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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락하는 게임에는 재미가 있다, 헬다이버즈 2

작성자 :	등록일 : 2024-02-16 오후 5:41:37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애로우헤드 게임 스튜디오가 개발한 신작 '헬다이버즈 2(HELLDIVERS 2)'를 2월 8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와 윈도우 PC(스팀, 에픽게임즈 스토어)로,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한다.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헬다이버즈 2'는 2015년 3월 3일 출시된 '헬다이버즈' 정식 속편이다. 탑뷰 슈터였던 전작과 달리 3인칭 TPS 슈터로 변경됐으나, 시점을 변경하면서도 게임 핵심 재미 요소를 유지해 시리즈로서 정체성을 보존했다.

'헬다이버즈 2'에서, 유저는 슈퍼-지구 시민이자 용맹무쌍한 특수강하부대 헬다이버즈에 소속된 특전사가 되어 슈퍼-지구 안보와 통제민주주의 존속을 위협하는 사악한 외계 종족들을 무찔러야 한다.

스토리는 전작 '헬다이버즈'에서 100년이 지난 미래를 다룬다. '헬다이버즈'에서 벌어진 전쟁을 통해 인류는 은하계를 발 밑에 뒀으나 가축으로 전락한 버그가 탈출해 테르미니드라는 새로운 종족을 구성하게 됐고, 사이보그 반란군들은 전신을 기계로 대체한 로봇 종족인 오토마톤으로 분화해 다시 한 번 슈퍼-지구와 대립하게 됐다.

전작에 등장했던 고대 종족 일루미닛은 등장하지 않았으나, 은하계 지도를 2/3만 사용하고 있는 만큼 추후 패치로 일루미닛이나 그에 준하는 새로운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게임 곳곳에 짙게 깔려있는 블랙 코미디는 '헬다이버즈 2'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다. 당장 적대 종족 설정부터 그렇다. 테르미니드는 평화롭게 살던 종족이었으나 체액에 석유 성분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슈퍼-지구로부터 선제 공격을 받았고, 오토마톤은 슈퍼-지구를 지배하는 독재 정권에 반발해 떠난 혁명군의 후손이다. 본작에 등장하지 않았으나, 일루미닛은 슈퍼-지구와 큰 접점이 없음에도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했다는 (거짓)혐의를 받고 선제 공격 대상이 됐다.

이외에도 누가 봐도 군국주의 성향이 강한 독재 정권을 통제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시민들을 세뇌한다는 점이나 참전 용사가 아니라면 아이조차 낳을 수 없게 통제되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민들, 가짜 뉴스로 구성된 각종 프로파간다 등은 플레이 내내 유저를 웃음짓게 만든다.

SF 장르 마니아라면 '헬다이버즈 2'를 플레이하며 '스타쉽 트루퍼스' 영향력을 강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강습 보병이라는 개념이나 벌레 종족인 테르미니드는 소설판 '스타쉽 트루퍼스'를, 군국주의를 희화화하는 블랙코미디는 영화판 '스타쉽 트루퍼스' 영향이 강하게 묻어난다.

개발사 애로우헤드의 요한 필레스테드 CEO에 따르면 '헬다이버즈 2'는 '스타쉽 트루퍼스' 외에도 '워해머 40,000' 등 다양한 SF 소설·영화·게임 등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표절이라기 보다는 독자적인 세계관 위에 각종 오마주 요소를 강조한 느낌인데, SF 장르 마니아라면 어떤 요소가 어떤 작품에 영향을 받았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

다수 종족을 대상으로 벌이는 전쟁이라는 설정은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저는 은하계 지도에서 어떤 종족을 상대할지 고르고, 이어서 어떤 행성에서 어떤 적을 상대할지 선택하는 식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종족에 따라, 또 행성에 따라 다른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테르미니드는 한번에 다수가 등장하는 대신 경장갑 적이 많으며, 중장갑 적도 경장갑인 부분을 지닌 경우가 많아 대군을 호쾌하게 학살하는 플레이를 체험할 수 있다. 반대로 오토마톤은 물량 자체는 테르미니드보다 훨씬 적으나 병력 하나 하나가 강력하고, 원거리에서 즉사급 화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아 은엄폐를 충실히 해가며 고화력 단발 병기로 하나 하나 확실히 쓰러트릴 필요가 있다.

