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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조금 삐끗한 공포, 데이메어: 1994 샌드캐슬

작성자 :	등록일 : 2023-09-18 오후 5:05:32

플레이어원은 4Divinity와 협력해 인베이더 게임즈가 개발한 공포 슈팅 게임 '데이메어: 1994 샌드캐슬'을 8월 31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PC(스팀)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에는 한국어 자막이 공식 지원된다.

개발사 인베이더 게임즈는 캡콤 '바이오 하자드 2' 팬 리메이크 프로젝트인 '바이오 하자드 2 리본' 개발을 위해 설립된 개발사다. 캡콤이 공식 리메이크 버전인 '바이오 하자드 RE:2'를 발표한 뒤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바이오 하자드 2'에 영향을 받은 오리지널 게임 '데이메어' 시리즈를 개발했다.

'데이메어 1994'에서, 유저는 민간 기업 산하 H.A.D.E.S(이하 하데스) 소속 요원인 달릴라 레이예스가 되어 폐허가 된 비밀 연구 시설을 탐험하고 죽어도 되살아나는 괴물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개발사 전작인 '데이메어: 1998' 프리퀄 작품이지만, 스토리 이해를 위해 전작을 플레이해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작 등장인물들이 과거에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를 알 수 있는 만큼 전작을 플레이해 본 유저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스토리는 군더더기 없이 딱 필요한 만큼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인게임 문서나 녹음 파일 등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설정이나 지식이 있기 때문에 관련 요소를 무시하고 진행하면 스토리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스토리 중 의문점이나 복선 중 대부분은 엔딩 시점에서 해소된다.

미국에서 유행하던 도시 전설이나 각종 음모론을 알고 있다면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작중 배경이 되는 51구역(AREA 51)부터 각종 외계인이나 UFO 관련 괴담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장소이며, 필라델피아 실험이나 스텔스기 관련 음모론을 암시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프로스트 그립은 '데이메어: 1994' 핵심 소재 중 하나다. 작중에서는 '양성자 팩'이라고 불리는데, 정확한 설명이 나오지는 않으나 인게임 문서나 등장인물 대사에 따르면 주변 질소를 포집해 냉각·액화한 뒤 액체 질소를 방출하는 기능이 있는 장비로 보인다.

액체 질소를 주변에 분사하는 프로스트 스프레이, 그리고 탄 형태로 발사하는 프로스트 뷸릿 두 가지 발사 형태를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불을 끄거나 과열된 장치를 냉각하는 등 퍼즐 풀이에 사용된다. 적에게 사용해 적을 느리게 만들거나 완전히 얼릴 수도 있다.

두 발사 모드 모두 프로스트 그립 연료를 소비한다. 프로스트 그립 연료는 사용하지 않을 때 느린 속도로 자동 충전되며, 프로스트 그립 충전기나 소모 아이템인 프로스트 그립 연료통을 통해 즉시 충전할 수 있다. 시설 내에 등장하는 업그레이드 장치를 통해 연료 최대치나 충전 속도, 냉각 효율 등을 강화할 수 있다.

적으로는 주로 정체불명의 전자기적 현상에 의해 되살아난 시체가 등장한다. 좀비와 비슷한 개념이기 때문인지 적 맷집이 상당히 높아 탄 소모가 많고, 일부 적은 죽여도 되살아난다. 프로스트 그립으로 적을 얼리면 방어력이 낮아지고 부활 버프도 사라지기 때문에 전투 중 프로스트 그립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이미 죽인 적 몸에서 전자기 구체가 튀어나와 다른 시체를 되살릴 때도 있으며, 이 경우에도 프로스트 뷸릿을 사용해 구체를 맞춰야 구체를 파괴할 수 있다.

전투 난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적 팀워크가 뛰어난 편이라 적이 여러 종류 섞일수록 전투 난도가 급증하고, 탄약 수급량이 많지 않아 항상 탄약 부족에 시달려야 한다. 자동 충전되는 프로스트 그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프로스트 그립 연로 소모량도 적지 않은 편이라 전투 중에는 항상 연료 부족에 시달리곤 했다.

업그레이드 없는 상태를 기준으로 프로스트 그립은 적 하나를 완전히 얼리는데 연료 1/4가량을 소모한다. 얼어붙은 적을 탄 소모 없이 즉사시키는 프로스트 펀치나 적에게 붙잡혔다가 탈출한 뒤 사용할 수 있는 광역 방출이라도 사용했다간 연료가 가득 찬 상태에서 겨우 적 둘을 상대할 수 있는 셈이다. 적을 겨우 죽였는데 전자기 구체를 파괴할 연료가 없어서 적이 부활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데이메어: 1994'가 기본적으로 공포 게임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다소 불합리한 전투가 큰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부족한 자원 속에서 불합리하게 공격해 오는 적은 그 자체로 강력한 공포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탄약을 한 발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굳이 갈 필요 없는 구석진 방을 손전등에 의지해 들어가야 하고, 탄약이 없는 상태에서 괴물이 내는 나지막한 소리가 복도를 타고 들려올 때는 등골이 오싹해진다. 적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줄어드는 프로스트 그립 연료 게이지는 그 자체로 공포심을 안겨주는 장치가 된다.

다만 유저에 따라서는 다소 불합리한 수준이 아니라 매우 불합리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퍼즐 요소도 있다. 프로스트 그립을 이용하는 퍼즐 외에 문서를 찾아 비밀번호를 파악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보안 카드 등급을 올리거나 필요한 열쇠를 찾아 맵을 탐색해야 하기도 했다. 각종 오브젝트 디자인이나 전자 기기 해킹 퍼즐에서 드러나는 UI 등이 게임 분위기와 잘 어울려 퍼즐을 풀다가 몰입이 깨지는 경우는 없었다.

처음 마주치는 퍼즐이라도 튜토리얼이 없거나 빈약해 직관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본격적인 퍼즐 게임이 아닌 만큼 어느 정도 게이밍 경험을 지닌 유저라면 대부분 쉽게 풀이법을 찾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게이밍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유저는 한 번에 알아채기 어려워 보이는 퍼즐도 있었다.

조작 측면에서는 조금 난해한 부분이 있다. 우선 장비하고 있는 무기 장비 키를 한 번 더 누르면 무장을 해제하는데, 급한 상황에서 1번 무기와 2번 무기를 잘못 눌러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작중에서 무기를 집어넣어야 하는 상황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필요한 조작으로 게임 플레이 경험에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주변 환경이 어둡고 유저 시야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조작이 어렵게 느껴지는 데 한몫 했다. 어두운 부분이야 공포 게임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캐릭터가 카메라와 너무 가까이 있어 화면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캐릭터에 의해 가려지는 바람에 시야가 좁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다.

공포 게임은 종종 장르적 특성과 불쾌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곤 한다. 유저에게 공포를 주는 요소가 너무 과하면 공포감보다는 불쾌감을 느끼기 마련이고, 그렇다고 불쾌감을 줄 만한 요소를 너무 줄이면 공포감을 느끼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메어: 1994 샌드캐슬'은 그 과정에서 조금 삐끗하긴 했어도 합격점을 받을만하다. 폐쇄된 연구소에서 느껴지는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잘 살렸고, 전반적인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전투 측면에서 불합리함을 느낄만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장르 특성을 고려하면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장르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종합적으로는 음모론이나 도시괴담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만한 공포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