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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퍼스트 디센던트, 소 잃고 외양간 고쳐도 늦지 않다

작성자 :	등록일 : 2024-08-28 오후 8:42:25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비슷한 한자 성어로는 ‘망양보뢰(亡羊補牢)’가 있다. ‘양을 잃고 우리를 고친다’라는 뜻인데, 최근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와 비슷하게 쓰이고 있으나 원래는 ‘양을 잃은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라는 뜻이 담겼다.

넥슨이 2024년 7월 2일 글로벌 출시(프리시즌 시작)한 ‘퍼스트 디센던트(The First Descendant)’는 넥슨 자회사 넥슨게임즈가 만든 루터 슈터 게임이다.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계승자를 활용해 전투를 거쳐 장비를 얻고 육성 후 더 강력한 적과 상대하는 콘텐츠 구조를 지녔다. 수준 높은 그래픽과 미형 캐릭터로 출시 전부터 적지 않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지속 가능한 온라인 RPG’를 목표로 만든 게임이기도 하다. 2021년 8월 첫 공개 후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쳐 유저 의견을 수렴, 지속해서 콘텐츠를 개선 후 출시했다. 공식 홈페이지 개발자 노트를 통해 유저들로부터 받은 의견을 어떻게 게임 내 적용했는지 공개하면서 개발을 이어왔고 상당 부분을 고쳤다.

PC 스팀(Steam)과 넥슨 클라이언트,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퍼스트 디센던트’는 출시 후 스팀 유저 평가 51%가 긍정적인 ‘복합적’을 기록했다. 출시 한 달을 지나 프리 시즌이 끝나가는 8월 28일 기준으로는 55%가 긍정적인 ‘복합적’(지난 30일간 평가는 59%가 긍정)이다. 소폭 상승했으나 큰 줄기는 바뀌지 않았다.

실제로 스팀 유저 평가 수를 보면 출시 당일인 7월 2일에는 긍정 2,699건/부정 4,168건, 7월 3일에는 긍정 5,787건/부정 4,760건, 7월 4일에는 긍정 3,164건/부정 4,943건으로 나타났다. 8월 28일에는 긍정 44,388/부정 35,700건이다. 호평과 혹평이 공존하는 모양새다.

스팀 동시 접속자 수는 7월 7일 264,860명으로 최대치를 기록 후 우하향 중이다. 최고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한 7월 7일은 게임 첫 핫픽스를 진행한 7월 6일 직후다. 7월 11일 핫픽스 1.0.2 때는 ‘# 디렉터의 코멘트’를 통해 유저 의견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어떤 계획을 지녔는지를 밝혀 유저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졌다.

특히 7월 20일경 유저 사이에서 인기 있던 ‘밸비런’ 파밍 콘텐츠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퍼스트 디센던트’를 운영하면서 ‘밸비런’과 같은 현상이 발생했을 때 개발팀 의도와 다르게 플레이되는 콘텐츠에 대해 무조건 하향시키는 방향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라며 “유저분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존중하고 오래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혀 찬사를 얻었다.

그러나 유저 이탈을 막지는 못했다. 매번 핫픽스 직후 소폭 오르는 듯하다가 꾸준히 유저 수가 줄어들고 있다. 스팀 기준 7월 15일 20만 명대가 깨졌고 7월 30일에는 10만 명대가 깨졌다. 8월 21일에는 4만 명대가 됐고 8월 27일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40,546명으로 나타났다. 84% 이상 줄어든 모양새다.

