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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안 깐 밤송이, 엑조프라이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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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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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3-08-08 오후 5:58: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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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콤은 자사가 개발하고 유통하는 협동 팀 대전형 액션 게임 '엑조프라이멀'을 7월 14일 글로벌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ONE, 엑스박스 시리즈 X|S, 윈도우 PC(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스팀)이다.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며, 일부 캐릭터에는 한국어 더빙도 제공된다.
'엑조프라이멀'에서, 유저는 거대 기업 아이비우스에 소속된 엑소 파이터가 되어 엑소슈트를 장착하고 공룡 재난과 맞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며 아이비우스가 숨기고 있는 진실과 고성능 AI 리바이어던의 진실, 그리고 공룡 재난을 끝낼 방법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게임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편이다. 싱글 임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멀티 플레이를 진행한 수에 따라 스토리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컷신으로 재생되는 경우엔 낫지만, 단서 형태로 아카이브에 추가돼 유저가 직접 스토리를 유추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파편화된 스토리를 하나로 합치는 일도 그리 쉽지는 않다. 평행 세계와 시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마다 같은 사건이 다른 방식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골라내고 옳은 방식으로 조합하는 과정이 꽤 복잡하다.
엑소슈트는 '엑조 프라이멀'에서 알파에 해당하는 콘텐츠다. 유저는 어설트, 탱커, 서포터 중 한 포지션에 해당하는 엑소슈트에 탑승해 전장에 나서게 된다. 처음 전장에 진입할 때는 선호 슈트로 등록해 둔 엑소슈트를 착용하고 나가지만, 전투 상황에 맞춰 언제든지 슈트를 교체할 수 있다.
같은 포지션에 속한 엑소슈트라고 해도 서로 세세한 역할이 다른 경우도 있다. 특히 탱커 역할군에서 이 부분이 잘 드러난다. 예컨대 로드블록이 적 공격을 정면에서 방어하는 역할이라면, 크리거는 방어 능력이 빈약한 대신 어지간한 어썰트 포지션 엑소슈트보다 막강한 화력을 투사할 수 있다. 무라사메는 적 공격을 역으로 반격해 공격을 차단하는 동시에 피해를 입히는 독특한 형식의 엑소슈트다.
모든 엑소슈트는 리그(Rig)라고 부르는 추가 장비를 장착할 수 있다. 리그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긴 대신 강력한 효과를 가진 장치로, 엑소슈트가 지닌 강점을 강화 하거나 단점을 보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전투 능력이 미약한 위치닥터에에게 드릴 피스트를 장착해 근거리 화력을 보충하거나, 회복 필드를 펼치는 에이드를 장착해 치유 능력을 극대화 하는 식이다.
리그는 엑소슈트와 마찬가지로 전투 중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아군 피해가 심각해 서포터 엑소슈트에서 다른 엑소슈트로 바꿀 수는 없는데 추가적인 화력 투사가 필요하다면, 생존능력 증가를 위해 장착 중이던 캐터필트를 제거하고 캐논을 장착하는 등의 활용이 가능하다.
처음부터 엑소슈트를 100%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같은 엑소슈트를 많이 사용할수록 엑소슈트 레벨이 오르고 새로운 모듈이 해금된다. 님버스나 무라사메, 비질 같은 일부 엑소슈트는 구매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다. 게임을 100% 즐기기 위해서는 반복 플레이를 통해 슈트 레벨을 올리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그 과정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레벨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유롭게 엑소슈트를 교체할 수 있다는 강점도 빛이 바랜다. 여러 포지션을 바꿔가며 유기적으로 경기를 진행해야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엑소슈트 레벨업을 위해서는 교체 없이 한 엑소슈트만 계속 사용해야 했다.
공룡 재난에 맞서는 워게임은 PvE와 PvP가 결합한 형태다. 공룡 사냥, 포인트 수집, 점령 등 다양한 임무 중 두 가지가 연달아 진행된다. 게임 모드가 PvE라면 두 임무를 모두 완료하는 데 걸린 시간만 겨루지만, PvP라면 두 번째 임무인 파이널 미션에서 상대 팀을 직접 공격하거나 정신 지배된 공룡을 보내 방해할 수 있다.
PvE를 즐기는 유저와 PvP를 즐기는 유저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유저층을 둘 다 실망시킬만한 게임 구조다. PvE를 즐기는 유저들이라면 파이널 미션이 껄끄러울 수 있고, 반대로 PvP만 즐기는 유저라면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 하는 PvE 파트가 지루할 수 있다.
PvE를 선호하는 유저들을 위해 유저가 둘 중 자신이 원하는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도입됐지만, 그리 완벽한 해결책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특정 모드를 선택할 경우 획득 경험치가 15% 감소하고, PVP 모드를 선택해도 결국 전반부는 PvE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PvP 유저들을 위한 PvP 전용 게임 모드가 필요해 보였다.
게임 모드가 제한돼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저레벨 구역에서는 화물 운송과 거점 방어 등 특색 없는 모드만 반복해서 플레이해야 하며, 오메가 해머같이 '엑조프라이멀'에서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게임 모드는 유저 레벨을 올려야만 등장한다. 저레벨에서는 등장하는 적 공룡도 적기 때문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랩터만 사냥해야 하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레벨을 올려야 추가 콘텐츠가 해금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루함을 견디며 게임을 진행하다가 새로운 게임 모드가 등장할 때 비로소 '레벨을 올릴수록 재미있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게임 콘텐츠를 온전히 즐기기 전에 게임에 질려 떠나기 쉬운 구조인 셈이다.
조작감은 나쁘지 않았다. 엑소슈트마다 운용법이 달라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엑소슈트 종류가 많지 않아 적응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원거리 공격 캐릭터가 많아 키보드-마우스 조작이 게임 패드보다는 유리했으나, 게임 패드 버튼 설정도 적절하게 배치돼 있어 불편하지는 않았다.
다만 일부 엑소슈트는 게임 패드로는 활용하기 어려웠다. 대표적으로 어썰트 공격군의 비질런트가 그렇다. 적 약점을 핀포인트로 저격해 큰 피해를 입히는 엑소슈트인데, 약점만 잘 맞춘다면야 PvE와 PvP 양측에서 크게 활약할 수 있으나 게임 패드로는 정밀한 저격이 어려웠다.
'엑조프라이멀'은 비유하자면 밤송이 같은 게임이다. 따가운 밤송이와 단단한 겉껍질, 질긴 속껍질로 무장한 밤송이 말이다.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즐기려면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고, 또 그 과정이 길다.
'엑조프라이멀'이 재미있는 게임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 팀원들과 협력하며 공룡과 맞서 싸우고, 상대 팀과 기록 경쟁을 펼치며, 웨이브마다 슈트를 교체해 가며 상황에 대응하는 경험은 독특하다. 다만 그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해야 하는 작업이 번거로울 뿐이다.
게임 자체가 재미없는 작품은 아닌 만큼 적절한 조정이 가해진다면 충분히 흥행할 수 있을 만한 게임으로 보인다. 대형마트에서 껍질 미리 깐 알밤을 판매하듯, '엑조프라이멀'에는 게임을 시작한 뒤 바로 재미있는 부분을 즐길 수 있도록 가공하는 추가 패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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