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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갈고닦은 명작, 바이오하자드 RE: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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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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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3-04-04 오전 9:55: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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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피아는 캡콤이 개발한 신작 '바이오하자드 RE:4' 콘솔 버전을 3월 24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콘솔 기종 중에서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를 지원하며, PC로도 제공된다.
'바이오하자드 RE:4'는 2005년 1월 11일 출시된 '바이오하자드 4'를 현세대 게이밍 환경에 맞게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캡콤이 자체 개발한 RE 엔진을 활용해 게임 큰 틀은 유지한 채 그래픽을 일신했으며, 반격이나 은신, 무기 단축키 등 원작에 없던 기능을 추가해 게임성을 보강했다.
'바이오하자드 RE:4'에서, 유저는 대통령 가족을 경호하는 요원인 레온 S 케네디가 되어 납치당한 대통령 딸을 구출하기 위해 스페인 시골 마을의 종교 집단을 조사하게 된다.
전반적인 서사는 원작을 따르지만, 세세한 묘사가 적지 않게 수정됐다. 시작 장면을 비롯해 일부 연출이 수정·삭제됐고, 캐릭터 대사나 묘사가 바뀌기도 했다. 특히 제한된 시간 안에 지정된 버튼을 눌러야 하는 QTE 요소가 대부분 사라지며 QTE 관련 연출에 변화가 큰 편이다.
'바이오하자드 4'는 게임 디자인상 평소에 총알 낭비를 최소화하다가 강한 적에게 화력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에 가까웠다. 적지 않은 전투가 최소 화력으로 적 약점을 공략해 경직시킨 뒤 체술로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이런 전투를 지루하게 여겨 특정 무기 사용 불가 등 스스로 제약을 걸고 게임을 즐기는 유저도 있었다.
리메이크에서는 원작과 비교해 액션성이 강화되며 이런 면모가 많이 줄었다. 좁은 인벤토리와 탄약 부족은 리메이크에서도 그대로이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적 공격을 받아칠 수 있는 나이프 패링이 추가되며, 앉아서 이동한 뒤 뒤에서 적을 암살하는 식으로 탄약을 절약하거나 적에게 둘러싸이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단순히 탄약 절약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나이프 내구도와 잔여 탄약을 저울질해가며 어느 쪽을 사용할지 고민하고, 다양한 액션으로 적을 제압해 나가며 적절한 조작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액션성을 강화한 셈이다.
일부 적은 능동적으로 약점을 방어하거나 다양한 패턴을 선보이기도 한다. 전작을 해본 유저라면 처음 마주치는 강적인 닥터 살바도르(자루를 뒤집어 쓰고 전기톱을 든 거한)가 원작에서처럼 쓰러지지 않아 당황할지도 모른다.
원작에서 선보인 넓은 난이도 조절 폭도 그대로다. 가장 쉬운 지원 모드에서는 비디오 게임을 처음 해보는 유저도 어렵지 않게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하드코어 모드는 원작을 클리어해본 유저도 당혹감을 느낄 정도로 어렵다. 게임을 한번 클리어한 뒤 완전히 정복하고 싶어 하는 유저들을 위한 프로페셔널 난도도 체감상 전작보다 어려웠다.
나이프 한 자루로 사선을 헤쳐오던 원작 마니아들은 처음부터 프로페셔널로 시작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상술했듯 액션성이 원작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고, 특히 게임 진행에 필수적이면서 원작에는 없던 요소인 나이프 패리 판정이 굉장히 엄격해지기 때문에 원작 고수일지라도 일단 본편을 경험한 뒤 프로페셔널 난도에 도전하라는 의도로 보인다.
장르 특성상 원작에서도 잔혹하거나 징그러운 묘사가 적지 않게 등장했지만, RE 엔진으로 개선된 그래픽은 원작을 초월한 기괴함을 선사한다. RE 엔진으로 개발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여럿 있지만, '바이오하자드 RE4'에 나오는 플라가 감염체들은 다른 시리즈에 나오는 적들과는 또 다른 그로테스크함을 자랑한다.
이외 더불어 원작에서 강조되지 않았던 요소를 조명해 기괴함을 더하기도 하고, 조명에도 변화를 줘 게임이 한층 더 무서워지기도 했다. 원작 '바이오하자드 4'는 출시 당시 대체로 좋으나 기존 작품들과 비교해 공포감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바이오하자드 RE:4'는 몇 안 되는 단점인 공포마저 보완했다.
