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FPS게임들을 보면 현재처럼 현실 전쟁이나 대 테러를 배경으로 한 리얼 밀리터리 FPS게임들이 상당히 드물었다. 지금 나오는 FPS게임들이나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FPS게임들을 보면(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게임을 시작한 세대들 입장에서는) 과거에는 왜 이런 배경의 게임들이 드물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당시에도 지금 FPS게임에 렬렬히 환호를 하는 밀리터리 마니아들은 있었을 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는 당시 FPS게임계를 주름잡던 인기 게임들을 확인해 보면 ‘왜 그랬는지’에 대해 분석을 해볼 수 있다. 당시 FPS게임으로 등장했던 게임들의 경우 ID소프트웨어가 내 놓은 둠 시리즈나 퀘이크 시리즈의 아류작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다소 잔인하면서도 호러 영화에서나 볼 법한 충격적인 화면으로 인기를 끌었던, 둠을 위시한 SF배경의 게임들은 상당히 많은 유저들을 충격과 재미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 페이탈코드, 과연 어떤 FPS인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서 퀘이크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SF를 배경으로 한 FPS게임들보다는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 밀리터리 스타일의 FPS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실제로 현존하는 무기들을 게임상에서나마 다룰 수 있다는 점, 탄환이나 무기들이 현실성을 가미해 영화에서나 볼 법한 모습들을 실제로 재현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SF배경들의 허무맹랑한 모습들에 질린 유저들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다(존 카맥의 오만이 불러일으킨 결과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현재, 2007년의 FPS대참사(대참사로 부르기에 충분했다)로 부르기에 충분한 부진했던 게임 흥행적인 한 해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FPS게임들은 여전히 신작들을 뿜어내고 있다. 물론 작년의 전체적인 부진과 함께 살아남은 게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전에 예고된 만큼의 FPS게임들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여전한 FPS게임들의 인기에 편승하고자 많은 FPS 신작 게임들이 계속해서 국내 시장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한 컴투스가 서비스하는 FPS게임인 페이탈코드는 상당히 의미 있는 게임이다. 수많이 나오고 있는 FPS게임들 중 얼마 없는, 예전 전성기를 맞이했던 SF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인간형 캐릭터뿐만 아니라 거대한 거인과도 같은 몸집을 가진 캐릭터나 로봇 캐릭터도 등장하는, 정말 최근 세대의 FPS게임들이 보면 깜짝 놀랄만한 콘셉트를 가진 페이탈코드. 어떤 느낌일까.
일번적으로 FPS게임들의 전체적인 비주얼을 높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수의 유저들이 본인의 캐릭터를 조종하면서, 밀도 높은 화면을 계속해서 온라인으로 출력해 내는 것은 생각 외로 상당히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일이며 물리 엔진과의 결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FPS게임의 그래픽의 퀄리티를 높게 할 수는 있지만(언리얼3와 같은 비싼 엔진을 구입해서 쓸 수 있는 자본력이 있다면) 그렇게 한다면 상대적으로 범용성이 상당히 낫다. 높은 사양의 컴퓨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FPS게임을 만드는 게임 개발사들의 경우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와 같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에 높은 범용성에 대중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A.V.A나 헉슬리(헉슬리는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지만)가 다른 게임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레벨의 그래픽 퀄리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기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 그래픽은 딱히 모난 곳 없이 무난한 편이다
페이탈코드 마찬가지. 최근 등장하는 다수의 여러 게임들과 비교해 봣을 때 그다지 높은 수준의 그래픽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FPS라는 장르적인 부분을 감수하고 본다면 충분히 어느 정도는 수긍할 만한 그래픽 수준이다. SF적인 분위기를 내고 잇는 캐릭터들이나 조금 이형(異形)적인 캐릭터들의 모습까지 유저들이 게임에서 무리 없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구현해 놓았다는 느낌이다.
캐릭터들의 구성도 무난한 편. 캐릭터 자체를 바꾸면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고 기본형에서 자신이 바꾸는 형식인데, 종류에 따라 방어력이 높거나, 스나이핑에 특화되어 있거나 등의 특화된 자신만의 스타일의 캐릭터를 선택해 게임을 할 수가 있다. 처음 페이탈코드가 등장해 클로즈베타를 했을 때의 빈약한 캐릭터적인 콘텐츠보다는 상당히 보강된 것이 사실. 무기를 장착하게 되면 캐릭터들의 능력은 확실히 더욱 특화되어 게임에 나타나기 때문에 유저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플레이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단순히 종류가 나뉜 것 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게임의 캐릭터를 꾸미기 위한 수단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상점에서 다른 캐릭터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저들은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임머니를 이용해 캐릭터와 무기를 상점에서 구매를 할 수 있는데, 이는 향후 페이탈코드의 유료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외에 비주얼적인 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는 대목이 상당히 많다. 일단 상당히 불편한 인터페이스가 눈에 거슬린다. 현재 국내 온라인 FPS가 가지고 있는 인터페이스와 게임 진행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손에 익숙하고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변화가 없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플레이 도중에 옵션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상탄조절과 FPS에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마우스 감도 조절이 게임 도중 불가능하다는 것은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에게 상당히 큰 불편을 선사한다. 최근 출시된 게임들이 키보드만으로 마우스 감도를 바꿀 수 있도록 옵션 시스템을 정비한 것에 반해 페이탈코드는 이런 것들이 없다.
