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툰-카툰으로 보는 재미있는 게임이야기

PWD

	게임 리뷰/프리뷰

	만화로 보는 게임리뷰

	죽이는 캐릭터 인터뷰

	추억의 게임::이겜 아시나요

	게임기행

리뷰/프리뷰

HOME > 리뷰/프리뷰> 리뷰/프리뷰

제 목 : 달갑지 않은 메뉴 변경, 문명 7

작성자 :	등록일 : 2025-02-10 오후 4:26:18

2K는 파이락시스 게임즈가 개발한 신작 전략 게임 '시드 마이어의 문명 VII'을 2월 11일 글로벌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디럭스 및 파운더스 에디션 구매자들을 위한 어드밴스드 액세스(사전 접속)는 2월 6일 시작됐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4,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ONE, 닌텐도 스위치, 윈도우 PC(스팀, 에픽게임즈 스토어)다. 정식 한국어 자막과 음성을 지원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12세 이상 이용가를 부여받았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VII(이하 문명 7)'는 파이락시스 게임즈 창립자 중 한 명이자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시드니 K. 마이어(시드마이어)가 개발한 '문명' 시리즈 최신작이다. 타일로 이뤄진 가상 세계에서 자신이 선택한 문명을 발전시키고 지배, 과학, 문화, 종교, 외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점에 오르면 승리하는 턴제 전략 게임이다.

'문명 7'에서, 유저는 고유한 특징을 가진 문명과 지도자 중 각 하나씩을 선택해 해당 문명을 이끌어야 한다. 문명 하나를 선택해 선사시대부터 미래 시대까지 발전시킨다는 '문명' 시리즈 특유의 시스템은 사라졌다. 대신 실제 역사 속에서 문명들이 흥망성쇠를 겪듯 시대가 넘어갈 때 문명도 변경된다.

변경할 수 있는 문명은 자신이 어떤 문명과 지도자를 골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고대시대에 한나라를 골랐다면 대항해 시대에서 명나라와 몽골 중 하나를, 근대 시대에서 청나라를 선택할 수 있다. 지도자로 나폴레옹을 골랐다면 근대 시대에서 프랑스 제국을 선택할 수 있다. 즉 고대 시대에서 한나라와 나폴레옹을 골랐다면 한나라 - 몽골 - 프랑스 제국 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문명은 바뀌어도 지도자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문명 하나에 몰입해서 진행했던 기존 '문명' 시리즈와 달리 '문명 7'에서는 문명보다는 지도자에 집중해 플레이하게 된다.

시대 구분은 고대-대항해-근대 등 3개 시대로 나뉜다. 고대-고전-중세-르네상스-산업-현대-원자-정보 등 8개 시대로 나뉘던 전작 '문명 6'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다. 각 문명이 독립적으로 시대를 발전시키던 전작들과 달리, '시대 진행률 미터'가 가득 차면 모든 문명이 동시에 다음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또한 새로운 시대로 넘어갈 때마다 해당 시대에 맞는 일부 유닛을 제외한 나머지 유닛들이 삭제되며, 유닛 배치도 변경된다. '시대 초월' 특성을 지닌 일부 유닛과 불가사의만 다음 시대로 넘어갈 수 있는데, 이에 따라 당장 필요한 유닛을 생산해 현재를 넘길지 혹은 초반을 불리하게 넘기는 대신 다음 시대에서 우위를 점할지 고민할 필요가 생겼다.

일종의 이정표인 '유산의 길' 시스템이 추가됐다. 문화, 군사, 과학, 경제 등 네 분류로 나뉘며, 대항해 시대까지는 필수 요소는 아니나 수행할 경우 보너스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근대 시대에 제시되는 '유산의 길'을 완료할 경우 게임에서 우승할 수 있기 때문에, 근대 시대에는 싫어도 따라야만 한다.

시대 초월 시스템이 도입되며 '문명' 시리즈의 핵심 재미 요소 중 하나였던 '시대를 앞서가는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워졌다. 이전 작품에서 과학 위주 문명들은 다른 문명보다 빠르게 발전한 뒤 한두단계 높은 기술력으로 다른 문명을 압도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고, 기병대를 거대 전투로봇으로 박살 내는 플레이도 가능했다. 그러나 '문명 7'에서는 모든 문명이 동시에 다음 시대로 나아가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복잡한 부분을 덜어내려는 시도도 눈에 띄었다. 식량이 많으면 인구가 증가하고, 인구 성장에 따라 타일을 발전시키고 타일을 확장할 수 있게 변하는 식이다. '문명 6'에서는 식량이 인구를, 문화가 타일 확장을 담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원 활용이 비교적 직관적으로 변한 편이다.