정글 행성은 나무가 많아 적 정찰대가 코앞에서 튀어나올 때 까지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이 생기기도 하고, 빙하 행성은 저체온증으로 이동 속도가 떨어지거나 정찰대가 멀리서 유저를 발견하고 증원을 부르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게임 진행은 간단하다. 최대 4인까지 분대를 이뤄 임의의 작전 지역에 강하하고 메인 임무를 수행한 뒤 탈출 지역까지 퇴각해 수송선을 호출하면 된다. 주 임무는 대부분 특정 적 제거나 설비 파괴, 기지 방어 등으로 구성되며, 모든 주 임무를 해결하기 전 까지 탈출 지역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보조 임무는 시설물 확보나 정보 수집 등 비교적 간단한 내용으로 구성되며, 플레이 하지 않아도 탈출에는 지장이 없다.

'간단하다' 라는 말이 '쉽다'라는 말과 같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단순해 보이는 임무라도 몰려오는 적 수와 그 구성에 따라 매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둥지로 보였던 곳에서 대형 테르미니드 네다섯마리가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임무고 뭐고 혼비백산해 흩어지게 된다.

행성 궤도에 있는 슈퍼-구축함에서 행성으로 강하한다는 설정인 만큼 작전 중 슈퍼-구축함에 보급이나 화력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이 때 정확한 위치를 지정하기 위해 궤도 신호기를 사용하는데, 이 신호기와 신호기를 사용해 생긴 결과를 모두 합쳐 '스트라타젬'이라고 부른다.

스트라타젬은 '헬다이버즈 2'를 상징하는 요소다. 단순한 무기 및 탄약 보급도 스트라타젬을 사용해야 하는데, 장비가 들어있는 궤도 강하 포드가 내는 소음 때문에 적이 적이 몰려오기도 하고 유저가 포드에 깔려 사망하기도 한다. 거의 모든 스트라타젬에는 분 단위에 달하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있어 적절한 순간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게임을 지속할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임무 보상을 소모해 새로운 스트라타젬을 구매하거나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무 보상으로 스트라타젬을 보강하고, 보강된 스트라타젬으로 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고, 그 보상으로 스트라타젬을 더욱 보강하는 루틴은 꽤 중독적이었다.

전투는 '호쾌하다'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에는 스트라타젬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일개 보병이 절대 지닐 수 없을만한 화력을 스트라타젬 대기 시간이 끝날 때 마다 사방에 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이었다면 임무 전체를 통틀어 단 한번 쓸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수준 화력을 '헬다이버즈 2'에서는 맘껏 즐길 수 있다.

유사 장르 작품들이 유저에 의한 범위 화력 투사를 제한하는 이유는 보통 아군 오사 문제 때문이다. 슈터 장르 게임 대부분은 아군 오사를 허용하지 않고, 허용하더라도 아군 오사 위험이 큰 폭탄류 장비는 사용을 극히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아군 오사는 보통 당하는 유저에게 불쾌감만 안겨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헬다이버즈 2'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게임 트레일러에서부터 아군 오사 장면을 확인할 수 있고, 게임 플레이 중 아군이 설치한 지뢰를 밟거나 아군이 요청한 폭격에 휘말려 휘말려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른 게임이었으면 불쾌감으로 인해 게임을 환불할만한 상황을 '헬다이버즈 2'에서는 흔히 겪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다이버즈 2' 플레이가 유쾌할 수 있는 이유는 죽음에 대한 패널티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증원 횟수가 남아있다면 얼마든지 부활할 수 있고, 아예 임무를 실패하지 않는 한 죽은 횟수에 따른 패널티는 없다. 일상적으로 죽고 부활할 수 있다면, 한 두번 정도의 아군 오사는 필요한 희생으로 인지하고 웃어 넘길 수 있게 된다.

