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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드높은 진입장벽 너머 재미 찾아, 드래곤즈 도그마 2

작성자 :	등록일 : 2024-04-03 오후 5:43:08

디지털 터치는 캡콤이 개발한 '드래곤즈 도그마 2'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 버전을 3월 22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2012년 5월 24일 출시된 '드래곤즈 도그마' 정식 후속작이나, 전작과 유사하지만 다른 평행 세계를 배경으로 삼은 만큼 전작을 플레이 하지 않아도 게임을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드래곤즈 도그마 2'에서, 유저는 드래곤에게 심장을 강탈당한 각성자가 되어 심장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각성자를 왕으로 모시는 인간 국가 베르문트에서 펼쳐지는 정치적 사건과 각성자를 경멸하는 수인 국가 바탈에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 그리고 여행 중 만날 수 있는 인간군상들에 의한 사건들이 유저를 기다린다.

전반적으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스토리라인을 갖추고 있다. 목적은 명확하지만, 그 목적까지 어떻게 가느냐는 온전히 유저에게 달렸다. 예컨대 게임 시작 후 길을 안내해 주는 NPC를 죽여버려도 목적지까지 가면 이야기가 진행되는 식이다. 상황에 따라 그 과정이 지나치게 힘들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말 어지간하면 진행이 막히는 일은 없었다.

주 목표와 거리가 있는 퀘스트들은 한층 더 자유로워졌다. 서울로 가든 부산으로 가든 어쨌든 어디엔가 도착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정직하게 임무만 수행해도 되고, 직접 정보를 수집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임무를 완성할 수도 있다.

'드래곤즈 도그마' 핵심 시스템 중 하나는 바로 폰이다. 영어로 일반 병사 혹은 부하를 뜻하는 용어로, 체스에서 졸(卒)역할을 하는 기물을 칭하는 용어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게임 내에서는 유저와 함께 모험하는 NPC 부하를 뜻한다.

유저는 본인이 직접 생성한 메인 폰 하나, 그리고 타 유저가 커스터마이징한 서포트 폰 둘과 동행할 수 있다. 게임 진행 중 메인 폰을 추가로 얻을 수 있으나 이는 일종의 보너스 같은 개념으로, 일단 게임 시스템이 상정한 일행 구성은 유저+메인 폰+서포트 폰+서포트 폰 4인 구성이다.

폰은 단순히 유저를 따라다니며 적을 공격하기만 하는 단순한 AI가 아니다. 유저에게 잡담을 건네기도 하고, 유저가 발견하지 못한 적에 대해 경고해 주거나 유저가 놓친 채집물을 대신 채집하기도 한다. 전투가 끝나면 기뻐하고, 전투 중 유저에게 유용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폰이 지닌 직업과 스킬, 성격 등을 고려해 여러 폰을 고용해 가며 더 효율적인 일행을 구성하는 과정은 조금 귀찮기도 했지만, 전투나 탐색에서 폰과 합을 맞춰보는 일은 그 귀찮음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다만 폰이 드물게 걸리는 용내림 질병은 조금 불편함을 유발했다. 폰이 점차 이상한 행동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큰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으로, 림에서 고용한 폰이 드물게 걸려오는 경우가 있다. 전조 증상을 식별하기는 어렵지 않고 대처법도 간단한 편이지만, 일단 한번 걸리면 동행중인 폰을 전부 '처분'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서포트 폰은 해고하면 해결되나 메인 폰은 유저 손으로 직접 처분하고 재소환해야 하는데, 함께 여행하던 폰을 유저 손으로 처분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전투 시스템은 그리 무겁지 않은 편이다. 일방적으로 적을 몰아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적 움직임을 보고 공격할지 혹은 회피하거나 방어할지 선택하는 식인데, 스테미너 같은 요소가 없고 캐릭터 움직임도 날쌘 편이라 전투마다 신경을 곤두세워가며 적을 상대할 일은 없었다. 적당히 묵직한 액션이라고 보면 된다.

유저 성향에 맞는 파티를 유저가 직접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전투 난도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공중 몬스터를 상대하기 어렵다면 궁수 폰이나 메이지 폰을 고용하면 되고, 막강한 적을 정면에서 상대할 필요가 있다면 파이터 폰을 고용해 파티를 강화시키는 식이다.

