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악도령의 질풍노도 지구를 사수하라! - 5편~ 어설트 시스템을 경험하다

	페러렐 시스템의 위력은 상당했다
	(페러렐 시스템의 위력이 상당한 게
	아니잖아!).현재 끄악도령의 레벨 22.
	유일하게 시공간을 넘어서 갈 수 있는
	곳인 2003년의 종로구청은 지금 현재
	본인에게는 굉장히 위험천만한 곳이다.
	그 돼지자식만 없으면 어떻게 해
	보겠는데……하기사, 나머지 녀석들도
	그리 만만하진 않았다.

사용하고 게임을 잘 해 나가기 위해서는 확실히 이제 레벨을 올릴 때가 되었다는 것을 통감했다.
노가다는 MMOG게임의 숙명이란 말인가……아무튼 레벨을 올리기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끄악도령. 그런데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 본 결과 20~35레벨 사이가 그토록 어려워서 혼자 하다가
몰려드는 짜증감과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좌절하여 게임을 접어버리는 사람이 수두룩하단다.
끄악도령의 이터널 시티에도 어김없이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 끄악도령, 포상으로 레벨 업을 노리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본 결과, 많은 경험치를 노릴 수 있는 2003년 종로구청으로 가서 사냥을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전편에서도 충분히 따꼼한 맛을 느꼈듯이 삼합회
놈들이나 몬스터들이 지금의 나로는 대항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긴, 그런 돼지가 아니라 코끼리 같은 놈이 온몸으로 덮치는 데에 당해 낼 재간이나 있으랴.


△ 여긴 좀비들이 또 집단으로 날아서 공격한다(맞으면 조낸 아픈거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어려움 없이 경험치를 노릴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를 또다시
종합적이고 체계적이고 날카롭게 분석해 본 결과(쌩쑈하네) 중곡동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철에
나오는 갑각류 벌레들을 잡아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없다) 외계 생물체인 갑각류들을
	없애버리면 포상을 얻을 수 있어서
	경험치와 돈을 한꺼번에 얻을 수도
	있고 경험치를 한 번에 획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상과 경험치가
	한꺼번에 들어온다면야 좋겠지만
	그런 효과는 지금에서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일단 재빨리 중곡동

예전에도 한번 와 봤던 곳이지만 중곡동 지하철은 여전히 음침한 곳에 꾸물거리는 벌레들이
가득 준비되어 있었다. 오호라……이터널 시티에서 몬스터가 리젠될 때는 하늘에서 툭하고
떨어지게 되는데, 벌레들이 하늘에서 툭툭 떨어지니 왠지 이 곳 천장을 구경해 보고 싶었다.
왠지 에일리언 같은 느낌. 하지만 이곳에는 아직 에일리언같이 강력하고 염산이 질질 흐르는
괴물은 아직 없다.

사실 이곳의 벌레들은 꾸물거리는 것들이 굉장히 다수 모여 있지만 방어력이 형편이 없어서
내려오자마자 이곳을 찾는 플레이어들에게 척살을 당하고 있다. 내려오자마자 고깃덩어리가
되기 때문에 상당히 빠른 행동을 하지 않으면 괴물들을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을 순식간에 놓쳐
버리게 되는 것이다.

	마음을 먹고 이터널 시티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열심히 사냥을 하는
	끄악도령.쌓여가는 포상치에 뿌듯함을
	느끼고 웃음을 머금는다(평화와
	안녕이라며……?). 그러던 도중,
	보잘 것 없는 권총으로 사냥에 임하고
	있는 유저를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옆에서 다연발 기관총을 쏘아대며
	무식하게 사냥을 하고 있는 본인을

느린 사냥 속도를 보이고 있다.

‘훗, 초보인가……’라는 생각에 적절한 잘난 척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 끄악도령. 잘난 척이라니?
이건 어디까지나 이터널 시티에 온 초보들을 위한 선구자라고.

“님, 왜 권총으로 사냥하세요? 권총으로 하면 사냥속도가 안나오잖아요~”

“??”