꾸준한 콘텐츠 개선과 업데이트를 이어 왔음에도 유저 수가 줄어든 상황이다. 이는 게임 주요 콘텐츠 구조 문제로 보인다. 우선 신규 유저가 진입하기 위한 장벽이 낮지 않다. 게임 내 최종 콘텐츠인 아이템 파밍 단계에 들어가려면 캐릭터가 최고 레벨인 40이 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무조건 메인 스토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메인 스토리를 오롯이 다 보면서 진행하면 최소 플레이 시간이 20시간 이상이다. 모든 내용을 건너뛰면서 진행한다고 해도 15시간 이상은 플레이해야 하는 분량이다. 저레벨 구간에도 파밍 콘텐츠를 즐길 수는 있으나 루터 슈터 게임 특성상 저레벨 구간은 거쳐 가는 구간이라 장비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유저가 대다수다.

하지만 ‘퍼스트 디센던트’ 스토리 진행은 단조롭다. 이야기는 급박하게 전개되는데, 유저가 하는 일은 특정 구역 점령/드론 호위/점핑 퍼즐/몰려오는 적 처치/점령 후 파괴 등 같은 미션이 계속 반복된다. 프리시즌 기준 도시인 알비온을 제외하면 맵은 8개다. 이 맵 전체에서 비슷한 미션을 계속 반복하면서 이야기를 보는 게 전부다.

그렇다고 스토리 구간이 쉽지도 않다. 정확히는 일정 단계마다 유저 캐릭터에게 요구하는 능력치가 있으나 이를 적절히 알려주는 튜토리얼이 없어 유저가 혼란을 느끼는 구조다. 특정 NPC가 안내하는 기능이 있지만, 보고 곧바로 이해할 정도로 쉽지는 않다. 이 때문에 유저 사이에서는 빠르게 40레벨을 달성하는 여러 가지 ‘런’ 콘텐츠가 인기다.

기존 루터 슈터 게임도 최고 레벨 달성 구간은 존재한다. 20시간 이상이 걸리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형태라 지루함을 덜어주면서 유저가 계속 플레이하게 만든다. ‘퍼스트 디센던트’에는 이런 역할을 유저들이 즐기는 ‘런’ 콘텐츠가 대체하고 있다.

40레벨 달성 후 콘텐츠도 문제가 없지 않다. 유저 사이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는 내용은 순환 파밍 구조다. 캐릭터(계승자)와 무기, 모듈 등 아이템은 모두 게임 속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캐릭터와 무기를 얻으려면 연구(제작)가 필수다. 연구를 위해서는 핵심 재료를 모아야 한다. 핵심 재료는 ‘비정형 물질’이라는 랜덤박스를 열어야 얻는다. 그런데 ‘비정형 물질’을 얻는 과정이 고난이다. 침투(던전)이나 초소(필드)에서 획득 가능한데, 이마저도 확률이 존재해 못 얻을 수도 있다. 심지어 은신으로만 얻을 수 있는 ‘비정형 물질’도 있어 은신이 가능한 ‘샤렌’ 캐릭터가 필수다.

‘비정형 물질’을 여는 과정도 쉽지 않다. 요격전(보스 전투)을 통해 열거나 보이드 융합로(필드 보스)를 통해 열어야 한다. 둘 다 실패할 확률이 있다. 심지어 보이드 융합로를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필드 여러 곳에 속성별로 존재하는 보이드 파편을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 보이드 조각을 모아야 한다.

정리하자면 캐릭터·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던전·필드에서 ‘비정형 물질’을 얻은 후 보스를 쓰러뜨리고 확률적으로 재료를 모아 제작해야 한다. 초소에서 ‘비정형 물질’을 얻으려면 ‘샤렌’ 캐릭터가 강제되고 일부 보스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속성 조각도 모아야 한다. 말로만 보면 쉬워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수 시간 혹은 수십 시간이 소요된다.

캐릭터 육성도 문제가 있다. 게임 내 캐릭터는 일반과 ‘얼티밋’으로 구분된다. ‘얼티밋’은 기존 캐릭터와 다른 외형을 지녔고 능력치도 조금 더 높다. 그런데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아이템이 존재하고 일반 캐릭터를 ‘얼티밋’으로 강화할 수단도 없어 유저 사이에서 일반 캐릭터 육성을 꺼리게 만든다.

