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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건프라 제작 자유도는 역대 최고 수준, 건담 브레이커 4

작성자 :	등록일 : 2024-10-27 오후 9:36:10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는 일본 CRAFTS & MEISTER가 개발한 '건담 브레이커 4'를 8월 29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4, 닌텐도 스위치, 윈도우 PC(스팀)으로, 공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한다.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12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건담 브레이커 4'는 '건담 브레이커' 게임 시리즈 최신작이기도 하지만, '건프라 배틀' 시리즈에 속한 작품이기도 하다. 건프라란 반다이 남코 홀딩스 산하 반다이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건담' 관련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조립 모형 제품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건프라를 조립해 전투하는 가상 스포츠를 '건프라 배틀'이라 하며, '건프라 배틀'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건프라 배틀' 시리즈라고 통칭한다.

'건담 브레이커 4'에서, 유저는 건프라 배틀을 소재로 한 '건프라 배틀 블레이즈: 비욘드 보더즈(GBBBB, GB4)'를 즐기는 유저가 되어 게임을 즐기고, 'GBBBB'에 숨어있는 비밀과 음모를 맞닥뜨려야 한다.

스토리는 무난한 편이지만, 아무래도 스토리보다는 건프라 조립에 초점을 둔 작품인 만큼 스토리가 게임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한편 스토리 완성도와 별개로 몰입감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은 편인데, 캐릭터는 전부 대화창에 정지 일러스트로만 등장하고 필드 이동이나 각종 이벤트에선 항상 유저가 조립한 건프라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원작 '건담' IP가 극중극으로만 다뤄지는 만큼 '건담' IP에 대해 전혀 모르는 유저라도 완전 신작 게임을 즐기듯 플레이 할 수 있다. 예컨대 유저가 가장 처음 조작하는 기체는 '건담' IP 첫 작품인 '기동전사 건담'을 상징하는 기체인 'RX-78 건담'이지만, 해당 기체에 얽힌 설정이나 역사를 하나도 몰라도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개발사도 이 문제를 강조하는 듯한 연출을 자주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기체 개조 튜토리얼은 'RX-78 건담' 한쪽 팔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MS-06 자쿠II' 팔을 붙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MS-06 자쿠 II'가 '기동전사 건담'에서 주로 적으로 등장하는 기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 시작 시점부터 주인공 기체에 적 잡졸의 부품을 부착함으로서 설정 고증이나 원작 고증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공고히 한 셈이다.

이외에도 주인공과 가장 친한 동료인 타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SD 건프라를 운용하며, 일부 적들은 아예 건프라 포장 상자 형태로 등장한 뒤 조립 완료된 건프라 형태로 변하는 등 '건담' IP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는 게임이 아니라 '건프라'라는 소재를 극한으로 다루고자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건담'이 아닌 '건프라'를 기반으로 한 작품인 만큼 원작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이 특징이다. 서로 다른 작품에 등장한 기체에서 가져온 부품들을 이리저리 조합하고 실제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당연하지만 원작 기체를 재현하는 것도 가능하고, 원작 고증도 가능하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제 08MS소대'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RX-79[G] 육전형 건담'에 'RGM-79[G] 육전형 짐' 머리 파츠를 부착한 작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품 수급은 극초반에는 쉽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어려워진다. 처음에는 전투와 구매만으로도 쉽게 부품을 수급할 수 있으나 스토리가 진행되며 고성능 부품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동일한 부품의 고레벨 버전을 확보하기 위해 반복 전투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품을 강화하는 부품 합성 기능이 있으나, 이 기능이 너무 늦게 해제된다. 다시 말해 해당 기능이 해제되기 전 까지는 원하는 부품을 얻기 위해 무한정 반복 플레이를 해야만 했다.

일부 기체 커스터마이징은 조금 아쉽다. 대표적으로 '슈퍼 후미나'나 '모빌돌 메이' 같이 미소녀를 모티브로 한 건프라는 도색이 아예 불가능하다(노벨 건담은 가능하다). 피부색 도색을 이용한 불건전한 커스터마이징을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유저 커스텀 도색뿐만 아니라 프리셋 색상 적용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기체 부품을 다른 기체 부품에 섞어 사용할 경우 이질감이 굉장히 심해진다.

조립 과정에서 설명도 불친절한 편이다. 특히 부품에 포함된 스킬이 정확히 어떤 스킬인지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액티브 스킬은 그래도 이름을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특정 유형 스킬을 강화하는 스킬은 정확히 어떤 스킬인지 실제로 사용해 보기 전 까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프라 테스트 기능이 있지만, 로딩이 짧지 않기 때문에 매번 테스트 화면을 오가는 것도 그리 녹록치 않았다.

반드시 근거리 무기와 원거리 무기를 양손에 하나씩 들어야 한다는 점도 일부 유저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다. 즉 근거리 무기 2개와 원거리 무기 2개를 장착하게 되는 셈인데, 양손으로 바주카를 장착하는 등 독특한 독특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건 장점이나 원작 기체를 구현하는 데에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자신이 제작한 건프라를 가지고 놀 수 있는 디오라마 기능도 있다. 자신이 만들거나 원작에 등장한 건프라들을 배치하고 포즈를 취하게 한 뒤 다양한 소품이나 효과를 배치해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구현하는 기능이다. 자신이 만든 디오라마를 저장하고 스크린샷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포토모드를 대체하는 기능에 가깝다.

전투 완성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다. 록온 시스템은 직관적이지 않고, 미션은 HLV 미사일 호위 미션을 제외한 모든 미션이 모든 적 격파 혹은 특정적 격파로만 구성돼 있어 게임 진행이 지나치게 단순하다. 본격적으로 액션과 전투에 치중한 다른 '건담' IP 게임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또한 부품에 스킬이 결합돼 있기 때문에 너무 지나치게 컨셉만 중시해 조립한 기체를 사용할 경우 전투가 어려워지기도 했다. 어떻게 스토리 클리어까지는 가능하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는 건 포기해야 했으며, 다른 유저가 조립한 기체와 싸우는 바운티 헌터 임무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다.

'건담 브레이커 4'가 모든 액션게임 마니아에게 추천해 줄 만한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건프라 제작이라는 요소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액션성을 포기한 측면이 있으며, 스토리도 아주 뛰어나지는 않은 편이다.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로봇을 직접 조립할 수 있다는 컨셉으로 등장한 게임 중 가장 뛰어난 액션성을 보유한 작품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으며,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건프라로 게임다운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유저라면 게임 구매를 고려할 만하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