△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옵션이 게임 도중에 수정되지 않는 부분의 불편함은 비단 마우스 감도 조절 뿐만이 아니다. 페이탈코드는 지형지물의 디자인이 상당히 난잡하게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뮨에 유저들의 필요에 따라 즉석에서 그래픽 옵션을 바꾸거나 해상도 체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반드시 로비에서 옵션을 선택하는 것은 유저들의 편의성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마우스 감도든 그래픽 옵션 본화든 직접 자신이 방금 전 화면과 비교를 하지 못하고 임의대로 바꿔야 한다니, 이 얼마나 불편한 구조인가. 게임 도중 옵션 변경은 유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편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FPS게임을 평가하면서 유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총기를 사용했을 때 얼마나 짜릿한 쾌감을 유저들에게 선사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 즉 타격감이다. 사실 온라인 FPS게임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게임의 틀이 이제는 ‘규격화’되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게임 모드를 아무리 잘 갖추어도 사실 FPS에서 타격감 잘 잡혀 있는 게임을 따라잡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FPS게임을 평가할 때, 또 플레이 할 때 타격감이 FPS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FPS에서 타격감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유저들이 얼마나 그 화기를 사용하면서 쏘는 맛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FPS에서 타격감만 있으면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간다’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1~2초, 즉 찰나의 순간에 승부가 결정 나는 FPS에서 타격감이라는 개념을 구현해 내기에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타격감을 가늠할 수 없는 무기들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페이탈코드의 타격감은 조금 애매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SF적 배경을 하고 있지만 총기는 기본적으로 밀리터리 총기들이 등장을 하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를 하고 게임에 임했는데, 스나이퍼 라이플 등을 사용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타격감이나 연사가 아닌 점사를 했을 때의 타격감 등은 나쁘지 않지만 사격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기면 처음 느꼈던 타격감보다는 확실히 떨어진 느낌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문제는 FPS타격감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샷을 맞은 상대의 액션이 너무 조잡하다는 것에 있다. 상대에게 총알이 박혔을 때의 순간, 선혈이 튀어 나가며 쓰러지거나 혹은 그 충격에 의해 흔들리는 상대 캐릭터의 모습 등을 보는 것이 유저들에게 상당한 재미를 선사하는데 반해 페이탈코드는 조금 멀리 있는 상대의 모습에서 총을 맞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상당히 드물기 때문에(말하자면 상대에게 샷이 꽂히는 느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대체 상대가 맞는지 안 맞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사운드는 상당히 좋다. 캐릭터가 이동을 하는 소리라든가 샷이 터지는 소리, 연사가 되는 소리나 폭탄이 터지는 소리 등은 좋기 때문에 타격감이 아주 안 좋다고 볼 수는 없고, 또 아주 좋다고 볼 수 없는 상당히 애매한(?) 경우다.
△ 상당히 게임에 대한 평가가 애매(?)하다
그러나 사격 자체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가 분명히 있다. 마우스 감도를 잘 못해서인지(완전 비교를 하면서 마우스 감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최적의 옵션 상태를 구현해 내기가 힘들다) 이동을 하다 보면 탄착군의 움직임이 상당히 커서 정확하게 상대를 명중시키기가 힘들다. 무빙샷이 힘들다는 것. 이런 사격의 문제는 타격감과 더불어 불편함을 야기시다. 가뜩이나 상대가 맞는지 안 맞는지 판단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인데 조준경까지 안정적이지 못하다면(움직인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심한 수준이다) 게임 적응에 상당한 애를 먹게 된다. 또한 본인의 캐릭터가 총을 맞았을 때의 연출도 마찬가지. 기존의 FPS게임들의 경우 총을 맞게 되면 어느 방향에서 맞았는지에 대해 표시가 나오기 마련인데 페이탈코드는 이런 부분이 아예 나오지 않고 화면이 빨갛게 나올 뿐이기 때문에 샷을 맞은 뒤 다음 상황을 전개하기가 힘들다.
이런 와중에 게임 모드가 다른 게임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다소 위안거리. 페이탈코드의 게임 모드는 FPS게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팀 데스매치를 비롯해 권총으로 상대 진영과 대결을 할 수 있는 피스톨 모드, 그리고 칼로만 대결할 수 있는 나이프 모드와 헬프 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이 중 헬프 모드가 상당히 특징이 있는데, 게임 도중 사살된 유저를 다른 팀원이 ‘헬프’하여 살릴 수 있는 게임 모드로 전원 사살을 피하기 위해 유저들이 진영을 짜서 다양한 전략적인 플레이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FPS게임은 MMORPG나 다른 게임들과는 다르게 ‘신선함’을 강조하고 있는 게임 장르가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FPS온라인 게임은 어느 정도 그 게임의 틀이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설정과 게임 모드를 어떻게 달리 하느냐, 그리고 어떠한 특징적인 게임 전개를 할 수 있는 게임인가에 대한 오리지널리티로 게임 승부가 갈린다.
그러나 이런 오리지널리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새 게임에 적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성과 다른 게임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타격감, 그리고 전투 자체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본적인 게임 구성에 대한 콘텐츠들을 확실하게 만드는 것이 게임 흥행에 가장 큰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면에서 페이탈코드는 낙제점에 가깝다. 여러 면에서 불편함을 야기하고 있고 배경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어떤 특징으로 유저들에게 다가가지 않고 있다(랜드매스의 경우처럼 배경만 특색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게임의 구성 자체가 유저들에게 하여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혼전에 가까운 국내 FPS게임계에서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은 상당히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