유저에게 반복 플레이를 강요하는 ‘모듈’ 시스템도 문제다. 캐릭터 및 무기 능력치 강화는 ‘모듈’을 통해서 한다. ‘모듈’은 캐릭터마다 12개(전용 1개, 이동기 1개, 스킬 관련 10개), 무기마다 10개 슬롯을 쓸 수 있다. 각 ‘모듈’은 킬사이트·세룰리안·알만틴·말라카이트·크산틱 등 5개 타입으로 분류된다.

‘모듈’마다 수용량이 있고 전체 수용량을 나눠 사용하는데, 슬롯에 타입을 지정하면 그 슬롯에 넣은 타입 ‘모듈’ 수용량이 절반으로 줄기 때문에 육성에 필수다. 수용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에너지 활성체’를 1번 써야 하고 소켓 타입을 정하기 위해서는 ‘결정화 촉매’를 매번 써야 한다. ‘결정화 촉매’를 쓰면 캐릭터·무기는 1레벨로 돌아가고 다시 40레벨까지 올려 소켓 타입을 정하는 구조다.

문제는 한 번 정한 ‘모듈’ 소켓을 바꾸려면 완전히 새롭게 ‘결정화 촉매’ 작업을 해야 하는 점이다. 어느 정도 세팅이 된 캐릭터는 최고 레벨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무기는 더 걸린다. 매번 소켓 작업을 할 때마다 수 시간을 써야 하는 셈이다. 다행히도 8월 29일 시즌1 ‘침공’ 업데이트를 통해 한 번 부여한 ‘모듈’ 소켓 타입은 계속 쓸 수 있도록 바뀔 예정이다.

또다른 ‘모듈’ 관련 문제는 각 ‘모듈’이 지닌 페널티다. 이는 최종 무기인 ‘궁극 무기’도 포함된다. ‘모듈’과 ‘궁극 무기’에는 특정 능력을 올려주는 대신 페널티가 부여돼 있다. ‘모듈’ 페널티는 소켓 각인과 더불어 빌드 다양성을 헤친다. 1개만 있는 ‘궁극 무기’는 5개를 만들어 최종 강화하고 나서야 페널티가 사라진다. 심지어 ‘궁극 무기’마다 성능 차이도 눈에 띄게 난다. 유저 대부분은 특징 캐릭터와 특정 ‘궁극 무기’만 사용하고 있다.

전용 ‘모듈’인 ‘초월 모듈’도 문제다. 캐릭터마다 총 6개가 준비돼 있는데, ‘초월 모듈’ 간 성능 차이가 심해 빌드 고착화 주범이 되고 있다. ‘초월 모듈’은 ‘얼티밋’ 캐릭터만 쓸 수 있는 2개를 포함해 6개인 점도 문제다. ‘얼티밋’ 캐릭터를 강요하고 일반 캐릭터 육성을 꺼리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특정 계승자만 스킬이 뛰어나 다른 계승자는 잘 쓰이지 않는 점, 총기·탄종별 차이가 심해 특정 총기 위주로 쓰이는 점 등 캐릭터·밸런스 문제도 있다. 아이템이 제공하는 능력치가 합 연산인지 곱 연산인지 알 수도 없고 모듈이 제공하는 능력 효율이 비슷해 계승자마다 비슷한 모듈을 써 빌드가 고착화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밖에 핵심 장비인 반응로(무기·탄종에 따라 능력치 제공) 무작위 옵션 부여로 인한 높은 파밍 난도, 전체 등장 수는 적지 않으나 한 번에 조금씩만 나오는 몬스터 수, 최고 레벨 및 최대 강화 달성 후 플레이를 지속할 만한 엔드 콘텐츠 부재 등도 유저 사이에서 문제로 꼽힌다.

