물론 헉슬리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하지만 상당히 높은 사양으로 인해 최적화와 대중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던, 장단점을 확연히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A.V.A였다. 언리얼3 엔진의 힘은 극상이었지만, 그것을 대중적으로 구현시킬 수 있는 장치는 아직 부족했다.
상대적으로 이런 A.V.A와 같은 그래픽을 가진 게임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는 최근, 다른 게임 장르들보다 그래픽이 약간 떨어질 수밖에 없는 3D 풀폴리곤 온라인 FPS게임들의 경우 비주얼적인 면의 평가 잣대가 상대적으로 다른 게임들보다 낮게 잡힐 수 있겠다. 그런 종합적인 면으로 블랙샷의 비주얼을 봤을 때,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무난한 그래픽이라고 평가를 할 수 있겠다.
△ 특유의 타격감을 여러 곳에서 지원하고 있다!
캐릭터들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각지지 않고(개인적으로 FPS게임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가장 불만적이었던 부분) 자연스러움을 갖추고 있었으며 보이는 움직임 또한 나쁘지 않았다. 주피터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에 FPS가 가지고 있어야 할 캐릭터들의 움직임 등도 구현해 내고 있었다. 세세한 부분을 아주 잘 구현해 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깔끔한 그래픽을 만들어 냈다.
물론, 아주 보편적인 게임의 그래픽 잣대로 블랙샷을 보면 여기까지가 평가의 끝이라고 할 수도 있다. 더 이상 특별할 것도, 나쁠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이 바로 블랙샷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타격감에 대한 것이다.
FPS에서 타격감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유저들이 얼마나 그 화기를 사용하면서 쏘는 맛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FPS에서 타격감만 있으면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간다’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1~2초, 즉 찰나의 순간에 승부가 결정 나는 FPS에서 타격감이라는 개념을 구현해 내기에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블랙샷은 방아쇠를 당겼을 때 탄알이 나가는 느낌과 총알이 총신을 통해서 나갔을 때의 사운드, 그리고 총신 끝에서 불꽃과 함께 터져 나가는 불꽃과 함께 적에게 총탄이 박히는 이펙트까지 상당한 수준급으로 구현이 되어 유저들로 하여금 쾌감을 맛보게 하고 있다. 상대방에게 주는 대미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느낌이랄까, 더욱 유저들을 흡족하게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펙트 시의 구현도라고 할 수 있다.
△ 뭔가 터지는 듯한 느낌을 팍팍 받을 수 있다
만약 상대를 적중시켰을 경우, 그리고 내가 상대에게 공격을 받았을 경우 총탄이 캐릭터에게 적중될 때의 그 느낌은 그야말로 최고 수준. 조금 가벼운 듯한 느낌도 있지만, 풍선에 바늘이 박혀서 터지는 듯한 느낌을 줌으로써 플레이어들에게 FPS게임을 하는 느낌을 확실히 전달해 주고 있다.
이런 타격감을 옆에서 보조해 주는 여러 가지 부수적인 것들도 게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먼저 게임에 등장하는 화기들의 종류는 총기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고 또 그 구현도가 뛰어나 유저들이 말하는 이른바 ‘샷 감’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총을 발사했을 때의 소리, 사운드 역시 수준급으로 구현되어 있어서 상대를 타격했을 때의 그 느낌을 소리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FPS에서의 타격감의 화룡정점이라고 한다면 상대에게 총알이 박혔을 때의 순간, 즉 선혈이 튀어 나가며 쓰러지거나 혹은 그 충격에 의해 흔들리는 상대 캐릭터의 모습 등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소년들이나 미취학 아동들이 볼 만한 장면은 아니고, 또 그다지 유쾌한 장면은 아니지만 그런 모습이 출중하게 구현되어 있는 FPS를 할 때의 느낌과 쾌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블랙샷의 비주얼 이미지는 상당히 깔끔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또 그 깔끔한 그래픽과 사운드 등은 타격감을 살리는 데 상당부분 이바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유저들의 만족감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오픈베타 초창기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터페이스가 상당 부분 낡아 보인다는 것에 있다. 요새 나오는 게임답지 않게 칙칙해 보인다고나 할까, 처음 보이는 이미지인 만큼, 오픈베타를 진행하면서 수정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솔직히 인터페이스는 더 세련되게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