“여기는 몬스터들 방어력이 별로라서 쓸만한 기관총 하나만 있으면 주절주절……파마스도 좋고
주절……한꺼번에 많이 잡아야 좋아요 주절주절……”

“ㅋㅋㅋ 님이나 잘하삼”

“사냥 잘 하시라고 말씀해주신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네티켓에 어긋나는 주절주절……”

역시 세상은 방학을 하면 이 모양이라니까. 이 몸께서 손수 이터널 시티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시기
위해 손가락 빠지게 엸미히 주절거려 주셨구만. 뭐? 님이나 잘하삼? 이런 초보 무개념 아메바가
있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때마침 주위에 한무더기의 갑각류들이 후두둑 하고 떨어졌고,
딱총으로 사냥하던 녀석이 갑자기 거대한 중화기를 꺼내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순간, 중화기에서 나온 불길은 주위를 불바다로 만들었고, ‘사냥감이다!’라고 생각하며 총부리를 겨누던
나를 무색하게 타칭 초보 녀석은 의기양양하게 화염방사기로 방화질을 하며 벌레들을 한 놈도 남겨두지
않고 벌레들을 척살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역시 인생은 한방인 것인가

순간,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들은 끄악도령. 속에서는 천불이 일고 눈에서는 레이저빔이
나올 듯한 분노로 외쳤다.

“내 스타일이야~~! 님! 그거 얼마예요?”

“ㅋㅋ 30만원이에요 ㅎㅎ”

……좌절이다. 30만원이면 단팥빵이 30만개고 햄버거가 만개고 바비큐가 100개, 통닭이 30개……
지금 끄악도령에게 화염방사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금액을 자랑한 멋진 무기였던 것이다. 왠지
뻘쭘해지는 상황에서 끄악도령은 말없이 지금 꼭 해야 하는 다음 행동을 시작했다.

“저 님아, 아이템 제가 가져도 돼요?”

……이거라도 팔아서 30만원 빨리 만들어야 할 것 아니냐.

- 끄악도령, 어설트에 도전하다
화염방사기의 충격은 실로 대단했다. 인생은 과연 한방이었던 것이다. 물론 장단점이 다 있겠지만
굉장히 효율적이라고 생각되었던 파마스가 완전 바보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30만원이라는
돈이 지금 누구 어디 똥강아지 이름인가. 지금이라면 집 한 채라도 살 수 있을만한 돈으로 여겨져
도저히 모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단 레벨을 조금 올린 뒤에 광진구청으로 돌아온 끄악도령. 앞마당에서
하는 얘기들이 과간이다.

“야, 1억만 줘봐”

“왜?”

“업글 무기좀 사게 ㅋㅋㅋ”

	……이런 니미럴. 누구는 30만원
	때문에 좌절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저기는 1억이라는 숫자가
	왔다 갔다 하다니……대한민국
	빈부의 격차는 게임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고 구차하게
	돈 달라고 구걸할 수도 없고
	(……지금까지 그래 왔잖아!).
	전전긍긍하며 돈과 경험치를 벌기 위한

그러던 도중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터널 시티 특유의 어설트에 참가하여
성공하게 되면 큰돈과 경험치를 포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호라……단계적 퀘스트
시스템으로 한정된 존안에서 미션을 성공시키는 어설트 시스템은 엄청나게 많이 몰려드는 적들과
싸워야 하는 일들 때문에 다수의 플레이어들과 함께 작전을 짜서 움직여서 작전에 임해야 성공시킬
수 있다고 한다.

찬찬히 살펴보니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으로 생각되는 어설트는 2003년 종로의 시티타워 어설트였다.
물론 2002년 한강둔치 어설트가 있긴 하지만 19레벨까지가 가장 좋다고 되어 있는 반면, 시티타워 어설트는
10레벨부터 29레벨까지라고 되어 있으니 이쪽이 더 알맞지 않겠는가? 치밀한 통계 분석과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웃기고 있네) 시티타워 어설트에 임하기로 한 끄악도령. 곧바로 페러렐 시스템을 이용하여 2003년
종로로 날아갔다.

어설트 정보를 보니 현재 시티타워 어설트가 1분 이내에 시작된다고 하기에 서둘러 시티타워로 향했다.
물론 중간에 강력한 몬스터들의 방해공작이 있었지만 특유의 화려한 컨트롤로 무리 없이 시티타워까지
갈 수 있었다(……3번 죽었다).

△ 시티타워에 들어선 끄악도령. 돈과 명예가 보이는 듯 하다

시티타워에 들어서자 본인을 비롯한 다수의 사람들이 어설트를 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시티타워 어설트의 목적은 동대문 의류점 건물을 점령한 매트리스 사원들(다들 스미스 요원이다)을
처치하고 발전소를 파괴하는 것.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적들이 수도 없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인원이 투입 되야 성공할 수 있으며, 바리케이드를 없애는 것은 검캐릭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총캐릭들은 주위에 있는 적들을 없애기로 작전 합의를 봤다.

