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등장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들은 많은 시도들을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루니아 전기 등이 추구한 액션과 RPG, 혹은 액션 던전 RPG와 온라인 게임의 조합일 것이다. 이러한 조합은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RPG의 재미와 액션의 재미를 믹스한 액션 RPG를 한 유저들의 기분이랄까(물론, 아직 성검전설3를 할 때 같은 느낌은 오고 있지 않지만).
어니스와 프리키(이하 어프)는 X-RPG라는 장르를 내걸고 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어프. 뭐 요즘 세상에야 하도 크로스오버를 하는 바람에 같다 붙이는 대로 장르가 결정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장르를 신경 쓰기보다 먼저 게임을 해 보는 게 궁금증을 풀어버리는 게 더 빠르다.
하지만 확실히 어프는 눈길을 돌려 볼만한 게임임에 틀림이 없다. A3로 절치부심하던 엑토즈소프트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게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미 등장한 라테일은 밝은 캐주얼성으로 어린 유저들에게 많은 어필을 하고 있으며, 라제스카는 오픈베타를 위해 전진하고 있다. 말하자면 엑토즈 소프트 회심의 넘버3 중 하나인 것이다.
타이틀 이름에서부터 이미지까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당히 쌩뚱맞은 생각이 들게 하는 어프. X-Sports의(케이블 방송 체널 이름이 아니다) X를 따서 X-RPG로 장르를 명명했다고 하는데……대체 어떻게 이루어진 게임일까. 심히 궁금하다.
- 큐브 스페이스에서 벌어지는 2030년의 세계 어프는 게임의 풀네임처럼 2030년의 발달된 가상현실을 그리고 있다. 게임 내에서는 인간의 신경 체계를 가상현실에 연결시킬 수 있게 해 주는데, 이런 가상현실 세계인 ‘큐브 스페이스’를 무대로 어플에서는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엉뚱함과 즐거움을 전달해 주자는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어프에는 이 큐브 스페이스가 일반적인 게임들의 필드나 맵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러한 설정 때문에 어프의 다양한 부분들은 박경림처럼(?) 각져있다. 로비에 들어가면 신기한 분위기와 함께 각져 있는 큐브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거대한 육각 큐브 안에는 각의 미학을 자랑하려는 듯한 디자인으로 필드와 마을들이 들어서 있다.
△ 각, 각, 각이다~ 상자다, 큐브다~~
어프의 매력 중 하나는 그 옛날 원더키디에서 어린이들이 봤던 신기함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왠지 모를 ‘신기함’으로부터 기초한 어프의 분위기는 게임의 독특한 매력을 설명하는 데 충분하다.
일단 배경과 함께 어프만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것은 바로 캐릭터. 어프의 캐릭터들은 3등신도 아니고, 8등신도 아닌 어중간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머리가 좀 큰 편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어느 정도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액션성이 상당히 강조되어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액션 어드벤처로써 즐길 수 있는 재미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동시에 캐릭터의 표정이나 익살스러운 행동, 그리고 코스츔 등은 게임의 이미지를 잘 대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캐릭터들이 하고 다니는 표정은 더 이상의 악한이 없을 정도라는 생각이 드는데, 익살을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개성보다는 흠으로 지적될 수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저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게임 초반부에 나오는 오프닝과 클로즈베타 테스트에서 넘어오면서 확실히 달라진 디자인일 것이다(아마 클베에 참여했던 유저라면 이 부분을 충분히 공감할 듯). 어프가 왜 큐브 스페이스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해 한눈에 보여주는 어프의 오프닝은 그야말로 압권인 수준. 또한 사이버틱한 디자인 개편은 오프닝과 잘 맞물려 유저들에게 만족감을 더하고 있다.
△ 프리키 특유의 썩소
분명 이런 시스템이나 게임의 구성 등은 단연코 참신하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어프가 내세우고 있는 분위기와 게임의 이미지는 유저들에게 충분히 어필되고 있을 것이다.
- X-RPG? X-ADV? 어프의 장르는 X-RPG, 즉 액션성이 강조된 RPG라는 뜻이 된다. 사실 제작사에서 그런 의도로 이야기를 하려 했다면 그냥 A-RPG(액션RPG)정도로 표기하면 됐을 텐데, 왜 굳이 X라는 이름을 붙이려 했을까.
