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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불호 요소 억제한 메트로-소울라이크, 데블위딘: 삿갓

작성자 :	등록일 : 2024-05-21 오후 5:17:04

뉴코어 게임즈는 자사가 개발하고 유통하는 신작 '데블위딘: 삿갓'을 4월 9일 앞서 해보기(얼리 액세스)로 출시했다. 앞서 해보기 플랫폼은 PC(스팀, 스토브)다.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15세 이용가를 부여받았다. 공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한다.

모바일게임 '아이엠좀비'를 개발한 뉴코어 게임즈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PC 플랫폼 게임으로,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인디게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서 해보기 버전은 PC로만 제공되나, 정식 출시 단계에서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스위치,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데블위딘: 삿갓'에서, 유저는 악귀에 기생당한 채 배신당하고 현대로 전이된 무사 '김립'이 되어 악귀로 인해 난장판이 된 세상을 탐험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 대체 김립에게는 왜 악귀가 기생하고 있고, 김립은 어째서 죽어도 살아날 수 있으며 악귀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대한민국 건국 없이 조선이라는 국가가 그대로 현대화 된 듯한 세계관도 특징이다.

스토리는 주로 김립과 악귀의 대화나 드물게 나오는 컷신으로 전개되며, 필드에서 얻을 수 있는 문서를 통해 배경 설정을 풀어주기도 한다. 문서를 습득할 경우 레벨업에 필요한 재화를 주기도 해 스토리에 큰 관심이 없는 유저라도 적극적으로 문서를 찾도록 설계돼 있다.

기본적인 탐색은 메트로배니아에서 영향을 받은 2D 플랫포머 방식을 따른다. 메트로배니아란 닌텐도 '메트로이드' 시리즈가 처음 제시하고 코나미 '악마성 드라큘라(캐슬배니아)'가 발전시킨 RPG 세부 분류로, 중앙 거점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맵을 탐험하며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장르다. 게임 초반에 갈 수 없던 장소를 중후반에 새로운 능력을 얻은 뒤 이전 맵으로 되돌아가 탐험하는 요소가 특징이기도 하다.

'데블위딘: 삿갓'이 메트로배니아 장르 게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스테이지 디자인이나 진행 방식은 메트로배니아 장르 영향을 받았으나 이미 지나간 스테이지로 되돌아갈 수 없어 탐험 콘텐츠가 풍부하지는 않고, 한번 지나간 경로를 단축해주는 숏컷 개념은 있으나 기본적으로 일직선 진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한 맵을 탐험한다는 재미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메트로베니아 장르 특유의 '나중에 다시 오세요' 개념을 불쾌하게 여기는 유저라면 오히려 '데블위딘: 삿갓'이 선택한 방식이 마음에 들 수 있다.

한편 전투 시스템은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영향을 받은듯한 모습을 보였다. 소울라이크란 프롬 소프트웨어 '데몬즈 소울'을 위시한 '소울 시리즈'에서 파생된 RPG 세부 분류로, 이 장르를 정의하는 요소가 여럿 있으나 '데블위딘: 삿갓'은 여기에서 전투 관련 시스템 일부를 받아온듯 하다.

대표적으로 기본 이동을 제외한 모든 행동에 기력이 소모된다는 점, 적 공격을 정확한 순간에 방어(패링)하면 특수 효과와 함께 반격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 적을 몰아치는게 아니라 적 공격을 패턴화시킨 뒤 서로 번갈아가듯 행동하게 된다는 점, 여러 적과 동시에 교전할 경우 적 패턴이 엇갈려서 위험하다는 점 등이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3D 환경을 상정하고 디자인된 소울라이크식 전투 문법을 2D 플랫포머에 적용했고, 온전히 따라하기만 한게 아니라 일부 요소를 차용하며 '데블 위딘: 삿갓'에 맞게 개선한 부분이 있는 만큼 '데블위딘: 삿갓'을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소울라이크에서 즐길 수 있는 일부 재미 요소만 본따왔다고 하는게 올바르다.

게임 난도는 높은 편이다. 일반 몬스터를 상대할 때도 패링에 실패하면 50% 이상 체력이 감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전투 하나 하나를 가볍게 보기 어렵고, 기력을 모두 소모하면 탈진 상태에 빠져 수 초간 무방비해지기 때문에 모든 전투를 효율적으로 끌어나가야 한다.

전투 난도는 구간에 따라 차이가 크다. 스테이지 탐험 구간은 한 번에 나오는 적 수도 적고 치고 빠지기가 가능한 지형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보스 전투는 제한된 공간에서 진행되는데다가 적 이동 능력이 뛰어나거나 적 공격 범위가 넓은 경우가 많아 한 번 실수가 고스란히 게임 오버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아무래도 고난도 장르로 악명높은 소울라이크식 전투 시스템을 차용한 반작용으로 여겨지는데, 게임 난도 조절 기능은 없기 때문에 액션 장르에 미숙한 유저라면 게임이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다.

게임 자체적으로 키보드-마우스 조작보다 게임패드 사용을 권장하는 편이고, 실제로 게임 패드를 사용했을 때 더 원활한 조작이 가능했다. 앞서 해보기 수준에서 정식으로 지원하는 게임 패드는 엑스박스 패드 및 호완 패드뿐이었으며, 듀얼센스는 인식되나 레이아웃이 엑스박스 패드 UI로 출력돼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웠다. 닌텐도 프로 컨트롤러는 호환되지 않았다.

특히 강공격이나 패링 등 일부 액션 조작에서 패드 진동을 통해 액션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적절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지원하는 컨트롤러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점은 아쉽긴 하나, 아직 앞서 해보기 단계일뿐더러 추후 타 플랫폼 버전이 출시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이 높으니 큰 문제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여러 장르 장점을 한데 섞은 게임들이 지닌 문제점 중 하나는, 종종 이도저도 아닌 게임이 되곤 한다는 점이다. 또한 게임 장르라는게 기본적으로 호불호 영역에 있는 요소인 만큼, 한 장르 장점을 가져온다는 건 그로 인한 호불호 요소까지 함께 가져온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즉, 게임을 잘못 만든다면 여러 장르에서 단점만 따온 게임이 될 수도 있다.

이 문제가 '데블위딘: 삿갓'에게는 조금 더 심각한 문제였을 것이다. '데블위딘: 삿갓'이 영향을 받은 장르는 매트로배니아와 소울라이크인데, 둘 다 호불호가 굉장히 심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데블위딘: 삿갓'은 불호 요소를 최소화 하면서도 원본 장르들이 지닌 장점을 살려내는데 성공했다.

현대풍 조선을 배경으로 한 어두운 스토리와 조선 무사라는 소재에 흥미가 있는 유저라면, 혹은 매트로배니아 장르에 흥미는 있지만 길찾기 요소가 지나치게 복잡한 건 싫은 유저라면 '데블위딘: 삿갓'은 취향에 맞는 게임일 수 있다.

단점이 없는 게임은 아니지만, 얼리 액세스가 시작된지 약 일주일만에 진행된 패치에서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 패링 타이밍 완화, 적 난도 조절, 조작 편의성 향상 등 다양한 부분을 개선했음을 고려하면 단점 중 상당수는 정식 출시 과정에서 해소될 전망이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