각 도시가 독립적인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새로 확장되는 정착지는 경우 '마을'로 건설되며, 단순히 자원 생산 능력만을 갖추게 된다. 턴마다 관리할 필요 없이 어떤 자원을 수도로 보내는지만 점검하면 되며, 나중에 필요할 경우 생산 능력을 갖춘 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외에 유닛 개별 경험치가 사라진 대신 주변 유닛을 일괄 통제할 수 있는 '군단장' 유닛이 추가됐으며, 군단장에 다른 병력을 합류시켜 유닛 다수를 일괄 이동시킬 수도 있게 됐다. '문명' 시리즈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꼽히던 게 게임 후반으로 갈수록 불필요한 명령을 많이 내려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문명 7'에서는 이 부분이 많이 해소됐다.

튜토리얼이 꽤 불친절한 편이다. 별도 튜토리얼 캠페인이나 스테이지가 제공되는 게 아니라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특정 상황을 처음 마주할 때마다 튜토리얼이 제공된다. 문제는 '문명' 시리즈가 신경 써야 할 게 꽤 많은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때그때 제공되는 정보를 체득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문명 7' 게임성이 기존 '문명' 시리즈와 비교해 이질적이라는 점이다. 초심자뿐만 아니라 이전에 '문명' 시리즈를 플레이했던 유저들도 헷갈릴만한 요소가 시스템이 많은데, 튜토리얼이 불친절해 관련 시스템을 제대로 익히기가 어렵다.

일부 요소는 튜토리얼 대신 인게임 백과사전 내 해당 항목 설명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다만 '상세 보기' 버튼을 눌러도 해당 항복으로 바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백과사전 메인 페이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방금 처음 본 시스템에 대해 직접 검색하고 알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을 거쳐야 한다.

비록 게임이 일부 단순해졌다고는 하나, '문명' 시리즈는 1990년 출시된 첫 작품부터 동시대 다른 게임보다 복잡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게임이다. '이 정도로 단순화됐으니 튜토리얼은 간략하게 만들어도 되겠지'라는 발상이었다면, 틀린 생각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UI 관련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특히 시대 진행률 미터 같이 이번 작품에서 새로 추가된 시스템과 관련된 UI들은 시인성이 그리 좋지 못하다. 대표적으로 동일한 지도자를 여러 번 플레이할 수록 개방되는 '기념물' 시스템이 있는데, 기념물 위에 커서를 올려야 해당 기념물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커서가 설명 UI를 가리도록 되어있다.

메인화면에는 한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지나치게 큰 UI로 출력하느라 게임 화면을 가리고, 때로는 일부 UI가 다른 UI를 가리기도 한다. PC 모니터 정도 크기를 갖춘 모바일 게임을 만들라고 하면 비슷한 UI가 나올법한 디자인이다.

또한 UI 완성도가 낮다고 생각된 부분은 불가사의 건설 화면이었다. 불가사의가 완성되면 해당 불가사의가 건설되는 과정을 확대해서 보여주는데, 인근 장소를 단순히 확대해서 보여줄 뿐이라 마우스가 위치한 셀 테두리가 하이라이트 되는 걸 볼 수 있었다. 게임 플레이에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은 아니지만, 게임이 덜 마감된 채 출시됐다는 생각을 버리기 어려웠다.

이외에 단축키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부분도 불편함을 초래했다. '문명' 시리즈는 다양한 정보와 시스템 창을 꾸준히 확인해야 하는 게임이고, 이는 '문명 7'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정보창이나 명령 창이 해당 창을 여는 단축키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마우스로 하나 하나 클릭하는 과정이 꽤 번거롭게 느껴졌다.

게임 자체가 재미 없느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턴제 전략 운영 게임 중에서는 나쁘지 않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다만 게임 재미를 떠나 너무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는 점이 문제다. 된장찌개 집에서 어느날 갑자기 김치찜을 판매하는 셈이다. 분명 맛은 있으나, 손님이 원했던 메뉴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기존 '문명' 팬들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변화는 아니다.

'문명 7'은 기존 '문명' 시리즈 작품들과 비교해 너무나 많은 부분이 달라진 작품이다. 고대 시대를 플레이할 때 까지는 '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문명은 문명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첫 시대 초월을 겪고 난 뒤에는 이 게임이 과연 '문명' 시리즈 정식 넘버링 작품에 걸맞은 작품인지 의심을 품게 된다.

파이락시스 게임즈는 2025년 9월까지 최소 6개에 달하는 DLC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문명과 지도자가 추가되는 한편 게임 밸런스도 일부 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명' 시리즈 뿐만 아니라 턴제 전략 운영 게임 전반을 즐기는 유저라면 빠르게 구매하고 즐길만한 게임이지만, '문명' 시리즈 팬이라면 추후 DLC가 전부 발매된 뒤 구매하기를 권한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