국내에서 FPS들이 다수 등장했던 올해, 유저들을 가장 답답하게 만들었던 것은 획일화 되어 있는 FPS들의 모습들이었다. 국내 FPS게임들의 룰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해외 FPS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단순한 총싸움의 길을 그대로 가는 다운 그레이드형 모델이랄까. 그 수많은 게임들 안에서 특별함을 내보이지 못한 것은 물론 재미도 그만그만, 게임 구현도도 그만그만했으니 유저들의 인기를 얻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외면적으로 ‘다양한 시스템, 화려한 그래픽’등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아서 그다지 외면적으로 튀어 보이지 않는 느낌인 블랙샷이지만, 사실 블랙샷이 지원하고 있는 시스템을 면면히 살펴보면, 상당히 ‘알차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무기에 대한 구현도 등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우선 새로운 게임 모드인 TDF(팀 데쓰 플래그)가 눈에 띈다. 국내 밀리터리 FPS사상 최초로 도입된 이 모드는, 적 진영에 배치되어 있는 상대 깃발을 빼앗아 아군 진영으로 가져오는 것으로 점수를 획득해 먼저 목표 점수로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모드이다. 당연히 적군을 사살하면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이 TDF는 데스매치와 깃발전을 조합시킨 새로운 모드로, 깃발 자체보다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더 중요시되지만 게임 상에서 유저들은 깃발에 상당히 많은 신경을 씀으로써 더욱 다양하고 전략적인 전투가 전개된다. 심리적으로 ‘아군의 깃발이 빼앗겼다’라는 말을 들으면 다가오는 불안감 등은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 개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 깃발을 뺏고 빼앗기는 과정 자체도 상당히 재미있었으며, 블랙샷의 맵들에 대한 밸런스가 그렇게 크게 나쁜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와 더불어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 지속적으로 유저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는 것도 블랙샷 시스템의 강점 중 하나다. 예를 들면 용병 고용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각 플레이어는 캐릭터 생성 슬롯을 통해 지속적으로 용병을 고용할 수 있게 되는데, 아직 공개된 용병의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이렇게 선택한 용병들은 RPG와 비슷한 형태로 육성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블랙샷의 육성은 레벨 대신 계급이라는 개념을 도입시키고 있는데, 계급에 따라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바로 각 부위에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는 다양한 외형적인 변경뿐만 아니라 확실한 방탄 효과도 함께하고 있는데, 유저들은 이 때문에 계급을 올리는 것은 물론, 방탄효과가 뛰어난 장비를 착용한 상대에게 헤드샷을 하기 위한 플레이에 집중하는 등 한층 더 세밀하고 집중적인 플레이를 하게 된다.
△ 상대에게 깃발을 빼앗기면 심리적인 압박과 함께 분노가 찾아온다
시스템상으로 아쉬운 것은 블랙샷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었던 파트너 시스템의 효율성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사실 블랙샷에 대해 가장 많은 유저들이 기대를 해 왔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보다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먼저 파트너 시스템의 가장 실용적인 부분은 복수 기능이다. 복수 기능은 파트너가 적군에게 죽게 되면 그 적군의 위치가 생존해 있는 다른 파트너에게 표시되는 것을 말한다. 복수에 성공하면 추가적으로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복수 시스템까지는 좋은데, 시야를 공유하거나 탄창을 공유하게 되는 기능은 확실히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 파트너 뷰라는 기능으로 시야를 확인하려고 다른 걸 하다 보면 정작 본인의 캐릭터가 사망하는 일도 잦았다. 또 탄창 공유는 거리가 꽤 벌어져도 파트너에게 건내줄 수 있었지만 총기의 종류가 같아야 한다는 점, 또 총알을 다 써서 탄창 공유를 필요로 하는 상황까지 오지 않는다는 점 등으로 인해 실용성이 떨어졌다.
블랙샷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최적화에 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임의 최소 권장 사양은 상당히 낮은 편이고, 또 그래픽 퀄리티나 사용 엔진 수준 등 모든 면에서 다소 다운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최적화가 되지 않아서 상당히 불편한 면이 있었다. 권장사양을 뛰어넘는 비교적 높은 사양의 PC에서도 프레임의 저하가 눈에 띈 것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또, FPS유저들이 게임에서 가장 없어져야 할 요소로 꼽히는 마우스 밀림 현상 역시 수정되지 않았다.
△ 플레이 도중 간헐적으로 최적화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진다랄까?
또 하나의 아쉬움은 난이도가 너무 쉽다는 것이었다. 헤드샷을 하기 위해 찰나의 순간에 마우스 컨트롤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찰나의 순간에 액션을 취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FPS의 고수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는 확연히 나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블랙샷의 경우 다른 FPS게임들보다 캐릭터가 크고 헤드라인의 범위가 넓어서 캐릭터를 맞추기가 쉽다는 점이 있어서 난이도 저하가 우려되었다.
이런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블랙샷은 무수히 많은 2007년 FPS신작들 중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특유의 손맛과 TDF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전략적 재미와 짜릿함은 밀리터리 FPS팬들이라면 반드시 느껴봐야 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래알 속의 진주를 찾는 심정으로 오랜만에 할 만한 FPS를 만난 듯한 느낌인 ‘전투 아드레날린’ 블랙샷인 만큼, FPS에 손이 가지 않는 유저들이라도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이 될 것이다.
게임소개
A.V.A고수
매운양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