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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여기서부터는 거친 마니아들의 시간,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
작성자 : 등록일 : 2024-07-10 오후 9:30:31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BNEK)는 프롬 소프트웨어가 개발하고 자사가 국내 유통하는 '엘든 링' 대형 확장팩 DLC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를 6월 21일 정식 출시했다.

'엘든 링'은 2022년 2월 25일 출시돼 글로벌 2,5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게임이다. 기존 프롬 소프트웨어 작품이 지니고 있던 고질적 문제점인 높은 진입장벽을 부분적으로 해소한 작품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게임 본편에 대한 리뷰는 이미 과거 '엘든 링' 출시 당시 본지에서 진행한 바 있는 만큼, 이번 리뷰에서는 DLC 콘텐츠가 본편 콘텐츠와 무엇이 다른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게임 장르 분류 중 '소울라이크'로 불리는 장르 분류가 있다. '소울 시리즈 같은'이라는 뜻으로, 프롬 소프트웨어가 개발한 액션 RPG 시리즈인 '소울'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된 작품들을 통칭하는 액션 RPG 하위 장르다.

장르 특징으로 꼽히는 요소들은 기본적인 이동을 제외한 거의 모든 행동에 기력이 소모된다는 점, 적 공격을 정확한 순간에 방어(패링)하면 특수한 효과와 함께 반격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 적을 몰아치는 게 아니라 적 행동을 패턴화시킨 뒤 마치 턴제 게임처럼 서로 번갈아 가듯 행동하게 된다는 점, 여러 적과 동시에 교전할 경우 적 패턴이 엇갈려서 위험하다는 점 등이 있다.

'엘든 링'은 '소울'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프롬 소프트웨어가 '소울'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고난도 액션 게임을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가 집약된 작품으로서 정통 소울라이크라고 여겨지는 작품이다.


이때까지는 즐거웠다

유저 성향에 따라 게임이 아니라 고문으로 여겨질 정도로 높은 난도로 인해, 기존 '소울' 시리즈 작품들은 유명세와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판매량 절댓값은 높은 편이나 유명세에 비해서는 낮았다. 단순히 게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스토리가 난해하고 분위기가 어둡고 기괴하기까지 해서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든 링'은 다양한 초심자 구제 정책을 마련해 이러한 단점을 해소하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사용하는 장비나 기술에 따라 체감 난도가 크게 달라지도록 해 유저가 난도를 직접 조절할 수 있도록 했고, 함께 적과 싸워주는 영체 같은 다양한 요소를 통해 아무리 어려운 보스라도 쉽게 파훼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뒀다.

편의성 측면도 크게 강화됐다. 대표적으로 보스 앞 세이브 포인트 위치가 그렇다. 기존 '소울' 시리즈에서 보스 구역과 세이브 포인트 거리가 균일하지 않았던 점과 달리, '엘든 링'에서는 어지간한 보스마다 인근에 세이브 포인트를 배치해 빠르게 재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엘든 링' 본편에 대한 묘사다. 앞으로 언급될 게임과는 절반 정도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말하자니 매우 큰 죄를 밝히는 것 같지만, 고백 하나 하자면 필자는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을 잘하지 못한다. 정확히는 '소울'시리즈에 취약하다. '아머드 코어 6: 루비콘의 화염'은 끝까지 클리어했지만, '다크 소울 3'에서는 첫 번째 보스인 재의 심판자 군다를 겨우 무찌르는 데 그쳤으며 '블러드 본'에서는 개스코인 신부를 넘어서지 못했다.

다행히 '엘든 링' 본편은 어떻게든 해쳐 나갈 수 있었다. 개발진이 초심자 구제를 위해 마련해 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고, 주변에 포진한 프롬 소프트 게임 마니아들로부터 초반 조언을 받아 가며 엘데의 짐승을 해치우는 데 성공했다.

비록 주변인들로부터 '너무 오버해서 육성한 거 아냐?' 라는 말을 들을 수준으로 캐릭터를 강화한 뒤이긴 했으나, DLC 지역 진입 조건인 피의 군주 모그를 쓰러트린 뒤에는 '이 정도라면 DLC도 할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 콘텐츠 지역에 처음 진입한 뒤, 그러한 생각이 초심자의 오만함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았다.