	시간이 지나고, 어설트가 시작됐다.
	‘적들이 우리들을 향해 달려들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라는 생각에 느긋하게
	있던 끄악도령.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야말로
	이곳저곳에 스미스 요원과 비슷한
	몬스터들이 플레이어들이 뭉쳐 있는
	곳부터 시작해서 모든 지역에 그야말로
	폭우처럼 쏟아져 내린 것이다.

것처럼 말이다.

그야말로 투두둑, 그리고 퍼버벅. 사망이었다. ……레벨 10~29이라며! 한순간 몰려들어서
공격해버리는데 무슨 작전이 필요하다는 거야! 결국 하나 둘 쓰러져 버리는 플레이어들은
첫 번째 바리케이드는커녕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다 쏟아져 나오는 스미스 요원들을
저지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어설트를 실패하고 말았다.

젠장, 무슨 놈의 어설트가 이렇게 어려워!! ……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이대병원으로 옮겨진
끄악도령. 생각해 보니 여기저기 다 스미스 요원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야 보통으론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생각한 본인은 일단 다음 어설트까지 무기상과 식품점에서 총탄을 그야말로
무식하게 사 두기로 했다. 그렇게 많은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기다리던 다음 어설트 타임이 왔다. 역시 이전에 허무하게 죽어버린 플레이어들을 비롯,
조금 더 인원이 추가된 이번 플레이어들은 방심하지 말고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가 공격을
개시하자고 한다. ……확실히 뭔지 모르고 넋 놓고 있다가 바로 공격을 당해 버렸으니 나에게도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이긴 했다. 좋아, 이번에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바로 공격 개시와 함께
열심히 햄버거 뜯으면서(돈 많이 투자해서 햄버거를 잔뜩 샀다) 공격하는 것이다!

잔뜩 긴장하여 슴가가 벌떡벌떡하고 오색빛깔 찬란하게 뇌세포가 요지경 댄스를 출 무렵, 드디어
어설트가 시작되고 엄청난 스미스 요원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격이닷! 이라고 생각하여
방아쇠를 당겼고 끄악도령을 비롯한 여러 플레이어들의 총구가 불을 뿜었으며 칼캐들은 화려한
부림으로 스미스 요원들을 도륙내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만 없애면 일보 전진이닷!’이라는 희망찬 생각에 열심히 싸우는 끄악도령. 왠지 모르게 저번보다
잘 버티며 떨어진 스미스 요원들을 하나 둘 없애 나가니 주위에 있는 스미스 요원들이 서서히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어설트의 대가로 주어지는 경험치와 금은보화가(돈이다 돈!) 눈앞에서 어른거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1차 집중 호우를 예고하고 열심히 버티던 우리 주민들에게 하늘은
야속하게도 상큼하게 2차 집중 호우를 뿌리는 게 아닌가.

……결국 2차 호우를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어들은(사실 예상하고 있었어도 죽었겠지만) 결국
스미스 요원들의 집중 이단옆차기를 방어해 내지 못하고 햄버거를 곱씹으며 쓰러져 갔다.

또다시 이대병원으로 옮겨온 끄악도령과 플레이어들. 첫 번째 어설트는 그렇게 실패로 돌아갔다.
역시 레벨과 장비를 갖추지 않고 어설프게 도전해서 성공할 만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게 뭔
꼴인가. 레벨과 돈을 벌기 위해 어설트를 하러 왔다가 이대병원 신세라니……참으로 세상은 요지경이다.


△ 좌절과 절망감이 엄습할 뿐

어쩔 수 없이 패잔병들은 이대병원에 모여서 다시 한 번 어설트를 할 논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와 왜 깨졌는지에 대해 논의를 하는 걸 보니……확실히 실패가 두려워 도전을
하지 않으면 승리는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그런데 왜 이대병원에는 간호사가 없어요?

“그러게요. 간호가 이쁘게 디자인 해 두면 병원 오는 맛도 쏠쏠할텐데……”

“제 친구가 간호사 소개시켜 준다는데……”

“헉 님 부럽삼~”

……나도 부럽다.

다음편을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