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콤은 자사 아케이드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합본 소프트웨어 '캡콤 아케이드 2nd 스타디움(이하 '스타디움')'을 7월 22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출시 플랫폼은 PC,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스위치다.
'스타디움' 본편은 무료 제공되며, 다운로드 시 슈팅 게임인 '손손'이 무료 제공된다. 이외에 이식된 게임들은 DLC 형식으로 별도 구매해야 한다. '스타디움' 자체를 게임 플랫폼으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레트로 게임 리마스터 버전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수록 작품은 '건스모크'나 '3 원더스', '록맨: 더 파워배틀' 등 국내에서 인기 있던 아케이드 작품을 포함해 '캡콤 스포츠 클럽', '매직 소드' 등 총 31 작품이다.
이식은 잘 된 편이다. 일단 게임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칠만한 문제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게임 메뉴만 한글화 되어 있고 게임 본편은 영어나 일본어 버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지만, 아케이드 기판을 고스란히 리마스터해 이식했다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부가 기능들이다. 실제 아케이드 기판에서 설정할 수 있던 게임 난이도 제어 옵션을 유저가 직접 조작할 수 있고, 게임 속도를 조절하거나 아예 게임을 뒤로 돌려서 실수를 없었던 일로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 무적 옵션도 제공한다.
동전을 무한히 넣을 수 있어도 부활하는 일은 의외로 적잖이 번거롭다. 되감기나 무적 같은 옵션들이 플레이를 한층 다채롭게 해준다는 점은 명백하다. 특히 되감기 기능은 스피드런이나 고득점 플레이를 연습 중이라면 연습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사실 과거 아케이드 오락실 혹은 문방구 앞 게임기에서 게임을 즐기며 상상하던 시간 되돌리기나 무적 치트를 공식 기능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만 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할만 하다.
게임 설정이나 조작법, 힌트 등을 설명해주는 매뉴얼 기능도 충실하다. 아케이드 게임은 기본적으로 스토리나 설정 등을 유저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간략하게나마 기획 단계에서 짜인 배경설정을 알려준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특히 '나이츠 오브 라운드' 같은 RPG 형식 게임에서 그 가치가 커진다. 대체 왜 싸우는지, 주인공 일행이 가진 목표가 뭔지 알 때와 모를 때는 플레이 경험 자체가 상당히 바뀔 수밖에 없다.
온라인 멀티 플레이는 지원되지 않는다. '캡콤 파이팅 콜렉션'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인데, 일부 게임은 멀티 플레이로 했을 때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 설정은 크게 프레임과 화면 비율 두 가지로 나뉜다. 프레임은 아케이드 오락기 감성을 중시하는 3D 프레임과 게임 화면에 집중한 2D 프레임으로 나뉘고, 3D-2D 차이를 제외하면 게임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전체 화면 모드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환경에서 쓸 일은 거의 없었다. 게임에 따라선 세로로 긴 화면도 있는데 일반적인 모니터에서는 화면 좌우가 지나치게 넓어져서 오히려 게임을 방해했다. 화면 회전 기능도 제공하는 만큼 세로로 긴 모니터나 피벗 모니터를 보유한 유저를 위한 옵션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 CRT 화면을 재현할 수 있는 주사선 옵션도 제공돼 3D 프레임과 조합하면 꽤 그럴싸한 아케이드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 진짜 아케이드 오락실에서 즐기는 것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감성적으로는 꽤 나쁘지 않았다.
PC 버전에서는 조작 관련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ASDW로 이동하고 J와 I 등 오른손 자판으로 액션을 취하는 방식인데,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근본이 없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키 배치와도 차이가 있고, 당장 캡콤이 출시한 '록맨' 시리즈 PC 버전 기본 조작 설정인 오른손 이동, 왼손 액션과도 다르다. 캡콤이 과거에 출시했던 작품들을 생각하고 키보드를 잡은 유저들은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게임 자체적으로 엑스박스 게임 컨트롤러와 거의 완벽한 호환성을 보여주는 만큼, 처음부터 엑스박스 게임 컨트롤러를 사용해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라면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듀얼 쇼크나 스위치 프로 컨트롤러 등 다른 컨트롤러는 게임 자체적으로는 지원되지 않고 스팀에서 제공하는 컨트롤러 호환 기능을 사용해야 했다.
다행히 게임 키를 유저가 직접 설정할 수 있어 구매 후 첫 플레이를 제외하면 이 문제는 다소 해결되긴 한다. 키 설정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볼 수 있지만, 한 게임에서 설정한 키 배치를 다른 게임에도 일괄 적용할 수 있는 점은 굉장히 편리하다. 초기 키 배치만 조금 더 신경 썼다면 훨씬 더 좋았을 터이다.
게임 개당 구매 가격은 4,500원이다. 전작에서 개당 2,300원에 판매하던 것과 비교하면 꽤 크게 올랐다. 그래도 최근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게임 한 판 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가격책정이 그리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보통 한 판에 500원, 비싼 기기는 1,000원까지 가곤 하니까.
최신 게임 기준으로 책정된 요금인 만큼 레트로 게임과 1:1 비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게임은 취급하는 매장도 드물고, 취급한다 해도 매장을 찾아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결국 한판당 500원 수준을 훌쩍 넘게 된다. 충분히 지불할만한 가격이라는 뜻이다.
다만 번들 시스템이 좀 더 체계화되어있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전작은 수록된 게임들을 발매 연도별로 분류해 묶고 개별 구매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연도별 번들 시스템을 채택했는데, 본작은 아직 전체 게임 묶음을 제외하면 번들이 없기 때문이다.
수록된 게임이 많은 만큼 그중 특정 장르는 유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이런 유저들을 위해 전작과 같은 연도별, 혹은 장르별 묶음 번들을 마련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또한 만약 번들을 구매할 생각이라면 혹시 자신이 이전에 캡콤에서 발매된 다른 합본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았는지 고민해보는 게 좋다. 일부 게임이 '캡콤 파이팅 콜렉션'이나 '스트리트 파이터 30th 애니버서리 콜렉션'과 중복되기 때문이다.
캡콤은 이번 작품을 포함해 총 두 개의 아케이드 게임 합본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특정 장르만 모은 작품을 포함하면 더 많다. 문제는 기존에 출시된 합본 대부분 CPS1·CPS2 기판으로 제작된 게임만 수록했다는 점이다. CPS3와 ZN-1, ZN-2 등 국내 아케이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 다수 포진한 기판은 포함되지 않았다.
연령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국내에서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추억이 있는 유저라면 대부분 해당 기판으로 개발된 '파이널 파이트' 시리즈나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3', '사립 저스티스 학원', '초강전기 키카이오'에 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해당 작품들이 수록되지 못했다는 점이 특히 아쉬운 이유다.
'첫 번째는 단 하나로 끝나지만, 두 번째는 첫 번째와 세 번째를 암시한다'. 소설가 이영도가 소설 '피를 마시는 새'에서 쓴 말이다. 그 말 대로 '캡콤 아케이드 2nd 스타디움'이 '캡콤 아케이드 3rd 스타디움'을 암시한다는 기대를 품는다면, 그리고 출시를 통해 아쉬움을 해소해 주기를 기대한다면 그건 너무 과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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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콤 아케이드 2nd 스타디움, PC에서도 패드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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