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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뇌가 녹는 뺨 때리기 대결, 장미와 동백 - 호화찬란 버전

작성자 :	등록일 : 2023-09-19 오후 3:28:10

플레이즘은 나이고로가 개발한 '장미와 동백 - 호화찬란 버전(이하 호화찬란 버전)'을 9월 19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닌텐도 스위치로, 국내 심의에서는 15세 이용가를 부여받았다. 공식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2007년 7월 1일 공개된 무료 플래시게임 '장미와 동백'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그래픽 일신과 프레임레이트 개선, 그리고 더빙 추가가 이뤄졌다. 기존 '장미와 동백' 시리즈 세 편에 더해 '호화찬란 버전' 전용 시나리오 두 편이 추가된 합본판으로, 스위치 플랫폼에 맞춰 자이로 센서를 활용한 조작 방식이 도입됐다.

시나리오는 총 다섯 편이 제공된다. 외전 스토리 '장미와 동백과 라 무라나'를 제외하면 이전 시나리오를 클리어해야 다음 시나리오가 해금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시나리오 1편 '전설의 장미 며느리'는 평민 출신으로 귀족 남편과 결혼했으나 남편이 사망한 뒤 가문 구성원들에게 구박을 받아온 며느리 츠바키코지 레이코가 뺨 때리기 대결로 가문을 손에 넣는다는 내용으로, 원작 1편에 해당한다.

가문 내 권력을 잡기 위한 뺨 때리기 대결이라는 설정만으로도 대체 이게 뭔가 싶어지기 마련이지만, 핵심은 이 설정에서 파생되는 스토리다. 귀족 가문이라는 설정이 무색하게 품위 없는 거친 어휘가 난무하며, 여기에 과장된 연출과 일러스트가 더해지며 웃음을 준다.

이어서 원작 2편을 리메이크한 '복수의 하얀 동백', '호화찬란 버전' 전용 시나리오인 시나리오 3편 '월드 유스 편'과 시나리오 4편 '평온한 동백의 일상'이 제공된다. 다만 '파타 모르가나의 관'과 컬레버한 작품인 '장미와 동백과 파타 모르가나'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장미와 동백과 라 무라나'와 달리 개발사가 온전한 저작권을 소유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 정작 OST는 루이자 메이 올컷 作 '작은 아씨들'이나 제인 오스틴 作 '오만과 편견'에 어울릴 법한 클래식한 음악으로 마련돼 있다. 심지어 음악 완성도가 높다. 잔잔하고 평온한 분위기에 전혀 걸맞지 않은 스토리를 감상하다 보면 뇌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곤 한다.

스텝롤에서는 무려 보컬까지 포함된 테마곡이 삽입됐다. 스텝롤과 함께 재생되는 짧은 애니메이션 속에도 '장미와 동백'만의 분위기를 잔뜩 담아놨으니 꼭 한 번 보고 넘어가기를 권한다.

게임 조작은 두 가지 방식이 제공된다. 화면을 스와이프해 뺨 때리기를 날리는 스와이프 모드, 그리고 조이콘에 내장된 자이로 센서를 활용해 뺨 때리기를 날리는 조이콘 모드다. 조작 특성상 거치 상태에서는 조이콘 모드만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인 게임 난도는 낮은 편이다. 그러나 기본 튜토리얼만 경험하고 시작했다면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 기본 튜토리얼에서는 약점이나 크리티컬, 페이크 같은 기능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 튜토리얼이 끝날 때 시스템이 '더 알고 싶다면 다시 찾아오라'라는 말을 남기는데, 이를 우습게 보지 말고 바로 심화 튜토리얼까지 거친 뒤 본편을 즐기는 게 좋다.

조이콘 모드로 플레이할 때 난도가 조금 더 쉬워진다. 스와이프 모드에서는 적마다 약점이 달라 정확한 약점을 노려야 했는데, 조이콘 모드에서는 약점 시스템이 정확한 순간에 버튼을 추가 입력해 더 큰 피해를 주는 크리티컬 시스템으로 대체된다.

자이로 센서 특성상 약점을 정확히 맞추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듯 한데, 정확한 위치를 노리는 대신 타이밍만 맞추면 된다는 점에서 난도 하향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때가 있기 때문에, 평소 손 떨림이 있는 유저거나 장시간 플레이해 조이콘 제어 능력이 떨어진 경우라면 원하지 않은 타이밍에 회피했다가 게임 오버 당할 가능성이 있다.

상술했듯 외전 작품인 '장미와 동백과 라 무라나'도 포함돼 있다. 개발사가 제작한 다른 작품인 '라 무라나'와 컬레버레이션한 스토리로, '라 무라나' 등장인물들이 메인 히로인 자리를 놓고 뺨 때리기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다. 정작 '라 무라나'에 연애 요소 같은 건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꽤 우습다. 기본적으로는 개방되어 있지 않고 메뉴에서 개방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장미와 동백' 특유의 감성에 '라 무라나'가 지닌 독특한 감성까지 더해져 더욱 우스꽝스러운 스토리를 자랑하며,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짤막한 부연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라 무라나'를 플레이해 본 적 없어도 스토리를 감상하는 데 문제는 없다. 난도는 본편과 비교해 조금 높은 편인데, 모션이 특이하거나 속도가 빠른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호화찬란 버전' 독점 콘텐츠인 PvP 모드도 있다. 아쉽게도 온라인 대결은 제공하지 않고 로컬 플레이만 가능하다. 두 유저가 서로 조이콘을 나눠 들고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PvE 콘텐츠에서 등장한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플레이할 수 있지만, 1P는 PvE에서 플레이어블로 등장한 캐릭터만 선택할 수 있다. 플레이어블이 아닌 캐릭터들은 1P 시점에서 보는 일러스트가 없기 때문인듯했다.

'장미와 동백 - 호화찬란 버전'은 상류층 여성들 간 권력 싸움을 자신만의 조리법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문제는 이 조리법이라는 게 부조리극과 전위예술에 가까운 무언가라는 점이다.

따라서 상류층 귀족 가문에서 벌어지는 우아하면서도 처절한 암중 투쟁을 기대하던 유저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장미와 동백 - 호화찬란 버전'이 상류층 귀족 가문, 우아함, 처절함, 투쟁 등을 모두 다룬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 결과물이 썩 우아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 없이 웃어 넘길 수 있는 유쾌한 스토리를 선호하는 유저라면, '장미와 동백 - 호화찬란 버전'은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취향이 비슷한 지인이 있다면 함께 PvE 스토리를 감상하거나 PvP 모드를 즐기는 등 파티 게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