원작에서 유저들에게 짐짝 취급 받았던 애슐리도 조금 더 적극적인 캐릭터로 변모했다. 전투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라 레온이 지켜줘야 한다는 설정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거나 스토리 진행 중 정신적 성장을 이루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소소한 부분이기는 하나 적에게 붙잡혔을 때 모션 차이도 있다. 원작에서는 무력하게 잡혀가며 버둥대는 수준이었다면, '바이오하자드 RE:4'에서는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잡아가는 적을 때리는 등 '밉지 않게' 잡혀간다. AI가 원작보다 향상된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난전 중 실수로 애슐리가 휘말려 게임오버 되는 빈도도 줄었다. 유저에 따라 짜증 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던 캐릭터에서 더 입체적이고 사랑받을 수 있는 캐릭터가 된 셈이다.
애슐리로 플레이하는 파트도 개선됐다. QTE 위주로 진행됐던 원작과 달리 적을 피하거나 숨으며 어둠 속에서 해매야 한다. 레온으로 진행하는 파트가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적에게 대응할 수 있는 총을 지닌 시점에서 공포감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애슐리 파트는 항거할 수 없는 공포를 마주하며 희미해진 두려움을 되살릴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아이템 관련 시스템도 개선됐다. 회복용이나 판매용 아이템에나 적용되던 조합 기능을 확장해 탄약이나 임시 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케이스에 장식을 달아 소소한 버프를 얻을 수도 있다. 탄약을 낭비해도 될 정도는 아니지만,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탄약을 제작해 활용하는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조합 시스템이 강화돼 맵을 탐험하며 재료를 획득해야 할 필요가 늘어났는데, 이 문제는 이미 지나간 지역을 오고 갈 수 있게 되며 해결됐다. 물리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있는 게 아닌 이상 이미 거쳐온 지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으며, 덕분에 각 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맵을 오고 갈 수 있게 되며 신규 콘텐츠인 서브 퀘스트도 도입됐다. 상인에게 의뢰서를 받아 진행할 수 있으며, 오브젝트 파괴부터 아이템 수집, 특정 적 처치 등 다양한 목표가 제시된다. 해결하면 희귀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전용 재화를 지급한다.
새로운 액션과 이동 중 사격 같은 기능이 추가되며 게임성은 향상됐으나 반대로 게임패드 조작은 원작보다 까다로워졌다. 손이 꼬이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평소 키보드-마우스로 게임을 즐기던 유저라면 익숙해지기 전까지 손이 꼬여 게임 오버 화면을 자주 보게 될 수 있다.
보통 특정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조작 방식이 다른 플랫폼보다 더 편리하다면 해당 플랫폼을 활용하는 편이 유리하지만, 조작감보다 '바이오하자드 RE:4'가 제공하는 게이밍 경험을 모두 만끽하는 데 중점을 둔 유저라면 PC 버전보다는 플레이스테이션 5 버전이 좋을 수 있다. 듀얼센스 활용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인데, 발걸음마다 느껴지는 햅틱 피드백과 나이프 사용 등 각종 상황에서 듀얼센스 내장 스피커로 제공되는 각종 사운드가 게임 몰입감을 크게 올려준다.
'바이오하자드 4'는 2016년 타임 선정 50대 비디오 게임 46위에 오르는 등 출시 후 전 세계 유저들에게 명작으로 인정받은 게임이고, 오늘날에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플레이되고 있는 작품이다. 일부 평론에서는 TPS 슈터라는 장르를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출시 후 20년이 다 되어가는 작품인 만큼 개발 기술과 플랫폼 성능 문제로 인한 한계가 있고, '바이오하자드 4'에서 정립된 게임 문법이 이후 다른 게임에서 꾸준히 쓰이고 발전해온 오늘날에는 다소 낡은 작품이 됐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레온이 다소 경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 일부 스토리가 오늘날 감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바이오하자드 RE4'는 원작 틀을 남겨두고 게임을 다시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액션성을 강화해 게임 내내 지루할 일이 없게 했고, 그동안 갈고 닦은 공포 게임 개발 노하우가 투입돼 공포감을 되살렸다. 큰 스토리 갈래는 유지한 채 여러 연출을 수정해 원작보다 뛰어난 게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흔히들 명작은 그 전개와 결말을 알고 있어도 다시 찾게 만든다고들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바이오하자드 RE:4' 역시 다시 찾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단순한 명작도 아니고 명작을 갈고닦아 새롭게 탄생한 작품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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