그리폰이나 사이클롭스 같은 거대 몬스터는 몬스터 몸 위에 올라타서 공격할 수도 있었다. 꽤 안전하게 전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수단이었고, 거대한 몬스터 몸에 기어 올라가 머리를 마구 난도질하는 순간에는 쾌감 비슷한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

탐험은 즐거웠다. 유저 눈으로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폰이 각종 보물이나 채집지 등을 발견해 주기도 하고, 서포트 폰은 자신이 다른 유저에게 고용돼 겪은 일들을 이야기 해주기도 한다. 파티 내에 치유를 담당할 역할이 없다는 둥 타 유저 파티 구성과 현 파티 구성을 비교하는 경우도 있고, 유저가 지나가고 있는 길을 이미 경험해 본 적이 있는 폰이라면 경로나 적 약점 등을 조언해 주기도 한다. 이런 요소를 싫어하는 유저들을 위해 폰들이 퀘스트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게 하는 기능도 있다.

다만 탐험 중 적을 너무 자주 마주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드 탐험 중 약 2~3분마다 몬스터 무리를 마주칠 수 있는 수준인데, 어지간하면 도주를 허용하지 않는 적 AI 덕분에 일단 마주친 적은 가능하다면 그 자리에서 모두 죽여야 했다. 이런 일이 싫어서 우차에 탑승한다 해도 몬스터 야영지를 지나가는 과정에서 습격당하거나 그리폰 강습으로 우차가 파괴되는 일이 잦았다.

몬스터와 조우하는 각종 사건이 조금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적 종류가 그리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도감상 등장하는 종류는 많은데, 하피에 박쥐 날개가 달리면 서큐버스, 고블린이 더 뛰어난 장비로 무장하면 노커가 되는 등 행동 양식이 비슷하고 능력치만 강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츠노 히데아키 디렉터 철학이 담긴 현실성 요소는 '드래곤즈 도그마 2' 최대 진입 장벽이다. 게임에서 단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한 거의 모든 요소가 이 현실성이라는 개념에서 파생된다.

대표적으로 세이브 파일은 일정 지점마다 자동 저장되는 단일 세이브만 허용되며 퀘스트는 NPC들이 유저에게 말을 걸거나 유저가 NPC 행동을 보고 말을 걸어 확인해야 한다. 음식 류 아이템은 인벤토리 내에서도 서서히 변화하고, 아이템에 따라 숙성되며 가치가 올라가는 아이템도 있는 반면 상해서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개발진 설명에 따르면 진짜 판타지 세계관을 모험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다. 게임 재미와는 별개로 편의성을 상당 부분 해치는 요소이고, 유저에 따라서 호불호를 강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단 취향에만 맞는다면 압도적인 몰입감을 느끼며 인생 게임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불편함을 강요하는 재미없는 게임으로 느껴질 수 있다.

수영을 할 수 없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일정 이상 깊이 물에는 휴지블이라는 몬스터가 숨어있어 들어오는 생물체를 모두 잡아먹는다는 설정인데, 탐험 재미를 크게 떨어트리는 요인이기도 하거나와 세계관에도 걸맞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극초반 스토리 이벤트 진행 중 산사태로 인해 자연 형성된 댐을 파괴해 물살을 강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조작에 따라서는 유저가 쏟아지는 물을 정면에서 맞을 수도 있는 연출이 나온다. 당연히 휴지블에게 사냥당해 즉사하리라 생각했으나 의외로 멀쩡하게 살아있어서 놀랐던 경험이 있다.

'진짜 판타지 세계 속을 여행하는 느낌'을 강조했다고 했지만, 세계관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휴지블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핍진성이 없는 설정인지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당장 세계관 속에 어촌이 있는데, 단 한 번도 물에 빠지면 안 되는 어부의 삶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결국 인게임에 수영 시스템이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생긴 억지 설정인 셈인데, 일관적으로 현실성을 추구하면 모르겠으나 '현실성을 위해 유저 편의성은 희생하면서 개발자 편의성은 희생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리 유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드래곤즈 도그마 2'는 현실성을 강조한 판타지 세계관 배경 오픈월드 액션 RPG다. 싱글 플레이임에도 유저에게 헌신적인 AI 동료인 폰과 함께 이상적인 협동 전투 경험을 즐길 수 있고, 같은 퀘스트라도 유저 성향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퀘스트 시스템은 퀘스트마다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심혈을 기울여 수행하도록 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게임성을 위해 유저 편의성을 제약하는 부분이 있고, 이는 '드래곤즈 도그마 2'에 입문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진입 장벽이 된다. 일단 진입 장벽만 넘는다면 정말로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넘지 못한다면 그저 불편하기만 한 게임으로 돌변해 버린다.

그래도 중세풍 판타지나 협동 전투가 강조된 액션 게임, 혹은 자유롭게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오픈 월드 RPG를 선호하는 유저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드래곤즈 도그마 2'가 취향에 맞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일단 취향에 맞는다면 실로 압도적인 판타지 라이프를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