'엘든 링'이 기존 '소울' 시리즈 팬들과 프롬 소프트웨어 식 고난도 게임에 흥미가 생긴 초심자 모두를 위해 설계된 놀이동산 같은 곳이었다면, '황금 나무의 그림자' 콘텐츠는 '소울' 시리즈 마니아들을 위해 설계된 테마 공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애들은 가라, 여기서부턴 거친 어른들의 세계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기본적으로 적들이 한층 강화되기도 했지만, 적지 않은 보스들이 초심자 구제 정책을 파훼하는 패턴을 장착했다는 게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였다. 기본적인 적 능력치가 높아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적었고, 보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영체를 소환하려 들면 그 즉시 돌진해 피해를 입히는 보스도 있었다.

본편 보스들보다 더 강한 데다가 더 복잡한 패턴을 갖춘 보스들을 편법 없이 정공법으로 상대해야 하는 시점에서,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와 '엘든 링'이 동일한 게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DLC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본편 보다는 '소울' 시리즈에 더 가까운 작품이 되어버린 셈이다.



높아진 적 스펙은 DLC 한정 캐릭터 강화 아이템인 '그림자땅의 가호'를 수집해 대응할 수 있었다. 프롬 소프트웨어가 공식적으로 '게임이 너무 어려우면 그림자땅의 가호를 모아서 캐릭터를 강화하라'라는 공지를 게시했을 정도로 DLC 콘텐츠 공략에서 핵심 축을 담당하는 시스템이고, DLC가 너무 어렵다는 평가가 많자 그림자땅의 가호를 통한 캐릭터 강화 폭을 높여주기도 했다.

문제는 그림자땅의 가호를 모으는 과정 자체가 순탄치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리 강화 효율이 좋다고 해도, 유의미한 수준까지 강화되도록 거친 DLC 지역을 헤매며 그림자땅의 가호를 모으는 과정은 정말로 쉽지 않았다.

게다가 캐릭터를 강화한다 해도 적 패턴이 난해하다는 점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필자가 며칠간 퇴근 후 남는 시간을 노장 가이우스와 결전에 꼬박 쏟아부은 후, 이대로 가다간 2024년 이내에 리뷰를 마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술자리에서 이러한 말을 들은 필자의 지인은, 휴대전화로 항아리 사진을 보여주며 "자, 얌전히 엘든 링을 켜라. 그리고 리뷰를 써라. 너는 리뷰어잖아. 그러기 위해 태어난 거잖아"라는 말을 남겼더랬다. 이빨 채찍에 맞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경로가 상당히 꼬여있다는 점도 체감 난도를 높이는 주범이었다. 도읍 로데일은 우습게 보일 정도로 경로가 난해한 구간이 있었고, 때로는 조각상 머리 위 같이 길로 보이지 않는 곳들을 통해 이동해야 했다. 라우프의 옛 유적 지역을 탐험할 때는 이 지형을 고안해 낸 개발자를 꼭 한번 실제로 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맵을 헤매기도 했다.

단석으로 길 찾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고통을 가중시켰다. 장비 강화 아이템인 단석은 등급별로 번호가 매겨져 있으며, 이에 따라 '엘든 링' 본편에서는 단석 번호를 보고 올바른 순서대로 맵을 탐사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게 가능했다. 단석이 순서대로 나오지 않고 갑자기 건너뛰면 아직 오면 안 될 곳에 발을 들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작위로 나오는 DLC 지역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사용할 수 없었고, 올바른 지역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는 기존 '엘든 링'과는 사실상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한 콘텐츠다. 초심자 배려를 빼고, 마니아들이 프롬 소프트웨어를 사랑하는 이유로만 가득 가득 채워넣었다.

'엘든 링' 본편은, 비유하자면 커피 마니아들이 주로 찾지만 커피에 대해 알지 못하는 손님들을 위한 메뉴도 구비해둔 카페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원두 종류나 추출 방식에 대한 지식이 얕아 각 메뉴에 대해 하나 하나 설명을 들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초심자도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DLC에 진입하니 이게 웬걸, 만족스러운 티타임을 즐기고 '오늘의 커피'를 추가 주문했더니 물이나 얼음, 시럽, 크림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프롬 소프트웨어 비장의 에스프레소 더블샷이 나오는 것 아닌가.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가 잘 만든 콘텐츠냐 못 만든 콘텐츠냐를 따지면 당연히 프롬 소프트웨어답게 잘 만든 콘텐츠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진정한 마니아들을 위한 시간은 추후 별도 신작을 통해 마련하고, DLC까지는 본편에 깔려있던 초심자 배려 기조를 조금만 더 유지해 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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