여기까지 보면 ‘퍼스트 디센던트’는 단점만 잔뜩 있는 게임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수준 높은 그래픽과 미형 캐릭터, 화려한 스킬 연출로 보는 재미를 잡았고 계승자별 특색 있는 능력과 모듈·독특한 능력을 지닌 전용 무기, 총기별 다른 손맛, 와이어 활용 액션, 유저간 협동 및 요격전 보스 전투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도 확실하다.

그럼에도 유저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본적으로 잘 만든 게임이고 장르적 재미도 잘 챙긴 게임인데, 아쉬운 부분이 있어 유저 사이에서 문제가 꾸준히 거론되는 상황이다. 유저들이 떠나고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게임이라면 이런 문제들이 거론되지 않는다.

약 두 달에 걸친 프리시즌을 마치고 ‘퍼스트 디센던트’는 8월 29일 시즌1 ‘침공’을 시작한다. 신규 지역, 새로운 계승자와 고유 무기, 최상위 난도 침투 작전과 신규 요격전, 전용 재화 상인 ‘ETA-0’ 등 여러 가지 즐길 거리로 무장한 정규 시즌이다. 배틀패스 구조도 프리시즌과 다를 거로 예고돼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시즌1에서는 보이드 조각을 한 종류로 통합하고 융합로에서 ‘비정형 물질’을 여는 재구축 장치를 사용할 때 보이드 조각이 쓰이도록 바뀐다. 그간 유저 사이에서 불만 사항으로 지적된 어려움 난도 침투 작전 비공개 무작위 선택 옵션이 사라지고 0%·125%·250% 보너스 옵션 프리셋 공개 매칭 방식으로 수정된다.

시즌1 첫 공개 때는 8월 29일, 9월 26일, 10월 30일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하는 업데이트로 발표됐으나 분량에 비해 너무 늘어지는 일정이라는 유저 의견을 수렴, 8월 29일과 10월 10일 2회로 일정이 재조정됐다. 이와 함께 개발진 입장도 밝혀졌다.

관련해 넥슨게임즈 이범준 프로듀서는 “출시 전 매달 꾸준한 업데이트를 목표로 세웠던 계획이지만, 유저 분들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변명 여지가 없다”라며 “시즌1은 3회로 나누어진 업데이트를 2회로 합칠 예정이고 향후 시즌 업데이트 방식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범준 프로듀서는 “현재 개발팀은 출시 후 긴급 라이브 핫픽스를 넘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위해 개발 프로세스 재정비와 개발 인력 적극적인 충원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에 있다”라며 “앞으로 만족하실 수 있는 업데이트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출시 전부터 출시 후까지 ‘퍼스트 디센던트’는 유저 의견을 수렴해 콘텐츠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유저가 원하는 속도보다 개선점이 반영되는 속도가 늦어 말이 나왔고 유저가 원하는 내용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콘텐츠가 수정돼 유저 언성이 높아졌다.

루터 슈터 장르 특성상 시즌 업데이트 후 돌아오는 유저는 확실히 있다. 새로 시작하는 유저도 없을 수 없다. 첫걸음에 스팀 동시 접속자 수 26만 명을 넘길 정도로 관심받은 ‘퍼스트 디센던트’라 시즌1 시작 후 4만 명대로 떨어진 동시 접속자 수가 10만 명대를 회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즌1은 ‘퍼스트 디센던트’에게 새로운 전환점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두 달간 얻은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 콘텐츠를 수정하고 유저와 상호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다. 아직 전 세계 유저 관심이 남은 시점이라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PC 약 260시간, 콘솔 약 240시간, 도합 500여 시간을 투자한 유저 입장에서 ‘퍼스트 디센던트’는 아직 즐길 만한 게임이고 더 나은 게임이 될 가능성을 지닌 게임으로 보인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쳐도 늦지 않듯, 유저를 잃어도 게임을 고쳐 나가면 유저 평가가 회복되고 유저 수도 증가해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겜툰 박해수 기자 caostra@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