게임 튜토리얼은 불친절한 편이다. 유저가 지니고 있는 전작 지식이나 타 작품을 통해 학습한 게이밍 문법에 크게 의존한다.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핵심 요소들은 기초 튜토리얼에 포함돼 있지만, 세부적인 튜토리얼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예컨대 재장전 키를 꾹 누르면 활성화되는 기능 전환 메뉴를 통해 점사-연사 전환 등 총기 모드를 변경하거나 손전등을 켜고 끌 수 있다는 사실은 기초 튜토리얼만 플레이 한 유저는 알 수 없다. 일부 무기는 무기 피해량을 올리는 특수 기능이 기능 전환 메뉴에 배정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추후 튜토리얼을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장 목표 역시 유저가 해결법을 알아내야 한다. 대부분 직관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컨대 안테나 감도 조절 임무는 유저 행동에 따라 터미널에 표시된 수치가 바뀐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면 클리어 할 수 없으며, 불법 방송 송출 중단 미션은 터미널을 해킹하는게 정석이지만, 라디오 타워를 파괴해도 임무가 달성된다는 점은 알려주지 않는다.

숙련된 유저가 게임 비법을 전수해주지 않는 이상 혼자서 게임을 배우기 매우 어렵도록 되어있는 셈이다.

출시 초기임을 감안해도 멀티플레이 환경이 지나치게 불안정 하다는 점은 큰 단점이다. 게임이 자주 튕기거나 강제 종료되고, 때로는 핵심 오브젝트에 상호작용이 되지 않아 클리어가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을 수령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플랫폼간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이지만, 크로스플레이 옵션이 켜져있으면 통신 오류로 인해 타 유저 세션에 접속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꾸준히 안정성 패치를 진행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를 작성중인 2월 16일까지 고쳐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대표적인게 일일 임무 보상 부분인데, 필자는 출시 후 매일 플레이하며 단 한번도 일일임무 보상을 수령하지 못했다. 물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보상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수령한 보상으로 더 좋은 장비와 스트라타젬을 확보하면 민주주의 전파에 더 큰 도움이 되었을텐데 아쉬운 일이다.

조작감은 나쁘지 않다. 사용하는 키가 꽤 많긴 해도 플레이 하다 보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PC 버전으로 플레이 할 경우 입력장치로는 다양한 게임 패드르 지원하지만, 키보드-마우스가 가장 안정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사격이었다. 다른 조작은 일단 익숙해지면 키보드-마우스와 게임 패드 모두 큰 차이 없이 플레이 할 수 있었지만, 사격만큼은 키보드-마우스가 압승이었다. 게임 패드도 자이로 조준 기능을 지원하긴 하나 한계가 있었다. 적 약점 부위를 정확히 저격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게임 패드는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같은 게임패드라도 듀얼 센스를 사용할 때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물론 조준 문제는 다른 패드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햅틱 피드백과 반응형 트리거가 주는 만족감이 어느 정도 게임 편의성을 포기하고라도 즐기고 싶을 정도로 상당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게임 패드로 3인칭 슈터를 플레이 해본 경험이 많은 유저나 정확한 조준이 필요 없는 무장을 즐겨 사용하는 유저라면 듀얼 센스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전쟁 채권 이야기를 빼놓기 어렵다. '헬다이버즈 2' 특유의 배틀 패스 시스템인데, 임무 보상이나 작전 수행 중 얻을 수 있는 메달을 소비해 아이템을 해제하는 식이다. 굉장히 유저 친화적인 배틀 패스 시스템이기도 하다.

흔히 사용되는 배틀 패스와 다른 점은 제한 기간이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배틀 패스는 일정 기간 동안만 열리고, 기간 내에 배틀 패스 보상을 모두 얻지 못한다면 다시는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전쟁 채권은 일단 한번 구매하면 영원히 열려있으며, 원할 때 원하는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메달 시스템이 지니는 의의 중 하나는 더 이상 해제할 전쟁 채권이 없을 때에도 메달을 수집해 둘 수 있다는 점이다. 배틀 패스 시스템은 배틀 패스 보상을 모두 획득한 뒤에는 경험치를 얻어도 별 이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전쟁 채권 매달은 메달 사용처가 없어도 계속 획득되기 때문에 추후 새로운 전쟁 채권이 출시되면 구매 즉시 모든 보상을 구매할 수 있다.

'헬다이버즈 2'는 대체제가 없는 게임이다. 이 세상에 슈터 장르 작품은 많아도 이 정도로 호쾌한 전투와 유쾌한 게임성, 독특한 감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은 정말 찾기 어렵다. 비록 게임이 불안정하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슈터 장르에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지금 당장 입대하라. 슈퍼-지구가 당신을 원한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