어프는 액션이 강조된, 캐릭터가 성장하는 게임이 맞기는 하다. 하지만 그 보다는 큐브를 돌아다니면서 캐릭터를 데리고 행하는 어드벤처성 모험도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복잡한 미로와 함정들을 피해서 목적지까지 도달하여 뭔가를 달성하는 이 방식을 액션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어드벤처 같은 느낌의 게임이 되어 버렸다.
△ 인디아나 존스? 페르시아의 왕자?
그렇다고 해서 이런 어프의 게임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던전 어드벤처 같은 형식 안에서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데리고 사냥을 하면서 육성을 해 나가고, 스킬도 배워 나간다. 즉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어프는 어드벤처의 재미와 액션, 그리고 RPG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게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런 장르의 특성을 어느 하나 제대로 살리고 있지 못하다는 것에 있다. 분명 장애물들을 적절히 피하면서 큐브를 돌아다니며 적들을 상대한다는 발상 자체는 상당히 훌륭한 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동적인 액션성’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함정을 담은 맵을 유저는 굳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맵이 잘 만들어져 있어도 리젠되는 몹을 가만히 한 자리에 앉아서 잡고만 있으면 게임의 종합적인 재미를 느낄 수 없다.
물론 액션성 말고도 어프는 캐릭터를 성장시킨다는, RPG의 재미가 있다(캐릭터의 성장이라는 부분이 이 게임의 RPG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유일한 증거다). 어프에서는 1랭크(10레벨)을 올려야 장비를 교체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 성장이 나중에 되면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물론 플레이 타임이 상당히 긴 스타일의 게임이라면 상관이 없을수도 있지만, 어프같은, 캐주얼성이 높은 킬링타임용 게임이 성장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 퀘스트의 개편은 매우 흡족 어프의 클로즈 베타를 참여했던 유저라면, 퀘스트를 할 때의 짜증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 만큼 어프의 퀘스트는 상당히 불편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기존의 퀘스트는 상점에서 퀘스트를 구입한 후 그 퀘스트 칩을 모아서 클리어하는 방식이 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 부분, 즉 칩을 모으는 부분에서 유저들의 짜증을 불러 일으켰다. 퀘스트 수행을 위해 인벤토리에 모아 둔 퀘스트 칩이 중복되지가 않아서 비좁은 인벤토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프 역시 다른 게임들처럼 초반에 퀘스트 말고도 인벤토리를 사용해야 하는 일드은 꽤나 많다. 그런데 떡하니 퀘스트 칩이라는 게 자리잡고 다른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상당한 압박이었던 것이다. 물론 억지로 퀘스트를 하는 다른 게임들의 방식보다는 차라리 어프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지만, 게임 진행 자체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이 퀘스트 칩의 존재는 유저의 짜증을 증폭시켰다.
△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바뀐 것이 바로 초반에 퀘스트 칩이라는 존재 자체를 완전히 배제해 둔 퀘스트들이 등장한 것이다. 또한 스토리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클베때와는 달리 큰 줄기의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의 구분을 확실히 둬서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퀘스트가 끝날 때 마다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어프의 백미 중 하나.
물론 유저들을 짜증나게 했던 퀘스트 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퀘스트 칩은 어느 정도 퀘스트가 진행되다 보면 등장하기 시작한다. 메인 퀘스트가 아닌 별도의 퀘스트에서 칩이 나오는데, 사실 양이 별로 되지 않는데다가 보상도 적절한 편이기 때문에 지금의 퀘스트 칩은 게임의 재미를 살리는 역할을 대신한다.
- 오픈베타,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클로즈베타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오픈베타를 실시한 어프. 아직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상당수 있다. 특히 가장 아쉬운 부분은 사냥과 캐릭터 육성에 관한 부분이다. 사냥에 대해 확실한 재미를 느낄 수 없고, 장비의 교체 시기도 상당히 텀이 길어서 몰입하기가 힘들다. X-RPG라면 어디까지나 액션과 육성의 재미가 확실히 보장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클로즈베타에서 오픈베타로 오면서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여 준 어프. 오픈베타에서 불거진 단점을 수정하여 색다른 어프만의 매력을 발산하길 기대해 본다.
게임소개
Kang Jins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